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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날 때쯤부터 시작한 사진기 생활은 어딘가의 취미란에 꼭 사진이라고 쓰게 했었다. 그리고 몇 년전부터는 사진과 함께 탁구를 자주 쓰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탁구만 써놓고 있다. 일주일 중 5일은 탁구장에 나가고 있는데 나머지 이틀은 시합하러 다니고 있으니 그저 땀흘리고 뱃살 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취미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을 듯 하다.


동네 탁구장에서 소싯적 잠깐씩, 직장에서 테이블을 세워두고 잠깐식, 그렇게 내기도 하고 하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탁구라는 것을 다 해봤을 테지만 배워보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건 흔하지는 않다. 배드민턴처럼? 딴지 게시판에서도 가끔씩 "탁구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생초보입니다."라는 글들을 보면 댓글을 정성스럽게 달아주고 있지만 사실 탁구라는 게 정말 익히기가 어려운 운동이다.


같은 사무실이나 아파트 지하 탁구장, 동네 체육시설에 마련된 탁구장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공을 주고 받는 정도, 그 중에서도 실력이 좋아 경기를 하면 매번 이긴다고 하는 분들이, 혹여나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동네 무슨무슨 탁구클럽이라고 적힌 탁구장에 들어가서 초보라고 한 나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 경기를 한다고 하면, 대게는, 심지어 6대 0으로 시작하더라도 대부분 진다. 거의 확정적으로 진다 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겸손이고 나발이고 탁구 좀 치시는 분들은 이 말 이해할 수 있다.


11점을 먼저 내는 경기 방식인 탁구는 서브(서비스)로부터 출발한다. 2점마다 교환이 되는 서브권을 주고 받으며 11점을 먼저 내야 하는데 만일 그 소질 있는 분이 서브권을 먼저 받아 자신있게 서브를 넣게 되면 되돌아 오는 공을 두 개 놓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6대 2가 되서 서브권을 넘겨주면 상대방의 서브 2개를 리시브 하지 못해 다시 6대 4, 다시 서브를 자신 있게 넣어도 이번엔 바로 공격을 당해 2점을 잃어 6대 6. 나머지는 혹시나 상대가 실수를 하면 모를까.


그래서,


초보 탁구인, 입문자들을 위해 탁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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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탁구 시작하기


제대로 탁구를 배우고 치기 위해선 동네 무슨무슨 탁구클럽이라는 곳으로 가서 (간혹 아파트 지하 탁구장을 빌려 탁구클럽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레슨을 꼭 받아야 한다. 돈을 내고 레슨을 받아도 되고 지역부수로 3~4부 이상의 고수들과 일대일로 레슨을 받아도 된다. 포핸드 랠리, 백핸드 랠리, 풋워크, 드라이브. 이까지가 기본으로 배워야하는 기술들인데 이 기본 기술들만 조금 익히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 그리고 이 기본 기술을 가지고 레슨 말고 다른 상대와 기본 랠리를 하는데 6개월이 다시 지나야 한다.


레슨 말고 다른 상대와 기본 랠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그 상대들이 넘겨주는 공의 각도와 변화 등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몸에 익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각각 다른 상대와의 랠리에도 스스로 안정적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시 탁구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브(서비스)라는 원점으로. 경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서브(서비스)는 정말 각양각색이다. 하회전, 상회전, 횡회전, 너클 등이 기본인데 이걸 적절히 섞어가며 상대방이 서브를 못 받게 하거나, 어렵게 받게 하거나, 혹은 넘어오는 공을 내가 공격하기 좋게 넣어야 한다. 리시버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서브에 속지 않아야 하고, 쉽게 받으면서 상대가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하고, 혹은 서브를 바로 공격으로 연결시켜서 득점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자신있는 서브를 개발하고, 상대방의 서브를 어느정도 리시브 할 수 있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년 정도 잡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년 정도면 입문자들끼리의 경기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지도. 아무튼 이렇게 탁구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기본 2년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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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보(입문) 벗어나기


간단하게는 탁구 경기의 시작인 서브가 초보 벗어나기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겠다.


