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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접대의 기술


Genius[|dƷi:niəs] : 천재, 천재성, 특별한 재능


직업인으로 천재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들은 진흙탕 싸움 같은 사내정치에서 밀리지도 않고, 대내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습니다.


이런 빼어난 직장인들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그들은 오래전부터 선배들이 해오던 일들이나 조직 내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반복되는 업무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내서 자신의 무기로 장착합니다.


이런 프로페셔널들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창의성과 열정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합니다. 회사의 부속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은연중 인간과 기업의 관계에서 갑과 을로 틀이 짜여지길 원하거나 종용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직장에서 “그 사람 천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대단해. 천잰데?!”라는 주변의 칭찬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터는 한없이 즐거운 곳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자신의 주위에 있다면 부러워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언컨대 학업의 과정에서 천재 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2016)에 의하면 2015년 한 해 동안 전체법인기업이 쓴 접대비는 9,968,524 백만 원이었습니다. 법인세 신고서를 통해 조사한 법인기업들의 접대비만 10조원 규모인 것이죠. 개인기업이나 공공기관, 정부의 접대비 및 접대비 활용가능 계정을 모두 추산하면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아마 엄청난 금액일 겁니다.


더 문제인 것은 국세통계연보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추이를 봤더니 접대비는 매년 5%씩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2011년에서 2015년의 체감경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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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비는 회사의 경영활동 과정 중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가 갖고 있는 어두운 측면과 접대비라는 명목아래 공금유용이나 착복도 공공연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세청은 기업의 접대비가 일정기준 이상일 때는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세금은 매출-비용=수익 이라는 간단한 산식으로 계산해서 수익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기에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또한 야속하게도 접대비는 부가세 환급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세무당국의 입장을 보더라도 이미 접대비는 ‘제어’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있었던 거죠. 과거 참여정부에서는 접대비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었고, 최근 김영란 법의 발효를 보더라도 접대비는 ‘필요악’의 범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 필요악을 몸소 실천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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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접대와 대접의 차이

간혹 접대라는 말을 들으면 흉측한 물건이나 만난 것처럼 극한 혐오를 보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편견과 선입견을 경계해야 함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것이니 우선 이걸 먼저 얘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접대를 거꾸로 하면 ‘대접’이죠. 어느 사람에게나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정성들여 대접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 수는 없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하청기업의 직원일지라도 업무상 자주 만나 일하는 사람에게 차 한 잔, 식사 한 끼 정성껏 대접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라고 말할 수 있겠죠. 더불어 자신의 업무가 예상치 못한 난감한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협업을 하는 분들과의 관계에 미리미리 신경을 쓰는 것은 꽤 영민한 행동입니다.


업무라는 것이 갖고 있는 불측한 예외상황들, 어떤 일이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간과하는 이들이 이런 대접을 소홀히 합니다. 그러면서 접대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들을 하는데요. 업력이 늘고 많은 일을 경험하며 자연히 좋아지기도 하지만 경력이 쌓일 대로 쌓인 직장인이 이런 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죠.


또 접대를 극혐하는 사람들 중에는 업무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술자리 등이 자신의 사생활을 깎아 먹는다는 불안 때문에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접대, 회식, 워크숍 등이 모두 자신의 사생활을 망가트리고 침해하는 것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하시는데요, 우리 내 직장문화가 워낙 말도 안 되는 접대가 많았고 회식 문화도 워낙 못났었으니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만 자신의 사생활을 가져다 쓰지 않는 업무시간 내에 협업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업무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한 사례겠지만 제 경험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기관에서 특강을 개최하게 됐는데 행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강사에게 오후 1시 30분까지 도착을 요청했다고 보고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조금 일찍 도착하셔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는 얘길 왜 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직원은 별걸 다 트집이다라는 식으로 뚱하더군요.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J군, 생각해 보게. 자네가 강사 섭외하면서 당연히 확인한 사항이지만 그분은 서울에서 출발해 이곳 지방까지 오시는데 최소한 2시간이 걸리네. 그렇다면 그 분은 휴게소에서 대강 점심을 때우고 오게 되잖아.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서 소소하게 백반이라도 대접하면 강사 입장에서는 제대로 식사하고 든든하게 강의장에 들어갈 테니 강의가 조금이라도 좋아지겠지.


