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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자동차 하면 요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각종 첨단 센서와 자동화 기기로 구성되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정보통신업체까지 뛰어들어 미래의 자동차로 확실히 인식되었다. 1982년 미국의 티비 드라마 ‘전격 Z 작전’에서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가 “가자~ 키트!”를 외칠 때만 해도 무인자동차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먼 미래의 희망 사항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무인자동차는 실제 도로 주행 실험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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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주행 중인 구글의 자율주행차. 네비의 여성이 이제 운전까지 한단다. (출처: 구글)


하지만 자동차는 운전에 앞서 바퀴를 굴리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에너지 측면에서 지금까지 자동차가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차세대 자동차는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최초의 자동차는 1769년 프랑스의 공병장교 니콜라스 조셉 퀴뇨가 대포를 견인할 목적으로 발명한 증기 자동차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방 분야는 기술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최초의 민간 수송용 자동차는 헝가리의 수도자 안요스 예들리크가 1828년 만든 전기 자동차이다. 이어 1830년대에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이 1차 전지(충전 안됨)로 움직이는 전기차를 만들었다.


1865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란테가 축전지를 발명하고 카밀 포레가 더 많은 저장 용량을 가진 축전지를 개발하면서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늘어났다. 오늘날 대세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1876년 고틀리프 다임러, 1879년 카를 벤츠가 4행정 기관을 발명한 이후에 등장한다. 1899년 시속 100km를 실현한 것도 전기자동차 ‘La Jamais Contente’였다. 1899~1900년에 전기자동차는 증기자동차나 휘발유자동차보다 많이 팔렸으며, 1900년 미국의 자동차 중 28%가 전기 자동차였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앞서 발명되고 20세기 초까지 주종을 이룬 건 구조가 간단해서였다. 전기차는 모터와 구동 장치만으로 굴러갈 수 있지만 내연기관은 동력전달 장치가 보다 복잡하다. 실린더 안에서 폭발로 생긴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어 바퀴를 돌려야 하고, 엔진의 폭발 속도와 자동차의 구동 속도를 맞추어 줄 변속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펑펑거리는 내연기관에 비해 소음과 진동, 냄새가 적은 전기차는 상류층과 여성에게 인기가 높아 ‘마담차’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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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독일에서 만든 전기자동차. 마담차라는 별칭답게 치장이 화려하다.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전기차는 1912년 생산 및 판매에서 정점을 기록한 뒤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내연기관차는 1859년 상용화 된 석유의 도움을 받았다. 초기에는 그냥 태워버렸던 휘발유가 귀한 연료가 되었으며, 디젤기관의 발전으로 경유도 자동차를 끌게 되었다. 어떤 용기에도 담을 수 있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석유는 충전소가 있는 시내로 한정된 자동차의 운행 범위를 확장시켰다.


또한 자동차의 모형과 구조가 표준화 되고 양산이 이루어지면서 휘발유 자동차의 가격은 빠르게 떨어졌다. 반면 축전지의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전기자동차는 고급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920년대에 미국의 전기차 가격이 1750달러였던 데 비해 휘발유차는 평균 650달러에 팔렸다.


내연기관차가 승기를 잡은 건 1908년 생산을 시작한 포드자동차의 모델T였다. ‘미국을 바퀴 위에 올려 놓은’ 포드 모델T는 당시 고급 자동차 가격 2000~3000달러의 1/3 수준인 850달러에 판매하였다. 미국의 중산층을 휩쓴 모델T는 1927년 단종될 때까지 모두 150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포드자동차 공장의 계열화한 라인 생산 방식은 가격을 낮추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포드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전 제조업 분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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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자동차의 모델 T 1919년형. 모델 T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루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렇듯 내연기관차는 화석연료의 총아 석유와 함께 2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이루며 20세기의 문명을 이끌었다.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장애물이 없는 평평하고 굳은 땅이면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구석구석 도로를 내고 포장을 하는 건 정부의 주요한 역할이 되었다. 1974년 3억대를 넘어선 자동차 수는 2000년 5억대를 돌파하고 2020년이면 10억대를 넘어설 기세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만큼 석유 수요도 늘어나 수송 부문이 전체 석유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3년 45.4%를 거쳐 2016년 64.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21세기 들어 석유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는 신흥공업국의 자동차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2016년 자동차 판매대수를 보면 중국은 2803만대, 인도는 372만대이다. 이 중 90% 이상이 아직 내연기관차이며, 석유 수요 증가율의 최고치는 인도가 중국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점점 가속도를 내는 자동차의 증가에 대해 생태계로부터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20세기 초반 맹위를 떨친 런던형 스모그가 가정용 난방과 공장에서 사용한 석탄이 주범이었다면, 20세기 후반에 일반화한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는 자동차 배기가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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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도시는 차량 배기로 인한 광화학스모그로 덮여 있다.

