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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여름 어느 날엔가 집에 들어온 케이블 TV는 광명 그 자체였다. 나는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이라는 신문물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ARS로 뮤직비디오를 신청하고 명단에 이름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최할리, 이기상, 김형규 등 시대를 풍미한 VJ들로 라디오 DJ의 자리를 대체하며, 드라마도 아니고 광고도 아닌 감각적인 영상의 향연에 취해 온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것도 가능했다. MTV를 벤치마킹한 엠넷과 KMTV의 야심찬 출범과 함께 국내 뮤직비디오 산업은 황금기를 맞았다. 동네잔치급 국내 뮤직비디오 시상식 ‘MKMF(Mnet KMTV music video festival)’이 연말을 장식했고, 공중파에도 프로그램이 끝난 뒤 스태프 스크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관행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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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의 'LOVE'(홍종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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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의 '가시나무'(김세훈 감독)


1세대 K-뮤직비디오 산업을 견인한 쌍두마차는 홍종호 감독과 김세훈 감독이었다. 화가의 서명처럼 블랙 바마다 ‘HONG PICTURES’ 로고를 박아두던 홍종호는 그런 식의 브랜딩이 아니었더라도 ‘형광등 조명’으로 유명세를 날렸다. 코를 하얗게 날리고 눈동자에 반사광을 박은 프라쿠라식 얼굴 보정으로 서태지, 터보, 클론, 엄정화 등 내로라하는 X세대 가수들과 H.O.T. 이후 경쟁적으로 양산된 아이돌 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싹쓸이하며 홍종호는 2000년대 극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반대편에는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 붐이 있었다. ‘투 헤븐’을 시작으로 조성모의 후속작들(‘아시나요’, ‘가시나무’)과 스카이의 ‘영원’, 김범수의 ‘보고싶다’, 포지션의 ‘I LOVE YOU’ 등 발라드 음악을 줄줄이 히트시킨 김세훈표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자랑은 비극성과 규모였다. 영화 자본에 필적하는 예산, 유명배우 섭외, 해외 로케이션, 폭파 신 등으로 이슈몰이를 한 뒤 조폭 느와르, 출생의 비밀, 교통사고, 전쟁 등 최루성 소재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산업의 호황은 얼마 못 가 사양길을 걷는 듯했다. 과열된 신파 경쟁으로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의 ‘약발’이 떨어지고 비슷한 연출의 이미지형 뮤직비디오들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 MP3 등장의 여파로 위축된 음반 시장에서 뮤직비디오는 더 이상 수지맞는 장사가 될 수 없었다. 서현승 감독이 해외 힙합 뮤직비디오의 문법을 모사하며 YG 소속 가수들의 퀄리티를 방어하고, JYP(사이더스)에서도 한때 고영준 감독이나 박명천 감독을 기용해(god의 ‘거짓말’, ‘길’, 박지윤의 ‘성인식’, ‘환상’ 등) 저력을 과시했지만 그뿐이었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급격한 이주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다. 초기 인터넷 환경에서 동영상 다운로드로 발생하는 트래픽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거니와 고화질을 구현하기에 역부족인 인코딩 기술도 한계였다. 엠넷은 변화된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였다. 노홍철을 길거리에서 데뷔시킨 'Dr.노 KIN 길거리'(2004),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2006~2008), ‘아찔한 소개팅’(2007~2012) 등 가십과 19금 소재 프로그램들이 편성되면서 전문 채널로서의 전문성은 희박해졌고, 기존 음반 시상식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MKMF까지도 2008년 막을 내리고 MAMA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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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의 'TRI-ANGLE'(천혁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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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차은택 감독)


