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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상 풍경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맥주를 마시는 일본인


지난 번에는 비어가든이나 맥주축제 등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서는 약간 특별한 것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평소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맥주를 먹고 있는지에 대해 전형적 사례를 소개할까 싶습니다.


세계 어디든지 술집에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겠지만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는 집의 대표격은 역시 이자카야겠죠. 또한 최근 들어 패밀리레스토랑, 줄여서 패미레스에서 마시는 “패미레스 노미(ファミレスみ)”도 이제 정착된 것 같고 요즘에는 서민파 소고기덮밥으로 알려진 요시노야마저 “요시 노미(吉飲み)” 전략을 내세우면서 대놓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필드가 넓어지고 있는 일본입니다. 물론 맥주는 일반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도 마실 수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대중식당에서는 생맥주가 없고 병맥주만 제공할 경우가 종종 있는 점을 유의해 두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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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취침 전에 혼자, 아니면 가족끼리 마시는 “반샤쿠(晩酌)”도 있고 친구끼리 집에 모여 마시는 “이에 노미(家飲み)” 내지 “헤야 노미(部屋飲み)” 스타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술집이 아닌 데에서 맥주를 먹는 스타일로서 한국에서는 편의점 앞에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방법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예 편의점 앞에 테이블이 설치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바로 한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 지역이나 사람이 약간 특이한 경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공원에서 음주가 금지되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공원에서 마시는 “고엔 노미(公園飲み)”는 가능하니 밖에서 싸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에는 공원에서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물론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공원에서는 자칫 신고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이들 장면 중 몇 개를 뽑아 그 방식이나 주의할 점을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맥주를 먹고 있는지에 대한 참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밖에서 사 먹을 경우에 관한 이야기는 여행으로 일본에 오는 분들한테도 실질적인 참고 정보가 될 수 있겠습니다.




2. 생맥주를 마시려면 이자카야 들어가기 전에 꼭 체크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이자카야(居酒屋)겠죠. 단 한마디로 이자카야라고 해도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동네 이자카야도 있고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두고 있는 체인계 이자카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맥주는 물론 전반적으로 술 값이 비싼 편입니다. 맥주의 경우 550엔 이상 가격에 파는 집이 많을 겁니다.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집집마다 잘 하는 요리가 있죠. 필자는 생맥주가 비싼 가게는 별로 안 가는 편인데 도쿄 모소에 있는 모츠니코미(もつ煮込み ; 곱창을 일본식 된장으로 푹 조린 안주 거리)를 아주 잘 하는 이자카야나 집 근처에 있는 일본식 오뎅을 잘 하는 집, 야키토리를 잘 굽는 집(이자카야라기보다 오히려 야키또리집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함) 등에는 수시로 가고 있습니다. 술 값이 비교적 비싼 이런 가게에서는 맛이 있는 안주를 적당히 먹으면서 맥주도 2, 3잔 정도 마시고 나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안주의 질을 일단 도외시하고 맥주를 마음껏 마시려면 아무래도 체인 이자카야가 좋을 겁니다. 단 체인 이자카야가 맥주를 싸게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냥 들어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체인 이자카야가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이자카야보다 싸다 하더라도 생맥주 한 잔에 450엔 정도 가격에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다 잘 보면 이자카야에 따라서는 가게 앞에다가 가격표를 내두고 거기에 생맥주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워낙 생맥주 수요가 많다는 것을 가게도 알고 있으므로 생맥주 가격에 자신감이 있는 가게는 생맥주 가격은 크게 적는 경향이 있죠. 대략 300엔대(예를 들어 390엔) 정도 가격이면 일단 싼 편일 겁니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 생맥주 가격이 가장 싼 이자카야는 한 잔에 190엔(2,000원을 살짝 넘을 정도)인데 도쿄 근교로서는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죠(같은 체인에 속하는 집을 도쿄유시마(湯島)에서 봤는데 정확한 위치를 까먹었네요). 그 이자카야는 안주도 괜찮은 편이라 갈 때마다 가게 앞에서 조금만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습나다. 190엔에 생맥주를 마실 수 있으면 도쿄나 그 근교에서는 거의 대박 격인데 오사카에는 100엔에 먹을 수 있는 집도 곳곳에 있습니다. 사스가, 오사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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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미호다이와 쿠폰의 이용으로 더 싸게


