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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넉넉하지 않았던 유학생활


솔직히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활은 힘들다. 당시엔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없었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축났다.


공부가 목적인 유학이라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거나 조금만 하는 게 좋다. 유학생을 많이 봐왔지만 아르바이트를 2개씩(카케모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것) 하면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을 못 봤다. 독한 놈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일본 유학생의 아르바이트


일본은 유학비자를 가진 외국인에게 주 28시간 아르바이트 시간을 준다.


시간당 1,000엔 X 28시간 = 28,000엔
1주 28,000엔 X 4주 = 112,000엔


한 달에 차 떼고 포 떼면 약 11만 엔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가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시간 당 1,000엔을 받는 곳에선 아르바이트 하기 힘들다. 거기다 공부하면서 일주일에 28시간 꽉 채워서 일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공부를 못하게 되거나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다닌 어학원은 진학 위주의 공부를 많이 시키는 곳이라 학비가 저렴하지 않았다. 6개월에 40만 엔 정도로 1년 공부하는데 총 학비로만 90만 엔(입학금 포함)이 들었다(이 돈은 한국에서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지불했다). 처음 1년 생활비의 70% 정도는 저금한 돈에서 야금야금 썼고, 다음 학원 진학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기 6개월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비를 제외하고, 한 달 생활비는 이 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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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아끼고 아껴서 인간답지 않게 살 때다. 드물게 더 적게 쓰는 달도 있었지만 거의 오버 하거나 10만 엔 전후였다. 앞서 말했듯 후기 6개월은 다음 학원 진학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주일에 1~2번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높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하긴 힘들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으므로, 여건이 된다면 집에서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매달 돈이 간당간당하다 보니 연애는 꿈도 못 꿨고, 어학원 친구들과 외식(끽해야 라면 같은 거)도 거의 못했으며, 몇 벌 안 되는 옷으로 살았다. 쓸데없는 돈은 일체 쓰지 않았고 웬만한 곳은 걸어 다녔던 최고 아낌이 시절이었다.


참고로 의료보험은 꼭 들기를 추천한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면역력이 약해진다. 건강한 체질이었던 나도 감기에 자주 걸리고 충치가 생기는 등 병원에 자주 다녔다. 한 달에 1,000엔만 내면 저렴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꼭 들길 바란다(의료보험이 없으면 감기 한 번 가는데 5,000엔 정도 든다).



2. 이렇게 절약했다


하도 돈, 돈 하니 매우 여유가 없고 꽉 막힌 가난뱅이처럼 느껴질 거 같다. 사실이다. 못 먹어서 최저 몸무게를 찍고 마음은 가난병에 시달렸던 때였다. 사실 돈은 있었지만 ‘절대 쓰면 안 되는 돈(후기 어학교 비용 및 대학원 비용)’이라서 없는 것과 같았다. 아끼지 않으면 어학교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으니 어떻게든 아껴야 했고, 아꼈다.


이처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대로의 절약법을 정리해본다.


1) 식비


*야채 및 과일 나누기
기숙사에 살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친구들과 과일 및 야채를 함께 사서 나눴다. 일본은 1인 주거가 많은 편이라서 1인용으로 소포장된 과일 및 야채를 많이 팔지만, 역시 여러 개 들어있는 것이 더 저렴하므로 큰 걸 사서 나눴다.


*도시락 싸서 다니기
나중엔 바빠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으나, 초반엔 도시락을 직접 만들었다. 일본은 길에서 도시락 먹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 나 또한 날씨 좋은 날엔 어학교 앞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맥도날드 100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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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도날드는 한국보다 종류도 많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매장도 동네 PC방 만큼이나 많다. 항상 너겟이나 햄버거 등 100엔 메뉴가 있으므로, 햄버거가 너무너무 먹고 싶은 날은 맥도날드에서 배불리 먹었다(그래봤자 300엔). 맥도날드 다이스키~!


*100엔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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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샵에선 식빵이든 음료수든 다 100엔에 살 수 있다. 가격이 싼 만큼 쌀 등 재료가 도호쿠 지방(일본 혼슈 동북부의 아오모리 현, 이와테 현, 미야기 현, 아키타 현, 야마가타 현, 후쿠시마 현)에서 온다는 소문 때문에 2011년 이후엔 잘 가지 않았다. 지금은 눈에 보이면 가는 편.


*에너지가 떨어졌을 시
유학 초반에는 에너지 소모가 크다. 낯선 환경에 긴장되는 것은 물론 두 가지 언어를 쓰느라 항상 머리를 써야 한다. 이래저래 칼로리 소모가 커서 밥을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지만, 가난한 유학생 처지에 양 만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는 양배추를 얇게 썰어 샐러드를 해먹으면 좋다. 포만감이 최고다. 양배추를 싫어한다면 스파게티면(일본은 면종류가 싸다), 버섯(고기 씹는 식감) , 감자 등도 좋다.


