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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이야기 – 카카오 대리운전의 요금 방식, 예상요금과 확정요금


카카오대리를 이용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앱의 화면에 둘 중 어떤 요금제로 할지 선택 표시가 있으니까요. 정확히는 카카오대리 앱상에, ‘미터기 요금’‘요금 직접 입력’이라고 표시됩니다. 그 아래에는 미터기 예상요금이 나옵니다. 고객이 둘 중 한 가지를 골라 운행요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측에서는 이 요금체계를 합리적인 요금체계라고 광고도 많이 하더군요.


미터기 요금은 말 그대로입니다. 택시와 비슷한 방식입니다.(택시 요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카카오대리의 소비자와 기사의 앱에 저장된 미터기가, 차가 이동한 거리와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결정합니다. 미터기 방식은 ‘시거리병산제’입니다. 위 사진에 표시된 금액은 예상 금액입니다.


운전자가 선택한 도로와 소요시간에 따라 보통 예상 요금(X)이 X-10%에서 ~ X+10%까지 표시됩니다. 거리가 멀수록 X-20%에서 ~ X+20%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앱과 달리 카카오대리기사의 앱에는 X의 숫자 하나만 예상금액으로 표시됩니다. 위의 경우라면 예상금액이 22,000원 혹은 23,000원으로 표시됩니다. 고객의 앱에 25,000 ~ 31,000원이라고 뜬다면, 기사들에게는 예상금액 28,000원으로 표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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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 요금은 기사 입장에서 불만을 가질 것이 없습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기 때문이지요. 운행해 나온 요금만큼 받으니 깔끔합니다. 물론 다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예고 없는 경유 손님들을 만날 때가 있기는 합니다. 경유라는 게 그렇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술 한잔 마셨겠다, 내 차로 가는 길에 지인의 동네를 들렀다 가면 더욱 좋겠다 싶지요. 중요한 것은 ‘가는 길에’를 보는 시각의 차이입니다. 구체적인 경유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하겠습니다.


‘확정요금’이라고 기사가 읽고, ‘요금 직접 입력’이라고 고객은 읽는 요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애초에 카카오 측에서 확정요금제를 만든 이유를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 깊은(?) 속내를 짐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궁금합니다. 소비자가 직접 요금을 정하면 합리적인 걸까요? 아니면 소비자가 정한 금액을 기사가 수락해서 합의를 본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란 얘긴가요? 그런 건가요?


미터기 요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고객들은, 스스로 원하는 금액을 입력해 확정요금으로 올립니다. 카카오대리가 시작된 지 1년 조금 넘은 지금. 기사들의 콜 리스트에는 수많은 확정요금 콜(이하 확정콜)들이 올라옵니다. 많은 경우 기사들은 확정콜을 그냥 패스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요금이 많이 낮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예상요금에 비해 30%, 많이는 50% 이상까지, 확정요금은 낮기 일쑤입니다.


쉽게 이야기해, 2만 원이나 3만 원이 나올 거리들을 만 원이나 2만 원에 싸게 가자고 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예상요금보다 50% 이상 낮은 확정콜은 얄밉습니다. 뻔뻔하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기사들은 잡으려 하지 않는 똥콜들입니다.


그래서 확정콜은 올라와도 기사들이 좀처럼 잡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터무니없는 금액의 확정콜들이 누군가에게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가 잡는 걸까요? 어떤 기사가 그런 콜들을 잡고 수행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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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대리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많은 대리기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대리는, 누구나 대리기사 일을 시작할 때 초기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사정이 있어 일을 쉬거나 장기간 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아무런 손실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카카오의 대리기사 모집에 지금도 응하고 있습니다.


매출에 도움이 될까 해서 온 기존의 전업 대리기사도 있고, 저처럼 투잡으로 일을 해보려는 자영업자들도 있고, 퇴근길에 집 근처 콜을 잡아 하루 한 콜씩 용돈벌이로 해보겠다는 직장인들도 있고, 마땅히 하는 일이 없어 취업 준비를 하며 조금씩이나마 일을 해보려는 20대들도 있고, 학기 중이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 삼아 일하는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그처럼 많은 이들이 대리운전에 입문하지만, 카카오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충 남들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좀체 콜이 울리지도 않고, 콜이 온다고 해도 전광석화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대리 일을 해보겠다고 나온 지 몇 시간째 길바닥에 서서 핸드폰만 죽어라 쳐다보는 거지요. 많은 이들이 그랬고 저도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경험 부족 탓이 가장 크지요.


