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금은 아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일요일마다 꾸준히, 그리고 당연히 나가던 교회를 끊어버린 건 MB 때다. 그 전, 그러니까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까지 교회는 따뜻한 곳이었다. 정작 집에서는 발산하지 않던 내 사춘기 지랄력을 사랑으로 인내하고 감싸준 선생님들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 내가 교회를 떠올렸을 때 첫 번째로 생각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을 좌파의 손아귀로부터"라는 말을 듣고 놀라 눈을 떴다. 무려 대표 기도 시간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갓 성인이 되었을 무렵이라 큰 교회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모두 그 기도에 "아멘"을 외쳤다. 이상했다. 머리가 좀 크고 난 후 바라본 교회는 종교적 가치와 무관한 정치적 발언을, 종교의 이름 아래 하고 있는 이익집단이었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 나중에야 알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교육을 좌파의 손아귀로부터 지켜달라고 하는 기도에 단체로 아멘을 외치는 집단에 내부적 자정작용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희망이다.

 

그 후로 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종교인 과세는 '유예'를 논한다. 교회를 끊었던 그 십여 년 간, 자정작용은 이뤄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국민 세금에 그토록 관심 많던 일부 목사들은 본인 세금 내기를 거부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3대 목표(동성애, 이슬람, 종교인 과세 반대)를 밝혔(다만 그러라고 한 종교개혁은 아니라고 본)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기 위해 정부는 교단별로 간담회를 추진해 다 큰 어른들 '달래기'에 나섰다.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 언론에서 다루는 동안 대체 종교인 과세는 무엇인지, 누가 무엇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인지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가올 선거와 국민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 둘 다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균형된 시각을 가진 인터뷰이를 찾아 떠났다. 그 길의 끝에서 대표적인 진보적 시사평론가이자, 대표적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의 전 당원 김용민 PD를 만났다.



가로줄.jpg



11.jpg


: 김용민 PD / : 인지니어스



종교인은 언제부터 세금을 안 냈나

 

: 종교인 과세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당연히. 국민이면 세금을 내야죠. 국민이 세금을 내면 누가 세금을 내요.

 

: 국민이 세금 낸다고 생각하니 너무 당연한 얘기라 이미 납득해버렸어요. 벌써 인터뷰를 끝내도 될 것 같네요. 근데 종교인들은 언제부터 세금을 안 낸 건가요?


일제강점기 때부터 걷었어요. 19세기 말에 미국에서 선교사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어요. 조선 땅에 터를 잡아가는 , 지나니까 일본이 청일전쟁도 이기고 러일전쟁도 이겨서 한국을 집어삼킬 태세였어요. 미국 선교사들은 끝내 일본이 한국을 먹을 것이라고 봤어요. 상황에 한국인 편에 서서 일본과 맞서는 나을지, 아니면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먹게 놔두고 대신 기독교 전도의 자유를 보장받는 나을지 고민했는데, 결국 후자로 거죠. 그래서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오면 내쫓고 그랬었어요. 그러다가 교회는 독립운동은 고사하고 뜬금없이 부흥회나 하면서 민족적 역량을 소진했고 사이에 일본은 스무스하게 한국을 먹었죠. 만약에 독립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교인들이 교회를 거점으로 해서 일본과 맞섰다면, 한국은 쉽게 먹히지 않았겠지요.

근데 흥미로운 ,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잖아요. 1910년에 나라 뺏기고 9 있다가 운동이 벌어졌는데 사이 교인들이 각성했던 거예요. 회개운동에 몰입하다가 스스로 존재의식을 깨치게 됐고 나아가 자존감마저 얻게 거지요. 그래서 뒤늦게 교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불붙게 되고, 천교도와 함께 만세운동 전면에 나서게 거에요. 그러자 일본은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개신교를 마구 두들겨 팼죠. 잡아간 목사들을 죽이거나 최소한 반병신으로 만들어놓았어요. 하지만 일본은 개신교 종주국이나 다름없던, 아니 개신교와 동격이자 동체였던 미국과의 친선관계를 당시만해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때는 2 대전이 본격화되기 전이었으니까.개신교에 대해 모질게 탄압한 것도 미안한 것도 있고, 협조받을 일도 있고 해서, 미국 선교사들한테, 너희한테 세금 걷을 이러면서 면세 혜택을 거지요.


