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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


일본에 때마다 저를 찾아와 주는 친구나 지인 거의 대부분이 변호사나 법학자 법에 관련이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 법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오타쿠”, 한국어로는 덕후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M씨' 부르죠)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혼모노(진짜)답게 일본 서브컬쳐에 대한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나 풍속 일반 문화에도 만만찮은 지식을 갖추고 있는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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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씨의 놀라운 점은 일본에 대한 그의 지식 뿐 아닙니다. 유학이나 장기 체재 경험이 없음에도 애니나 만화에 등장하거나 무대가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이른바 '성지순례' 일본 각지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 참가를 통해 도쿄나 오사카  대도시 외에 아니라 일본인도 찾아가기 드문 지방까지 방문한 경험이 적지 않다는, '실천' 수반되는 부분이죠. 이번에 M씨가 도쿄에 이유는 8.11~13 일정으로 도쿄빅사이트에서 개최된 코믹마켓(이른바 코미케)에서 게 있어서였다던데 수시로 보내오는 카톡 메시지는 M씨가 다른 행사에 참가한 실시간 보고로 있습니다. 열정이 정말 대단합니다.


코미케 마지막 날에 M씨하고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있는 여장메이드카페(남자 종업원이 여자 차림으로 접대해주는 메이드카페. M씨가 단골하는 곳이 있는 ) 가자고 약속을 맺었었는데 M씨가 아는 메이드(여장메이드카페 종업원) 쉬는 날이라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됐죠(여담이지만 약속 장소가 아키바였던 것은 그냥 M씨의 취향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코미케 마지막 날에는 코미케에서 직접 구매하지 못한 동인지(만화를 그리는 일반인이 모인 덩아리가 발강하는 만화 ) 전문 서점에서 판매하는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아키바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연히 같이 식사나 하자고 연락을 줬던 친구 2명도 같이 있었는데 한명이 야키니쿠를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야키니쿠를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M씨한테 미안해 했었죠. 일본에 오는 일반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가는 일본식 야키니쿠 집은 M씨에게는 너무 '보통'이며 라멘이 그렇듯이 M씨한테서 야키니쿠를 좋아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M씨는 입으로는, 야키니쿠 좋죠라고 했는데, 생각에는 그냥 그가 사양하지 못해 대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M씨는일본식 야키니쿠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라고 말을 이은 겁니다. 우리 일행은 장소를 도쿄 모소로 옮기고 야키니쿠를 먹으러 갔습니다.



2. 일본 야키니쿠 집의 메뉴판


우리가 야키니쿠 집은 가격 대비 질이 좋은 편이라 예약 없이 찾아간 우리는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입점을 기다리다 M씨가 식당 간판에 있는()” 글자를 봐서 그랬는지 집에는 돼지고기도 있나요라고 물어왔어요. 일본에서는 그냥肉(にく/고기) 하면 관동지방에서는 돼지고기를, 관서지방에서는 소고기를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야키니쿠 집 만큼은 소고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돼지고기도 파는 데가 많을 겁니다. 저는 M씨의 질문을 받아아마 있을 걸요라고 대답했죠. M씨는 특단의 대답을 했지만 야키니쿠 집에서는 소도 돼지도 제공된다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20 정도 기다렸을까, 우리는 식당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식당 종업원이 쟁반에 여러가지 반찬을 담아 와가지고 테이블을 반찬으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고 고기집도 예외가 아닌 같습니다. 그럼 일본 야키니쿠 집의 종업원은 할까요그렇습니다. 바로 주문을 받으러 옵니다. 이게 바로 '일본에서는 반찬을 주고 먹는다' 암묵의 메시지죠. M씨는아아, 일본에서는 김치도 나물도 시켜야 먹을 있다던데 진짜였군요...라는 소감을 토로했다가상추도요?”라고 물어봤죠. 우리 식탁 위에 놓인 것은 앞접시 몇 개하고 4분의 나무젓가락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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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단 김치하고 상추는 시키고 나물만 시켰고(그냥 일행 중에 나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요) 고기를 ○○(점명)갈비 2접시와 (young)갈비 2접시를 시켰습니다. 야키니쿠 집은 소고기 메뉴의 이름을 단순히 소의 부위명으로 붙일 경우도 있지만 가게 나름의 이름을 붙일 경우가 종종 있죠. 우리가 시킨 영갈비 역시 아주 얇게 자른 소삼겹살인데 가격이 싸서 젊은이들도 마음껏 먹을 있다는 뜻인지 '젊은 갈비'라는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그리고 야키니쿠 집에서 시키는 고기는 “○인분이라기보다 “○접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고기가 제공되는 단위 자체가 작습니다. 그래서 4 정도 있을 경우 명당 2, 3접시를 시킨다고 치면 다양하게 10가지 정도의 고기나 곱창류를 먹을 있는 셈이며, M씨가 일식 야키니쿠의 맛을 보는 차원에서 여러모로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때는 그런 생각이 났네요(M, 죄송합니다).