뿐인가? 우리는 강의 후 청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평가를 해서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하고 그게 또 우리 기관평가에 반영되지 않나? 하지만 우리기관은 내규가 정한 강사비가 워낙 적어서 고액의 유명강사를 초빙하기 힘든 처지인데, 강사들이 우리 기관에서 강의하면 강의료는 차치하고 정성스럽게 대접해주니 더 마음을 써서 강의를 수락하지 않겠나?”


평소 J군은 점심시간에 직장 주변의 친구들과 식사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러니 강사에게 같이 식사하자는 얘기를 일부러 안했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甲의 입장으로만 일을 해 오다 보니 강의를 하는 乙의 일정이나 행동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소지가 있었기에 부하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저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J군은 이후 제 말을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하지 않고 외주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기관들을 잘 챙겨서 좋은 평판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접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접대와 대접의 차이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을의 처지에서 힘 있는 갑에게 낙점받기 위해 하는 접대만 생각하지 마시고,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간의 예의를 지키고 그 일환으로 타인을 정중하게 대접하는 일은 직장인이라면 마땅히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임을 상기하셨으면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명절 선물에 주요 고객사 뿐 아니라 하청기업과 외주용역기업을 챙긴다던지,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여는 사은의 워크숍이나 세미나 뿐 아니라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기업들을 초빙하는 간담회 등을 여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실현하고 있는 분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나. 접대의 기술

접대의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돈 봉투를 줄 때는 반으로 접어서 접힌 뭉툭한 면을 앞으로 해서 밀어 넣어줘야 주머니에 걸리지 않고 잘 들어간다고 하니 돈 봉투 드미는 것도 기술이네요.


제안서를 설명하기 위해 들고 간 노트북이나 타블렛은 잊은 척 놓고 온 후 쓰시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구요. 회 한 접시를 먹더라도 일식집에 갈 때는 예쁜 아가씨들이 슬쩍슬쩍 가슴골이 보이는 가운 같은 것을 입고 서빙 하는 곳으로 가야겠죠? 그러고 보니 포커나 골프를 치면서 돈을 잃어주는 방법도 있네요. 만약 이런 접대자리를 싫어하고 피하는 이가 있으면 기술 세미나 등을 빙자해 불러내 놓고 본래 행사와 달리 접대를 퍼붓는 방법도 있지요. 어떤 제약사 영업사원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의사의 집을 찾아가 노모와 함께 사는 것을 보고 매일 약수터에서 약수를 길어다주고 결국 납품을 텄다는 눈물겨운 얘기도 있더군요.


우리가 흔히 듣는 접대의 기술들이 뭐 다 이렇습니다. 더 지면을 할애하기가 낯 뜨겁네요. 그럼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이런 방법들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1) 내부접대

영업 현장에서 접대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내가 팔고 있는 상품이 우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상품이 우월하지 못한 이유는 고객의 니즈가 해소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고의 접대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가져다주는 겁니다. 참 쉽죠? 하지만 현업에 있는 세일즈맨들은 그게 어디 쉽냐고 말하죠. 왜냐하면 연구개발과 생산조직, 기술지원 부서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내부접대(?)의 필요성이 나옵니다. 우선 지원 부서들을 구워삶아 전장을 지휘하는 영업부서에게 적극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이 분위기 자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연구개발부서에는 커스터마이징 파트를 만들고, 생산부서에는 소량다품종 생산 체계를 갖추게 합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듣고,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회사는 그런 상품을 안 만들어 줘서 영업사원인 제가 고생이잖아요.”라고 신세한탄이나 하는 영업사원은 하수입니다. “언젠가는 원하시는 내용들을 반영한 상품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라고 기약은 없지만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이라도 하면 기본은 되겠죠.