: 해방 이후에는 왜 과세에 실패한 거죠? 


해방되던 당시는 38도선을 기점으로 북쪽은 모두 공산권이었던 터남한을 친미 반공 개신교 국가로 만들 구상을 품고 있던 미국은 기독교인이라면 친일부역자라도 문제 삼지 않고 대부분 복권시키고 높은 자리에 앉히기까지 했어요당연히 목사를 상대로 세금을 걷지 않았고요이 기조는 정부 수립 후 이승만 대통령 때에도 이어져 갔던 겁니다그런데 국가 공동체 구성원들을 연병장에 세워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시키던 박정희는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이지요그래서 1968년 7월 2일에 종교인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공포했어요하지만 이 역시 실행이 안 되고 있어요오늘날까지왜 실행이 안 됐느냐종교인 과세는 일종의 줬다 뺏는 건데저항이 있지 않겠어요사실 박정희 그리고 후대의 전두환도 쿠데타로 집권한 터라 쓸데없이 종교인들 건드려 뒤탈을 자초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겁니다사실 그들한테 세금 걷어봐야 몇 푼 못 모았을 테고요.

 

: 교회는 많았을 텐데 왜 몇 푼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그 당시 대형 교회는 몇 없었으니까. (박정희가 세금 걷으려던) 1968년만 해도 1000명 이상이 나오는 교회는 거의 없었어요그러다보니 부자 목사는 별로 존재하지 않았고요.

 


이제부터 세금을 낼 종교인은 누구인가

 

: 교회는 뭘로 먹고 사나요?


: 헌금이죠헌금 수입.

 

: 그냥 헌금? 헌금 종류는 되게 많잖아요. 감사헌금, 건축헌금...


알짜는 십일조에요교인들이 매달 월급을 받잖아요예컨대 200만 원 받으면 10의 1은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


: 맞아요.


200만 원이면 십일조는 20만 원이 되겠지요근데 그런 교인이 30명이 된다고 쳐 봐요월 수입이 600만 원 아니에요그걸 목사님이 제 주머니 속 돈처럼 마음대로 주무르는 거야작은 교회면 목사님이 대부분 다 자기 수입으로 가져가는 거지.


: 종교인 과세를 시작하면 들어온 헌금 전부에 세금을 매기는 거예요? 아니면 쉽게 말해 목사 월급에 세금을 매기는 거예요?


종교단체는 법인세상속세증여세 이런 것을 안 내지요부가세지방세도 면세 대상이 되고요.


: 그런데 이번 종교인 과세의 대상은 오로지 월급만 인 거죠?


소득세에 해당할 거예요. 목사님이 받는 월급에 한해. 지금 개신교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이유의 본질은 교회가 거두는 수익 그리고 그 수익에 따른 자금 흐름을 관청이 들여다볼 수 있을 거라는 두려움 아니겠어요? 목사들의 소득세를 들여다보면 당연히 교회 것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찜찜함 말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자금 영역을 철저히 베일에 가리려 하는 거죠.


: 계좌이체로 받으면 통장에 받으면 잡히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해요?


계좌추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검찰 국세청 등 소수의 권력기관이 탈세하는 사람에 한정해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따라서 현재 스코어, 세금을 원천적으로 안 내는 목사님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는 겁니다. 목사님들을 거점으로 해서 교회밖의 비자금 루트가 형성된다면 모를까.



4444.jpg



: 과세를 시행하면 모든 목사가 세금을 내는 건가요?


과세점 이하에 있는 목사들이 아주 많아요. 20여년 전만 해도 교회 십자가 종탑 세우기만 하면 교인이 수십명 정도는 모였어요. 근데 지금은 소리 소문 없이 문 닫는 교회가 부지기수에요. 헌금 수입으로는 도저히 운영이 안 되니까 낮에 택배기사하고 밤에 대리 뛰는 목사님들이 부지기수라는 말이에요. 교단과 학교를 막론한 신학생들의 하나같은 현실적 고민은 ‘아, 내가 나중에 목사가 돼 교회를 개척한들(차린들) 교인이 모이겠는가’에요. 그러다보니 큰 교회 부교역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과열되는 것이고요.


