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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1. 8.2 부동산 대책, 한 줄 요약하면?


이번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야. 투기지역 지정 / 대출규제 강화 / 양도소득세 강화.

 


2. 투기지역 / 투기과열 지역이 뭐야?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지역을 3단계로 나워서 단계별로 규제하고 있어. 규제 강도는 투기지역(3단) > 투기과열지구(2단) > 조정대상지역(1단) 순으로 쎄져.

 

투기지역은 모두가 예상하듯 서울 강남 대부분과 세종시가 포함됐어. 세종시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는 영광을 획득했지.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나머지 전 지역과 과천시가 포함됐어. 조정대상지역은 부산 및 수도권 일부.

 

우선 조정대상지역부터 보자. 조정 대상에 포함되면 청약 1순위 자격 제한이 생기고, 전매 제한, LTV / DTI 10% 강화(요건 뒤에서 보충설명) 등의 규제를 받아. 여기까지가 원래 있었던 규제고, 8.2 부동산 대책에서는 양도세에 가산세율을 넣었어(이것 역시 뒤에서 보충설명).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 규제 +로 알파가 붙어.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이 걸리고, LTV / DTI 비율도 40%도 낮춰야 하지.

 

마지막으로 투기지지역은 조정대상 규제 + 투기과열지구 규제 +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10% 크리티컬 데미지로 붙여. 주택담보 대출도 세대당 1건 밖에 못 받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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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토교통부

 


3. 여전히 뭔소린지 모르겠다. 석 줄 요약 좀?

 

아파트값이 요새 많이 뛰었잖아? 그게 실거주보다 투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투기 지역에 각 등급별로 세금을 물리고 규제도 넣고 대출도 더 조이겠다는 거지.

 


4. 대출규제는 뭔데?

 

아까 LTV / DTI 얘기했지? 여기서 LTV는 대출 대비 담보 비율이고, DTI는 대출상환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야.

 

예를 들어보자. 내가 갑자기 로또를 맞아서, 강남에 10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볼게. 무척 행복하겠지. 강남은 투기지역이므로 LTV / DTI 40%가 적용돼 (기존에 주택을 1채 가지고 있었음, 30%적용을 받겠지만, 난 주택 미보유자니깐).

 

풀어보자면, LTV에 따라 40%, 즉 10억 중 4억을 대출받을 수 있단 거야.

 

그리고 이 4억짜리 대출이 20년 만기대출이라고 해볼게. 그럼 난 1년에 2천만 원씩 갚아야겠지? 연간 2천만 원 상환을 기준으로 DTI 비율을 지키려면, 내 소득은 최소 5천만 원이 돼야해 (2천 / 5천 = 40%).

 

비교를 위해서 똑같이 10억짜리 집을 안산에 산다 해볼게. 안산은 비 투기/조정지역이라서 따로 규제가 없어. 즉, 기존에 존재하던 비율: LTV비율 70%, DTI비율 60%만 맞추면 된단 말씀.

 

먼저 LTV 비율 70%을 지키려면, 대출은 최대 7억까지 받을 수 있지 (7억 / 10억 = 70%).

 

음 그래도 아까랑 비교를 위해 20년 만기 4억짜리 대출을 받을게. 그럼 연간 갚아야 할 돈은 똑같이 2천만 원이잖아? DTI 60%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연간 소득은 이제 한 3천 300 정도야(2천 / 3천3백).

 

다시 바꿔말하면, 투기지역에 집을 사기 위해선 훨씬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대출은 조금 밖에 못 받아.

 

이 DTI / LTV 제한에 더해서, 투기지역인 경우 대출조건 자체가 1가구 1대출로 제한돼. 그니까, 내 와이프가 나 몰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강남에 아파트를 사놨다면 (지금보다 더 사랑할 자신이 있), 나는 강남에서 주택담보를 받아서 집을 살 수가 없어.

 


5. 왜 이렇게 대출요건을 강화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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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토교통부


무리한 대출을 받는 일이 줄어들겠지. 이건 일종의 브레이크역할을 할 거야.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조여서, ‘집값이 뛴다 -> 투기심리 강화 -> 무리한 대출로 집 구매 ->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거지.

 

대신,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해선 10% 완화를 해주고 (투기지역의 경우 LTV가 50%로 적용되), 다주택 보유자에겐 10%를 강화하는 식으로 충격을 조절하고 있어 (반대로 30%까지 줄어들어). 여기에 덤으로, 투기지역에 대해선 1가구당 1대출 규정을 적용해서, 다주택자의 돈줄을 더욱 조이겠단 거지.

 


6. 양도소득세 강화는?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팔아서 생긴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야. 물론, 지금도 부여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까진 2년 이상 보유하면, 9억 미만 주택에 한해서는 양도세를 면제해줬어. 수익이 발생해도 2년 묵혀두면, 안 낼 수 있는 세금이었지.

 

근데 8.2 부동산 대책에서는 양도세 면제요권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에서 ‘거주’로 바꿨어. 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구매하고, 전세 놓고 기다리는 꼼수가 이젠 안통하는 거지.