“연구소 커스터마이징 팀과 생산부서, 그리고 영업부가 TFT(Task Force Team)을 만들 것이고 원하시는 상품은 올 연말 안에 실물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고수입니다.


접대의 시선을 내부로 옮겨 내가 전장을 뛰어다닐 수 있도록 보급을 해 주는 사람들을 챙겨보십시오. 내가 제안할 수 있는 것들과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이 무한하게 확장됩니다. 이때부터는 접대에 기대지 않아도 즐겁게 고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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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객이 가려운 곳

흔히들 말합니다. 고객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업을 하라고요. 하지만 영업사원이 심부름 센터 직원도 아닐진대 자존심 상해가며 고객사의 잡일이나 처리해주라고 시켜서는 안 되겠죠.


얼마 전부터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떠들썩한데요. 호사가들은 지금이 대단한 격변기인 것처럼 말하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렇고 세상의 변화는 계속됩니다. 그 변화는 기술적 진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조직의 복잡성이 더해지는 관리의 측면에서 변화이기도 합니다. 사기업의 직장인이든, 공무원이든 이 변화가 무섭기도 하고 불편합니다.


이때 전문가와 만나 상의하고 자신이 구하지 못하는 자료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참 좋은 일인데요. 좋은 강연을 찾아가 듣고, 관련 신간 서적을 읽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서 자문을 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여유를 갖고 있는 조직은 많지 않습니다. 고객이 이런 애로사항을 갖고 있을 때 영업사원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고객은 항상 풀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새롭게 투자하는 장비의 예산 규모는 얼마정도면 될지, 우리 회사 보안 관리를 강화하라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직원교육을 새롭게 개편하라는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하는지, 대만에서 새로 나온 부품이 좋다는데 국내에 레퍼런스는 어디 있는지....


눈치 빠른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고민을 제일처럼 해결해줍니다. 마침 저도 내년도 사업계획서 때문에 자료를 모아 놓은 게 있으니 참고하시라, 일전에 OO기업에 제안했던 제안서인데 보안관리 도입단계에서는 거의 완벽한 제안이니 이대로 쓰셔도 무방할 것이라는 식으로 부담주지 않고 영업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또 관납의 세계는 어떤가요? 공무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OOO위원회에서 기초자료를 제공해라, 5개년 성과를 작성해라, 의견을 개진하라고 수없이 많은 공문을 받습니다. 이때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사원들은 한두 시간이면 할 일을 공무원들은 며칠을 두고 묵혀두고 회신기간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를 받죠.


“그까짓 거 이리 줘보세요. 별거 아닌 건데 제가 작성해드리죠." 라는 영업사원은 어느 순간 공무원들에게 호칭이 모모 씨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죠.


영업사원들이 생사의 승부를 거는 공개입찰도 알고 보면 고수와 하수가 나뉩니다. 하수는 갑이 내놓는 RFP(Request For Proposal)을 샅샅이 읽고 밤을 새워 거기에 부합하는 제안서를 씁니다. 하지만 고수는 갑이 RFP를 작성하고 있을 때 옆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회사 상품에 강점이 있는 기술을 요구사항으로 끼워 넣습니다.


이렇듯 고객의 컨설턴트이며 조력자로 일하는 영업사원들은 접대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아메리카노 커피 몇 잔을 들고 고객사의 사무실을 방문해도, 시청 청사 구내식당에서 공무원이 사주는 밥을 얻어먹어도 이런 세일즈맨들에게는 그게 접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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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접대의 늪

솔직히 아무리 한국의 접대문화를 이해하려 해도 도가 좀 지나친 면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의 자체적인 자정으로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의 법률이 제정되고 시행되었지요. 지금도 김영란 법은 경기악화의 원인인양 공격받고 있는데요.


