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 사건’의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당이 검증에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조직적으로 없는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한 정당이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다.'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김관영 진상조사단장 (링크)



모두가 예상했던바 그대로, 이유미 혼자서 조작. 지시는 없었고, 당에서 제대로 확인 못 한 건 미안하다는 결론이다. 물론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거창한 진상조사단 이름을 달았으나 국민의당에서 했다는 건 고작 당사자들 불러서 "너 범죄 저질렀어?" 라 물어보고, "아니." 라는 답변을 듣고 "우린 잘못 없어!" 결론을 내린 게 전부다.


당의 좆망이 걸린 문제를 셀프로, 이처럼 신속하게 하겠다는 것부터 '진상 조사'는 물 건너 간 것이었다. 국당의 주장대로 무능력해서 검증을 제대로 못 했던, 세간의 의혹처럼 조직적 개입이건, 국민의당에게는 이 사안을 조사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국민의당에서도 시선을 의식한 듯 (우리는 죄가 없지만)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정권 출범부터 적폐로 규정된 검찰로서는 놓칠 수 없는 찬스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사안에서마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게 될 터. 검찰은 더 때려 맞기 전에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야 한다.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해서 나는 검찰이 이유미 씨를 붙잡고 조작을 지시한 윗선을 밝히려 노력하는 사이, 어쩌면 삽을 더 넓게 떠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5월 5일, 12시 33분

 


201064352.jpg



이유미 씨는 녹취록을 건네주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그 녹취로 아는 기자들을 섭외했다며 곧 기사가 나올 것이라 알려준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기사들 나오면 고시생 카페등 여러곳에 링크 태워야해"

 

이에 이유미 씨가 답한다.


"네 퍼나를게요."


이준석이 지시를 했고, 이유미가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결과물은? 어느 언론을 찾아봐도 이를 추적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해서 주요 포털의 고시생, 공무원, 공기업 카페를 샅샅이 뒤졌다.


그랬더니, 



5월 5일, 21시 19분



e1.JPG



당일 저녁, 회원이 수십만에 이르는 대표적인 공시생 카페에 해당 기사 링크를 태운 글이 올라온다. 


글쓴이는 A 씨. 이 의혹 제기는 그가 이 카페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다. 누군가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특정한 카페에, 첫 글로, 국민의당이 주장한 의혹 제기 기사를 올렸다.



A는 누구인가


A 씨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바탕으로 검색한 결과, 한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국민의당의 관계를 찾던 중,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했다.


221.JPG 


국민의당 창당발기인. 그리고 국민의당 청년위원회 간부. A는 국민의당에 연관된 인물이다. 정황만 보자면, 그를 의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왜 갑자기 공시생 카페에 가입해 글을 쓴 것일까?


당사자인 A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통화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권유로 국민의당 2030 희망위원회에 들어갔다.


 - 이유미 씨와는 친분이 없다.


 - 실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글을 올렸다. 지시는 받지 않았다.


 - 국민의당 진상조사위나 검찰에서 조사받은 적은 없다. 아무 연락도 안 왔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았고, 스스로 공시생 카페에 해당 기사를 링크했다고 한다. 그럴 지도, 아닐 지도 모른다.



당 조직이 동원되었는가


다만 사실여부를 떠나 그가 2030 희망위원회 소속이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2030 희망위원회는 대선 중 운영된 국민의당의 청년조직으로, 규모는 20여 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 위원회를 당에 소속된 수많은 위원회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없다. 위원장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 부위원장이 이유미 씨였기 때문이다.


3321.JPG


국민의당에선 이준서와 이유미의 대화를 사인 간 대화로 축소시키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국민의당 대선 조직이었던 2030 희망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대화이기도 하다. 그 위원회의 부위원장은 증거 조작 혐의로 구속되었고, 위원장은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국민의당이 조직적으로 이 스캔들에 관여했다면, 역할분담이 있었을 테다. 녹취록 조작 자체는 이유미 씨 혼자서 한 것일지 모른다. 다만 큰 그림에서 보자면, 이준서 씨가 지시하고(혹은 더 위) 이유미 씨가 증거를 조작하고, 유포와 확산의 역할을 누군가 혹은 어떠한 조직이 맡은 그림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희망위원회는 셀프 조사에서조차 배제되었다. 넌센스다. 대단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의문을 갖고 약간의 구글링과 정보 취합, 최소한의 취재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검증에 실패했지만,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하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라던 국민의당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검증에만 실패한 정당으로 남을런지, 검증을 게을리하고 조직적으로 유포, 확산한 정당으로 남을런지,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유포, 확산한 정당으로 남을런지, 두고 볼 일이다.





cocoa

Profi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