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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06. 목요일

분노하샘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연재가 너무 뜸해서 할 수 없이 지난 줄거리


분노하샘은 전원주택에서의 평온한 삶을 꿈꾸며 단독주택 건설의 꿈을 키우다 한 유명건축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타운하우스 사업 설명회에 넋이 나가 집짓기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설계의 필요성을 몸으로 깨닫고, 제대로 된 시공사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몰랐던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입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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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는 주택의 운명


사실,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하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하면 그런 건 또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겨울이면 창틀과 베란다벽에 눈물이 주룩주룩나고. 봄이면 그 자리에 곰팡이계의 흑형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침실에서는 아래층 위층 아저씨 잠버릇을 알 수 있고. 재벌기업 건설사에서는 이런 것들은 하자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하자로 인정받게 되더라도 땜질 처방만 하고. 입주자 회의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천기를 누설하지 말라 그러고. 그런 좋게 되는 상황이야 어제 오늘일이 아니니 말하지 말자.



하자.


집을 지을 때에 업자들은 집을 지으면 크든 작든 하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아무리 설계가 제대로 되고 현장에 계시는 분들이 최선을 다했다한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실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좀 무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집은 목구조 건물이라서 1년 안에 하자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나무라는 놈의 특성상 집이 지어진 이후에도 수분이 빠져나가거나 들어가거나 하면서 뒤틀리거나 휘는 수가 있는데, 업자들은 이런 과정을 ‘자리잡는다’는 말로 표현을 하더라는. 아무튼, 그렇게 1년 동안 자리를 잡아가면서 집의 뼈대가 휘거나 뒤틀리게 되다 보니 벽에 발라놓은 타일에 금이 간다든지, 화장실 바닥의 방수가 깨진다든지 뭐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단다. 그래서 시공회사와 계약을 할 때에 하자보수 보증기간을 써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집주인은 보증기간을 늘리고 싶고 사장은 줄이고 싶고 그렇다. 단독주택시장의 관례는 보증기간이 2년인 것 같던데, 우리집 같은 경우에는 보증기간이 1년이었다.


집 다 짓고 나서 드는 생각인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보증기간 짧게 잡거나 길게 잡거나 할 것 없이, 그냥 깔쌈하게 5000만 원까지 보장해주는 하자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가입하는 데에 설정비랑 몇백만 원 들어가기는 하지만, 지금 와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것 되겠다.


타운하우스 분양설명회 당시에만 하더라도 건축가가 책임지고 시공회사들에게 돈을 거두어서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시키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는 약속일 줄이야.



아무튼, 하자가 발생해서 처리되는 과정을 한 번 보자.


일단 하자가 발생할 시 시공회사에게 집주인이 연락을 하게 되면


1.  시공회사에서 사람을 보내서 직접 하자보수 공사를 해 준다.


2.  시공회사 측에서 집주인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대금을 시공회사에게 청구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3.  시공회사에서 배째라고 그러고 하자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 집주인이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대금을 하자보증보험에 청구한다.


4. 시공회사에서 배째라고 그러고 하자보증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경우 집주인이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민사소송을 통하여 받아내거나 못 받아내거나 승소한다고 쳐도 시공사사장명의로 된 동산/부동산이 없을 것이거나.



넷 중의 하나의 방법으로 하자보수가 진행된다고 보면 되겠다. 뻔한 얘기지만, 내 경우는 4번이다.




하자 발생


입주하고 얼마 후 겨울이 찾아왔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영하 10도의 한파가 찾아온 다음 날 아침. 쌀 씻으려고 물을 틀었더니 꾸루룩 소리만 나고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를 않는다. 출근 시간이 다 돼서 떡진머리를 대충 모자로 덮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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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접수


출근 길에 시공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전중 전화는 불법이므로 모든 통화는 정차상태에서 한 것으로.



"아침에 물이 안 나온다. 수도가 언 것 같다."


"동네에 수도 뚫어주는 업체를 부르면 되지 왜 나한테 전화했어. 나한테 전화하면 얼었던 수도가 뚫리나."


"(태촌버전)그런가?"


  


하자 보수 진행



114에 전화해서 동네 설비업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동네 설비업체들은 이렇게 한파가 몰려온 다음 날이 대목인 것 같았다. 해빙장비를 갖고 다니는데 얼어있는 수도관 안으로 뜨거운 증기를 불어넣어서 녹이는 식이다. 한 번 출동하면 대략 15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10~15만 원정도. 그냥 부르는 게 값이라고 봐야겠다. 수도가 얼어붙은 집이 우리집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으로 대부분의 전화가 불통이거나 몹시 바쁘다고 했다. 우리집에 사람이 도착한 것은 내가 퇴근하기 얼마 전인 모양으로, 칼퇴하고 집으로 달려갔더니 아저씨가 철수하는 중이었다. 아저씨말로는 집외부에서 1층으로 가는 길까지 수도는 해빙했는데, 거기에서부터는 수도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몰라서 해빙기를 못 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까지만해도 마음이 그렇게 급하지는 않았는데, 이날 저녁부터는 보일러도 안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물이 안 나오면 보일러도 안 돌아가나?


전기담요와 전기온풍기로 지낸 다음 날, 시공회사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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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설비에서 왔는데, 1층만 뚫고 2층은 못 뚫었다. 보일러도 멈췄다."


"그 동네 설비업체 참 무능력하네."


"그러면, 능력있는 사람을 좀 보내봐라."


