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최근 연재하고 있는 루저론 원고가 손에 잡히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생각이 덜 정리되어 그렇다.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면 양해바란다. 그렇다고 계속 미루기는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뭐 3년을 휴재했는데 이쯤이야... 잠시 쉬어가는 코너 겸해서 이번엔 약간 다른 소재를 다루어본다.


지금까지 써온 루저론은 인문사회학적인 주제에 관한 썰이다. 루저들이 살면서 생각해봐야할 이슈이긴 하겠지만 실용적이지는 않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루저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것일 수 있겠다. 바로 우리 루저들이 만성적 질병처럼 안고 있는 빚에 관한 얘기다.


debt-57d868005f9b589b0af34805.png


종종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30~40대에 돈 1억도 모으지 못한 자들을 두고 엠창 인생이라고 비난하거나 스스로 한탄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수천만 원 밖에 모아놓은 게 없어서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글도 심심찮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키 180센티 이하의 루저론이 아니라면 루저를 판별할 기준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큼 확실한 루저로서의 공인인증서는 없지 않을까?


부채에 허덕이는 삶을 살게 되면 자산부채 대비 플러스 인생은 성공한 인생처럼 느껴질 만큼 빚은 고통스럽다.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늘어나는 연체이자를 갚고, 그래도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들지 않는 생활이 이어지게 되면 우울증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학습된 무기력 실험에서 나오는 실험동물처럼, 끝나지 않는 부채의 그물에 걸리면 그야말로 무기력한 인간으로 흑화되어 근로 의욕마저 상실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낙관적인 성격의 나도 한 때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실 지금도 현직 신불자 8년차이긴 하지만 이제는 처음 신불자가 되었을 때만큼 괴롭지는 않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8년 전 모라토리엄 직전을 돌이켜보면 기왕 그렇게 될 바에야 좀 더 현명한 신불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서 내가 겪었던 상황을 경험할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좀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신용불량 문턱에 서 있는 이들에게 선배 신용불량자로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류의 루저판 자기계발서인 셈이다.




■ 부채에 대해 죄의식 갖지 마라!


우선 신용불량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 빚을 진 사람은 돈을 갚지 못하면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부채 상환에 대한 압박만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감까지 곁들어 온다. 갚지 못하면 죄책감도 느껴진다. 개인에게 빌릴 경우, 특히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가 이자도 없이 선의로 빌려줬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경우는 마땅히 도덕적 부담을 갖고 최선을 다해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에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금융사의 입장에서 보면 부채는 곧 상품이며 투자다. 당신 사정이 딱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빌려주는 것이다. 사기가 목적이 아닌 바에야 부채 상환을 못하는 것은 비즈니스 실패일 뿐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했다고 정의가 아니듯, 실패했다고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리적으로 보아도 그렇다. 금융사들은 고객 돈을 예치하고 그 돈을 더 높은 이자로 빌려줘서 사업을 영위한다. 그리고 대출 이자율은 고객층의 성격에 따라 연체나 미상환의 확률을 감안하여 책정한다.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타는 것이 잘못이 될 수 없듯이, 사업에 실패하여 상환 불능에 빠진 것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기업도 그렇고 심지어 국가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때도 있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을 때, 신나게 돈놀이 하던 대형 금융기관을 위기에서 구해준 곳이 천문학적 비용을 대준 정부라는 것을 기억하자.


