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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중 모 은행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은행업무는 크게 은행을 방문하시는 고객님들을 상대하는 "영업점"과 은행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영지원, 회계, 업무지원 등 업무를 담당하는 "본부부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은행에 근무하는 분들은 꽤 다양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주로 찾으시는 영업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선 가장 먼저 마주치시는 분은 아마 청경반장님일 것 같습니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찰에 준하는 업무를 하시는 이 분들은 고객님들이 찾아오면 어떤 업무로 오셨는지 물어보신 후 그에 맞게 번호표를 뽑아주시기도 하시죠.

그렇게 번호표를 받으실 때 통장을 새로 만들거나 간단한 입출금 업무를 보러 오셨다면 아마 "빠른상담창구" 등의 이름이 붙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거기엔 젊은 여성분들이 주를 이루는 이른바 "텔러"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죠. 이분들은 대부분 고졸공채로 채용된, 엄밀히 따지자면 정규직은 아닌 분들입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은 아닙니다. 바로 "무기계약직"인데요 그래서 이분들의 업무나 처우, 승진체계 등은 대졸공채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펀드가입이나 대출 등 업무를 보러 은행을 방문하셨다면 "종합상담창구" 등의 이름이 붙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거기엔 "금융매니저", "펀드판매자격사" 등의 추가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한 이른바 "행원"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대졸공채로 채용된 "일반직" 분들입니다. 업무의 양이나 실적관리 등 모든 면에서 이분들이 실제적으로 은행을 이끌어 가는 분들이죠

위의 말한 업무를 개인고객이 아닌 기업체, 법인 등의 자격으로 은행을 방문하셨다면 은행 한켠에 마련된 "기업전용창구"나 "SOHO"창구 등으로 가셔서 별도의 기업, 법인전용 상담을 받으실 겁니다.

혹시라도 금융자산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방문하실 수 있는 "PWM"이나 "WM"등 VIP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고급스러운 방으로 가실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만약 은행을 방문하시더라도 저를 보실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본부부서에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군, 은행의 또다른 무기계약직 중 한 명 입니다. 은행에 근무하는 은행원인 듯 은행원 아닌 은행원 같은 사무직원들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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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은행의 무기계약직, 사무직군이란 것에 대해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번 문재인대통령 정부아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나 "금융권 비정규직 없앤다" 등의 기사나 뉴스들을 접하면서 은행의 무기계약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정작 무기계약직이 뭔지, 무기계약직이 어떻게 근무하고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업계 종사자로서 글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은행의 무기계약직, 그 중에서도 제가 속한 사무직군이 하는 일에 대해서 써 보려 합니다.

대부분 은행을 떠올리시면 가까운 ㅇㅇ은행, ㅇㅇ은행 등 "영업점"에 있는 텔러나 행원들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영업점이 별개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감은 안 오시겠지만 실제 조직 구조상 은행의 영업점은 ㅇㅇ부 라고 생각하면 되고, 은행의 지점장도 부서장급 즉, "부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업점은 말 그대로 영업을 하는 곳입니다. "영업점"에서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면서 이율의 차이 즉, 예대마진(대출로 받은 평균 이자에서 고객에게 돌려준 평균 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 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금융기관의 수입이 되는 부분을 말함)이라는 은행의 가장 근본적인 수익을 발생시키는 곳입니다. 은행도 기업체이기 때문에 영업점이라는 영업조직이 있으면 이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부서도 있어야겠죠? 사무직군들은 바로 이런 관리, 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은행에서 펀드하나 가입하러 가면 은행직원이 보험도 추천하고 카드도 추천하고 방카에 대출에... 혼자서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알고 하나? 하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비결은 바로 본부의 영업지원담당 부서와 사무직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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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군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이 바로 영업지원팀입니다. 여신규정, 외환규정, 대고객지원 등 많은 지원부서에서는 영업점 직원을 상대로 문의에 응대를 합니다. 한마디로 "영업점 직원들은 영업만 해라, 지원은 본부가 해주겠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모든 은행원들이 업무파악도 되지 않은 채 영업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날이 쏟아지는 상품, 수시로 변동되는 내규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본부부서의 사무직군들은 본인의 영역내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합니다.

본부부서의 직원들은 "나의 고객은 영업점 직원들이다" 라는 CS교육을 받습니다. 좋은 얘기지만 한 가지 무시무시한 점은 같은 은행의 직원이지만 영업점 직원이 저희에겐 갑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본부부서 CS평가라고 하여 영업점 직원들이 본부부서를 평가 합니다. 그 평가점수가 본부부서의 실적 등에 반영이 되는 거죠. 가끔은 같은 직원이면서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모욕을 주는 직원분도 계실만큼 지원부서의 업무는 꽤나 감정노동이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업점 지원업무가 사무직군의 업무에 90%정도에 달하고 대부분의 직원들도 위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배치가 됩니다. 하지만 간혹 지원부서가 아닌 인사부, 총무부, 감리부 등등의 부서에 배치된 사무직군들은 부서의 "서무" 업무를 맡습니다. "서무"란 일반 기업으로 따지자면 "총무" 업무와 같습니다.

비품관리, 법인카드 비용처리, 물품주문 등 '딱히 지정되어 있지 않은 부서의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저는 지원업무를 맡고 있어서 서무 업무를 맡고 있는 동기의 이야기를 빌어 말씀 드리자면 "형은 그래도 형이 맡은 일이 있잖아, 나는 정말 부서의 잡일만 하는 것 같아..."

사무직군들이 하는 일은 개인으로 따지면 상당히 좁은 범위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무직군들은 은행에 다니고 있지만 "내가 은행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지인들은 은행에 다닌다고 하면 당연히 영업점을 떠올리기 때문에 간혹 "나 이번에 환전 할 건데 잘 좀 부탁해", "나 마이너스 통장 한도 좀 알아봐주라" 등의 지극히 평범한 부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영업점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부탁을 들어줄 수 없죠. 그저 "난 본점 근무라 그런 건 영업점에서 해야 해서 난 잘 몰라" 라고 답을 할 수밖에요.

오늘은 무기계약직, 사무직군이 하는 업무들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무기계약직들의 장단점에 대해서 한번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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