백번양보해서 농수축산물이나 화훼산업의 불황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온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간 만연했던 음주가무와 뇌물로 점철된 접대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온 말이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피할 수 없는 접대의 상황에서 유의하실 점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가) 받는 입장

회사에 자체적인 규정이 있다면 따르고, 없는 경우에는 앞서 말한 부정청탁금지법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3만 원 이하의 식사, 5만 원 이하의 선물, 10만 원 이하의 경조사비를 지키면 되죠.


거래처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 접대를 받는 입장이더라도 일방적으로 상대방이 식대를 계산하도록 두지 말고 나누어서 내거나 내가 전액을 낸다고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이런 행동은 접대 하나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상대방에겐 경고의 신호가 되고, 경직된 갑을관계에서 불필요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을의 마음을 녹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나름 작심하고 접대를 계획한 상대의 공격을 잘 방어하는 것도 접대의 기술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성매매, 잃어주기 도박과 같은 접대는 절대 받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들 모르겠습니까만은 이상하게도 신입사원 때의 청빈함이 진급을 거듭하며 거들먹거림으로 바뀌고 나라는 대단한 사람의 행위는 뭐든 스스로 용인되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위험합니다. 남들 다하는 짓, 예전 선배도 지금의 상사들도 다 했던 일이라는 합리화까지 더해지면 내 돈 안들이고 유흥을 즐기는 게 익숙해집니다. 처음에는 맛집에서 술 한 잔으로 시작했던 것이 노래방에서, 다시 유흥주점으로 더 끈적끈적해집니다. 처음에는 맥주 내기 당구 한 판 치던 것이 시나브로 지폐가 쌓여있는 포커 판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대한민국 다 좆같은데 나만 깨끗해서 뭐해 라는 합리화와 함께 죄의식을 같이 키워나갑니다. 결국 업체의 요구와 편의를 봐주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접대를 한다고 찾아오던 상대는 이제 성매매와 도박을 함께한 공범입니다. 납품 하자가 있든, 계약요구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든 내가 뒷수습을 해야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다시 돌아가기엔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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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를 받는 입장에선 명확하게 나는 접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가 식사와 곁들인 반주 한 잔임을 확실하게 얘기해서 선을 그어야 합니다. 어차피 영업사원 입장에서 접대할 거래처는 많고 당신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정도의 경고에도 당신이 고관대작이 아닌 이상 끈질긴 접대는 없을 겁니다.


(나) 하는 입장

영업본부장은 수시로 영업사원들을 들들 볶습니다. “영업사원이라는 놈이 어떻게 맨날 사무실에 붙어 있어?”, “세일즈맨이면 한 달에 접대비 천만 원은 쓰고 다녀야지! 뭐하고 있나?!” 이렇게까지 혼쭐이 나면 법인카드를 챙겨서 어디든 나가야 합니다. 굳이 싫다는 사람을 붙잡고 술 한 잔 하려면 갑자기 전화해서 약속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처음 영업사원이 된 신입은 참 막막하죠.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제 신입사원은 베테랑이 됐습니다. 청담동에 마담 한 명 정도는 평소에도 관리하고 있고, 그간 공을 들여 놓은 지자체 공무원들 덕에 그 어렵다는 골프장 부킹도 쉽게 쉽게 합니다.


언뜻 유능해 보이는 영업사원의 모습입니다만 이 영업사원이 이직을 하면서 겪는 일을 살펴보면 본인의 자신감과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스타트업이나 기술개발 비중이 큰 기업체로 옮기면 쓸 수 있는 영업활동비가 없지요. 결국 이직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는 매우 좁아집니다. 혹여 공공기관이나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면 이놈의 법인카드가 다 클린카드라 유흥업종에서는 아예 결제가 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삶도 많이 바뀝니다. 고객을 태울 일이 있을 테니 중형차를 뽑았고, 맛집이란 맛집은 다 아니 외식비로 쓰는 씀씀이도 적지 않습니다. 내 돈 들이지 않고 회사의 돈으로 맘껏 쓰던 버릇이 개인의 여가에도 이어져 절제를 하지 못합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이젠 선술집이 아닌 유흥주점을 가야하고, 실력을 유지하려면 어디에 껴서든 필드는 한 달에 한 번은 나가줘야 합니다.