3. 건배의 어려움


그런데 밤의 야키니쿠 집은 술집을 겸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이자카야와 같이 먼저 술부터 시키는 습관이 있는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야키니쿠 집에서도 첫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은 입을 열자마자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라고 했죠(음료라 해도 실질적으로는 술을 가리키는 것이에요). 한국에서도 알려져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본에는とりあえずビール(일단 맥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첫 번째 잔은 맥주를 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종류의 술을 시킵니다만. 그런데 글쌔요, 한국에서 고기를 먹으러 가면 처음부터 소주나 폭탄주를 마시는 사람도 많다고 할까, 오히려 그러는 사람이 다수파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일본에서는 (일본 소주도 포함해서) 소주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M씨는 달랐습니다. 야키니쿠 집에 참이슬이 있어서 그랬는지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 친구가 같이 었어서 그랬는지, 하여튼여기 병맥주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죠. 일본에서 만나는 M씨가 폭탄주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적이 없는 저는 약간의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한국 소주가 있는 집에서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 일본인이랑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바람에 한국의 방식을 알려 주려고 하는가 보다 싶었죠. 그러나 하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폭탄주를 만드는 의식 치르기 위한 도구가 없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아시다시피 한국의 폭탄주는 도수 차이가 나는 술을 그냥 섞으면 되는 것은 아니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제맛이 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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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의 야키니쿠 집은 한국의 소주잔이 비치되는 곳은 많더라도 납작한 놋쇠젓가락이 있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민감하게 알게 M씨는 숟가락이 없냐고 물어봤죠(맥주에다 소주를 잔에 숟가락 머리 부분을 넣고 숟가락 손잡이 부분을 때려 기포를 생기게 하려고 했던 모양이죠). 그러나 테이블에 숟가락도 마련되지 않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당 측이 숟가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시켜야 숟가락을 주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물론 숟가락을 달라고 하면 주겠지만). 이렇게 해서 우리의 첫 번째 건배는 거품이 거의 사라진 생맥 2잔과 주스처럼 보이는 카시스소다, 그리고 아사히 맥주에다 처음처럼을 그냥 넣은 소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경험상 한국에서는 술을 마시다 때때로 건배를 하지 않습니까? 마시다 분위기가 고조되거나 반대로 화제가 끊기는 적당한 타이밍에 수시로 잔을 부딪죠. 그러나 일본에서는 마시는 중간에 잔을 부딪히는 일 거의 없는 같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다 잔을 부딪히는 것이 습관이 되고 일본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야키니쿠 집에서도 습관대로 수시로 잔을 내밀었죠. 당연한 일이지만 M씨는 아주 자연스레 본인의 잔을 내밀어 줬지만 나머지 일본 친구들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맞춰 주는 듯이 잔을 들었습니다. 물론 “짠~하며 잔을 부딪고 나서 M씨하고 저는 잔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나머지 친구들은 잔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뒀습니다. 일본 야키니쿠 집은 건배하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같습니다.