나의 서브(서비스)


어떻게 상대방이 서브를 잘 못받을 수 있게 넣느냐, 혹은 어렵게 넘기도록 넣느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3구 공격. 즉, 넘어온 공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초보를 벗어나는 가장 큰 관문이다. 서브를 잘 못받게 넣더라도 세트가 진행이 되면 상대방은 웬만큼은 적응하기 시작한다. 어렵게 넘기도록 넣더라도 넘어오는 공을 처리할 수 없으면 득점할 수 없고 특히 자기가 잘 넣은 서브의 변화 때문에 되돌아오는 공은 처리하기가 더욱 어려워 실수하기 십상이다.


5전 3선승 경기의 경우 잘 넣은 서브 덕분에 2대 0으로 이기고 있더라도 어느새 2대 3으로 역전패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리시브


자신이 아무리 서브가 좋더라도 그건 2점을 위한 것일뿐 다른 2점의 서브권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 즉, 상대방의 서브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넘겨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2점 중에 적어도 1점은 지킬 수 있는 리시브가 필요한 것이다.


하회전과 횡회전을 구별해야 하고, 혹은 횡회전과 너클을 구별해야 하고, 하회전과 너클을 구별해야 하고, 횡회전과 상회전을 구별해야 하고, 몸쪽으로 오는지 사이드로 빠지는지 짧은지, 길게 오는지를 대처해야 한다.


상대방의 하회전 서브는 리시브 된 공을 드라이브 걸기 위한 서브이기에 상대방이 드라이브로 공격하지 못하게 코스를 찔러준다거나 더욱 깎아서 넘겨줘야한다. 하회전인 척 보낸 횡회전 서브는 라켓을 무심코 갖다 댔다간 튕겨서 높이 뜨거나 테이블 밖으로 나가버린다. 횡회전인 척 보낸 하회전 서브는 또 라켓을 무심코 갖다 대면 가라앉아서 네트에 걸리고 만다. 너클이나 상회전 공은 정말 공격하기 좋은 높이로 날아가 자신의 테이블로 꽂히고 만다.


정리하면, 서브는 회전의 변화를 주어 상대가 쉽게 넘기지 못하게 하거나, 상대의 리시브를 내쪽에서 공격할 수 있게 이끌도록 넣거나, 상대방이 나의 서브를 바로 공격하지 못하게 넣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고. 상대방의 서브를 잘 리시브 할 수 있는 게 두 번째 초보(입문)를 벗어나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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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라는 운동은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식상한 표현이지만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비 올 때나, 눈 올 때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보통 탁구장에서의 레슨은 선수 출신의 코치들 기준으로 일주일에 2~3번 정도 각 15~20분씩 받게 된다. 처음 레슨을 시작하면 15~20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기본 랠리가 적응될 때 쯤 풋워크가 시작되는데, '테이블 넓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테이블 왼쪽과 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랠리를 하다보면 여름엔 정말 쓰러질 지경이다. 거기다 드라이브 풋워크에 랜덤까지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뭐 나이탓일 수도 있고.


지난 8월에 열린 대구의 한 탁구대회는 아침 8시에 시작한 경기가 밤 12시에도 끝나지 않아서 공동우승처리를 하느라 논란이 됐었다. 대회운영이 엉망이었던 탓이 컸지만 그만큼 대회 참가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구 뿐만 아니라 요즘은 지방 소도시, 읍면 등 시골(죄송)에도 탁구장이 성업중이다. 대구 수성구에만 탁구장 숫자가 네이버 주소록에 45개가 뜬다. 대구 전체로는 92개가 나오는데 아마 100개는 넘을 것 같다.


제대로 한번 배워보겠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기본 랠리만 적응하는 데 2년이 걸릴 수도 있는 운동, 익히기 어렵지만 이렇게나 많은 탁구장이 성업중이라는 건 그만큼 중독성이 높고, 재밌고 좋은 운동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아마 상대가 필요한, 그래서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아무튼,


탁구 한번 배워보시라. 재밌다. 이상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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