그런데 체인계 이자카야에서는 생맥주를 훨씬 더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노미호다이(放題 ; 술 무한리필) 제도의 이용입니다. 물론 노미호다이가 있는 개인 운영 이자카야도 있기는 하나, 역시 희귀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웬만한 체인계 이자카야는 거의 다 노미호다이 코스가 있죠. 가게에 가서 직접 노미호다이 코스를 시킬 수도 있지만 미리 예정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면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를 이용해서 쿠폰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노미호다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일본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에 보면 “○○(요리명)코스 / 노미호다이 부” 등의 메뉴 소개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필자도 자주 이용하는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 중 하나인 “구르나비(ぐるなび)”를 보니까 한국어 사이트도 있네요(링크). 시험적으로 이자카야로 “노미호다이 부” 메뉴를 제공하는 집을 찾아 봤더니 1분도 안 되어서 몇 군데 찾을 수 있었습니다(단 한국어 페이지에서는 노미호다이 부의 한국어 표시는 커녕 요리나 노미호다이로 무슨 술을 마실 수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냥 가격과 요리의 사진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네요. 일본에서도 사진에 나와 있는 대로 요리가 안 나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죠... 주의해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면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은데 가게에서 걸어 오는 예약 확인 전화를 받아야 예약이 확정될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으로 잠시 일본에 체재할 때에 이용할 경우에는 유의해야 될 겁니다(게다가 방문 예정 인수나 일시를 전달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도...). 물론 온라인 예약과 동시에 예약이 확정되는 가게도 있으니 예약 확인 전화가 불편하다면 “온라인으로 즉시 예약(オンラインで即予約)” 등 표시가 있는 가게를 골라 예약하면, 특별한 절차 없이 직접 가게로 가면 됩니다.


또한 이자카야에 따르면 “노미호다이 단품”을 파는 데도 있습니다. 노미호다이 단품이라 함은 말 그대로 일정한 종류의 술(가게마다 다름)을 무한리필할 수 있는 코스로서 안주는 가게에 가서 따로 시키는 것이죠. 햄버거 집에서 단품으로 햄버거를 시키면 그것은 바로 음료수는 안 시킨다는 뜻인데 이자카야의 노미호다이 단품은 1명 당 2가지 정도 씩 안주를 시켜야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는 이자카야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음식점도 예약 가능하니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요리의 종류를 입력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자카야가 아니라도 노미호다이 코스를 제공하고 있는 집은 되게 많습니다.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를 이용해서 노미호다이를 하면 마음껏 생맥주를 마실 수 있고 거의 모든 노미호다이 부 코스는 안주하고 마무리 식사류(코스 내용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안주/요리를 그때 기분으로 선택하고 싶을 때에는 노미호다이 단품으로)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가격 대비 결코 비싸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더 싸게 비슷한 노미호다이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쿠폰 사이트입니다. 위에 소개한 레스토랑 정보 사이트에서도 할인 쿠폰을 나눠 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이야기 하고 있는 쿠폰 사이트라는 것은 정보 사이트에서 배포하는 쿠폰하고 전혀 다른 시스템입니다.