기후변화도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내연기관의 교체를 촉구한다.


각국은 자동차 배기에 대한 규제를 설정하고 규제치를 점차 강화해 나갔다. 1992년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은 내연기관차가 필연적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도 규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자동차 업계는 강화되는 배기와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여 1990년대 초부터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을 본격화하였다.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은 각국의 환경 규제, 자동차 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은 전기 자동차, 유럽은 클린 디젤, 일본은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를 섞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그 중에는 베엠베(BMW)나 현대자동차 같이 수소차 개발에 집중한 업체도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호응을 얻다


먼저 시장의 호응을 얻은 건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하이브리드는 말하자면 짬짜면이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장착하고 양쪽에서 구동력을 얻는다. 시동은 전기 모터로 걸어 저속 운전하다가 일정 속도가 되면 내연기관이 작동하여 출력을 낸다. 엔진이 돌아가는 동안과 제동 시에는 발전기가 돌아 충전을 하고 신호 대기 등으로 차가 멈추면 엔진은 정지되어 공회전이 없다. 이렇게 전기 모터가 보조 동력으로 작동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1997년 말 양산형이 시장에 선을 보인 토요타의 프리우스는 일반 휘발유차 연비의 두 배가 넘는 리터 당 28.0km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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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의 대명사가 된 토요타 프리우스의 2016년형 (출처: 위키피디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료는 여전히 화석연료이다. 다만 발전기와 모터를 통해 유휴 에너지를 동력화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인 자동차이다. 포드자동차 모델T 시절에 18%였던 휘발유 자동차의 열효율은 지금은 30% 대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탈 때 태우는 휘발유 에너지의 60% 이상은 그냥 배기 가스로 빠지거나 동력 전달 과정에서 마찰 저항 등으로 사라지고 40% 이하만이 실제 움직이는 동력으로 사용된다는 말이다. 하여 연비를 제고하는 것은 연료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유해한 배기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로 직결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짜장만 담는 게 아니라 짬뽕까지 담아야 하므로 1인분이라도 짜장보다 비싸다. 연비 절감을 생각하면 몇 년 후엔 본전을 뽑을 수 있지만 살 때는 더 내야 한다. 게다가 요즘 같이 유가가 하락한 상태에서는 수지 균형을 맞추는 시기가 길어진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연비가 좋은 차를 생산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 연합이 배기와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부시 정부 시절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작한 자동차 배기 규제를 민주당의 오바마 정부는 2009년 5월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는 미국에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를 승용차의 경우 2009년까지 리터당 11.7km, 2012년까지 13.9km, 2016년까지 16.6km 이상으로 맞추어야 했다. 유럽연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정했는데, 승용차의 경우 2012년 km당 130그램, 2020년 95그램을 목표치로 제시하였다. 자동차 업체는 유럽에 판매하는 승용차의 65%가, 2015년에는 전체 차량이 km당 130그램 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차량이어야 하고, 2020년에는 95%, 2021년에는 전체 차량이 km당 95그램만을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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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축전지로 모터를 돌려 보조동력으로 이용함으로써 연비를 높인다. (출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국과 유럽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일본과 한국은 덩달아 배기와 연비 규제를 따라갔다. 차를 팔려니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기후변화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미 기후변화는 한국 경제에 깊고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동차 업체에 대한 규제와 함께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판매를 촉진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에 세금 공제 혜택을 도입하였다.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혜택을 받았는데, 2007년 에너지 자립 및 안보법에서 혜택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는 누적 판매량 6만대까지 지원을 받고 이후 단계적으로 지원을 축소하여 지금은 만료되었다.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선을 보일 무렵 혼다 역시 인사이트를 출시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일본 업체가 주도하였다. 몇몇 주 정부의 연비 규제와 구매 지원책에 힘입어 하이브리드 차는 차세대 자동차의 첫 주자로 주목을 받았으며, 2003년 영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시상식에 프리우스를 타고 나타나면서 친환경차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디카프리오는 2013년까지 프리우스를 탄 뒤 베엠베의 수소엔진차 H7으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요즘은 연락이 잘 안됨) 2000년대 초반 차세대 자동차의 시대는 이렇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열어 나갔다.