1948742967_fdc9e8f1_dsc08049-gahastar_zamdaq.jpg



■ 과다채무자는 과감히 결단해라


월급쟁이들은 수입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생활하고 금전 계획도 그 수준에 맞춰서 꾸려나간다. 가계부가 적자난들 소소한 금액에서 왔다갔다 할뿐 사업하는 사람들의 적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급여생활자들이 과도한 빚이 있는 경우는 빚보증을 섰다거나, 도박 중독, 주식 몰빵 등 어떤 특수한 사정에서 비롯되는 경우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과다 채무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과다 채무자 대부분은 대개 자영업자나 소기업 경영 등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내 경험상으로 볼 때 그렇다. 그래서 사업 실패자에 초점을 두고 얘기를 전개해보도록 하자.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려면 목돈이 들어갈 것이고, 그 목돈에는 개인재산이 상당히 투여된다. 모자란 몫은 금융기관에서 조달하여 시작한다. 그러나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적자가 나게 마련이고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이리저리 꾸게 된다. 그러면서 빚은 점점 쌓이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다. 특히 한 때 사업이 잘 되었던 경우라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런 경험은 다시 잘 나갈 수 있다는 자기 최면에 더 잘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괴로운 현실을 보지 못하고 꿈만 꾸게 된다. 오히려 현실이 어려울수록 그런 환상에 더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로또에 버금갈 정도로 횡재수가 아니라면 한번 빠진 과도한 채무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여간해선 어렵다. 흑자가 생겨도 불어나 있는 연체이자나 급전으로 땡겨쓴 고금리를 갚다보면 결국 뼈빠지게 일해서 남 좋은 일만 하고 수중에 남는 건 없다. 그러다 다시 적자 달에는 허덕이고...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성공한 사업도 장담할 수 없다. 사업이 잘되면 무리한 욕심을 내어 빚을 끌어모아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 하기 일쑤다. 그래서 벌어둔 돈보다 빌리는 돈이 훨씬 많아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빚더미에 올라가는 지름길이 된다. 물론 욕심을 비난할 수는 없다. 바로 이런 끝 모를 야망과 모험심이 자본주의 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더라도 그 과정에 이르는 길은 비슷하다. 위험하게 지탱하며 올라탄 빚더미가 무너지면서 추락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계 상황에 처한 당신이 취할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두 말할 필요 없이 빚더미가 더 높아지기 전에 과감히 뛰어내리는 일이다. 그래야 치명상을 덜 입는다. 어쩌면 당신은 이런 상황을 부정할지 모른다. 앞으로 계절이 바뀌면 장사가 잘 될 거야.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데 그때가 되면 사정이 달라지겠지... 등 현재의 고통을 미래의 희망으로 덮어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잘 될 가게라면 도시를 넘어서라도 사람은 찾아온다. 잘 팔릴 상품이면 이미 입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최근 6개월~1년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앞으로의 미래가 정확한 데이터 기반 없이 점장이 사주팔자 예언에 기대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매몰비용이다. 수억 원을 들여 사업체를 차리고 고생고생 하며 운영했는데 본전도 건지지도 못하고 막대한 손해로 사업을 접자니 너무나 억울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두렵다. 바로 이런 심리로 인해 더더욱 감당 못할 손해의 늪으로 빠져든다. 사실 근원적으로 보면 도박에서 돈을 잃은 자의 본전 심리와 다를 바가 없다. '매몰비용의 함정'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콩코드 여객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항공사와 정부는 1969년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성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그동안 투입한 개발비가 무려 1조원이 넘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콩코드 여객기를 완성하여 운항했지만 기존 항공기에 비해 엄청나게 소요되는 기름값, 승객수의 제한 등 경제성이 떨어져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기체결함으로 추락사고까지 발생하여 사업을 접게 되었다.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운항을 계속했지만 결국 남은 건 190억 달러의 손실이었다.


British_Airways_Concorde_G-BOAC_03.jpg


경제 분야만이 아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이탈리아의 경우 오손조 전투에서 1만 5천명의 병사를 잃으며 패했는데, 2차, 3차 전투에서 연이어 10만 명의 병력을 잃었다. 그러나 패전의 책임을 두려워한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민족주의를 부추기며 전쟁을 수행하다 결국 1차 대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10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그다지 명분도 없는 전쟁이었음에도 처음 실패를 만회하려는 심리로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매몰비용의 덫에 걸린 것이다. 1차 전투 실패 후 평화조약을 맺을 기회가 있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전쟁 배상금도 요구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싸우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 패배 후, 이탈리아는 파시즘의 광기에 휩싸였다.