4. 야키니쿠 집에서 고기가 갖는 의미, 그리고 고기 조각의 귀속 문제


어렵게 건배를 하고 나서는 드디어 고기를 굽는 차례입니다. 주문한 2가지 고기, 모두 4접시가 식탁 위에 올라오자 집개로 고기를 잡아 석쇠 위에 놓아 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밥은 어떡하지?”입니다. 일본에서 야키니쿠 집을 보는 시각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술집으로 보는 시각, 하나는 식당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전자의 경우 고기를 안주삼아 먹다가 식사로써 국밥이나 냉면을 마무리로 먹는 스타일이라 아마 한국의 고기집 문화랑 거의 비슷할 겁니다. 어려운 것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일본에서는 술을 먹든 말든 고기를 구워 먹을 때에는 밥이랑 같이 먹는 사람이 적지 않게 존재하는 같습니다(물론 한국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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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멤버 중에 이런 '밥이랑 같이'파가 있을 경우 식탁이 술판인 동시에 식사 위주의 회식 자리이기도 하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물론 멤버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그 자리를 즐기면 된다고 있겠지만 밥을 마무리로 먹으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직 술을 마시는 차례인데도 앞에식사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약간의 불편함이 되기 마련이, 반대로 고기를 먹으면서 밥도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기를 반찬으로 해서 식사를 하는데 고기를 안주 삼아 마구 먹는 사람이 앞에 있는 셈이 되며, 이것 역시 약간 불편하겠죠. 마무리 단계에 와서도 고기를 안주로 먹던 사람에게는 그대로 마무리로 냉면이나 각종 국밥 식사를 하게 되는데 고기를 반찬으로 해서 이미 밥을 먹은 사람에게는 마무리 단계가 다른 멤버가 마무리를 짓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 버리는 거죠.


다행히 이번에 같이 야키니쿠 집에 우리 일행은 모든 멤버가 고기를 안주로 삼을 있는 포용력이 있는 이들이어서 위와 같이 고기의 의미를 둘러싼 문제는 생기지 않았죠.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고기를 구울 하나 고려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고기 조각의 귀속 문제입니다. 한국의 고기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에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한꺼번에 고기를 판 위에 놓고 익은 고기는 먹거나 아니면 테두리 쪽으로 모아 두죠. 반면 일본에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인수를 감안해서 적당한 수의 조각을 위에 놓는 일반적입니다(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굽다가 고기가 버리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의식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멤버가 4명일 경우, '굽기 담당' 4조각을 기준으로 해서 상황을 보면서 위에 있는 고기 조각의 수를 조절할 경우가 있는가 하면 회식 참가자들이 각자 자기 자신의 타이밍으로 알아서 굽는 방식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각자 알아서 굽는 방식의 경우에는 내가 먹으려고 고기를 굽는 것을 '키운다' 하고 내가 키우던 고기를 누가 먹어 버리면내가 키우던 고기가 빼앗겼다라고도 표현합니다. 굽기 담당이 있는 경우에도 알게 모르게 언젠가 내가 먹을 고기 조각이 정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아마도 어느 위치에 있는지가 주된 요인이 돼서 결정되는 것인데 어쨌든 간에 굽기 담당이 있는 경우에도내가 먹을 조각은 저거겠지라고 느껴집니다. 이런 고기의 귀속 문제에 대해 M씨가 어떻게 접근했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위에 놓이는 고기의 양에 대해서는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고기를 굽는 국면에 대해 하나 덧붙이면 일식 야키니쿠 집에서는 (석쇠) 바꿔 달라고 해야 바꿔 준다는 점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알려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교환을 요청한 장면을 M씨는, 정말이네라고 속삭였죠. (참고로 일본어로 판을 바꿔 달라고 하실 때에는みません、あみ かえて もらえますか?정도로 하시면 됩니다.)



