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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 세계경제는 한마디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대부분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안정적이었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시장은 최고치를 갱신중이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호황에 더해, 올해는 그 흔한 위기설도 크게 보이질 않고 있다.


작년만 해도 브렉시트, 중국경제 경착륙, 유가 폭락과 같은 여러가지 떡밥이 투자자들을 괴롭혔는데, 올해는 이런 것도 별루 없다. 물론, 간간이 트럼프가 보호무역론을 주장하기도 하는 등, 정치인들의 병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브렉시트나 미 대선 같이 임팩트 있는 이벤트는 아직 없었다.


실제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측정하는 변동성지수(VIX) 역시 최저수준이다. 단순히 낮을 뿐만 아니라, 예년과 같은 큰 움직임 또한 없었다. 그만큼 올해 주식시장에 큰 변동성이 없었단 말이다. 이 말은 바꿔말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제위기가 찾아올 징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리스크가 전혀 없는 태평성대. 나는 이 점이 오히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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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민스키는 경제적인 번영이, 경제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가설을 세웠다.


경기가 좋으면 더 많은 자본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이는 거품을 만들어 낸다. 요즘 같이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면,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주식시장에 관심이 생기고, 기존에 주식하던 사람들은 더 사지 못한 걸 후회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돈이 많이 풀리면, 이 투기심리 자체가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곤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버블이 터지면, 투기적인 자본이 순식간에 패닉에 빠져 급격한 가격 하락을 낳는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이 몇 년 좋다고, 바로 경제위기가 불어닥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같은 경우, 무너졌어도 진작에 무너졌어야 한다.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시장이 붕괴할지를 알기가 어려우므로, 민스키의 이론은 가설로만 남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눈에 띄는 리스크가 없어 보일 때일수록, 어느 시장 혹은 산업에 좀 더 리스크가 있을지를 의식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성은 있다. 그래서 몇가지 시나리오를 꼽아 보았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폭주


미국연준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한국의 기준금리와 동일하다. 7년째 제로로 유지되었던 기준금리가 어느덧 1.25%까지 오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기준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1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거의 확정적인 데다가, 내년 연말까지 2%, 내 후년에는 3%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 예상된다. 가파른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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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최근 연준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단행해 온 양적완화의 규모를 추가로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연준은 돈을 찍어내서 주로 단기국채를 매입해 왔는데, 이 덕에 시장의 유입된 돈이 약 $3.7조 달러 정도 된다. 이 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량을 줄인다는 것이고, 이는 시장 통화량 감소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연준이 국채보유량을 $1조 감소시킨다 쳐보자. 연준은 가지고 있는 국채 $1조를 시장에다가 내다 팔 것이다. 이건 누가 살것인가? 시장의 다른 투자자일 것이다. 주식이나 회사채를 사는데 쓰였을 수 있는 돈 $1조가 연준이 내다 파는 국채를 사는 데 빠져나간 것이다.


즉, 금리인상과 양적완화는, 시장에 도는 통화량을 감소시킨다. 미국 연준이 이렇게 과감하게 통화감축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시지표 개선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이 있었다.


먼저 거시지표개선. 올해 2분기 미국 GDP는 2.6% 상승했다(동기간 한국의 GDP 성장률은 2.7%였다). 실업률은 계속해서 낮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가, 금융시장지표역시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건강한 상태이다.


그러나, 세부지표를 들여다 보면 걱정거리는 존재한다. 실질임금 상승은 지지부진하고, 특히 저소득계층의 소득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생존을 위한 소비(최소한의 식료품 및 월세)를 제외한 곳에 소비를 줄이고 있고, 이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있다. 인플레이션 역시 낮게 유지되고 있고, 이로 인해 최근 미국 소매업분야는 불황을 겪고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정책 확대를 통해 GDP 3% 성장을 약속했다(역시 미국 가카). 세금감면, 각종 규제완화,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었다. 연준이 트럼프 취임 이후부터 금리를 부지런하게 올린 데에는, 정부가 돈을 열심히 풀 것이란 예산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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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한 게 없다. 에너지 산업과, 금융업계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해준 것을 제외하면, 세금감면안과 인프라 확충안은 아직까지 통과된 바가 없다. 인프라 확충의 경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대한 세금보조를 해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세금감면안의 경우 그나마 공화당내 논의의 진전이 있지만, 트럼프가 내세운 부자감세에 대해서 민주당은 현재 강하게 반발중이다. (역시 미국 가카)


다시말해, 미국 연준이 애초에 내세웠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근거는 약해지고있다. 시장은, 그러니까 미국 연준이 최초 내웠던 금리인상 계획과 양적완화 축소계획의 속도를 조정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미국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이 쌩까고 기준금리를 쭉쭉 올리고 양적 완화를 없애버린다면? 미국 연방준비은행발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이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시나리오인 게, 미국 옐렌을 비롯한 연준 의원들이 대부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준 금리가 낮으면 차기 연준 의원들은 사실 할 수 있는 게 별로없다. 물러나는 연준의원들이, 차기 부임할 연준 의원들 일하기 편하라고, 악역을 자처한뒤 금리를 생각보다 빨리 정상화 시켜버릴 수도 있다. 그런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비둘기파로 가득찬 지금 연준에 비해 후임으로 거론되는 연준 멤버들은 좀 더 매파에 가깝다. 어느 쪽이든 연준이 좀 더 강경하게 변신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물론, 기준금리가 1%에서 2%가 된다고, 기업들이 늘어난 이자부담 때문에 연쇄부도를 낼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지난 금리인상 속에서도 기업 파산율은 안정적이었다(Syndicated Loan의 경우 약 2% 수준).


다만,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돈줄을 죄면, 기존 대출들에 대한 상환연장이 감소할 수 있다. 상환연장에 실패한 기업은, 자산을 내다 팔아서 빚을 갚든지 파산을 신청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기보다는, 부진한 산업 및 기업들 위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특히, 낮은 유가에도 고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일부 에너지기업들과, 부진한 소비심리와 아마존의 급부상으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소매기업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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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나리오가 보다 그럴듯한 것은, 최근 기업대출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기관들의 부채비율은 2008년도 이래 계속해서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에게 돈을 빌린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기업대출은 크게 Syndicated Loan(쉽게 말해, 여러 은행이 리스크를 나눠갖는 대출)과 Middle Market(은행이 다이렉트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보통 후자가 좀 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자의 경우 여러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나눠서 하기 때문에, 꽤 까다로운 대출 심사를 거쳐야하지만, 후자의 경우 은행 하나가 통으로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위험하다. 그런데 최근 기업대출투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기업대출은 보통 변동금리로 발행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 인기가 좋다), 후자의 발행비율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마디로, 대출들이 점점 과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은행의 장부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보유한 대출들의 내역을 하나씩 까 보면, 리스크가 알게 모르게 늘고 있단 점이다. 만약 정말로 연준이 갑작스럽게 금리를 올리고, 양적완화 감소를 줄인다면, 대출들에 대한 상환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하편으로 다음에 다시 찾아 뵙겠다.






씻퐈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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