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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들이 대화하다 보면 모든 문제의 종착점은 결국 한국기원으로 통한다. 무슨 얘기를 하든 결론은 한국기원이 문제인 것으로 마무리 된다. 대체 한국기원이란 무엇일까? 다들 욕은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문제다. 국내 최초 한국기원 문제 파헤치는 기사. 지금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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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란 조직을 살펴보면 크게 5종류의 사람이 있다. 스폰서, 이사, 사무총장, 프로기사,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한국기원이라는 조직의 실체를 알 수 있으리라.



1. 스폰서

한국기원 재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전을 후원하는 기업의 자금과 정부사업을 하는 비용이다. 정부사업은 성격상 협회가 챙기기 힘들다. 인건비 나눠주는 용도인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비용 자체도 그리 크지 않고, 예산안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에 남기기는 힘든 구조다. 한국기원이 단,급증 발행으로 수익을 벌지만 그건 그리 크지 않다. 더구나 대한바둑협회와 갈라지며 거의 기대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결국 기업에서 후원하는 기전수입으로 한국기원이라는 조직이 운영된다. 한국바둑계를 지탱해주시는 아주 고마우신 분들이다. 솔직히 바둑이 홍보효과 없는 거는 다들 알지 않는가. 팬심으로 돈을 쓰는 분들이다.



2.  이사

사회 각 층에 빵빵하신 분들이 계시는 곳이다. 회장 측근과 기전 스폰서, 프로기사들로 주로 구성되어있다. 정기이사회를 통해 안건을 통과한다. 안건이 올라오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일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데 여기 누가 있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기서 논의된 과정이 공개되는 경우도 없다.



3. 사무총장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이런 부류가 있다. 자신이 추구한 방향으로 성공했고, 그 성공의 공식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사람.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해서 해보긴 해봤어 등. 자신의 성공케이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유창혁 사무총장이 그런 것 같다.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바둑의 황금기였다.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4인방의 1인으로 바둑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자신이 세계를 제패할 때 한국바둑이 황금기였다. 지금 한국바둑이 침체기인 이유는 중국에게 밀리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중국을 이겨야 다시 바둑계가 부흥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좀 곤란하다.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필자는 한국기원의 행정을 총괄하며 지휘하는 사무총장에 프로기사가 오는 것은 반대한다. 평생 바둑만 두던 사람들이다. 바둑판에서는 절대고수지만 판 밖의 세상으로 나오면 초보에 불과하다. 경영, 영업, 회계, 마케팅, 인사 어느 것도 전문가가 아니다. 한 분야에만 오래 있다 보니 상식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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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무총장이 훈련 중인 국가대표 여성기사들을 모아놓고 여자골프선수들은 쉬는 기간에 성형수술을 한다고 하면서 여성기사가 예뻐야 골프처럼 대회도 생기고, 스폰서도 생긴다며 여성기사에게 성형수술을 권유하는 뉘앙스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요새 같은 시대에 큰일 날 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한다. 그만큼 젠더감수성이라든지 사회적인 상식 부분에서 뒤떨어져 있다.


여자기사 이야기 나온 김에 좀 더 말해보겠다. 사실 그동안 여자기사들은 항상 소외 혹은 차별받았다. 얼마 전까지는 변변한 시합도 없는 상황이었다. 남녀통합대회에서 여성은 본선도 올라가기 힘들다. 그리고 여성대회는 규모가 작다. 여성기사들의 역할은 스폰서 만나면 분위기 부드럽게 풀어주고, 회장님들이랑 바둑 두어주는 그런 존재로 인식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최정 프로나 오유진 프로가 여성세계대회에서 성적내고, 여자리그에서 성적을 내며 억대 상금을 받자, 남자기사들의 불만이 나왔다. 쟤는 나보다 바둑도 못 두는데 왜 상금이 더 크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척박한 여자 바둑계에 요 2~3년 사이에 좀 대회가 생겨서 상금 좀 받으니 난리부르스를 춘다. 애초에 입단대회도 따로 하는데 왜 열 받는지 모르겠다. 남자기사 국내랭킹 1위 하면 8억~10억 정도 번다. 여자 국내랭킹 1위 하면 1억 좀 넘게 번다.


사무총장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샜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요즘이다. 한국기원은 현대바둑 70년 동안 과연 얼마나 발전했는가? 조남철 국수 시절 신문기전 방식에서 얼마나 성장했는가? 다른 분야에 비하면 정말 변화도 없고, 발전도 없다. 알파고 얘기는 꺼내지 말자. 그게 한국기원이 잘 해서 나온 건 아니지 않는가.