‘SM공무원’이라는 불명예를 획득했던 천혁진 감독의 활약은 2000년대 초중반 K-뮤직비디오 신의 암흑기적 분위기에 일조했다. 신화 5집부터 조짐을 보였던 저렴한 화면, 조악한 CG, 아마추어적 연출은 SMP와 만났을 때 특히 망신스러웠다. SM이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희생양 삼아 ‘U’, ‘TWINS’, ‘TRI-ANGLE’, ‘RISING SUN’, ‘O-정. 반. 합’ 등 초저예산 괴작들을 양산하는 동안, 차은택은 1세대 감독으로서 유일하게 진화에 성공했다. 이승환 ‘당부’(1999)와 ‘그대가 그대를’(2000)의 미술적 완성도와 서정성으로 이목을 끌었던 차은택의 주가는 2001년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과 조수미의 ‘나 가거든’(드라마 ‘명성황후’ OST)에서 상한가를 친다. 이효리를 히로인으로 세운 삼성 애니콜 프로모션 시리즈 ‘애니모션’(2005), ‘애니클럽’(2005), ‘애니스타’(2006)가 신드롬 급의 인기를 끈 데 이어, 빅뱅 ‘거짓말’(2007)과 ‘하루하루’(2008)의 대성공으로 쐐기를 박을 즈음에는 K-뮤직비디오 산업도 슬슬 정상화되는 기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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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의 'PARADISE LOST'(황수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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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의 '위아래'(디지페디 감독)


그리고 상징적이고 암시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뮤직비디오 해석’이라는 새 트렌드를 열어젖힌 황수아가 등장한다. 써니힐, 인피니트, 브라운아이드걸스, 아이유 등과 밀착하여 쌓아온 비디오그래피 커리어는 김민수 작곡가-김이나 작사가-황수아 감독의 트로이카 체제로 가인의 솔로 앨범 기획에 개입하면서 정점에 오른다. ‘돌이킬 수 없는’(2010), ‘피어나’(2012), ‘FXXK U’(2014), ‘Paradise Lost’(2015) 등 관능적이고 아슬아슬한 에로시티즘을 묘사하면서도 여성의 육체를 폭력적으로 전시하지 않는 뮤직비디오들은 보기 드문 여성향 포르노의 영역을 구축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이밴드 수요층의 판타지를 집약한 투하트의 ‘DELICIOUS’(2014)는 황수아가 여성 관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황수아보다도 먼저 K-뮤직비디오 업계에 데뷔한 디지페디는 샤이니의 ‘DREAM GIRL’(2013)에 이르러서야 고유의 형식을 구축했다. 키치한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발랄한 색감, 폐쇄적인 세트 공간을 재치있게 메운 오브제들, 마리오네트나 장난감 인형처럼 과장된 모델들의 연기는 K팝 걸그룹 섹스 마케팅에 활발하게 동원되었다. 오렌지캬라멜, EXID, 레인보우블랙, 스텔라 등과 작업하며 노골적인 앵글과 성적 메타포를 그럭저럭 예쁜 영상미로 포장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던 디지페디 스타일은 오히려 남성 아티스트와 궁합이 좋은 편이다(에픽하이의 ‘BORN HATER’(2015), 빈지노의 ‘BREAK’(2015), ‘LIFE IN COLO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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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티저 '아트 필름'(민희진 감독)


뮤직비디오의 위상을 회복시킨 결정적 주역은 한류의 개막이었다. 국내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국내 케이팝 팬들의 자급자족적 음악방송-직캠 공유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2012년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1억 뷰 경신은 뮤직비디오가 여전히 '돈 되는 물건'임을 입증했다. 유튜브 조회수가 글로벌 인기의 지표로서 거꾸로 국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역수입 메커니즘을 형성하자 업계에서는 비주얼 아트에 더욱 공을 들인다. 이듬해 ‘아트 필름’ 형태로 제작된 f(x) 2집 ‘핑크 테이프’의 티저는 과거 SM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기획과 힙한 감각으로 아트 디렉팅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켰다. 시각적 콘텐츠를 총괄하는 아트 디렉팅의 본격화가 ‘세계관’이라는 유행을 전개하기에 이르러서는 뮤직비디오의 공헌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화양연화’ 연작이 방탄소년단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몇 년 간 길을 잃었던 초기 엑소의 초능력 설정이 근작 ‘POWER’를 통해 재해석되는 등 뮤직비디오는 음악의 스토리텔링적 한계를 극복한다. 영상에 숨겨진 힌트들을 그러모아 완성하는 서사는 팬덤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피니트와 황수아, 비스트와 타이거케이브(이기백), SM과 조수현/홍원기, YG와 서현승, 방탄소년단과 룸펜스 등 동맹처럼 맺어졌던 파트너십은 헤치고 모이며 가능성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비비드한 컬러와 ‘힙하지만 안전한 선택’으로서의 레트로 모티프가 다소 지지부진하게 반복된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이름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신희원, 정진수(비쥬얼스프롬), 이준우(SALT FILM), 김지용(판타지랩), 백종열, 어거스트프록스, 호빈, 엄코, 무스타치 필름 등 - 일반적으로 커머셜에 주력하다 인디 신이나 힙합 신을 통해 뮤직비디오 업계에 진입하는 프로덕션 스튜디오들의 스타일리시한 미술 디자인, 트렌디한 감성과 영리한 전략은 영감을 주는 또 하나의 소스가 된다. 이에 지난 1~2년 간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펼친 감독 셋을 꼽아보려고 한다.