"그 집 시공한 업체 연락처 알지? 거기로 연락해 봐라."


"알았다."



우리집 배관 공사를 했던 업체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참고로 이 분은 우리집에서 고속도로로 5시간 거리에 거주하시는 분.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당시 이 분은 우리집 공사하고 공사대금도 덜 받은 상태에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수도관 동결에 관한 전화를 받았던 것.



"그 집이 지을 때부터 콘크리트 벽중에서 외부에 노출된 쪽에다가 수도관을 묻어 놓았더라고. 그래서 배관시공하면서도 이런 집은 처음인디 그랬제. 우째저째(2층에 물 나오게 할 방법을 설명)하면 됭게, 동네 설비업체를 불러서 그렇게 해달라고 혀봐." 


"알겠습니다~"



다시 동네 설비 업체를 섭외해봤지만, 알고 있는 동네 설비 업체에는 오려는 사람이 없다. 우리집은 못 뚫는 집이라고 동네 설비업체 사이에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배관 공사하셨던 분한테 다시 전화해 봤는데, "거 참, 답답하구마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이런다. 그 분 입장에서는 수도관을 외부에 노출된 벽속에 쳐박아 놓은 사람이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도 아닐뿐더러 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짜증날 상황이었을 것 같다만, 당시 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하자. 냉골에서 전기담요로 지낼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아내와 애들과 함께 이웃집에서 씻고 왔다.


인터넷을 디벼봤더니, 겨울이면 수도가 얼어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정말로 많았다. 배부르게 살아와서 그랬는지, 그 때까지는 겨울 수도관 동파 대책의 세계가 있는 줄도 몰랐었다. 설비업체 불렀다하면 돈 십만 원씩 날아가니 셀프로 동파수도관 녹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블로그도 어찌나 많은지.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수도계량기를 헤어드라이어로 녹이는 비급이 전수되고 있었고, 이나마도 여의치 않는 경우를 대비해 압력밥솥을 이용한 사설 해빙기 제작방법까지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동네 철물점에서 인터넷에서 본 재료를 구입, 시도해 보는데 영 손재주가 읎다. 돈만 날리고 실패. 인내심 많던 아내도 울고 나도 울고. 대한민국에서 남아로 자란 필자는 표면상으로는 울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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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다시 동네 설비업체에 전화를 걸어본다. 다섯 번째 전화받은 분이 바쁘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저녁에 와 주신단다. 만삭의 아내와 아이를 또 다른 이웃집에 맡겨두고 출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벽속의 수도는 꽁꽁얼어서 녹이기는 불가능하고 대신 1층에 나오는 수도에 관을 연결해서 2층 수도에 연결해서 2층과 보일러에 물을 공급하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했다. 집안에 엑셀파이프가 돌아다니기는 해도 일단 보일러가 돌아가니 살 것 같다. 온수도 나온다. 어렸을 적에 왕왕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터지거나 해서 온 집안에 난리법석인 기억은 어렴풋이 나지만, 어른이 돼서 직접 겪어 보니 멘붕이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지났을 무렵, 겨울 햇살이 조금은 따사롭다고 느낀 어느 날 거짓말처럼 수도관이 다시 녹았다.


시공사 사장에게 수도관이 노출된 외벽체 속에 들어가 있어서 얼었다고, 대책을 요구하자, 겨울에는 공사가 불가능하니 다음 해 봄에 하자고 하는데, 듣고 보니 겨울에 시멘트 바르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다음 해 봄이 되었다.

 

이듬해 봄, 예상대로 시공사 사장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 보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자 일단 내 돈으로 공사를 해 놓으면 다른 곳에서 받아서 주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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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받아준다는 곳이 내가 아는 곳인 데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또 한 해 넘어갈 것 같아 일단 내 돈으로 공사를 해 놓은 상태고, 그 돈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다시 겨울이 찾아와 이번 겨울에 또 다시 수도가 얼 것인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았는데, 현재까지 얼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도 하자보수 공사를 한 보람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집 하자보수는 끝이 났다. 




결론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싸질러 놓고 보니, 도대체 뭘 말하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강조하자.


단독 주택 시공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직영으로 모든 업자들을 부리는 업체가 없다시피 하다. 시공업체가 자빠지기라도 한다면, 하자보수의 기회는 영영 사라지는 것. 따라서 최초에 시공업체와 계약을 할 적에 하자이행 보증보험에 꼭 가입을 해두자는 말씀.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자기 자본으로 사업하는 양반없고, 다시 말해서 언제든지 어음같은 거 함 잘못 꼬이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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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동네에 우리 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다른 집 하자보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하자이행보증보험에 안 든 집들이라그런지 우리집이랑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한 번은 우리 집 창문이 잘 안 닫혀서 창문업체에 전화했더니 “너네집 현장에서는 대금을 다 못 받아서 안 갈래. 그냥 알아서 고치고 잔금에서 까라.” 그러던데, 시공회사에서 이런식으로 싸질러 놓고 간 다른 집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먹튀해버리는 업체들 때문에 선량한 업체들까지 똥물을 뒤집어 쓰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엉성한 설계에 거지같은 시공회사가 집을 지어놓고 먹튀한 상황에서 하자보수도 제대로 받지 못한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혹시 궁금한 점이나 좀 더 자세히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으면 댓글 달아 달라. 다음 편에 반영해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천성이 게을러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럼 다음에 계속.






분노하샘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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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는 가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