필자가 종종 이용하는 쿠폰 사이트로서는 그루폰(GROUPON, 얼마전까지 한국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안 보네요)하고 쿠마폰(くまぽん)입니다. 이들 쿠폰 사이트는 레스토랑 정보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미용실이나 피부관리, 스파 아니면 각종 생활 용품 등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어떤 상품이든 일단 해당 쿠폰을 구매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쿠폰을 사고 난 다음에 가게로 직접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해야 되는데 그때 조심해야 할 점이 몇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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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쿠폰을 이용할 수 있는 날짜입니다. 쿠폰에는 사용 가능 기한이 있거나 이용할 수 있는 요일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죠. 물론 가게를 방문하려고 했던 날이 임시 휴업일 수도 있고요. 쿠폰을 구매하기 전에 방문하려는 날짜와 시간에 해당 쿠폰을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 두면 안심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노미호다이에 “맥주”가 포함되는 것으로 표시가 되더라도 실제 제공되는 “맥주”가 발포주나 제3의 맥주일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쿠폰 상 선전 문구에는 “○○코스 / 맥주를 포함한 노미호다이 2시간 부”로 나와 있는데 상품 설명란에 있는 노미호다이 내용을 보면 “맥주(클리어 아사히)”로 되어 있을 때가 있는데 클리어 아사히는 발포주에다 스피리츠를 탄 이른바 제3의 맥주입니다. 물론 클리아 아사히는 일본 법제도 상 맥주로 분류되지 않을 뿐이지 가격도 싸고 맛도 나름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맥주”인 줄 알고 마시고 보니 맥주가 아니었으면 마음이 약간 그렇지 않습니까. 광고 문구에서는 맥주와 유사맥주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을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됩니다.


대략 위 2 가지 포인트만 확인하면 나중에 특별히 문제가 생길 것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단 더 만전을 기하고 싶다면 “정보 사이트하고 쿠폰의 더블 체크”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예를 들어 쿠폰 사이트에서 찾은 노미호다이 메뉴에 포함되는 “맥주”가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일 경우 정보 사이트에서 같은 집의 노미호다이 메뉴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쿠폰 사이트에서 “○○코스 / 노미호다이(단 “맥주”는 발포주) 부”가 2,500엔에 출시되어 있을 때 정보 사이트에서 같은 집이 제공하는 “○○코스 / 노미호다이 부(맥주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3,000엔에 출시되어 있을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설례의 경우 500엔 차이가 나지만 노미호다이임을 감안하면 차액 500엔은 그다지 큰 차이가 아닙니다. 500엔 비싸더라도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4. 패미레스 노미가 뜨겁다


웬만한 도시에 가면 꼭 있는 것이 패밀리레스토랑입니다. 필자는 도쿄 근교에 있는 모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데 집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 안에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식당이 10군데가 넘을 겁니다(패밀리레스토랑의 정의 자체가 아예 애매하지만 일단 점포가 넓고 요리 주문 후 몇 분 이상 기다리는 식당이며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가격대가 비교적 싼 식당 정도로 생각하면 됨. 참고로 한국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이라 불리고 있는 레스토랑은 가격대가 약간 비싼 감이 있어서 일본인이 볼 때에는 패미레스라고 부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메뉴가 특정 지역의 요리에 한정되지 않는 전형적인 패미레스로서 데니즈(デニズ), 가스토(ガスト ; 양식이 중심이기는 하나 간단한 일식이나 중화요리도 있음)가 있으며 일식으로 하나야 요헤에(華屋与兵衛), 수기노야(すぎのや), 유메안(夢庵 ; 가스토랑 같은 “스카이라크” 계열인데 일식 전문)의 3곳, 중국집으로 바미얀(バミヤン ; 역시 “스카이라크” 계열), 이태리집으로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 일본 색이 센 파스타집으로 고에몽(五右衞門), 스테이크집으로 브롱코 빌리(ブロンコビリ), 일본식 야키니쿠집으로 스타미나 타로(すたみな太郎), 가르비야 다이후쿠(カルビ屋大福) 등등 실히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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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패미레스 중에는 식사를 하기 전에 안주류하고 생맥주를 시켜 놓고 술집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필자의 경험 상 데니즈나 가스토 같은 전형적 패미레스는 물론 바미얀이나 유메안 같은 데에 가면 아저씨들이나 가정 주부들로 생각되는 아주머니들이 연회를 벌이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고 갈비집인 다이후쿠에서는 야키니쿠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필자도 사이제리야에 갈 때면 치킨이나 시금치 볶음, 피자를 시켜 먼저 생맥주를 1, 2 잔 먹다가 식사를 할 경우가 종종 있고, 바미얀에 이르러서는 샤브샤브 무한리필에다 노히호다이(술 무한리필)를 붙일 수 있는 메뉴를 출시하고 있어서 이제 패미레스인지 이자카야인지 좀 애매해진 상황입니다.