: 그렇다면 실제로는 돈을 못 버는 목사들에게는 변화가 없는 건데, 왜 과세에 대한 저항이 커 보이나요?


결국 지금 반발하는 주체는 큰 교회 목사들입니다. 이게 마치 부동산 자본가를 옹호하는 보수신문의 논리와 맥락이 같아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서 정부가 대출규제를 하니까 조.중.동에서 뭐라고 합니까, 그렇게 하면 지방에 있는 건설업체들이 다 망한다, 이러잖아요. 언제부터 이 신문들이 지방건설업자들을 걱정했다고. 약자의 실존적 고민을 대변하는 척 하면서 정의 실현을 차단하는, 이 수법 그대로예요. 그니까 가난한 목사들의 주머니 사정을 구실로 들어 납세를 회피하려는 거죠. 이 새끼들이...


: 가난한 목사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거죠? 실제로.


그렇죠. 그걸 떠나 종교인을 상대로 걷게 돼도 전체 세금 수입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도 크지 않을 거예요. 다만 개신교에 대한 국민의 비판 정서를 감안하면 목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스스로 납세하겠다고 선언해야 해요. 그런데 거꾸로 반대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지요. 이렇게 교회 밖의 기온을 모르나.

 

: 성경에 종교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런 얘기가 있나요?


그런 게 어딨습니까? 다만 십일조 얘기가 있기는 해요. 오늘날의 세금과, 성서시대 즉 과거 신정국가 시대의 십일조는 흡사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진보신학자 중에는 정직한 세금 납부로도 십일조 봉헌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지요.


: 그렇죠


신정국가. 국가와 종교에 구분이 없었단 말이에요. 국가가 종교고, 종교가 국가인 그런 사회이다 보니까 당시에 헌금이 세금과 같은 개념이었어요. 세금의 중요 목적이 무엇입니까? 소득 불평등 현상 즉 양극화 문제의 해소 아니에요? 정부는 국민의 편 가르기, 위화감을 해소할 책무가 있어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래서 부자한테 세금을 더 걷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의 복지를 위해 더 쓰는 거고요. 신정국가 시대에 십일조의 개념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 네


당시에 십일조의 목적은 무엇이었느냐. 과부, 가난한 백성 또 소득이 없지만 봉사하는 제사장 이런 사람들의 생계를 챙겨주는 것이었습니다. 십일조 정신을 오늘날 제대로 실천하려 한다면 5만개소를 자랑하는 한국 개신교회는 최소한 (성서에 나와 있는대로) 우리 사회에서 과부, 고아들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지 않도록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과부, 고아 챙기기는커녕 제사장 즉 목사한테만 줘야 한다는 식으로 성경을 오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십일조 수입은 다 목사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펴는 야바위들이 나오는 거고요.


: 신기하네요. 신정국가 당시의 십일조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게 세금이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죠. 실은 그래요. 세금이 우리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 아니에요? 그렇다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무거운 책무를 지닌 목사들은 당연히 납세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목사들은 세금 내기를 회피하고 있지요. 모순이지요. 그런데 이 모순에는 특권의식이 숨어있어요. ‘내가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속된 세계에서 일하는 백성과 달리 나는 성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라는 전제로 해서 ‘그 백성들은 세금을 떼고 헌금한다. 그런데 헌금으로 사례금을 받는 목사가 또 세금을 낸다면 이는 이중과세 아닌가’하는 게 종교인 납세 거부 목사들의 논리입니다.

 

정치인은 왜 종교계를 의식하나

 

: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세금을 내는 범위도 작고, 종교권의 일인데 왜 이렇게 시행이 안 된 걸까요?


목사들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선거 때 ‘해코지’ 당할까봐 쩔쩔매는 겁니다. 때는 단 한 표라도 중요한 시기 아닙니까? 그런데 매주 최소 25분, 많게는 한 시간 동안 예배 시 발언권(설교권)을 지닌 목사가 자기를 잘근잘근 씹어대면 선거 때 막급한 여파를 입게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후보자로 하여금 자다가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이 심리를 악용한 것이 작년 총선 때 ‘동성애 오적 사건’입니다. 동성애를 사회악, 기독교의 적으로 규정한 일부 목사들 작품인 거죠. 오적이 누구냐. 진선미 의원, 은수미 의원, 이상규 의원, 남인순 의원, 그리고 표창원 의원 이렇게 다섯 분이에요. 이중 괴수로 B 의원이 찍혔어요. 사실 보수는 B를 두려워해. B는 반듯하고 품격이 있어 보수의 가장 좋은 덕목을 선점한 정치인 아닙니까? 그러니까 B 의원의 발언 또 행적에 관심을 갖는 거지요. 딴지인터뷰에서 포르노 얘기였나, 이거 신나게 악용했지요?