내가 잘 아는 식당도 그랬다. 5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장사 자체가 안 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자 때마다 차입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앞으로는 남고, 뒤로 밑지는 상황이 지속되다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마침 임대차 계약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게를 내놓았는데 권리금 1억을 제시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돈으로는 부채 정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 제안을 거부하고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계약만료일까지 사람을 찾지 못해서 한 푼도 못 건지고 나왔다.


이렇듯 매몰비용의 함정은 분야와 규모에 상관없이 빠지기 십상이고 벗어나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제3자가 볼 때 매우 어리석어 보여도 막상 당사자가 되면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다. 그러나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사람이 고통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늪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렇게까지 얘기를 해도 못 알아먹는 사람이 있다. 마사오닷컴의 마사오라고 말은 못하겠다.


한계 사업체를 끝까지 놓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이 사업을 접고 난 후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할 것에 대한 걱정이다. 적자 사업체라도 운영하는 동안에는 손에 현금이 얼마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적자로 누수되더라도 그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은 한다. 그러나 당장 사업체를 닫으면  취직해야 할 텐데 이 나이에 어디서 받아줄지 막막하다. 힘든 육체노동 외에 구할 길이 없다면 내 몸으로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도 두렵다.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각자의 나이와 이력에 따라 취업할 곳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과거 아무리 잘나갔다고 해도 잘나가는 직장은 더 이상 경력 단절이 된 자들의 몫이 아니다. 냉정한 현실이다. 대충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사업체 정리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닥치면 또 어떻게든 헤쳐 나가게 되는 것도 인생이다. 사업 실패 이후 닥치는 시련이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빚더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겪는 고통은 그보다 더하다. 직원 급여, 거래처 결제, 세금 납부, 이자 상환 등 각 분기마다 찾아오는 결제일을 맞추려면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매출걱정, 자금 걱정에 하루도 맘 편히 쉬는 날도 없다. 월급쟁이들은 빨간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기라도 하지, 음식 자영업자는 되레 연휴가 원망스러워진다. 이렇게 힘겨운 나날을 견뎌왔다면 폐업 이후 직장 생활은 적어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


끝으로 빚을 잔뜩 안고 있는 사업체를 정리하기 망설여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빚 폭탄을 터트리면 채권자들이 매일같이 독촉하고,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힐 텐데 과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겪게 되는 구체적인 현실은 다음 편에 본격적으로 썰을 풀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워리다. 금융생활하고 취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보증보험이 필요한 직장에 취직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곳은 대부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정규직 등 잘나가는 곳이지 사업 망해 어쩔 수 없이 구하게 되는 종류의 직장이라면 보증보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다.


19ce4cc0844de1f89d01b646a95a26c6.jpg



■ 신용불량 준비하기


만약 당신이 적자덩어리 사업체를 정리하고 부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몇 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1) 일단은 살고 보자.

우선 집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 드라마에서 사업이 망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심지어는 자식을 고아원에 맡기는 장면이 있는데 과장된 측면도 있고, 추심에 제한이 없었던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 드물지만 미련 곰탱이 같이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 대책 없이 이런 짓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 나고 돈 났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우선 자가 집이나 전세로 있다면 빨리 처분해서 월세로 옮겨라. 자가일 경우 대부분 집 담보로 대출을 끼고 있을 텐데 집을 시세보다 낮게 해서라도 급매로 처분하고 약간이라도 남는 금액을 월세 보증금으로 장만해둬야 한다. 서울 3천만 원, 인천 및 분당, 부천 등 경기도 큰 도시권은 2천7백만 원, 기타 광역시는 2천만 원 이하의 보증금으로 월세를 구해야 한다. 이 금액은 절대 압류 못한다. 또 당신이 직장을 구할 동안 가족이 먹고살 수 있도록 2~3개월 동안의 생활비는 챙겨놓자. 그 돈이 없다면 당신이 돌려막기 하는 카드사나 다른 금융기관에서 왕창 땡겨 써라. 만일 처음 거래하는 곳에서 대출을 받자마자 연체하면 사기죄로 혹시 고소당할 수도 있으므로 최소 3개월 이자는 내야 한다.


