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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병동 답사기 - Case 02. 1000대의 자동차와 섹스를 즐긴 사나이



<사례 1>

2017년 5월, 태국의 Chonburi에 거주하는 Thepsathit Sripranumat라는 남자가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다. 혐의는 재물 손괴죄. 그는 약 3개월간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남의 오토바이에 칼로 구멍을 뚫는 등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된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CCTV를 돌려보기 전까지는...


“아니 그 미친놈이 글쎄 제 오토바이에 올라타서는 구멍을 뚫고 거기다가 OO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 오토바이는 두 번이나 강간을 당했어요. 2월하고 3월에 두 번씩이나요!!” [1]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 여대생, 27세)


경찰 당국은 같은 시기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미제 강간 사건이 동일한 범인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사에 착수, 이외에도 그가 최소 2대 이상의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형사들의 추궁에 그는 범행을 시인했으며,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립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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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옆동네에서는 한 남자가 포르쉐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동영상을 직접 보고 싶다면 : 링크)



<사례 2>

워싱턴에 사는 에드워드 스미스(Edward Smith)는 주변의 인기 없는 남자아이들이 20세가 넘도록 동정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무렵, 비교적 이른 15세의 나이에 첫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첫 상대는 누구였을까? 그녀는 매끈한 몸매에 ‘바닐라’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에드워드는 보통의 남자애들이 그렇듯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통의 남자애들이 그 좋아함을 '좋아함'의 수준으로 남겨두었던 것과 달리,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발전적인(?) 궤적을 밟게 되는데...


“우리 동네에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이웃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사람이 그녀를 타고 가는 것을 처음 봤었죠. 처음 그녀를 본 순간, 저는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에드워드는 바닐라와 함께 약 5년간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후 수 없이 많은 연인들과 –약 1000대의 자동차–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일설에 따르면 가장 인상깊었던 관계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에어울프 시리즈에 나왔던 헬리콥터와의 관계가 가장 강렬했다”고 답하며 다소 으쓱한 모습을 보였다고. [3]


뉴스를 믿기 힘들다고? 페이크 뉴스가 아니냐고? 허허... 그대들은 꼭 눈으로 보아야만 믿을 수 있는가? 분리주의자에 맞서 싸웠던 우리의 전쟁 영웅 케노비 장군도 말한적 있지 않은가? “너의 눈을 믿지 마라. 그것들은 너를 속일 수 있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증을 원하는 자들이 있을테니 링크를 첨부한다. 여기서 TV에 출현한 에드워드 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OrLMLFE5E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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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옹의 초상. 단언컨대 이것은 세차하는 사진이 아니다.



메카노필리아(Mechanophilia)
1000대의 자동차라니. ‘1000’이라는 숫자에 처음 놀라고 그 대상이 ‘자동차’라는 데서 두 번 놀란다. 이건 과거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던 레전더리 에나벨 청(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10시간 동안 정확히 251명의 남성과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의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를 보며 필자는 경이감을 너머 어떤 형용할 수 없는 숭고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가히 칸트가 거대한 폭포를 바라보며 느꼈을 그것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네놈이 1000명을 범했다 하지만 결코 나의 이성을 범하지는 못할지니...’

이런 사례가 있다는 것 자체도 믿기 힘든데, 이런 걸 지칭하는 전문 용어까지 있단다. 이름하야 메카노필리아(Mechanophilia)가 그것이다. 메카노가 메카닉한 것, 말하자면 ‘기계적인 것’을 의미한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필리아(Philila)는 뭔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가령 필로소피(Philosophy), 즉 철학이란 Sophos(지혜)를 Philo(좋아)한다는 뜻이다. 흔히 ‘공포’ 혹은 ‘혐오’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포비아(Phobia)의 반대말이라고 볼 수 있다.

메카노필리아라는 개념은 사실 그것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은 편이다.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같은 단어처럼 말이다. (이런 걸 좀 유식한 말로 ‘외연이 크다’라고 한다) 좁은 의미로 메카노필리아는 개인의 성적인 취향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우리의 쓸모 있는 친구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좁은 의미의 메카노필리아란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등의 기계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넓은 의미에서 메카노필리아는 타인 혹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성향 중 하나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메카노필리아라는 개념 혹은 현상은 단순히 하나의 관점으로만 분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필자는 본 글을 통해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이 현상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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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적 관점
방금 필자는 넓은 의미의 메카노필리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다룬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에리피 프롬(Erich Fromm)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자주 들었던 바로 그 에리히 프롬 말이다. 프롬은 메카노필리아를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라는 개념과의 연관 속에서 다룬다. 그렇다면 네크로필리아가 도대체 무엇이냐.

B급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네크로맨틱(Nekromantik)’이라는 독일 영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시체만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느껴 결국은 죽은 몸뚱이들과 응응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네크로필리아라는 단어도 원래는 ‘시체애호증’을 뜻하는 단어다. 그렇지만 원래 철학자라는 것이 냄새나는 개똥에서도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 아닌가. 프롬도 이 야리꾸리한 개념에서 인간의 실존적 본질에 대한 개념을 끌어내게 된다.

그는 생명이 가진 두 가지 대비되는 경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각각을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와 바이오필리아(Biophilia)로 규정한다. 바이오필리아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이것은 ‘통합하고 합일하려는 경향’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생명을 분해하고 ‘사물화‘하는 경향에 대비되는 것이다. 반면 네크로필리아란 ‘죽은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가 네크로필리아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경우, 생명을 다룰 때 필연적으로 그것을 사물화하고 죽은 것으로서 대하게 된다. 가령 나의 배우자는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도구로, 혹은 돈을 벌어다주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 프롬은 ‘기계적인 것에 대한 사랑‘이 ‘죽음에 대한 사랑’과 일종의 인척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기계에 대한 추종과 사랑이 인간을 “삶에 반응하기 보다는 점점 기계적인 것에 매혹되게” 하고 마침내 “죽음과 전면적 파괴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4]

프롬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동차와 사랑을 나눈 에드워드나, 시체와 사랑을 나눴던 네크로맨틱의 주인공이나 피차 일반인 셈이다. 프롬은 이들이 실존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바지 자크를 올려 잠그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타는 용도로만 쓸 것을 약속하며 살아있는 것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철학적 개념이 그렇듯이, 프롬의 개념이 위의 사례를 설명하기엔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 기계사랑이나 이런 개념들 여러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된다는 것, 그것은 내가 분명히 알겠다. 근데 당최 이들은 왜 기계에 대해 하필이면 ‘성적인 매력’을 느낀단 말인가? 단순히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기계에 대한 매혹’으로 설명하기에는, 프롬의 메카노필리아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여기서 필자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프로이트옹에게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그래, ‘성’이라면 역시 프로이트지. 이런 면을 다루기에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이 유용한 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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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계속.


[1] 이 인터뷰는 필자에 의해 각색된 것임을 밝힙니다.
[2] https://coconuts.co/bangkok/news/man-arrested-sexually-assaulting-3-motorcycles-video/
[3] http://www.dailystar.co.uk/real-life/404988/sex-with-cars-this-morning
[4] <인간의 마음>, 에리히 프롬,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1987, 68면 - <인간, 동물, 로봇 그리고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의 법>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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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1 - 애국가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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