5. 동명이물(同名異物)


적당히 고기를 먹고 나서는 식사를 하는 차례이죠. 많은 야키니쿠 집에서는 일단 '한국요리'를 제공하고 있고 나름 먹을만합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육개장이라면 (당연히, 말 그대로) 육개장이지만 일본 야키니쿠 집에서는 육개장에 밥을 넣고 국밥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육개장도 '스프' 제공되는 경우와 '국밥'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육개장이랑 공기밥을 따로 먹고 싶다면 메뉴판에 있는ユッケジャン(육개장)” 뒤에スープ(스프)” 글자가 있는 것을 확인해야 되고 공기밥도 따로 시켜야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한국인들이 자주 오해하는 메뉴로서갈비탕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얼큰하고 그래서 국물이 붉은 갈비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갈비탕 하면, 하얀 국물을 상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날카롭게도 M씨가 지적해 줬기 때문에 저도 새삼 의식할 있었던 부분인데 일본 야키니쿠 메뉴판에 있는カルビタン(갈비탕)” 국물이 붉을 경우가 많습니다(대충 말하면 일본의 야키니쿠 집에서 하얀 국물을 먹으려면 곰탕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일 겁니다. 갈비탕조차 메뉴판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죠). 야키니쿠 집에서 갈비탕을 먹고 싶을 때에는 주문을 하기 전에 국물의 색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명이물(同名異物). 이름은 같아도 실체는 다르다는 , 마음에 새겨 두고 싶은 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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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야키니쿠 집이 자칭 한국요리로 제공하는 식사는 현재 한국인이 때에는 반드시 한국요리가 아닐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요리 자체는 나름 한국요리라 불러도 무방할지라도 결정적으로 넘어갈 없는 벽이 바로 그릇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뚝배기로 제공되는 요리가 일본식 야키니쿠 집에서는 도자기 그릇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거죠. 이것은 M씨가 지적한 부분이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소리를 높여 말하고 싶은 점입니다.저는 한국의 고기집에서 공기밥하고 함께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시키고 아직 숯불이 꺼지지 않은 불판 위에 놓고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집에 따라서는 찌개를 무료로 서비스해 주는 곳도 있다니 정말 천국인데 김치조차 시켜야 먹을 있는 일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돈을 주고 먹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예 뚝배기로 국물을 제공해주는 집이 드문 상황이다 보니 위에 국물을 놓고 따뜻하게 먹는다는 것은 하늘의 따기죠.



6.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일본의 야키니쿠 집에서 고기를 먹다 자주 듣는 한국인의 대화 중에本場の焼肉が食べたいね”-“だよねぇ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충 번역하면본고장의 야키니쿠를 먹고 싶네”-“그러게정도가 될 텐데, 한국에는 아마 야키니쿠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본고장의 야키니쿠를 먹고 싶다고  (A) 상기하고 있는 야키누쿠랑 그에 동의하는 (B) 생각하고 있는 야키니쿠의 내용이 다를 수가 있죠. A 머릿속에서 소갈비를 그리고 있는 한편 B 삼겹살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저랑 한국에 놀러 일본 친구가今日の晩は焼肉を食べたい(오늘 저녁은 야키니쿠를 먹고 싶다)”라고 경우 저는 고기를 구워 먹는 집에 데리고 가기만 하면  식당이 갈비집이든 삼겹살집이든 친구는 기분 좋게 저녁을 먹을 가능성이 높죠. 적어도 저한테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는 주저될 겁니다(왜냐면 한국에는 일본식 야키니쿠 집은 없고 고기를 구워 먹는 이상 야키니쿠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조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한국하고 일본은 고기집을 파악하는 말부터가 다르죠. 한국에서는 적어도 소고기를 먹느냐, 돼지고기를 먹느냐에 따라 집의 종류가 달라질 텐데(삼겹살을 먹고 싶은데 일부러 갈비집에 가는 사람은 별로 없죠?) 일본에서는 소든 돼지든 고기를 구워 먹으려면 일단 야키니쿠 집에 가게 되는 거죠. 실체가 말에 반영됐는지, 말이 실체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야키니쿠(焼肉) 상응하는 어휘가 한국어에는 없고 반대로 삼겹살집을 야키니쿠 집으로 번역하면 실수가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M씨가 (일본어를 안다는 요인도 있겠지만) 야키니쿠 집을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야키니쿠야(()” 가게 이름 뒷부분에 붙는 일반 명사)라고 하는 태도는 아주 바람직하고, 그가 뛰어난 견식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는 까닭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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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 히요코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