그런 초보들이 어쩌다가 콜을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초보들에게도 뜬금없이 콜이 잡히는 때가 있습니다. 운이 좋은 걸까요? 초보들은 아직 모르지만, 또한 자기가 재빨리 콜을 잡은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똥콜들입니다. 누구도 잡기 꺼려하는 나쁜(?) 콜이라는 뜻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초보 대리가 콜을 잡은 게 아닙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확정 똥콜들이, 이리 채이고 저리 외면받다가, 결국 초보들을 찾아간 거지요. 초보 기사들은 덥석덥석 물고 신이 나서 달려가기에 바쁩니다. x오줌을 가리지 못할 시기입니다. 지나고 보니 저도 그랬습니다. 돌이켜보니 처음 한두 달은 그래서 더 힘들었다는 걸 지금은 압니다.


이처럼 카카오의 경우, 초보 기사들은 콜을 잡는 데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수많은 똥콜들을 만나게 됩니다. 기사들이 잘 가려 하지 않는 곳을 겁도 없이 가거나(오지 콜), 앞에 이야기한 확정 똥콜들을 앞뒤 안 가리고 잡은 뒤 고생을 합니다.


두 다리가 수많은 고생을 하고, 운행거리와 요금에 대한 상관관계의 감각이 어느 정도 생기는 시점이 되어야, 초보도 그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경험이 늘어나면 일을 점점 효율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들도 나중에는 확정 똥콜이나 오지콜을 기피하고 무시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초보 기사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 대리시장에 유입되고 있지요. 확정 똥콜과 오지콜들을 덥석덥석 물 초보 기사들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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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확정요금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콜을 잡기 힘든 가운데서도 수없이 쏟아지는 확정 똥콜들. 모두가 기피하고 싫어하는 그 콜들이 기사들을 만나는 경우는 크게 보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퇴근하려 할 때 집 방향으로 가는 콜을 잡는 것을 일컫는 귀가콜이나, 일을 위해 콜을 찾아 강남 같은 콜밭으로 가는 콜입니다. 가격은 너무 싸지만, 집에 가려는 길이니 돈 생각 하지 말자거나, 돈을 더 벌기 위한 징검다리 콜로 생각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가 앞에 말한 대리 초보들에 의해 소화되는 콜들입니다. 대리에 대해 개념이 잡히지 않은 기사들이 카카오 요금체계의 허점을 알고 그것을 악용하는 이들에게 끌려다니는 거지요. 어차피 카카오는 계속해서 대리기사들을 양산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정 모르는 기사들은, 아무 콜이나 잡히기만 하면 허겁지겁 차 있는 곳으로 달려가, 연방 고개 숙여가며 확정 똥콜이나 오지콜을 수행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많이 있습니다. 콜 리스트를 보면 때로는 더 악질(?)적인, 오지+확정 똥콜도 제법 떠다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초보 기사들이 그 먹잇감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오지콜은 그러려니 합니다. 속 편하게, 모르던 걸 알게 되니 수업료 지불한다 생각합니다. 해당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불쾌하실 수 있지만 기사들이 손에 꼽는 오지(?)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지라는 건, 늦은 시간에 빠져나오는 교통편이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릉, 봉천동, 신림동, 성북동, 세곡동, 월계동, 하남 미사강변, 상계동, 의정부, 도봉동, 월계동, 태릉, 인천 청라, 김포, 위례신도시, 경기 광주 등의 지역은 보통 기사들에게 오지로 통합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대중교통이 없는 시간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택시를 타자니, 기껏 대리해서 번 돈이 아무 의미 없이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대리기사들은 많이 걷습니다. 특히 초보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나마 건강에도 도움이 없지는 않겠지만요.