VM Project Architecture: 범진, Low La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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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U의 '일곱 번째 감각'(VM PROJECT ARCHITECTURE)


승리의 ‘LET’S TALK ABOUT LOVE’ 티저로 K-뮤직비디오 신에 발을 들인 VM PROJECT는 얼굴을 선명하고 예쁘게 표현하는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미덕을 과감히 포기한다. 다각도에서 투사되어 충돌하는 색조, 또는, 화면 전체를 뒤덮은 컬러 필터 속에 파묻힌 모델의 얼굴은 물감을 부어놓은 캔버스처럼 기능한다. 인공적인 컬러의 변주만으로 절제된 공간의 최대효용을 끌어내는 VM PROJECT는 세트촬영에 강한 반면, 제시카의 ‘WONDERLAND’나 세븐틴의 ‘울고 싶지 않아’처럼 자연광을 주로 활용한 뮤직비디오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VM PROJECT의 진가는 야외촬영임에도 세트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태민의 ‘DRIP DROP’과 세븐틴의 ‘CHECK-IN’, 일러스트레이션화된 공간연출이 매력적인 지코의 ‘SHE'S A BABY’처럼 엄격하게 계산된 비-자연적 미장센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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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해야해'(VM PROJECT ARCHITECTURE)


VM PROJECT의 또 다른 강점은 독보적인 안무 이해도다. 전후로 왕복하는 카메라와 기울어지는 화면, 핸드헬드 촬영을 절묘하게 조합한 연출은 퍼포머와 퍼포먼스가 좋을수록 드라마틱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엑소의 ‘CALL ME BABY’까지만 해도 어디선가 본 듯한 진부함을 벗지 못했던 VM PROJECT의 커리어는 2016년 태민의 ‘DRIP DROP’을 분기점으로 미니멀즘한 배경에 까다로운 안무를 얹은 NCT U의 '일곱 번째 감각', 역광을 이용해 피사체의 춤선을 부각한 엑소의 'MONSTER'를 연달아 찍어내며 궤도에 오른다. VM PROJECT는 우주, 바다, 물벼락, 추락 등 오르가슴을 암시하는 메타포들이 낭만적으로 녹아든 근작 ‘해야해’(원)로 최고조의 완성도를 달성하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속도로 곡을 쏟아내고 있는 Sik-K와 호흡을 맞추면서 일탈을 모색한다. 특유의 연출 쿠세를 열화한 'PARTY'부터 최대한 빠르게, 싸게, 대충 찍은 테스트필름 수준의 퀄리티가 뻔뻔스러운 '내일 모레'에 이르는 저예산-다작 실험은 VM PROJECT의 기존 스타일을 유머러스하게 비껴간다.



GDW(WOOGI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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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의 'WANLI'(G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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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DARLING'(GDW)


연출자 김성욱과 촬영감독 남현우가 짝패를 이룬 GDW는 태민의 ‘괴도’와 레드벨벳의 ‘행복’을 대표작 삼아 패셔너블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차분하게 톤다운된 영상과 감성적인 뷰를 포착하는 능력은 -VM PROJECT와는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 풍경을 담아낼 때 빛을 발한다. 공간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프라이머리의 ‘Bawling’, 크러쉬의 ‘어떻게 지내’, 이하이의 ‘한숨’에 이어 거대한 스케일의 자연을 재료로 극대화된다. 빈티지하고 드라이한 풍경과 발랄하기 그지없는 음악의 부조화가 인상적인 시청각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레드벨벳의 ‘ICECREAM CAKE’, 전라북도 부안의 허허벌판을 첫새벽 내지는 고지대처럼 푸르스름하게 보정해 뽑아낸 처연함으로 ‘화양연화’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SAVE ME'도 좋지만, 몽골에서 촬영한 혁오의 ‘WANLI’는 그중에서도 수작으로 꼽을 만하다. 눈 시리게 선명한 레드 컬러와 사막/초원 정경이 스타일리시한 대비를 이루고, 파워풀한 기타 리프가 자연의 경치와 어우러지며 드높이는 기개는 모래바람을 헤치는 말발굽과 함께 절정에 달한다. 이처럼 자연의 숭고미를 극대화한 연출은 태양의 ‘DARLING’에서도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되는데, 알래스카 위에 아스라이 잡힌 피사체는 압도적인 크기와 높이로 즉물적 즐거움을 제공한다(여성 연기자와의 투샷 등 곳곳에 심어진 클리셰한 컷들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DPR VISUAL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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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꽐라'(DPR VISUALS)