클린 디젤 자동차는 어디까지 클린할 수 있을까?


유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이 자동차 배기와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디젤 엔진에 주목한 것은 경유 차량이 휘발유 차량에 비해 연비가 좋을(+30%) 뿐만 아니라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적다(-20%)는 데 있었다. 하지만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소음이 크고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인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


1993년 1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기준 유로1은 2014년 9월에 시행된 유로6까지 규제치를 강화해 왔다. 경유차의 경우 km당 허용되는 일산화탄소(CO)는 2.72그램에서 0.50그램으로 1/5 미만으로 줄었으며, 산화질소(NOx)와 탄화수소(HC)의 양은 0.97그램에서 0.170그램만이 허용되었다. 산화질소만 보면 0.50그램(유로3, 2000.1 시행)에서 0.080그램(유로6)까지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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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꾸준히 배기 규제 수준을 강화해왔다. (그림: 과학동아)


유럽의 자동차 업계는 경유차에 디젤산화촉매(DOC)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디젤입자필터(DPF)를 장착하여 유로 배출 기준을 맞추며 ‘클린 디젤’을 표방하였다. 여기에 석유 디젤을 대체할 에너지로 팜유와 평지유 등 바이오 디젤유의 혼합을 의무화(RFS: Renewable Fuel Standard)하면서 클린 디젤차는 하이브리드 차에 이어 차세대 자동차의 한 축으로 이름을 올렸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이 앞장 선 바이오 디젤 혼합은 유럽연합의 지침으로 채택되어 현재 석유 디젤에 약 7%의 바이오 디젤을 혼합한 경유(BD7)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7월 말부터 바이오 디젤을 2.5% 혼합한 경유(BD2.5)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휘발유 엔진에 비해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클린 디젤차는 2000년대 초반 유럽시장을 장악하고 2000년대 후반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었다. 서유럽에서는 2006년 이후 신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디젤승용차가 차지했다. 대기오염 문제로 경유차에 소극적이던 우리나라도 2006년 디젤승용차 판매 규제를 해제하고, 2009년 4월에는 클린 디젤 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포함시켜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보급 촉진에 나섰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유차 선호도도 높아져 2015년에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의 70%가 디젤차일 정도였다.


하지만 클린 디젤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숙명에 따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강하게 반발하였고, 2014년에 유럽연합은 기준치 95g/km의 준수 기한을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늦추었다. 이런 와중에 2015년 9월19일 미국 환경보호청은 폴크스바겐 그룹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두 브랜드로 미국에서 판매한 482,000대의 경유차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폴크스바겐이 경유차에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정기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억제 시스템이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억제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출 가스량은 정기검사 때보다 실제 40배나 많은 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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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는 클린하기 위해서 이런 장치들을 추가하면서 연비도 높이려다 보니 사단이 났다. (그림: 과학동아)


클린 디젤차는 유로6의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디젤산화촉매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디젤입자필터 외에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와 질소산화물 저장제거장치(LNT)를 추가했다. 그런데 폴크스바겐은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비싼 미국 시장에서 LNT로 인해 줄어드는 연비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동원하였고, 결국 미국에서만 벌금과 보상금 등으로 151억 달러 이상(약 17조원)을 토해내기에 이르렀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전 세계로 확대되어 우리나라 12만대를 포함하여 모두 1100만대가 대상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미국을 제외하고는 개별 보상 없이 리콜하여 해당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실제 조작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으나 징벌적 보상제를 채택하지 않은 법체계의 차이 때문이었다. 배기 조작 장치 탑재 스캔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 2017년 7월27일 독일이 포르쉐의 카이엔 디젤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면서 국내에서도 고객 인도가 중단되었다.