(2) 본인 명의의 통장의 잔고는 0으로 만들어 놓자

본격적으로 추심이 들어오면 계좌 압류가 들어올 수 있다. 본인 명의의 통잔 잔고는 0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생활비로 쓸 돈은 가족 명의의 차명 계좌로 써야 한다.


(3) 개인 빚을 우선으로 생각하자

대개 보면 금융기관의 빚 독촉이 두려워 개인에게 돈을 빌려 카드사 같은 금융기관의 부채를 급한 대로 틀어막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신용불량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만큼 거꾸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개인에게 갚기로 하자. 앞서 언급한 대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뺀 나머지 여력, 혹은 대출 여력이 생긴다면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빼내 개인 채무 위주로 갚자. 무엇보다 우리가 채무 상환을 못할 때 고통 받는 주체는 사람이지 회사가 아니다.


어차피 금융기관에 100만원이든 1억이든 채무가 남으면 신용불량으로 등재되기는 마찬가지다. 또 나중에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려 하거나,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을 받으려면 아직 신용이 남아 있을 때 최대한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빚을 지는 게 좋다. 다중 채무자가 되어야, 개인회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채권이 오래되면 국민행복기금에서 채권을 인수받아 감면절차를 밟게 해준다. 또 한편으로 여러 곳에 채무가 있으면 채권사의 추심의지가 좀 더 떨어진다.


우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대체로 가장 가까운 가족이거나 친인척, 또는 절친한 친구일 것이다. 그들에게 외면당하면 사람 구실하기 힘들어진다. 당신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나마 도움을 바랄 수 있는 곳은 결국 사람이지, 금융기관이 아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이라도 갚자. 그리고 솔직하게 사정을 애기해라. 특히 중요한 것은 연락을 회피하거나 잠수타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연락이 씹히면 인간적 배신감 때문에 개인 채권자는 더 분노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평판도 안 좋아지고 인간관계 파탄난다.


나의 경우 큰형님에게 1억을 넘게 빌려 지금까지도 못 갚고 있다. 비록 빚 탕감을 받기는 했지만 가족이라도 형님에게 전화가 올 때는 오금이 저렸다. 그래도 형님 생일 때마다 찾아가서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드리고 또 가족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빚을 지기 전보다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졌다.


또 절박한 상황에서 가까운 친구에게 소소하게 빌린 돈도 많다. 여력이 있을 때는 갚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았다. 심지어 천만 원 빌려 10년째 이자 한 푼도 못 갚았음에도 돈 달라는 소리 한 마디 안 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들의 호의는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우는 아이 젖 주듯 집요하게 독촉하는 고리대금 이웃한테 이자를 지불하면서도 이 친구에게는 얼마라도 갚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많이 후회된다.


그럼에도 그런 친구들과 가끔 만나서 술이나 밥을 얻어먹는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 친구들의 돈을 갚겠다는 의지, 내가 혹시나 잘 되면 이들에게 크게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뻔뻔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간관계를 끊지 않아야 기회도 생긴다.


다만 사채업자나 주변이웃에게 빌려 고리를 많이 주고 있었다면 더 이상 지급할 수 없다며 그냥 쌩까도 무방하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치고 실제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면 당신은 당분간 채권사들로부터 독촉에 시달리며 본격적으로 신용불량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다운로드.jpeg


to be continued...





지난 기사


루저론 - intro

루저론1 - 노력과 의지를 믿지 마라

루저론2 - 한국 사회의 노력 이데올로기

루저론3 - 능력주의와 공정사회의 함정

루저론4 - 무한경쟁은 미친 짓이다


신루저론 - 끝없는 욕망과 희소성 그리고 루저

신루저론 - 루저의 문제는 현실이다






루저C


편집 : 꾸물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