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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무기계약직의 장단점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장단점을 말씀 드리기 전에 은행에서 무기계약직이 차지하는 숫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은행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직군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게 바로 '일반직'이라 불리우는 대졸공채 직원들입니다. 제가 다니는 은행만 해도 대략 1만 5천여 명의 직원들 중 1만 2천여 명은 바로 일반직 직원입니다. 나머지 3천여 명의 직원들 중 '텔러', '사무직원' 등의 '무기계약직'과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계약직'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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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전문계약직'은 은행의 차장급, 혹은 그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그 수도 상당히 적습니다. 또한 '파트타이머'나 '시간선택근로자' 등, 종일제 근무가 아닌 분들을 제외하면 남은 2,800여 명의 사람들이 바로 '무기계약직'이며, 이 중 2,300여 명의 '텔러' 직군을 제외하면 제가 속한 '사무직군'은 약 500여 명 정도 됩니다. 대략 전체 인원의 3~4% 정도의 인원인 셈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은행원 중에서도 '사무직군'이란 게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텔러'처럼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본점에서만 근무하고 있기때문에 본점근무를 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저희를 외주사 직원이나, 전문계약직 등으로 알고 계신분도 많죠. 그래서 간혹 전화통화 시 호칭문제나(~씨, ~님 등)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막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뭐 이런분들은 직원이라도 그럴 것 같지만...)

이렇게 은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무직군으로 근무하며 느낀 장단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점-

1. 급여문제
직장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연봉입니다. 사실 연봉의 절대적인 수치가 낮다고 보기 힘들지만 은행만의 특이한 급여체계로(기본급/14를 해서 1~12월에 한 번씩, 설과 추석에 한 번씩 기본급을 지급) 실제 매월 지급되는 급여는 많은 편은 아닙니다. 중소기업 신입직원 정도? 다만 일반직 대비 연봉은 약 60% 정도입니다.

2. 호봉제도
위의 연봉문제가 연계되는 부분인데, 사무직군에는 호봉체계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온 신입직원이나 10년을 일한 직원도 기본급이 똑같습니다. 다만 매년 연봉이 인상되긴 합니다. 호봉에 따른 인상은 아니고,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주는 인상률에 따라 급여가 오르긴 합니다. 위의 연봉문제에서 일반직 대비 60%의 연봉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는 신입행원과 비교했을 때 비율입니다. 신입행원들은 호봉이 쌓이고 승진을 하고, 나중에 가면 연봉의 차이는 엄청나게 커집니다.

3. 승진체계
호봉제도가 없는데 승진체계가 있을까요? 사무직군에는 승진체계가 없습니다. (텔러직군에는 있긴한데, 승진 하기가 매우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역시나 올해 들어온 신입이나 10년차 직원이나 직급은 동일하게 통일됩니다. 간혹 대리나, 과장, 팀장 등 호칭을 붙여 부르는 경우는 있지만 실제 직급이 변동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4. 업무분장
일반적으로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업무가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는데, 그 안에서 순환근무 등을 하며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를 배우며 책임자 승진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사무직군에게 순환근무는 없습니다. 정말 간혹 부서이동이 있기는 한데, 이는 빈번하지 않으며, 징계성 인사발령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 부서에서만 근무하는 사무직군은 자신의 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들, 특히나 은행에서 일어나는 업무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전편에 적었듯이 "은행다닌다고? 나 이번에 외국가는데 환전 좀 해줘" 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해지죠.

*참고로 사무직군의 인사이동이 징계성인 이유는, 한 부서에서 10년 일한 사무직군은 직급상 사원급입니다. 지금까지 일해 온 부서내에서는 인맥이나 업무지식에 있어서 새로 발령난, 자기보다 나이 어린 대리, 과장에게도 말빨을 세울 수 있죠. 하지만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버리면 근무연차는 10년이지만 업무를 새로 배워야 합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나이 어린 대리, 과장에게 직급으로도, 업무로도 다 까여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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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회사의 단점이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돌아이 상사, 불합리한 조직문화 등등) 무기계약직, 사무직군으로서 느끼는 단점은 위와 같은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단점만 보면 크게 매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만 나름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



-장점-

1. 근무시간
대부분 사무직군은 정시출근에 정시퇴근을 합니다. 물론 부서의 특성상 조정되거나 늘어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를 잘 지키는 편입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 꿈의 직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업무강도
은행에 오기 전 중소기업의 인사/총무 부서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중소기업은 3명이 할 일을 1명에게 주면서 급여는 적게주는 창조경제를 실현하죠. 그때에 비하면 현재의 업무강도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제가 메인으로 맡고 있는 업무가 있고, 대부분은 그 업무만 끝내면 됩니다. 불필요한 페이퍼 업무, 마라톤 회의, 상사 눈치보기 등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3. 실적문제
은행원들은 의외로 엄청난 실적 압박에 시달립니다. 말도 안 되는 목표치를 부여해서 이를 달성하라고 압박을 주는데, 실제로 입행하고 실적의 압박때문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무직군에게는 실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월 신규카드 50개, 적금신규 300만원, 펀드가입 10좌 등등 이러한 실적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도, 눈치 볼 일도 없습니다.

4. 복지혜택
자녀 학자금, 주택지원, 휴양소, 휴가비 등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복지혜택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휴일은 무조건 쉬고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장 좋은 복지는 육아휴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직원들에 한해서 이지만 2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복직 또한 가능합니다. 급여는 6개월만 나오지만 복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좋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 급여문제
단점에도 적었지만 장점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급여체계가 좀 이상해서 매월 지급되는 급여는 좀 이상하지만,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수당들이 더해져서 실제 수령하는 연봉 총액은 중견기업 초봉 정도 됩니다. 업무강도에 비하면 사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6. 업무분장
이 역시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장점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은행원들은 타업종, 타회사로의 이직이 어렵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근무할 수록 더 어렵죠. 하지만 사무직군의 경우 맡은 업무에 따라 타업종이나 타회사로 이직할 때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빈번하게 발생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모 부서에 근무하시던 분은 경력을 살려서 타사의 과장으로 스카우트가 되어 이직한 경우도 있습니다.

7. 은행에 다닌다는 소소한 혜택
은행 직원의 일부로서 소소한 혜택들이 있습니다. 가령, 은행 업무를 볼 때 '당행직원'이기에 서류가 좀 더 간소화 된다거나, 은행직원들만 누릴 수 있는(?) 제휴사 혜택, 신용카드 등급의 향상 같은... 게다가 각종 금융관련 이슈나 정보들을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접할 수 있죠.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지만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더 빠르게 접합니다.

그리고 이게 장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이 갖는 네임밸류를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더군요. 아들 취업 어디 했냐고 하시면 자랑스럽게 "ㅇㅇ은행 다녀" 라고 하신답니다. 입신이양명어후세 하진 못했어도 부모님이 어디 가서 아들자랑 하실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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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무직군으로 근무하며 느낀 장단점은 위와 같습니다. 큰 줄기를 적은 거지만 대부분 사무직군들이 느끼는 장단점의 감정은 위의 항목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보시기에 장점이 많아보이시나요? 아님 단점이 더 많아 보이시나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짧은 미래를 봤을 때는 장점이 많지만 평생을 봤을 땐 단점이 보인다'가 저의 생각입니다.

은행의 무기계약직, 사무직군으로 근무하는 것의 미래. 다음번에는 이 주제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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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과 사무직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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