한편, 지난 7월21일 독일 슈피겔 지는 벤츠와 베엠베, 프르쉐, 아우디, 폴크스바겐 5개 자동차사가 1990년대부터 자동차 제조 기술과 생산비용, 배기가스 정화장치와 관련해 담합해 왔다고 폭로했다. 유로6의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장착하는 SCR은 요소수 탱크가 필요한데, 5개사는 일부 업체가 사용했던 35리터가 아닌 8리터로 제작하기로 하여 약 10만원의 제조 비용을 줄이고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요소수 보충을 위해 자주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상 주행 상태에서 요소수를 쓰지 않도록 하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결국 일련의 디젤차 스캔들은 유로6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추가로 오염물질 제거 장치를 장착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비용의 증가와 연비의 하락을 비켜가기 위해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이로 인해 차세대 자동차 경쟁에서 유럽의 자동차 업체가 주도하는 ‘클린 디젤’에 우호적이었던 유럽의 정책 당국들도 방향을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독일 연방 상원의회가 2030년부터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 자동차만 승인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영국과 프랑스 정부도 2040년 이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정부는 아예 2025년부터 금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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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디젤의 종주국 독일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림: 한국경제)


이에 대해 유럽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진행해 온 디젤차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전기차로 갈아타기에도 한창이다. 지난달 스웨덴의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만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독일의 벤츠가 속해 있는 다임러 그룹은 7월말 공개한 ‘더 뉴S클래스’에 유럽의 국제표준시험방법을 충족하는 디젤 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30억 유로(약 4조원)을 투자했다. 전기차는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운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내연기관차라도 얼마든지 친환경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적어도 승용차에서만큼은 클린 디젤 자동차가 차세대 자동차의 반열에서 내려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기자동차, 세자 책봉을 받다

그러나 발전원이 문제!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이 필요치 않다. 축전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모터를 돌리면 차가 움직일 수 있으므로 동력전달장치도 보다 간편하다. 배기장치도 제외된다. 전체적으로 약 40%의 부품이 줄어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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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구조 비교 (출처: 현대자동차)


20세기 초 반짝 우세 후에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 박물관 전시용으로 물러났던 전기자동차가 다시 도로 위에 나타난 건 1996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아리조나 주에서였다. 제너럴 모터스는 양산 전기차 1호인 EV1을 임대 형식으로 이 지역에 보급했다. 집과 지정된 장소에서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여 최대 160km를 주행할 수 있는 2인승 전기자동차 EV1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GM은 1994년 2주간의 시험 주행을 위해 50명을 모집할 때 1만명의 신청자가 몰린 뒤 신청 전화를 폐쇄해야 했다.


EV1의 컨셉트 카는 1990년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GM이 선보인 임팩트였다. 임팩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자 GM은 임팩트의 본격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고무된 캘리포니아 대기질위원회(CARB)는 친환경차 규제법을 제정하여 각 자동차 회사들이 1998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2%를 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로 하도록 요구하였다. 무배기 자동차의 판매 비중은 2001년 5%, 2003년 10%로 높여간다는 게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목표였다.


1996년 말 1차 공급 이후 1997년 한 해 동안 GM은 1세대 EV1 660대를 공급하고, 1999년 2세대 EV1 457대를 출시하였다. 1세대는 16.5~18.7kWh 용량의 납축전지를 사용했는데 2세대 EV1에는 보다 향상된 니켈금속하이브리드 축전지(용량 26.4kWh)를 사용했다. 1차 임차인에는 톰 행크스와 멜 깁슨 등 할리우드 스타와 유명 경영인, 정치인이 포함되었다. 사용자들은 환경을 개선한다는 자부심에 월 399~549달러 수준의 임대료를 기꺼이 감수할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2002년 2월 GM은 사용자들에게 “EV1을 도로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알리고 재계약이나 인수를 거절하였으며, 1999년 이미 생산을 중단했던 EV1 조립라인을 아예 폐쇄했다. 2003년 말 공식적으로 EV1 계획을 취소한 GM은 임대한 모든 차를 회수하여 일부를 박물관에 기증하고 모두 폐차장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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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시위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폐차장으로 향하는 EV1 회수 차량 (출처:위키피디아)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GM이 전기자동차의 판매에서 손을 뗀 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다. 아울러 캘리포니아 주의 무배기차 보급 목표를 완화 내지는 연기시키려는 압박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자동차 업체가 내연기관 기술 개발에 투자한 수조원대의 투자를 헛되게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라는 기록 영화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익 구조 유지를 원한 자동차 산업과 퇴조를 두려워한 석유산업, 그리고 연방정부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당시는 2000년 선거에서 당선된 텍사스 공화당 출신의 아들 부시 대통령이 석유산업의 전면에 서 있을 때였다.