당 떨어졌을 땐 우리나라 믹스커피가 유용하다.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준다고 하면 믹스커피를 부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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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당시 메모해 놓은 것. 대안을 세 개 정도 만들었다.



2) 일상생활


*냉난방비
일본의 여름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습도가 높은 찌는 더위라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다(이집트나 태국에서 온 친구들도 자기 나라보다 일본이 더 덥다고 했다). 심지어 나는 더위를 타는 체질이다. 에어컨을 틀어야 했지만 전기세가 무서웠다. 너무 더운 날은 공공기관(시청이나 구청) 혹은 쇼핑몰에 들어가 있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날은 맥도날드나 공립도서관에 갔다. 일본은 구나 시에서 운영하는 공립도서관이 동네마다 있으니 꼭 이용해보자.


*자전거 이용
알다시피 일본은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가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사거나 구해서 타기가 쉽다. 차들도 알아서 조심한다. 도쿄에선 전철역 한두 정거장 정도는 자전거가 더 빠를 때도 있으니 동네구경 하는 겸 자전거를 타는 게 좋겠다.


*길에서 나눠주는 휴지 활용
역 근처 혹은 사람 많은 곳(신주쿠 등)에 가면 반드시 휴지 나눠준다. 보통 파칭코를 광고하기 위함인데, 받다 보면 양이 꽤 된다. 모아놨다가 집 청소할 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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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나눠주는 휴지



3) 세간 마련


*리사이클 샵(リサイクルショッ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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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재활용 가게'로, 여러 가지 세간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동네에 있는 리사이클 가게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게 받는 방법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만, 일본에서도 큰 쓰레기나 전자제품을 버릴 땐 돈을 내야 한다(300엔 정도. 에어컨은 프로온가스 관련 에코세금을 물어서 5000엔 정도 내야 함).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이나 사정이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겐 이 또한 부담일 수 있는데, 유학을 계속하는 입장에선 이들의 세간을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얻는 것이 이득이다. 나는 기숙사에 살았으므로 기숙사 사람들에게 물려받거나 했는데, 인터넷 카페(유학생 모임 카페 등)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3. 그래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어학원에만 있다 보면 기본적인 것만 말고는 회화가 늘지 않는다. 만날 수 있는 일본인이 선생님 뿐인 데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일본어를 못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매우 천천히 말해준다. 여기에 적응되면 현지인들의 빠른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 학원 친구들과도 일본어로 대화하긴 하지만, 실력이 비슷해서 그것이 틀린 일본어인지 맞는 일본어인지도 모른 채 우리끼리 뜻만 통하게 맘대로 말한다(서로 알아듣는게 더 신기할 정도).


현지인들이 쓰는 생활일본어를 접할 시간과 기회가 적어서 생기는 문제로, 이대로 가다간 문법이나 단어는 많이 아는데 말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어학원 말고도 회화를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1) 일본어 보란티아(日本語ボランティア. Japanese volunteer)

일본엔 어느 지역에나 '일본어 자원봉사 교실'이 있다(내가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형태). 각 지역마다 최소 2~3개 이상은 운영하고 있고, 무료거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100엔 정도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회화만 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본격적인 텍스트를 가지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 봉사자는 은퇴하신 분 혹은 외국인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분 등 다양하다.


'지역+日本語ボランティア(니혼고보란티아)'라는 키워드로 구글링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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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23구의 보란티아 대표 사이트(링크)



2) 한일 교류회(韓国日本交流会)

한일 교류회는 공적인 것부터 친목도모를 위한 사적인 교류회까지 다양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한 번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좋다. 말도 많은 이유는 간혹 연애가 목적이 되어서 여러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겉은 멀쩡한 교류회가 알고보면 종교권유를 하는 자리였다던가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물론 친구 혹은 애인을 만들려고 가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사람을 사귀는게 제일 빠르니까. 나의 경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일본인 몇 명과 친구로 지내며 언어 익스체인지를 했었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韓国日本交流会(한국일본교류회)'로 구글링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유학생 모임 인터넷 카페 등에도 심심치않게 교류회에 대한 글이 올라 오니 참고하면 된다.



3) SNS, 웹사이트 등 인터넷을 통한 친구 찾기


1, 2가 클래식한 방법이라면,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일단 친구가 된 다음 현실에서 만나기도 한다. 아니면 꼭 현실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연락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현지인의 일본어를 배울 수도 있으니, 일단은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드는 게 좋다.


물론 이들과 친구가 되려면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 음악, 문화, 언어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쓸만한 해시태그를 찾아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 친구들에게는 나의 한국어가, 나에게는 그들의 일본어가 도움이 된다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류가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신오오쿠보에만 가도 아직 한류팬을 볼 수 있다.


Tip. 이성보다는 동성친구를 사귀는 것이 일본어를 배우기에 좋다. 성별에 따라 말투가 다르기 때문에 이왕 예쁘게 잘 말하고 싶다면 동성친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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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