전 세계가 알파고에 열광할 때 한국기원은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지금 한국의 인공지능 바둑의 수준은 어디인가? 중국의 절예와 일본은 딥젠고에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 아닌가. 시대가 변했다.



4. 프로기사들

날이 갈수록 그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아주 코미디를 봤다. 시니어리그 생방송 중에 공배 메꾸다가 자충수 둬서 지고, 돌 놨다 떼서 반칙패 해서 지고, 이게 정말 프로 맞나 싶다. 시니어리그가 아니라 실버리그라고 불러야 한다.


시니어리그는 대체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르는 리그다. 한창 전성기인 선수들의 시합은 없는데 한 물 아니, 세 물에서 네 물 정도 간 기사들의 리그를 뭐하러 하는가. 연구생이나 당장 아마추어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더 강하고 발전성 있다. 솔직히 말하자. 한국기원에서 시니어 기사들한테 시달리는 게 피곤해서 만든 거 아닌가.


이래저래 젊은 기사들만 힘들다. 그런데 프로는 결국 니가 못 둬서 성적 못 내는 걸 왜 한국기원에 탓 하냐. 너도 이세돌 박정환처럼 성적 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성적 못 내는 걸 누구 탓하겠는가. 사실 기전 생겨봤자 우승하는 놈이 우승한다. 대회도 없고, 이리저리 치이는 젊은 기사들은 아마대회에 나가라는 굴욕까지 당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근데 이걸 또 신나서 나가는 기사들이 있다. 프로는 바둑 둘 무대가 필요하다고? 현역 선수들이 아마대회 나가는 스포츠가 있는가? 나가려면 은퇴하고 나가면 되지 않는가. 전국에서 매주 바둑대회가 열린다. 그건 또 싫겠지. 이럴 때는 바둑은 다르다고 한다. 정부돈 탈 때는 스포츠요. 불리할 때는 바둑은 다르다고 한다.


프로기사의 구성을 보면 크게 남녀기사로 나누고, 세대별로 나누고, 랭킹으로도 나뉜다. 정말 뭉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박치문 전 부총재가 어차피 기사들은 뭉치지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전권을 휘둘렀는지도 모른다.


남자기사들이 노사초배에 나가고 점점 아마대회에 나가는 빈도가 많아질 것이다. 여자기사들도 아마대회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들도 프로대회 나가려고 할 것이고 결국 프로와 아마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다. 프로들은 제한이 있으니 모든 아마대회를 나가기 힘들다. 바둑 잘 두는 사람들은 입단을 일부러 안 할 수도 있다. (제한이 없으면 그게 프로랑 아마랑 구분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아마대회 나가면서 활동하는 게 더 상금이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행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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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결정된 것은 되돌리기 힘들다. 앞으로 어떤 파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런 일을 어떤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서 통과시켰는지 모르겠다. 모 프로의 제보에 따르면 자신도 통지서 보고 알았다고 한다. 프로가 아마대회를 나가는 것에 대한 중차대한 일에 어떠한 공청회나 설명회가 없었다고 한다.


기사들의 의사결정은 일상적인 것은 대의원회에서, 중요한 것은 기사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이게 과연 사소한 것인가? 필자는 프로가 아마대회 나가는 것도 비판하지만 더 큰 것은 이런 큰 일이 너무 쉽게 통과되었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프로가 너무 많아졌다. 입단 문호를 넓히는 것도 심사숙고 끝에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여자입단자도 1년에 4명으로 늘리는 과정을 보면 그냥 윗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았는가. 정작 같이 하게 될 여자기사들의 의견을 중요시 했는가? 그렇게 기사들을 막상 뽑아놓고 보니 대책이 없다. 그리고 프로같지도 않은 프로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까지 먹여 살려야 하니 참 쉽지 않다. 세상에 유래가 없는 연금제도와 현역 기사가 시합도 두고 심판도 보고 코치도 하고 감독도 하는 시스템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점점 안 좋아질 것 같다.


프로란 희소성이 있을 때 가치가 있는데 그걸 못 지켰다. 입단 문호를 넓힐거면 은퇴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은퇴를 안 할 거면 문이 좁아야 한다. 그나마 여자기사가 희소성이 있었는데 입단자가 2배로 늘어서 점점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10년 후면 지금 활동하는 기사의 수가 2배가 된다. 남자기사는 이미 힘든 상황이다. 희소가치가 없다. 프로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기사회가 할 일은 이런 것이다.



5. 무능의 대명사? 한국기원 직원들?