전기차가 도로에서 사라지고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유럽의 디젤차가 차세대 자동차로 시장을 넓혀나갈 즈음 전기자동차에 다시 불을 붙인 건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이다. 테슬라는 지엠이 EV1을 폐차하던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창업했다. 2004년 페이팔의 경영자 엘론 머스크가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테슬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기차에 도전했다.


전기차는 외부로부터 전기를 충전해야 하며, 많은 전기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축전지의 용량이 커져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기자동차 업체들은 단거리를 운행하는 소형 전기차의 개발에 집중하였고, 공공기관이나 공원,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저속의 소형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전기차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주목했다. 동력전달장치가 간편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속력이 뛰어나며, 소음이 적다. 이 두 가지가 장점에서 테슬라는 고급 스포츠카를 떠올렸으며, 마침내 2008년 2월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하였다. 정지 상태에서 3.7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한 번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하는 테슬라 로드스터는 저속과 경차, 시내 주행이라는 전기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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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새바람을 일으킨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출처: 위키피디아)


2012년 단종할 때까지 2400대 이상의 로드스터를 판매한 테슬라는 후속 모델로 중형 고급 세단 모델S(2012년 6월 출시), 스포츠 실용차 모델X(2015년 9월 출시), 보급형 중형차 모델3(2017년 7월 출시)를 잇달아 내놓으며 전기 자동차의 새 역사를 열어가고 있다. 21세기에 창업하여 불과 4개의 모델을 생산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난 4월 수십종의 라인업을 자랑하는 백년기업 지엠을 앞지르고 이제 혼다와 베엠베만을 남겨두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황태자로 떠오르는 동안 자동차 대기업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엠의 EV1과 비슷한 시기에 시험용 차를 내놓았던 혼다와 토요타, 포드, 닛산, 시트로앵, 푸조 등은 일단 지엠의 전략적 퇴각에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나 테슬라의 고급스런 전기차가 각광을 받자 대기업들은 서둘러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아야 했다.


미쓰비시는 2009년 7월 보급형 경차 i-MiEV를 출시했다. 이어서 2010년 말 닛산이 소형차 Leaf를, 지엠이 쉐보레 볼트를 선보였다. 2009년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자동차 배기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차에 대해 연방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 등 지원책을 시행했다. 아울러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기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엠 등 흔들리는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과 생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전기차의 판매는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충전해주어야 하는 불편함과 충전 시설의 부족 등으로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 디젤차를 선호했다. 2013년 미국의 전기 자동차 회사인 코다가 파산 신청을 하고 피스커는 직원의 75%를 해고했으며, 지엠은 쉐보레 볼트의 생산량을 줄였다. 크라이슬러는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 피아트500 모델을 판매할 때마다 1만 달러가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2012년 말 모델S의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만이 영업 이익을 냈다.


하지만 2015년 가을 클린 디젤 자동차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전기차는 명실상부한 차세대 자동차의 세자로 책봉되었다. 클린 디젤의 본산인 유럽의 여러 나라가 2030~40년부터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자동차 대기업들도 서둘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라인업을 확대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축전지는 운행 중의 유휴 에너지로 충전하므로 전동기는 내연기관 엔진의 보조 역할만 한다. 이에 비해 유휴 에너지는 물론 외부 전력을 공급받아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동기는 주행 부담을 늘려 연비가 보다 높고 배기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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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내연기관에서 오른쪽 전기차까지 화석연료와 전기의 사용 정도에 따른 하이브리드 분류 (출처: 현대자동차)


지난 7월 스웨덴의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만 제작하고 내연기관 차량은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1년 연기되기는 했지만 2021년부터 유럽연합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치 95g/km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이지는 않더라도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게 자동차 업체들이 당면한 현실이다.


테슬라와 함께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전기차 업체 중에는 중국의 비야디(BYD)가 있다. 2008년 워렌 버핏이 지분 10%를 매입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비야디는 1995년 휴대전화 전지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2003년 산시성 시안의 국영 친촨자동차를 인수한 뒤 “누구나 탈 수 있는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든다”는 목표로 달려왔다. 때맞춰 중국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와 함께 전기차를 7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던 참이었다.


