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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도 측량 문제가 생기는 탓에 왜 10년이나 늙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길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사건은 발생했습니다.


토목과 건축 시공의 허가 과정에서 개발허가가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군청에 측량조사를 신청했습니다. 그 결과 땅의 폭이 무려 1미터 이상 줄어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뒷집과 여유 있게 떨어트려 놓은 공간에 문제가 생겼고, 시일 또한 미뤄졌습니다.


이 일을 교본 삼아, 집 지을 때 건축주가 꼼꼼하게 보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같이 살펴보도록 합니다.


- 측량
- 하자
- 결제
- 유지
- 이웃
- 비용
- 기한



측량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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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이든 아니든, 측량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재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누구의 실수든 물질적으로나 시간으로나 피해받는 것은 건축주이기 때문입니다.


임야에서 대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측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저희처럼 줄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측량사무소에서 이렇게까지 줄어든 적이 딱 한 번 있었다고 했는데 이젠 2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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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폭이 1미터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에 뒷집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계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여유를 많이 두고 기초를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수정하는 수준에서 멈출 수 있었습니다. 측량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면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면서 기초를 철거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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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면적은 같지만 줄어든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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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측량 결과를 놓고 긴급회의 중.
가장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현장소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했습니다만, 직영공사의 특성상 저희도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제가 생겼을 시 건축주와 현장소장의 원만한 문제해결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잘 해결되었지만, 공사 일정이 미뤄지기도 해서, 건축주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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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의 하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방수 문제는 치명적 하자가 될 수 있으므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건축물의 수명이 단축된다.


건축주는 ‘하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전원주택을 짓는 것 자체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디에선가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유지보수를 하면서 생각지 않았던 하자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정말 급하게 써야 하는데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파트에 살 땐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해주던 일들을 이젠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하자에 조금이라도 잘 대처하려면 우선 계약을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얼마 전 TV에서 본 ‘전원주택의 하자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고 집을 짓는 경우도 있었으며, 지인과 계약해서 반대로 건축주가 쩔쩔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약서 외에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이전에 시공했었던 건축주들의 만족도 조사입니다. 해외에서는 건축협회를 통해서 시공사의 능력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그런 데이터가 없습니다. 모든 정보는 건축주 개인이 모두 조사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100% 믿지는 마시고, 이전 건축주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무엇보다 ‘치명적 하자’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설계와 다르게 느껴지거나 마감처리가 부실해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공을 해주시는 분들은 나름대로 신경을 쓰겠지만) 집을 지을 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구조도에 대한 설계까지 건축주가 챙길 수 없으므로 외부감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짓기에 엄청난 자재와 인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어떤 점이 잘되고 어떤 점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알기가 힘듭니다. 외부감리는 시공사에게 시정사항을 요구하는데, 시공사로선 시정사항을 무시할 수 없으니 좀 더 집짓기에 신경을 쓰겠죠.


하자 없는 집을 짓기 위해선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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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건축엔 악습이 있습니다. 추가결제를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건축주가 가장 머리 아파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제대로 시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가 1~2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하면 건축주는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시공사의 잘못이지만, 당장 이사 날짜를 잡아야 하는 건축주는 비용을 더 주고 달래서 공사를 속행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습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추가금액을 낸다고 해서 시공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이는 대체로 시공사-이전 건축주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제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장 많이 시행하는 방법은 ‘공정별 지급’입니다. 한 공정을 마치면 해당 공정에 대해 건축주가 만족할 정도의 결과를 냈을 때 비용을 지급하고, 그 다음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죠.


간혹 시공사와 너무 친해져서 금액을 모두 미리 지불하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비용이 공사에 온전히 쓰이지 않고 다른 곳에 쓰일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금액을 후불로 지불하는 경우도 보았지만, 시공사 측의 자금부족으로 인해 (자의 혹은 타의로) 공사가 중간에 멈출 수 있습니다. 시공사 측에서 공사를 계속해서 미루면 그 피해 역시 건축주가 지기 때문에 결제방법에 대해서는 쌍방 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결정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결제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얽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하고 계약서상에 이 부분을 꼼꼼히 기록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유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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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을 때는 예뻐도 ‘유지’를 하기 힘든 설계 혹은 자재가 있습니다. 시공 혹은 거주 중에도 극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되니, 유지보수 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설계 혹은 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목난로(나무 장작을 연료로 쓰는 난로)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땔감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필요합니다. 화목난로 자체는 저렴하지만 연통이 필요하니, 시공비까지 더하면 몇 백만 원이 우스워집니다. 또 화목난로를 쓰기 위해선 부지런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전원주택을 짓다보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집니다. 저 역시 사우나와 히노끼 대중탕을 짓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설계 단계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시공도 시공이지만 사용할 때의 유지보수도 문제입니다. 열 번은 생각해보고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웃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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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다 보면 이웃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웃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공사를 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말입니다. 저희도 주변 이웃들께 인사드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충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먼저 들어와 사는 입장에선 집 주변의 먼지와 소음이 반갑지 않겠죠.


이웃과의 관계를 미리 마련하는 게 좋습니다. 폐를 끼치면 이웃은 당연히 시청이나 군청에 민원을 넣을 것이고, 공사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설계와 다른 시공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당장 보상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미 틀어진 관계라면 “어떠한 보상도 필요 없으니 공사를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면서 이웃을 대해야 합니다.


반대로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공사를 하는데 소음과 분진이 너무 심하다면 역시 괴로울 것입니다. 사전에 충분한 양해와 관계를 맺는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소홀히 대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릅니다. 충분히 신경 써야만 하겠지요.



비용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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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다보면 예산을 넘어서는 순간이 옵니다. 자재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생각지도 않게 설계를 변경하기도 하니까요.


저희는 바닥온돌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추가로 동판을 깔았습니다. 당장 100만 원이 뛰는데 설계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아이디어까지 떠올라서, 순식간에 비용이 확 올랐습니다. 예비비를 충분히 책정했다고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예비비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공사를 순조롭게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집을 짓는 것은 2D 혹은 3D도면으로 보는 설계와는 또 다릅니다. 해보고 싶었던 것이 떠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빼버리고 싶은 것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더하기를 계속하고, 예산을 초과하기 마련입니다.


공사 전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하실지 모르겠으나 시공에 들어가면 하나둘씩 바꾸기 시작해, 비용이 금세 늘어납니다. 설계 기간을 오래 잡고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면 조금이나마 충동적인 추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시공사의 부당한 추가요금과 상관이 없지만, 건축주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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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한 역시 면밀히 따져서 정해야 한다.


처음 잡은 기한 내에 시공을 마치기가 힘듭니다. 계약서엔 ‘언제까지 마치겠다’는 약속이 있더라도 대부분 기한을 넘깁니다.


잡아둔 이사 날짜에 움직일 수가 없어서 원래 짐을 컨테이너나 월세 방에 넣어 놓고 생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공사기한을 잘못 잡아서 생긴 문제로, 건축주가 무리하게 빨리 해달라고 할 때도 발생합니다. 마감처리 기한을 무리하게 빨리 앞당길 경우 집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퀄리티를 생각해 적정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늦더라도 제대로 된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a. 갑자기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다.
b.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
c. 대금 결제를 너무 미루지 않는다.
d. 무리한 공사 기한은 부실공사를 낳는다.


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신다면 분명히 공사 기한을 너무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 시공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엔 전원주택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모듈도 있고 공법도 있습니다만, 빨리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시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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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다보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예방을 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대부분 집을 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하지만 꿈꾸는 집짓기가 조금은 고된 작업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집짓기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10년 더 젊어지는 집을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 번에 보는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