: 포르노 합법화


그걸 가지고 한 인격을 개쓰레기로 둔갑시켜 버리는 거지. B 의원이 한 말은 동성애를 전파하자는 게 아니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말자 이런 얘기 아니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인데, 이 발언을 빌미로 해서 나쁜 목사들이 B를 ‘동성애자의 괴수’로 꼽은 거예요. 끝내 B 의원은 동성애포비아인 C 목사가 하던 교회의 예배에 가서 머리를 조아렸어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겁니다. 그때 같은 당 D 의원은 E 목사가 하는 행사에 가가지고 ‘아 저는 동성애 반대합니다’ 이딴 소리를 했어. X같은 새끼한테. 시덥지도 않은 X새끼거든. 그 새끼.


: 방금 좀 자유당 느낌 났어요. 그 거침없는...



5551.jpg

출처 - 국민일보(링크)


그래요? (만족) 하여튼 뭐. 그러니까 예배당에 모인 지역구 유권자들, 예컨대 교회당에 모인 백성들에게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고 훈계하는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자처럼 여기게 돼 있어요. 그 교회 교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목사의 힘은 더욱 커보이고요. (물론 선거 지나고 나면 그 목사를 비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해서 공직선거 출마 정치인은 선거 때만 되면 목사한테 고개를 조아립니다. 선거 때에 한정되지만 목사는 이때 존재의 의미를 가장 크게 느끼게 됩니다. 요컨대 이거에요. 목사가 사회 구성원에게 신망을 잃고, 교회 또한 권위를 잃는 시대, 목사들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 군기 잡으려고 하는 거죠. ‘나 무시하지 말아라’ 이러면서요. 그 믿음의 바탕에는 “우리 손으로 2012년 총선 당시 서울노원갑에 나온 국회의원후보 한 명 낙선시켰다”는 경험칙이 있어요. 아시겠지만, 그 국회의원후보가 전데요. 저는 그 자들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닙니다. (급 흥분) X같은 새끼들. F*** Y**다. 시발놈들.

 


22.jpg



(다시 급 차분)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이거에요.



인터뷰에 응하다 다소 과도하게 흥분해버린 김용민 PD는 "그 XX, 지옥 갈 거야."라고 말하고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다. 찰진 육두문자가 불같이 떨어지던 인터뷰 현장에 다시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평화가 찾아왔다. 짧은 순간이지만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이 시대의 참 균형인을 보았다.



종교도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다  

 

: 정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건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거 있으세요?


정교한 메시지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은 들어요. 과세당국이 ‘당신들 특권의식 버리고 세금 내!’ 이렇게 찍어 내릴 게 아닙니다. 교회 내부에서 교인들이 ‘목사님, 이젠 세금 내시죠. 세금이 덜 걷혀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데’라며 권면하는 게 그림상 제일 좋아요.


성직은 특수하지요.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절대자의 가르침대로 정의를 실현하는 일. 이걸 직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날 존경해다오’, ‘나는 성스러운 사람이니 세속의 백성과 섞어서 보지 말라’ 이렇게 스스로 성역화하면 과연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성직의 특수성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해줘야 하는 가치입니다. ‘나 목사야. 야, 나 목사인데 말이야. 어디서 세금을 걷으려고 해?’ 이러면 누가 권위를 인정하겠어요? 한국 개신교가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된 데에는 동의 못 얻는 특권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신정국가 사회에서의 제사장과 현대 민주주의 국가 공동체에서의 목사는 위상과 역할이 달라요.


: 기독교가 좀 더 건강하게 사회에서 일반 대중들과 공존하기 위해 종교인 과세 외에 필요한 게 있을까요?