2015년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가 20만대를 돌파하며 중국은 세계 제일의 전기차 시장이 되었고, 2016년에는 전 세계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43%를 중국 업체가 만들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비야디를 선두로 베이징자동차, 조티에, 처리 등이 앞서가고 있다. 안후이성 무후시 산하의 국유기업으로 출범한 처리 자동차 경우는 도시에 비해 충전소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농촌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 지난 7월 베이징자동차는 한국에 전기 버스와 전기 트럭의 판매를 위해 ㈜디피코와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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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륙을 시도하는 베이징자동차의 소형 전기 버스 JS-KST (출처: 베이징자동차)


차세대 자동차의 세자로 책봉된 전기 자동차, 그런데 과연 전기차는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를 덜 배출할까?


2015년 서울대 송한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의 전원 구성 조건에서 중형차의 웰투휠(well to wheel, 유정에서 바퀴까지 전 주기를 말함) 분석을 해보니 전기차의 온실실가스 배출량은 1km 86.9g, 경유차는 137.9g, 휘발유차는 177.4g이었다고 한다. 휘발유차의 절반, 경유차의 2/3를 밑돈다. 기후변화 억제에는 확실히 전기차가 유리하다.


하지만 유해 가스 배출에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전기차를 운행할 때 배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만든 전기를 쓰느냐에 따라 전 주기 오염 물질 배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4년 미네소타 대학 크리스토퍼 테썸 교수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반 휘발유차(하이브리드 포함)의 배기로 인한 사망자는 878명으로 예상되는데 전기차의 경우 전원 구성에 따라 편차를 보였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할 경우에는 231명으로 대폭 줄어들지만, 천연가스 전력일 경우에는 439명으로 절반 수준, 석탄화력으로 발전한 전력일 경우에는 3000명 이상으로 휘발유차보다 2.5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연구진은 2013년 미국의 전원 구성(석탄 38.9%, 석유 0.7%, 천연가스 28%, 원자력 19.4%, 수력 6.7%, 재생가능에너지 6.2%)에 따른 전력으로 전기차를 운행할 경우 전 주기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인한 사망 예상자는 1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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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기 자동차 배기로 인한 사망률 예측치 (출처: PNAS)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는 전기차가 진정으로 청정한 운송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청정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우리나라도 화석연료 발전량이 62%(2015년)를 차지하는 상황이므로 전기차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는 기여하겠지만, 유해한 오염물질은 도로에서 줄어든 대신 화력발전소에서 집중적으로 배출하는 풍선효과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차세대 자동차의 세자 책봉을 받은 전기차가 등극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획기적인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역으로 전기차는 자동차 소유자가 자기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로부터 충전한 뒤 전기값이 비싼 첨두 부하 시간대에 팔아 수익을 올리는 에너지 저장 장치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실시간으로 양방향 체크가 가능한 스마트 계량기가 보급되고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시간대 요금제가 도입되면 바로 시행될, 머지 않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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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축전지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의 저장 수단으로도 활용되어 첨두부하시간대에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한전블로그)


2015년 말 누적 판매대수가 126만대에 이르러 백만대 고지를 넘어선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이듬해인 2016년에는 한 해 동안에만 약 10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가 이미 10억대를 넘어섰으니 전기차의 비중은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기차가 비록 세자 책봉을 받았다 하나 권좌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도세자만큼이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기차의 핵심은 축전지이다. 차량 가격의 30~50%를 차지하는 축전지의 성능이 향상되어 동급의 내연기관차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 주행 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배치되고 충전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수준에서는 내연기관을 같이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퇴출되는 내연기관차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긴가민가’ 수소연료전지차


차세대 자동차의 막둥이는 수소연료전지차(FCV or 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다. 연료전지차의 구조는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의 구성을 따른다. 다만 순수 전기차에서는 충전하여 쓰는 축전지를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가 대신하고, 연료원인 압축수소통이 추가된다. 말하자면 자가발전 전기차인 셈이다. 하여 연료전지차 또는 연료전지 전기차로 불린다. 연료전지의 연료는 탄화수소나 알코올 등도 쓸 수 있지만 천연가스에서 개질한 수소가 가장 경제적이므로 현재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대부분 수소연료전지다.


수소차가 차세대 자동차의 반열에 오른 건 연료인 수소가 연소하면 물이 되어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여 수소를 이용한 자동차는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처음에는 수소 엔진의 개발에서 출발하였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를 넣고 폭발시켜 힘을 얻는 수소 내연기관은 이미 1920년께 개발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흡기 과정에서 이상연소가 일어나고, 조기 착화로 인한 역화 발생으로 폭발의 위험이 있으므로 도로에 나서지는 못하였다.