오지(표현이 거슬려도 이해를 바랍니다)의 경우 로x 같은 곳에서는 전방의 상담원들이 상황을 대충 압니다. 그래서 일반 요금보다 어느 정도 더 올려서 콜을 올립니다. 물론 고객의 동의를 얻는 거지요. 고객도 이미 알기 때문에 쉽게 합의가 됩니다. 하지만 카카오대리는 오지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거리로만 계산하니까요.(예상요금) 그러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예전에 비해 더 편하게 혹은 더 싼 가격에 귀가하시게 된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확정 똥콜에 대해, 저는 대리 경험이 조금씩 쌓여갈수록 불쾌하다는 느낌을 많이 갖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앞뒤 못 가리고 많이 잡았다가 요즘은 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콜들을 잡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거나 콜이 드문 (준)오지 지역을 빠져나가거나 할 때 주로 잡습니다. 택시를 타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택시조차 구경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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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시절 기억나는 콜이 몇 개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 쪽에서 양재역 방면으로 가는 17,000원짜리 확정콜이었습니다. 멋모르고, 콜을 잡은 것만 마냥 좋아, 신나게 운전했습니다. 차가 안 막히는데도 꽤나 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궁금해서 고객용 앱으로 그 지역들을 입력해보니 28,000~34,000원으로 예상요금이 나오더군요. 그때 운전한 차는 랜드로버였습니다. 차 값만 1억이 넘지요, 아마? 입맛이 영 썼습니다.


또 하나는 남양주에서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으로 기억합니다. 20,000원짜리 확정콜을 잡고 힘겹게 뛰어가 고객을 만났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니 달려도 너무 오래 달리더군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또 달려 컴컴한 곳에 위치한 외딴 아파트 단지에 차를 세우고 나왔습니다.


자동차전용도로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심지어 인도조차 없는 어둡고 낯선 길을 한 시간 넘게 걷고 헤매다,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씩 나타나 쫒아다니는, 주인 없는 개들이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버려진 개들이라고 하더군요. 손에 꼽힐 만큼 힘들었던 오지 경험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성남 모란시장까지 가서 혹여나 콜을 노렸지만, 그날 장사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버스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니 아침 6시가 넘었더군요, 몹시 힘들어서 유독 기억하는 날입니다. 밤새워 1만 원 가량을 벌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길은 참 착잡하더군요. 그때 탔던 콜도 나중에 확인해보니 38,000~42,000원이더군요. 제 경험이 부족한 게 가장 크겠지만 그 사람만 생각하면 지금도 입에서 욕이 나옵니다. ㅋㅋ


초보들이 뭘 모르고 마구 잡아 수행하는 덕에, 확정 똥콜을 올리는 데 맛 들린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하더군요. 2만 원짜리를 만 원에, 3만 원짜리를 2만 원에...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인 카카오대리 싸게 타기 신공을 널리널리 퍼뜨리기까지 합니다. 스스로 대리운전 싸게 타기 요령이라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습니다. 예상요금과 비교해 조금 더 싸게 금액을 올리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상요금에 비해 30% 이상, 나아가 50% 넘게 후려친 금액으로 올라오는 콜들을 리스트에서 보면 솔직히 화가 납니다. 아니 자연스레 입에서 욕이 나옵니다.


도대체 대리운전 일을 하는 사람들을 뭘로 보기에 이런 짓들을 하는가 싶습니다. 전혀 미안하다는 생각이 안 들까요? 운전석 옆에 앉아 가자면 낯 뜨겁지 않을까요? 누군지 서로 모르니 상관없는 건가요? 아무리 내가 싸게 올려도 누군가가 콜을 잡아 운행을 했으니, 서로 합의가 된 합리적인 가격인가요?


솔직히 한마디 하지면, 니x x발입니다. 대리기사들의 노동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로 제게는 보입니다. 그리고 일종의 도둑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고 운전 끝나면 안 볼 사람이지만 그것은 몹시 무례한 일입니다. 그게 단순히 대리비를 싸게 해서 가는 건가요? 그게 과연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인가요? 단지 그랬을 뿐인가요? 그렇습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시장 원리”니 “합의된 상황”이니 하는 이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역지사지입니다. 그들의 노동과 대가를 다른 누군가가 그들처럼 조롱하고 모욕한다면, 또한 도둑질해간다면, 그들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입맛이 씁니다. 기껏해야 그렇습니다. 기껏 그런 생각 한 번 해보는 게, 그게 답니다. 대리기사들은 그렇게 무력합니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대리운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심심찮게 만난 댓글들이 있습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그 정도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느냐” 류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깁니다. 저는 다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떠받들어주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돈을 더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참, 산동네는 팁을 조금씩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네요. 인정합니다. 당위가 아닌 바램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장이 아니고 소망 정도?(해당 지역들은 카카오 등장 이전에는 다른 곳에 비해 추가요금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확정요금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내가 술을 먹고 누군가에게 운전을 대리시킨다면, 그 행위에 대한 대가는 정당하게 지불했으면 좋겠습니다. 술 취한 나를 대신해 운전해준 그 누군가에게 가야 할 돈을 아끼고 덜 주는 것은, 스스로 대견해 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됩니다.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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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경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앞에 말한 대로 경유에 대한 입장은 고객과 대리운전자 사이에서 극명하게 대치합니다. 고객은, 말 그대로 가는 길 중간에 좀 내려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는 입장인 거지요. 저는 대리기사인 만큼 아무래도 그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할 듯합니다.