210574_65187_342.jpg

출처 - 뉴스앤조이(링크)



세습하지 말아야죠. 어떻게 세습이 정당화될 수 있겠어요? 교회는 하나님의 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왜 사유화해요? 지 것도 아니면서. 물론 교인 수가 얼마 안 되고 그래서 누구도 오려고 하지 않는 곳인데 아들이 이어받는다면 박수 받을 일이지요. 근데 천 명, 만 명 이런 규모의 교회에 자기 아들을 담임목사로 심는다? 그것은 나쁜 세습, 부당한 기득권 대물림입니다. 대다수 대형교회는 담임목사한테 줄 서 있는 시스템입니다. 목사를 정점으로 해서 권력 구조, 이권 구조가 형성돼있단 말이에요.


: 근데 교회에서 권력이랄게 뭐가 있어요?


예컨대 교회 가보면요, 생수대가 있잖아요. 생수대 임대는 아무개 집사, 생수 조달은 또다른 아무개 집사. 생수대 옆에 달린 종이컵 보급은 또또 다른 집사. 생수통 하나에도 서너 교인의 이권이 연결돼 있어요. 이런 구조 정점에 선 담임목사가 내 아들을 담임목사로 하겠다면, 목사 가족보다 교인이 더 지지하게 돼 있어요.


: 결국 돈 때문에 그런거죠? 그 정도 규모의 교회를 그냥 밀어주는 건.


그렇죠. 생수통을 예로 들었는데 이건 1천분의 일이고. 당장 떠오르는 걸 순서 없이 나열하자면, 각종 건축, 자재, 부동산, 예배 영상 음향 조명 장비. 그거 어떡할 거야. 교회 식당 운영, 카페의 커피 원두 조달은 누가 할 거냐 이거지.


: 이건 번외 질문인데. 벙커원교회 하시잖아요. 거기선 헌금을 어떻게 하나요?


: 우리는 한 푼도 안 받아.


: 그렇게 하는 이유가?


종교단체에서 잉여가 생기면 그 크기만큼 썩어요. 그래서 벙커원교회는 실험을 한 거야. 헌금은 있되 교회가 안 걷는. 헌금한다는 교인에게는 선교단체, 구호단체, 시민단체 계좌번호를 알려줘요. 거기다 하시라고. 물론 교회 운영을 하다보면 돈이 들어가기는 하죠. 그래서 교인들이 알아서 회비를 내는데 이마저도 1년에 한 사람당 5만 원 이상 내지 못하게 돼 있어요. 이 돈은 다만 회비지, 헌금이 아니에요.



333.jpg



: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끝났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나요?


한국 개신교회가 이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하니까 ‘야, 너희들 나 무시하지 마. 나한테 까불면 좆 되는 수가 있어.’ 이렇게 끊임없이 정치권력자한테 위세를 떨려고 하지요. 이게 어떤 존재의 인정욕구라고 해야 하나. 이젠 제발 힘이 아닌 선의로 존경받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 겁니다.



가로줄.jpg



교회를 끊은 후 다시 교회를 가려고 몇 번 시도했다. 하지만 규모가 좀 있는 교회치고 맘 붙일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교육을 좌파의 손아귀로부터 지켜달라던 기도. 교회를 찾는 것은 거의 매번 그때 느낀 환멸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었다. 목회자를, 장로를, 집사를, 거기서 아멘을 외치는 교인을 미워하며 몇 개의 교회를 드나들었다.


그런 이유로 나의 성경 지식은 스무 살 이전의 것에 머물러 있다. 기초 교육은 깊지 않은 대신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가르친다.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경 지식이 목사의 그것처럼 깊지는 않아도 가장 기본적인, 누구나 쉽게 이해할만한 수준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다. 최소한 내가 교회에서 배운 예수는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스스로를 최대한 낮추면서도 그 길을 따르지 않는 어떤 이도 배척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는데, 정작 이것을 따라야 할 한국 교회는 왜 예수의 정신을 따르지 않을까.


목사가 세금을 낸다고 해서 잃었던 신망을 당장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혼자만의 성에서 내려와 그들도 일반 대중과 동등한 위치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가장 낮은 위치로 가는 건 일단 동등해진 후에 할 일이다. 






인지니어스


사진: cocoa


Profile
we are all somewhere in betw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