마지막까지 수소엔진에 미련을 보인 건 내연기관 기술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베엠베다. 베엠베는 단추를 눌러 휘발유와 수소를 교체 사용할 수 있는 Hydrogen7을 개발하여 충돌시험 등을 마치고, 2007년 할리우드 스타와 영향력 있는 정치인 등 100명에게 리스 형식으로 대여하였다. 2008년에는 서울모터쇼에 전시하고 국내 도로 주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휘발유와 교대로 연소하므로 미국 환경부로부터 무배기차 인정을 받지 못하였고, 수소 연소 시 현저히 떨어지는 연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2000년대 후반 베엠베도 양산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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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엠베의 수소 내연기관차는 결국 시장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내연기관에서 태우는 게 아니라 수소와 산소를 촉매에 의해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를 얻고 그 전기로 전동기를 돌려 차를 움직인다. 연료전지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 덕에 발전하여 1960년대 제미니와 아폴로 등 우주선에 적용되었다. 지엠은 1966년 최초로 도로 주행을 한 연료전지차 ‘쉐보레 일렉트로반’을 만들었다. 일렉트로반은 스포츠 실용차를 활용했음에도 연료전지 스택과 수소와 산소통을 싣느라 2인승 차가 되었다. 지엠은 엄청난 비용때문에 한 대만 만들고 계획을 접었다.


차세대 자동차로 전기차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연료전지차도 다시 연구 개발 대상이 되었다. 주요 업체들은 캘리포니아의 무배기 차량 지원 정책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시험용 연료전지 차량을 선보였다. 2001년 현대의 싼타페 FCV를 시작으로 2002년 혼다의 FCX-V4, 2003년 포드의 Focus FCV와 닛산의 X-Trail FCV04, 2005년 메르세데스 벤츠의 F-Cell, 2007년 지엠의 쉐보레 Equinox FC, 2008년 혼다의 FCX Clarity가 잇달아 캘리포니아의 얼리 어댑터들에게 임대되었다.


현대차는 차세대 자동차 중 일찍부터 연료전지차를 핵심 개발 대상으로 선정했다. 전기차에 비해 연구개발 단계가 초기라는 점도 후발주자에게는 매력이었다. 현대차는 싼타페 FCV로 2000년 11월부터 캘리포니아 연료전지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008년 8월에는 투싼 FCV와 스포티지 FCV로 미국 18개 주 31개 도시를 순회하는 북미 횡단 프로그램에도 함께 했다.


마침내 2013년 3월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투싼ix FC를 출시하였다. 이 차는 한 번 수소를 충전하면 594km를 주행할 수 있고, 휘발유로 환산한 연비는 27.8km/l에 이른다.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가 화합하여 전기를 만들고 물이 되므로 영하에서는 얼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 투싼ix FC는 영하 20℃에서 구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어 2015년 토요타의 Mirai와 2016년 혼다의 Clarity가 출시되었다. 현대가 기존 스포츠 실용차 모델을 기반으로 연료전지와 모터를 장착한 데 비해 미라이와 클래러티는 고유 모델의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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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일찍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나서 첫 양산 업체가 되었다. 투싼ix FC의 구조. (출처: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가 가진 장점은 내연기관과 달리 유해한 배기가 없으며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얻은 수소를 사용하는 경우 전 주기 이산화탄소 배출을 보면 연료전지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약 55%,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약 75%의 수준이다. 그리고 5분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를 얻고 압축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실제 자동차 구동에 쓰이는 에너지는 약 25% 정도이다. 내연기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은 나을 게 없는 셈이다. 또한 전기차에 비하면 축전지보다 연료전지의 생산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전기를 그냥 충전해서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하여 승용차에서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를 대체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연료전지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장거리 운행이나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 상용차 분야에서 연료전지차가 전기차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수소를 압축하고 수송하고 충전하는 시설은 전기차 충전 시설보다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현재 전기차 충전 시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도 수소 충전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수소연료전지차의 미래가 ‘긴가민가’인 까닭이다.




점프한 딴지스를 위해 친절한 석줄 요약!!!


1. 내연기관 자동차는 끝났슈. (독일 2030, 영국 2040, 네덜란드 2025 판매 금지 추진 중)

2. 전기차, 니가 짱 먹어라.

3. 단, 조건이 있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해야 함!!!


이상 끗! 






에너지전환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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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이토록 거침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 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