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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이상하지? 이런 식의 작명센스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 글(세 편 정도로 나눠쓸 예정이야)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해될꺼야. 글쓰는 사람은 현재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고 이 일을 한 지도 10년이 조금 넘어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또 공부해오면서 나름 영어가 어떤 언어인지를 안다고 자부해.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사실 우리에겐 영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언어야. 그래서 조금이라도 쉽게 영어를 배울 방법을 찾다가 여러 종류의 책과 필자의 타고난(?) 언어적 감각으로 알아낸 것들을 소개해보려고해. 많이들 읽어주길 바라면서 시작해볼게.



영어의 역사


영어가 어쩌다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언급하는 부분이야. 영어의 역사 서술이 아닌 대략적인 옛날 영어 이야기로 들어줘. 옛날옛적에 켈트족이 살고 있던 땅에 게르만족의 하나인 앵글족 그리고 색슨족이 이주를 하게돼. 앵글족은 독일어의 뿌리인 게르만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했었고 이들의 언어가 빠르게 영국 전역에 퍼졌어. 사실 잉글랜드england 라는 이름도 앵글족의 땅engla land가 합해져 만들어진 말이거든. 어쨌든 이때부터 1066년까지 얘들이 쓰던 언어를 고대영어라고 불러.


놀라운 건 그때의 영어는 한국어와 비슷한 굴절어였다는 사실이야. 단어의 끝이 굴절돼서 여러 형태를 지니는 언어를 말하거든. 우리말은 굴절어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복잡한 체계를 가지는 교착어에 해당돼.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쉬울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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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끝이 굴절굴절거리지? 이렇게 말끝에 붙어 여러 의미로 변하는 언어를 교착어 또는 굴절어라고 불러(굴절어와 교착어의 차이는 생략할께). 영어도 이런 시기가 있었어. 우리말 어미처럼 단어의 뒤에 특정한 역할이 정해진 어미가 둘러붙어 여러 의미를 파생시키는 역할을 하던 것 말야. 내가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아서 고대영어사에서 읽었던 걸 하나만 인용해볼게.


 God.     God es.    God um.     God ne.


 신은.     신   의.     신  에게.      신   을. 


어때? 우리말이랑 비슷하게 어미를 갖고 있었지? 이렇게 어미들이 발달한 언어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현상이 바로 자유로운 어순이야. 한국어의 특징이기도 하잖아?

 

예를 들어 "닭은 쪼는 걸 좋아한다." 라는 표현은 우리말의 가장 자연스런 어순인 주어 +목적어 +술어 순으로 쓴 거야. 하지만 어순이 바뀌어도, 심지어 정 반대의 순으로 읽어 "좋아한다 쪼는 걸 닭은" 이라고 해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독해력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순 있겠지만).


또한 조사가 발달한 언어에선 주어가 자주 생략돼. 그래도 문장 이해에 지장이 없거든. 비록 주어가 생략됐어도 정봉주 의원이나 우리 대부분은 BBK설립자가 누군지 알잖아, 응? 이게 바로 조사를 가진 언어의 힘이야.


당연히 고대 영어에서도 어순이 자유로웠고 실제 발견된 문헌을 보면 현대 영어 어순과 가까운 문장들뿐만 아니라 우리말 어순과 같은 표현들도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어. 아래 문장은 10세기에 기록된 문헌에 있는 글 중 하나야. (고대 알파벳을 옮길 줄 몰라 철자 하나가 바뀐점 이해 바래)


 God    him     moge    excusi.


 신은    그를    아마      용서할 거다 


우리말 어순과 똑같은 게 보이지? 이거 실화야. 실제로 남아있는 고대 영어 시기의 문헌들을 보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두 가지 어순이 쓰이고 있어. 간단히 정리해보면 옛날 영어엔 우리말 조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던 것들이 있었고 덕분에 우리말 어순과 같은 순서로 문장이 쓰여지기도 했었다고 말할 수 있어.