 

그리고 추가로, 2주택자 및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 증가 크리가 붙게돼. 2주택자의 경우 추가로 10%, 3주택자 이상에겐 20% 추가의 양도세가 적용되는 거지. 여기에 양도세 깎아주던 공제 같은 거 없애고,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에 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가 양도세율로 적용돼. 실 양도세 부담은 확 올라가겠지.

 


7. 왜 강화하는 거야 근데?

 

대출강화가 돈줄을 죄서 부동산 투기를 막는 대책이라면,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감소시키는 거지. 아무리 돈줄을 죄도, 편법이란 건 생기기 마련이잖아? 돈이 되면, 명의를 돌려서라도 투기를 계속하겠지. 근데 양도세를 강화하면, 이런 투기를 통해 얻는 차익 자체가 감소하니까, 투기억제에 도움이 될꺼야.

 


8. 그래 이해했다고 치자. 나xx 씨가 SNS에서 말한 풍선효과는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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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서 가격상승을 막아봤자, 투기지역으로 지정 안 된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단 거지. (사실 그뒤에 “2011년 블랙아웃 위기 역시 이전 정부의 전력수급 예측이 잘못되어…”라고 예를 들었는데, 그 말은 지금 집값이 이렇게 뛴 건 이명박근혜 때 규제를 풀어서란 걸 돌려 까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어).

 

근데 이 말이 통용되려면, 현재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이란 게 전제가 돼야지. 그러니까, 실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어서, 집값이 뛰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경원 씨의 말은 그럴듯해. 그런 상황에서 강남에 대한 수요를 억지로 낮춰봐야, 그 수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니까.

 

근데, 김현미 장관님의 진단은 최근 집값이 뛰는 게, 투기 세력 / 다주택 보유자 때문이라는 거지. 실제로 전체 주택 거래량 중 약 44%가 유주택자래. 즉, 이미 집이 한 채씩 있는 사람들이 재태크 수단으로 주택을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뛰었다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투기심리가 과열된 지역에 한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건 유효할 거라고봐. 당장 강남 거래가 막힌다고, 사람들이 집이 부족하단 이유로 안산으로 옮겨가, 안산 집값이 뛰진 않을 거란 말이지 (강남 학원가랑 8학군이 옮겨가는 식의 호재가 발생하면 모를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안산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버리면, 어느 정도 다시 막을 수도 있고 말이야.

 


9. 집값, 이번에 잡을 수 있을까?

 

일단 예상보다 쌘 규제가 나왔다는 게 중론인 것 같아. 파급력이 꽤 있겠지. 신문 지면만 봐도 벌써 앓는 소리가 가득하더라고.

 

근데 규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무척 어려워. 당장은 약발이 먹히는 듯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꼼수가 생기기도 하고, 내성이 생기기도 하지. 그걸 계산해서 한 번에 너무 세게 규제해버리면 시장이 한방에 훅 갈 수도 있어서(선대인 소장님 싱글벙글, 규제 정책은 어려움이 많아.

 

일단 지금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또 투기하면 더 쪼인다” 는 압박을 주는 거지.

 

좀 더 큰차원에서 보자면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하겠지. 그래야 투기세력들이 기대를 접을 테니까. 벌써 몇 년만 바싹 엎드려 있자는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야. 그러기 위해선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야해.

 

아 참 그리고 보유세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는데, ‘의지가 부족하다’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거 같아. 보유세는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도입할 거 같아. 나중에 보유세가 추가되면 부동산 규제가 더 촘촘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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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본론이고, 밑에는 그냥 뱀발.



10. 더 할 말 있니?

 

10문 10답 채우래서,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이 규제로 손해 보는사람 많을 거야. 집값 문제가 참 오묘해서, 집 보유자들은 당장 집값 내려가면 빡치고, 집이 없는 사람들도 앞으로 돈 벌 길 막히는 것 같아서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지. 그 동안 집이 재테크 수단이었으니까.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잦아. 나는 한국 공기업 몇 곳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대선 이후에 탈원전 및 정규직 전환 등으로 꽤 손실을 보았어. 그리고, 내 모교는 특목고 폐지정책으로 없어질 것 같아 (총동문회에서 서명받고 그러더라구). 진짜 아이러니한 건, 미국에선 내가 싫어하는 트럼프 덕을 좀 볼 것 같다는 거야 (세금감면이랑 규제완화).

 

음,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된다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야. 그건 강요해선 안 될 문제지. 또, 사회가 잘돼야 개인에게도 좋단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야. 집값이 내려가서,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내생에 내가 덕 볼 일은 솔직히 거의 없을 것 같거든.

 

나 개인적으로는 이문제들에 대해서 정치적인 성향을 우선시 하기로 했어.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이해관계라는 게 사안마다 매번 갈리기 때문이야. 어떤 문제에 있어 난 기득권이고, 어떤 문제에 있어 난 피지배층이겠지. 이렇게 손실을 따지다 보면, 연대한다라는 게 절대 불가능하더라고. 나와 이해관계가 100% 같은 사람이 있을 수도 없거니와, 내 욕망을 자극해서 이용해먹으려는 정치인, 정당이 너무 많더라고. 그래서 가능하면 정치적 지지를할때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분리시키려고해. 물론 이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나는 외국사니까 이게 훨씬 쉽기도 하지.




씻퐈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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