대리기사 입장은 다릅니다. 목적지만 보고 콜을 잡았고, 곧장 달려갔는데 경유하는 손님이 있으면 김이 샙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는 길이라고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기사에게는 ‘가지 않아야 할 길’을 일부러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리적인 게 많이 작동합니다. 무엇보다 한창 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게 가장 스트레스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장안평은 유명한 유흥지역입니다. 대리기사들도 물론 많습니다. 장안평에서 강서구를 가는 콜이 잡혔다면, 기사 입장에서 괜찮은 콜입니다. 그런데 경유가 있습니다. 종로쪽입니다. 그렇다면 기사 입장에서 솔직히 짜증납니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내부순환로를 타면 30분이면 갈 길을, 종로로 경유해 가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릴지도 모릅니다. 요금은 더 나오겠지요. 2~3천 원쯤? 그래서 기사들은 경유를 싫어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요. 그야말로 가는 길 중간에 잠깐 멈추고 내리는 경유도 있습니다. 경유, 상황에 따라 참 여러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극단적인 예를 들었습니다. 어쨌든 기사 입장에서 보통, 경유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은 안 되는 고객입니다. 더구나 경유가 있는 시간들은 대부분 대리운전의 피크 타임(10~12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들이 경유를 달갑지 않아 하는 것은 솔직히 당연합니다. 버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서 있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더니, 허허.


카카오가 등장하기 전에, 로x는 경유를 할 때 기본 5천 원의 추가요금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물론 그렇구요. 카카오는 추가요금을 받지 못합니다. 기사들의 불만에 카카오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확정요금 문제도 그렇고 경유 문제도 그렇고, 카카오는 매우 무책임합니다. 확정요금이 초보 기사들을 조롱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외면합니다. 경유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도 카카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합니다.


기사들의 바람은 무조건 확정요금을 없애라거나, 경유가 있을 때 무조건 돈을 더 내라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기사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확정요금의 경우, 예상요금의 80% 이하로는 콜을 올리지 못하게 하자는 의견 등이 그렇습니다. 또한 경유의 경우에도, 고객이 콜을 부를 때 경유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표시하자는 의견도 있더군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어차피 영리가 최우선인 카카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장의 소리들을 이렇게까지 외면하는 것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보는 카카오는 그렇습니다. 보험이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카카오가 기존의 로x 같은 업체들에 비해 도덕적으로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카카오의 돈벌이 또한, 위해서 하는 노동이니만큼, 그런 것들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타 여러 가지 명목을 붙여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가는, 그야말로 거지 앵벌이 왕초보다도 더 비열한 저들 회사들에 비해, 카카오가 낫다는 건 인정합니다. (저들은 마치 앵벌이 왕초가 거지 앵벌이들에게 깡통 대여료를 뜯어가는 것만큼, 악질적으로 제게는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 이야기한 확정요금이나 경유의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쩌면 카카오가 저들보다 한 수 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구나 고객 평가항목을 만들어 기사들에게 일정 정도 이상의 인내까지 강요하는 부분들과, 참다 참다 고객에게 말대꾸 몇 마디만 해도 다음날 재깍 기사들을 윽박지르는(?) 전화를 콜센터에서 해오는 걸 보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고낸 기사와 재계약을 안 해주는 부분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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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기사들과 카카오의 상생이니 뭐니 하지만, 수익 외에 카카오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이미지라고 생각됩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대리운전 하는 주제에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좀 서글픕니다. 대리기사들을 대하는 사업체들의 시각도, 대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아쉽고 화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이쪽에 서 있기 때문일까요?


이야기의 소재들이 그래선지 스스로 울컥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분들이 불쾌하지 않으셨길 빕니다. 다음 편에는 대리기사들이 고마워해야 하는 여러 가지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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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