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박찬주 대장이 구속됐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포착되어, 13년 만에 현역 육군대장(4성 장군)이 구속수감되었다. 재판결과가 어떨지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갑질에 이어 뇌물까지, 또 한 번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얼마 전,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가 사퇴했다. 이 전 대표는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모 사업가의 진정서 및 문자 내용 등을 미루어 봤을 때, 국회의원으로서 지녀야 할 직업 윤리의식, 혹은 도덕적인 차원에서의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래도 핫했지만) 더욱 ‘핫’해진 인물은 단연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링크).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자 자진사퇴 후 도미, 미국에서 BBK를 설립 후 한몫 크게 챙긴 혐의로 물망에 올랐다. 정재계에 뻗어있는 거미줄 인맥으로 서울시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했었던 이 전 대통령.
스스로 주인공을 자처한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독교인이다. 심지어 박찬주 대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교회 장로다. 교회에서 치리(治理)를 담당하는 직분이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군인, 외교관 등 고위공직자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라 밝혔지만, 기독교인이 가장 많다는 국회에는 여전히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기독교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성공과 부귀영화에 사활을 걸고 불법도 불사하기까지 하는 ‘무늬만 기독교’인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삼박자 축복론’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개척자인 조용기 목사의 신학 체계다.
①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여 회개하면,
② 구원에 이르고,
③ 영적‧물질적 축복을 받는다.
‘하나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는 성경을 시대가 원하는 가치관 위에 ‘크리스천(Christian)’들이 새롭게 해석한 논리로,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없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이런 이론이 만들어진 걸까.
1) 삼박자 축복론의 탄생 배경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마태복음 28장20절)는 예수의 가르침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남긴 당부. 그렇게 ‘모든 족속’, 즉, 모든 사람들에게 ‘전도’하고, 결과적으로 교회에 인원수가 많아지는 게, 다 제자 삼으라했던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 여겼다. ‘전도 폭발’, ‘전도훈련학교’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진행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했다. 글을 쓸 때도 서두에 ‘훅’(Hook)이 필요하듯, 구미에 맞는 행동 원리가 있어야 했던 것. “예수님을 통해 구원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여겼던 것 같다.
당시(1950-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일 정도로 가난했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잘 살고 싶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교회가 부족한 2%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물질의 축복, 바로 돈이었다.
성경에 보니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아브라함도 부자였고, 그의 아들 이삭, 또 그의 아들 야곱 모두 부자였다, 는 식으로 하나둘씩 짜 맞췄고, 이 이론은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은 믿음을 통한 구원과 함께 물질의 축복도 받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과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요한3서 1장 2절)라는 구절을 통해 영혼이 잘되면 모든 일이 잘되고 건강까지 주신다고도 했다. “건강하기를 빕니다.”라는 안부인사가 이렇게 해석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삼박자 축복론은 ‘하나님을 믿으면 잘된다’는 일정한 레파토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도 이러한 사례들이 성경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던 사람들에게 충분히 유혹이 될 만 했던 조용기의 논리는 삽시간에 퍼져나가 인간의 욕망을 뒤흔들었다.
2) 삼박자 축복론으로 나타난 현상
너도나도 복을 받기 위해 교회로 모여들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2007년 11월, 한국교회의 급격한 양적 성장과 관련된 칼럼을 실기도 했다(링크).
칼럼의 주인공은 여의도순복음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조용기다. 삼박자 축복론과 한국 특유의 기복신앙 ‘비나이다’가 이뤄낸 시너지 효과는 조용기를 당대 최고(?) 목사로 거듭나게 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수를 갖고 있다고 하니,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삼박자 축복론이 급격한 성장에 걸맞는 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너도나도 교회의 신도수를 늘리고 교회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교회 크기, 신도 수, 경제력 등에 있어 더 크고, 더 많고, 더 부자인 것을 하나님의 큰 축복이라 여겼다.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하나님의 축복이 더 하는 것이라고까지 믿었다.
물론 한국교회에 삼박자 축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규모가 커진 만큼 영향력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수많은 교회들이 영향을 받아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국의 교회들이 대형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 교회 중 5개가 한국에 있다는 통계만 봐도 얼마나 양적성장에 무게를 두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삼박자 축복론은 허구다. 성경에 없는 얘기다. 조용기 목사의 주장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투영된, 극심한 가난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링크).
3) 삼박자 축복론, 무엇이 잘못된 걸까.
조용기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을 예로 들며,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거부가 되었으니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잘 따르면 거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조용기가 했던 설교의 일부다.
“아브라함도 거부였고 이삭도 거부였고 야곱도 거부였습니다만 거부는 타락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고 부자가 된 사람은 하나님이 축복이 같이 따르는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 부자가 된 사람은 그것이 저주가 되는 것입니다. 부자는 그 돈과 재물을 의지하므로 하나님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하나님 없이 되는 부자는 저주고 하나님 모시고 축복받은 부귀는 크나큰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조용기는 부자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님을 믿는 부자’와 ‘믿지 않는 부자’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이 나중에 하나님을 믿는다면 저주를 받았다가 다시 축복을 받은 것인가? 아님 하나님을 믿는 어떤 사람이 복을 받아 부를 얻었다면 가난한 기독교인들은 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인가? 수많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말이다.
만약 삼박자 축복론이 성경적이라고 한다면, 한번도 부자처럼 살지 않았던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하나님을 믿었지만 가난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삼박자 축복론은 소외되고 힘없고 연약한 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어 성공하는 것만이 축복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목적에 맞게 성경을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4) 삼박자 축복론의 결과
삼박자 축복론은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 “예수를 믿는데 돈이 없거나 성공하지 못했다면 하나님을 올바르게 믿고 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이라 생각해 너도 나도 부를 쌓았다. 이렇게 삼박자 축복론은 부와 지위를 축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당위성과 원동력을 제공했다.
부정부패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폐단에서 비롯된다. ‘예수를 믿고 부자가 되는 것은 축복’이라는 구호가 삼박자 축복론을 통해 포장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부자가 되는 것에 주력하도록 했다.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부자인가 아닌가, 성공을 했는가 못했는가가 하나님에게 받는 복에 대한 평가기준이 되었다. 어떻게든 부만 쌓으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으로는 부자가 되고, 정치적으로는 국가의 수장까지 하며 성공하려 했던 것은 복에 대한 ‘그릇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릇된 믿음의 근거를 만든 건 기독교인, 특히 목사들이다. 잘못된 것이라 생각도 못했겠지만, 옳지 않은 것이라 말하지 않고 비호하기에 바빴던 이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삼박자 축복론과 같은 한국교회 내에 팽배해 있는 복에 대한 개념은 상당부분 성경적이지 않다. 부의 축적과 사회적 성공은 성경에서 말하는 ‘승리’의 개념과 정반대다. 성경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라고 가르친다. 순전한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라고 가르친다. 기독교인에게 최고의 가치는 이웃과의 나눔이다.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열매이자 결과라고 성경은 말한다.
부를 축적하고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성공이라 일컫는 이들의 삶은 성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경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채웠을 뿐이다. 성경의 주된 내용을 왜곡하고 짓밟으면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것은 위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조용기를 비롯하여 그릇된 믿음을 심어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목사들에게 본인들이 심어놓은 열매를 보라 전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부패엔 한국교회와 기독교의 책임이 크다.
지난 기사 1. 루터도 믿었던 천동설과 지구 나이 6천 년의 이유(?) |
BRYAN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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