가장 억울하고 하소연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예전 참여정부 시절 뭐만 안 되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와 비슷하다. 바둑계가 침체되는 것도, 기전이 없어지는 것도 다 한국기원 직원들 탓이다. 이 놈들이 비싼 연봉 받으면서 일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십명씩 되는 직원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바둑계가 잘 나갈 때는 한국기원 직원들 덕분이었나? 바둑교실이 1,000개씩 생기고 기업들이 서로 대회하려던 황금시절도 한국기원 직원들 덕분이었나? 다 이창호 덕분이라고 하지 않는가. 잘 되는 것은 내 탓이오. 안 되는 것은 남 탓인 것부터 바꿔야 한다.


예전에는 시니어 기사들은 직원들은 종처럼 생각했다. 프로들 덕분에 밥먹고 산다고 생각했다. 시니어 기사들이 직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얘기하면 이것만 기사를 한 편 써도 될 정도다. 지금 짬밥 좀 되는 과장에서 부장급은 그런 대우 받으면서 기원 다닌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기사는 모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니 행정이 잘 안 돌아간다. 간단히 처리할 일도 품이 많이 든다.


프로들과 바둑팬들이 욕하는 한국기원 직원들의 수장이 누군가? 프로기사다. 샐러리맨들은 상급자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프로기사들이 직원 욕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다. 어쩌면 직원들은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잘 안 돌아가는 현재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전가를 해야 하는데 가장 만만한 게 기원 직원 아닌가.


평생 본 기사들끼리 삿대질 할 바에는 맘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직원이다. 기원 직원의 숫자가 많다고 뭐라 하는데 그게 다 프로기사 총장과 프로기사들이 속한 이사회에서 뽑은 거 아닌가. 직원들이 어떻게 직원을 뽑겠는가. 프로기사들이 직원 욕 하는 건 자승자박이다. 실드는 여기까지 쳐주고 한국기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얘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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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오는 직원이 없다. 몇십 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다 돈을 쓰는 사람들이지 벌어오는 사람들이 없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물건을 못 파는 것이다. 그럼 왜 물건을 못 파는 것인가? 물건이 안 좋아서 못 파는 것이다.


한국기원 주관료가 20~25% 정도, 바둑티비도 제작비로 그 정도 가져가고 절반 정도는 대회 상금이다. 기업입장에서 홍보를 해야 하는데 전체예산에 홍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바둑티비 보는 시청자 층은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구매력이 없다. 그리고 그 노인층을 상대로 방송 제작을 하다 보니 그나마 바둑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도 바둑티비를 안 본다.


프로기사들이 그만큼 매력 있는가? 솔직히 이세돌 빼고 잘 모른다. 좀 아는 사람들이 조훈현 이창호 정도다. 바둑이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나 예도인가? 바둑은 스포츠라고 이미 한국기원에서 얘기하지 않았는가. 정부자금 좀 타려고 하다가 한국바둑계는 정말 큰 것을 잃어버렸다.


상품이 안 좋아서 정말 영업하기 힘든 게 바둑이다.


그렇지만 기원 직원의 숫자는 너무 많다. 기원이 주관료를 떼는 이유는 기원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다. 문제다. 현재 기원이 하는 일은 사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미안한데 정말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자문했으면 한다.


정말 힘든 구조다. 방법은 하나 있다. 기원이 CJ로부터 바둑TV 인수할 때 한 얘기가 있다. 기전은 바둑티비가 중계권을 기원에 사서 방송해야지 왜 기원이 제작비를 대주냐는 것이다. 앞으로 바둑티비에 중계권을 팔아서 운영하면 해결되리라 본다. 이래놓고 K바둑 가서 임원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잠시 K바둑 근황을 소개 하겠다.



6. 이의범 SG회장의 K바둑 인수

이의범 회장은 한국기원의 이사이자, 대회 스폰서다. 프로, 아마 대회 합쳐서 3~4개의 대회를 후원한다. 이런 이의범 회장이 바둑TV의 경쟁사인 K바둑을 인수하자 난리가 난 것이다. 그리고 K바둑의 사장으로 양재호 프로를, 이사로는 김효정 프로를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살펴보자.