본인이 영업사원으로 필요에 의한 접대를 한 사람과 접대를 핑계로 유흥과 쾌락을 쫓은 사람은 다릅니다. 후자가 되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접대에 기댄 영업활동에 치우쳐 일하다 보면 잃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전문가라는 지휘를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데 보통 1만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햇수로 바꿔보면 10년 정도 되는데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10년간 영업활동을 한 사람이라면 시장의 특성, 고객의 성향, 기술의 변화 등에 대한 통찰을 갖추게 됩니다. 그간 본인의 노력과 남다른 깊이가 전문가로 대우 받으며 보상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10년의 시간이 접대로만 채워졌다면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로 대우를 받지는 못합니다. 물론 폭탄주 제조나 문 닫고 불 끄고 놀기 분야에선 대단한 기술을 갖췄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집단은 찾아보기 힘들죠. 만약 사장이나 임원이 접대를 통한 영업을 불필요하게 많이 강요한다면 자신의 십년 후 이십년 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나의 가정, 그때 나의 건강, 그때 직업인으로서 나의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당신의 상사는 그런 생각 없이 당신에게 접대를 강요하니까요.


선거철 캐치프레이즈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우가 있는데 짧은 문장으로 사회구성원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경우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그랬죠.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데 일조해온 ‘접대’, 이 글을 읽은 분들에겐 접대에 대한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하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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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이래요


회사는 직원 이메일을 감청해도 될까?


첩보영화의 스파이나 정부의 대단한 정보기관이 아니더라도 이메일을 감청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능했습니다. 그동안은 회사의 이메일 감청이 있어도 관리의 일환이겠거니 하며 참아내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이제 점점 공론화가 되어가고 있고 관련 판례 등도 쌓여가기 시작하니 오늘은 이메일 감청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업들은 영업비밀의 보호나 직원의 배임. 횡령 등을 감시할 목적으로 이메일을 감청한다고 필요성과 타당성을 주장하는데요.


법학자나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봐도, 그간 법원의 판단도 이런 광범위한 감청은 회사의 권리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확정적 단서가 없이 단순한 의심으로 불특정한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행하는 전자우편 감청은 불법입니다. 다만 범죄행위가 구체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긴급한 필요에 의해 범죄행위와 관련된 분야에 국한된 한정적 조사행위에는 무죄가 선고된 판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 영업비밀 및 관리와 지시의 필요로 이메일 감청을 당장 문제가 있지 않더라도 미리부터 하겠다는 기업들이 꼭 있지요. 이런 기업들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감청을 실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보면 이메일 감청 시행 전에 직원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더불어 이메일을 주고받는 상대방에게도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직원들에게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를 통해 포괄적 동의를 받는 행위는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 때문에 유효한 동의라고 보기에 어려우므로 되도록 구체적인 감청 시기 및 내용 등을 필요한 시기에 한해서 사전 동의를 받기를 권합니다.


이러면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하지요? 몰래 뒤에 숨어서 하지 말고,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노력과 함께 회사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를 하라는 뜻이죠.


간혹 기업들은 자신들이 회사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별도의 독립된 주권국가인양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땅콩회항 사건, 잊을 만하면 일어난 재벌가의 운전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들을 보면 법이 왜 기업의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행위에도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지 알 수 있지요.


회사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기업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보호, 직업윤리, 청렴 교육을 꾸준히 합니다. 이런 노력만큼이나 인권존중에 대한 교육도 늘어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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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용법 1 : 회사의 종류

회사 사용법 2 : 구직자의 회사 살펴보기

회사 사용법 3 : 사장(CEO)이라는 사람과 자리

회사 사용법 4 : 계륵 같은 사내정치

회사 사용법 5 : 퇴사, 직장을 떠나기 전 고려할 것들

회사 사용법 6 :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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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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