음악과 영상 창작을 망라하는 크루 드림 퍼펙트 레짐(DREAM PERFECT REGIME) 소속의 뮤직비디오 감독 DPRS VISUALS(+IAN, 이하 '이안')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아이돌 그룹 씨클라운의 ‘롬’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안은 씨클라운 공식해체가 발표되던 해인 2015년 8월 DPR LIVE의 ‘TILL I DIE’로 비주얼 디렉터로서의 길을 개척한다. 앰버의 ‘BORDERS’까지만 해도 무난한 감독처럼 보였던 이안이 결정적으로 이목을 끌게 된 모멘트는 ‘응 프리스타일’(2016. 4), 그리고 뒤이은 YG엔터테인먼트(송민호x바비 유닛 MOBB)와의 작업이었다. 공간을 왜곡시키며 화면을 전환시키는 연출, 속도감 있게 확장되고 축소되고 회전하는 카메라, 적재적소에 덧칠된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레이어, 피사체의 잔상을 남기는 기법은 몽환적인 영상미를 구성한다. 옛 연인과의 섹슈얼한 관계를 그리워하는 송민호의 ‘몸’ 뮤직비디오는 욕망과 기억을 강렬한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눈부시게 자극적인 영상으로 환각 상태의 의식세계를 옮겨놓은 바비의 ‘꽐라’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더욱 맛깔스럽게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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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LIVE의 'LAPUTA'(DPR VISUALS)


이듬해 DPR LIVE와의 협업을 통해 발표한 5곡의 뮤직비디오들은 놀라운 영감과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전신 샷이 버즈아이 뷰(bird's-eye view)로 빠지면서 잔디밭이 라벤더 빛 꽃밭으로 바뀌는 ‘LAPUTA’*, 현악-피아노 선율과 노을 지는 시간대의 풍광의 조화가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KNOW ME’, 초현실적 이미지들과 클라이맥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RIGHT HERE RIGHT NOW’, 그래픽 소스들이 이퀄라이저처럼 음악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CHEESE&WINE’을 통해 선보인 스킬들은 나이키xDPR 컬래버레이션 ‘DREAM IT’에 집약되며 미학적 성취의 극치를 찍는다. 급진적인 실험으로 가득했던 LIVE의 뮤직비디오와 비교하면 태양의 ‘WAKE ME UP’은 다소 타협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환상'이라는 주제의식으로 전작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면서 조명과 글리터로 꿈속 공간을 리치하게 형상화한다.

* 2PM 준호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CANVAS’ 뮤직비디오(JIMMY 감독)는 '라퓨타'를 참고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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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WAKE ME UP'(DPR VISUALS)


모든 뮤직비디오에서 감독의 잠재력이 완전히 발산되기는 어렵다. 뮤직비디오는 클라이언트와 기획, 음악, 자본, 장비, 시간, 음악 등 얽히고설킨 조건들에 구애될 수밖에 없는 장르인 탓이다(씨잼의 ‘A-YO’를 연출한 엄코 감독은 비와이의 ‘9UCCI BANK’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는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는 변화한 판도를 실감케 한다. 다시 자부심을 갖고 로고나 크레딧으로 브랜드화를 시도하는 감독들, 스타일을 공식으로 만들고 그 공식을 스스로 깨면서 영리하게 생존을 도모하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수혈로 더욱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해진 영상예술은 좋은 음악을 더없이 사랑하게 만든다. 한동안은 이 불씨가 꺼지지 않았으면 한다. 또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언젠가는 대국민 규모의 K-뮤직비디오 시상식이 부활할지.





탱알

트위터: @taeng_al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