바둑TV가 CJ에 있을 당시, CJ의 바둑TV 운영을 성토하며 그것을 뺏어오는데 앞장 선 사람이 당시 양재호 사무총장, 김효정 기사회장이었다. 당시 바둑TV를 뺏어오는 명분 중에는 바둑계가 아닌 외부에서 운영하니 양질의 프로그램을 못 만들고, 이윤추구에만 취중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다른 스포츠는 중계권을 사가는데 바둑은 방송국에 돈을 주는 방식이라 이걸 고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혹시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했지. 뺏을려고 한 건 아니라는 순진한 질문을 하는 분을 위해 추가설명한다. 바둑TV의 콘텐츠는 프로의 시합이다. 그런데 그 프로들이 바둑티비에 못 나가면 방송은 그날로 끝이다. 즉 우리가 만들 것이니 넘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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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링크)


본 사건은 필자가 전에 기사를 통해 밝힌 바가 있다. 당시에 다들 말이 많았지만 결국 바둑TV를 가져와서 달라진 게 뭐가 있는가? 바둑티비 나오는 프로기사들 출연료는 깎이고 바둑TV 직원들은 기존 CJ보다 연봉 깎여서 받는다. 위쪽에 밉보이면 방송출연 못 하게 되지 않았는가. (이것도 사례를 듣고 이런 치사한 인간들 하면서 혀를 찼다) 그렇게 가져온 바둑TV가 대회중계권을 사서 방송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외부에서 바둑방송을 하니 이윤추구가 심해 단체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다시 외부 쪽 바둑방송에 임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러면서 K바둑에 가서는 한국기원에 중계료를 낼 것인가? 위에 말한 내용대로 바둑방송을 운영할 것인가?


K바둑으로 양재호, 김효정 프로가 간 것은 유창혁 총장 입장에서는 열받는 일이다. 우선 이의범 회장이 후원하는 대회도 당장 내년부터는 K바둑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리고 총장 하기 싫어하는 유창혁 총장에게 바둑계를 위해 하라고 등 떠민 사람들이 K바둑으로 가니 어처구니 없을 것이다. 열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양재호 K바둑 사장은 전직 한국기원 총장이었다.


양재호 사장이 총장 시절 스폰서들과의 인맥과 영향력이 있었다. 또한 김효정 이사도 프로기사회 회장 및 한국기원 이사와 홍보대사를 하며 대회 스폰서 유치와 관리를 하는 역할이었다. 한국기원 월급 받으면서 스폰서 인맥관리 하던 사람들이 K바둑으로 가버리니 대회 유치에 아쉬운 유창혁 총장의 속이 얼마나 쓰릴까.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양재호, 김효정 프로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나쁘다는 생각, 부끄럽다는 생각이 없을 것이다. 설마 알고 이렇게 하겠는가. 하지만 이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외부 기업이 방송하니 질이 떨어져서 협회가 방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외부 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은 도대체 무슨 행마인가. 혹시 내가 곧 바둑계요. 그 외는 다 바깥이라는 호연지기인가? 이 호방한 기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후배들 보기 안 부끄러운가 모르겠다. 결국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든 돈이 되는 쪽으로 행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기원이 바둑TV 방송한다는 게 잘했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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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한국기원에 대해 알아봤다. 쓰고 나니 답이 없다. 아니 있는데 실행할 수가 없다.


한국기원 경영자를 전문경영인으로 대체하고, 프로기사 제도를 대폭 손본다. 은퇴할 사람들은 은퇴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도 어느 정도 구조조정 해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 영입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유소년 바둑인구를 꾸준히 창출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바둑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연구하며 기존 바둑팬들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래도 잘 될까 말까다.


말은 쉬운데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스스로 개혁이 되겠는가? 바닥을 한 번 쳐야 정신차릴 텐데 문제는 바닥을 쳐서 정신을 차리면 올라가기 너무 힘들다. 차라리 한화가 우승하는 게 더 빠르다(한화 화이팅!)


그렇다고 제발 토토는 추진하지 말았으면 한다. 전쟁은 노인들이 결정하고 청년들이 죽는다. 토토 수익이야 공단에서 많이 가져가고 기원이 가져가지만 기사들 상금은 그리 높은 비율로 커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승부조작이다. 제발 필자한테 "바둑은 승부조작 없다.", "절대 안 일어난다."고 말하지 마라. 토토 진행이 가시화 되면 사례 열거하며 기사 쓸 생각이다. 사고가 났을 때 한국기원이 제대로 처리했으면 이렇게 반대하지 않는다. 엄한 사람들은 징계 잘 하면서 꼭 해야 할 때는 안 한다.


한국기원은 사고가 터지면 쉬쉬하며 덮기만 한다. 고름은 짜야 하는데 덮어두니 계속 곪는 것이다. 이번 편을 쓰면서 프로기사 사건사고 사례를 써볼까 하다가 너무 길어서 각잡고 날 잡아서 써볼까 한다. 근데 웃긴 건 젊은 프로기사들은 이런 거 잘 모른다. 남의 일인데도 관심이 없다.