만약 영어가 그 당시의 수준을 유지했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영어 배우기가 더 편해졌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영어를 배울 일이 없었을지도 몰라. 이유는 다음 편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게될 거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게.

 

영어는 왜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켰을까? 어미가 발달됐었고 어순이 자유로웠던 언어가 왜 지금처럼 단순한 구조에 어순이 중요한 언어가 되었을까?


영국의 언어인 영어는 그 지리적 특성상 수많은 외래어의 영향을 받아온 언어야. 바이킹족의 침략으로 인해 굴절어가 단순해지기도 했고 다른 매우 다양한 민족의 언어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 하지만 그 중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찾으라면 역시 1066년에 있었던 노르만족의 영국 지배를 빼놓을 수가 없어.


프랑스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던 노르만족이 영국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영국은 왕실 종교 귀족층 기타 그쪽에 줄 좀 대고 잘나간다 하는 사람들은 전부 프랑어를 사용하게돼. 덕분에 현대 영어에 프랑스어 어휘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어. 학자들마다 이견은 있지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30% 많게는 70% 가까운 어휘가 프랑스어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봐.


ability agree benefit cancel culture detail encourage enjoy flower function hospital information real similar 등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영어단어는 무수히 많아.

 

프랑스 왕족의 지배기 간이 완전히 끝나는 1300년대 후반에서야 영어가 다시 영국의 국어로서 인정받았으니까 거의 300년 동안 영어는 버림받은 거였어. 생각해봐. 인터넷은커녕 전화도, 빠른 교통수단도, 재대로 된 인쇄술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300년 가까이 글도 모르는 백성들만 영어를 쓰던 상황을. 3세기에 걸치는 긴 시간 동안 영어로 쓰여 발표된 문학작품이 채 10권도 안 된다는 사실만 봐도 당시 지배계층 입장에서 영어는 그냥 옛날말 또 하층민이나 쓰는 말로 인식됐던 게 확실해.

 

세상 모든 게 오랫동안 관리안하고 방치되면 녹슬고 망가지는 것처럼 영어도 그랬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대부분의 어미 변화가 사라진 거야. 즉 god 뒤에 붙어서 격이나 고유품사를 만들어주던 -em -es -ne 등의 어미나 변화형 모두가 없어진 거지. 그래서 현대 영어에선 god는 어느 자리에 있어도 그냥 god로 쓰이게 된 거구.


어쨌든 영어는 언어로서 살아남았고, 1300년대 후반부터 당시 국회의장이 프랑스어 대신 영어로 개회사를 하면서 공식적인 영국 언어로서의 자리를 되찾게 됐어. 그전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어미가 소실되면서 다른 전달방식이 필요해진 건 당연한거였구.

 

이제 첫 번째글의 마무리에 들어가볼께. 어미가 사라지면 어떤 느낌일까? 아래 그림으로 이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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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없어졌다는 건 뭐가 주어고 뭐가 목적어고 심지어 뭐가 동사인지도 명확지 않게 된 상황인 거야.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바로 어순이지. 갈피를 못 잡는 어휘들을 각각의 정해진 자리에 놓아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주는 원리가 바로 어순의 고정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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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어는 살아남아 현대에까지 이르게 돼. Love가 사랑. 이란 명사도 사랑의. 라는 형용사도 사랑한다. 라는 동사로도 쓰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어순 때문이야. 다르게 말해보면 어순만 잘 맞춰주면 그 단어가 여러 역할이 가능해서 우리말처럼 품사 간의 정확도가 덜 중요해지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

 

여기까지 영어의 역사 이야기였어. 다음편에선 님들이 좀 더 궁금해하고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 다뤄 볼게(영어 공부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해).

 

여러 가지 책에서 발췌하고 또 내가 공부해온 것들이야. 글 써논지는 무려 2년이 다되가는데, 올리기 귀찮아서 미기적거리다가 최근에 영문법 책하나 내고, 홍보나 해야겠다 하는 심정으로 지금 올리는 거니까, 욕할 분들은 마음껏 욕해도 돼. 그럼 다음 편에서 곧 만나자구~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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