마지막으로 다 바둑계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니 이해하기 바란다. 특히 한국기원은 바둑계의 총본산 아닌가. 환골탈태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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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대한바둑협회를 다음에 다룰까 하다가 고민이다. 한국기원과 갈라진 후 여러 가지 문제도 많고 파벌 싸움도 있는데 뭔가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단급증 남발은 필자가 보기엔 문제가 많다. 장사하는 게 눈에 보인다. 기존에 한국기원이 잘 했으면 신랄하게 깔 텐데 한국기원이 워낙 단증 장사로 문제가 많아서 딱히 비판하기도 애매하다.


요새 세미프로 제도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 부분도 판단이 안 선다. 이제는 프로들이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는 상황에서 대한바둑협회의 세미프로 추진을 막을 명분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프로라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와 차별화를 하는 것이다. 프로라 함은 아마와 다르게 바둑의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바둑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프로가 아마대회에 나간다 함은 결국 프로랑 아마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기사와 같이 시합 두는 아마추어들을 세미프로로 하겠다는 건데 이를 막을 논리가 있을까? 프로라는 말을 쓰기에는 수준 차이가 난다고? 그런 수준 차이는 아마들이랑 호선으로 시합하는 게 누군가? 프로기사회에서 아마대회를 나간다고 했을 때 이런 점까지 과연 생각했을까?


프로가 아마대회 참가하는 상황에 세미프로는 찬성해야 하는가? 그것도 어렵다. 대한바둑협회는 한국기원에 비해 가난한 단체다. 세미프로가 돈이 되면 남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돈이 없어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 힘들면 어쩌겠는가. 자격증 남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세미프로가 아마 단증처럼 풀려버리고 너도 나도 세미프로가 되면 프로라는 이름이 개값 되는 거다.


프로랑 세미프로는 실력 차이가 난다고? 공부하는 세미프로 상위랭커는 바둑에 손 놓은 프로보다 더 쎈데? 노사초배 프로기사 참가를 추진한 기사회는 여기까지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프로가 아마대회 나감으로써 생기는 파장은 전혀 생각도 안 한 채 추진하는 사람들이나, 그걸 또 좋다고 나가는 사람들이나 정말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왜 그 고생을 해서 입단하는지 모르겠다. 나가는 프로기사들은 프로 이름값이야 내 알 바 아니고 그냥 상금이나 타면 된다는 생각인가?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추신2: 저번 양건 기사회장을 너무 깐 거 같아 미안한 감정이 있다. 양건 기사회장이 일을 진행할 때 사리사욕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다. 오히려 열정 가득하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그것이 이권을 쫓는다 생각할 수 있다.


기사회장이 되기 전 야당시절에 한국기원의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기원의 행사와 일을 하는 모습이 다른 기사들에게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본인은 돈보다 바둑계를 위해 했다고 하고, 필자도 그걸 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아쉬운 사람들이 많다. 연구생 사범자리를 교육을 위해 갔지만 꿀보직인거 알지 않는가. 어차피 애들 도장에서 공부하는데 연구생 사범이 하는 일이 뭐 있는가. 그저 자리 지키는 정도고 가끔 복기해주는 정도 아닌가. 그 자리에 있을 때 연구생 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스포츠 토토 추진 당시에도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급여 받으면서 일하고 싶어했던 기사들이 대놓고 말은 못 해서 그렇지 꽤 많지 않았는가. 그리고 바둑행사 등 뛰는 모습을 보며 본인은 바둑발전을 위해 뛴다고 하지만 사실 그 자리는 누가 가든 큰 상관없는 자리 아닌가.


기원의 집행부를 욕하고 반대하면서 정작 기원의 일을 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기사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김승준 프로처럼 집행부의 일처리를 이건 아니지 않냐며 반대한 후부터 기원의 일에 협조 안 했다. 결국 누가 봐도 당연히 맡게 될 줄 알았던 정부사업을 다른 곳에 뺏긴 모습과는 대비되었다.


기원의 행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기원이 주는 떡을 먹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기사들이 있을 정도다. 원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지 않는가. 물론 필자는 양건 기사회장의 바둑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높이 산다. 그리고 기원이 주는 일을 하는 모습도 이해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게 바둑계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가 양건 기사회장에게 실망한 부분은 기사회장이 되고나서 자신이 속한 기사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자꾸 엉뚱한 짓을 해서 실망한 것이다. 본인 공약을 제대로 못 지킨 것 아닌가. 그의 인간성과 바둑에 대한 사랑은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열정이 있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동료기사들을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이 동료기사들을 죽게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설탕이 맛있다고 아이에게 계속 먹이는 부모가 없듯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운영하여서 기사회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추신3: 추신이 너무 길었다. 필자의 기사에 이견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론과 제보 환영한다. 





지난 기사


바둑계 진단 시리즈1 : 프로기사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김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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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