이런 패미레스 노미가 성행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생맥주의 가격이 착하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필자가 가끔 이용하는 집만 보더라도 가스토는 평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를 “해피 아워(ハッピアワ)”로 설정해서 생맥주 한 잔 약 250엔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것은 일반 이자카야의 절반 정도 가격이죠(“アワ”는 영어 “hour(시간)”의 일본어 표기인데 소리는 일본어의 “あわ(거품)”하고 비슷함). 사이제리야에서는 생맥주가 400엔 정도로 약간 비싼 느낌인데 일반 이자카야와 비슷하거나 약간 싼 편인 것 같고 저렴한 안주류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패미레스 노미가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로서는 원례 레스토랑인 만큰 체인 이자카야가 제공하지 못하는 안주나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이자카야에서 먹는 안주도 나름 먹을 만한 건데 이자카야는 기본적으로 “일식”인 반면에 사이제리야(이태리)나 바미얀(중국) 같은 특정 지역의 요리를 제공하는 패미레스에서는 가격 대비 질이 좋은 안주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어디까지나 개인적 소감임).


마지막으로 이자카야하고 패미레스의 결정적 차이로 웬만한 패미레스에서는 흡연 에리어하고 금연 에리어를 분리시킨 분연(分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이자카야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패미레스는 금연석이 꼭 있습니다. 그래서 “연기 없는 연회”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가격이나 메뉴를 일단 도외시해서라도 일부러 패미레스에 가게 되죠. 옛날에는 패미레스에 들어가면 종업원이 나와서 “何名様ですか(몇 명이세요)?”라고 물어봤었는데 요즘에는 제일 먼저 “お煙草はおいですか(담배는 피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연기 없는 연회”를 즐기고 싶다면 “あ、いません(아, 안 핍니다)”라고 답하면 됩니다. 참고로 흡연자인 필자는 “あ、すいません、わせてください(아, 죄송합니다, 피우게 해주세요)”라고 답합니다(일본에서도 흡연자가 인간 취급 받기 어려운 지금, 필자는 일단 “미안하다”는 뜻으로 “すいません”이라고 하는데 종업원은 이 말을 “(담배를) 안 피운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가 바로 피우게 해달라는 말이 나오니 순간적으로 당황할 때가 있는 모양임). 연기 없는 연회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착한 패미레스 노미이기도 합니다.




5. 집에서도 먹어요


밖에서 생맥주를 마실 때에는 주로 얼마나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지만 집에서 맥주를 마실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싸게 사서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됩니다(원래 병맥주가 맛이 있기는 한데 일본에서는 병맥주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사맥주까지 포함하면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필자는 웬만하면 맥주를 마시는 편이며, 한 달에 한번씩 차로 마트로 가서 그 달에 마시는 맥주를 정하고 30개 정도 사는 스타일이죠. 근처에 편의점(패밀리마트하고 세븐일레븐)이 있으므로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서 마시고 싶은 맥주를 사도 될 것 같은데 편의점의 맥주는 오차 범위를 벗어날 정도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맥주를 살 때에는 편의점은 마지막의 수단으로 하고 일발 마트나 체인계 약국(마츠모토 키요시, 웰시아 등)으로서 식품류를 취급하고 있는 데서 사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마트나 약국에서 파는 맥주의 가격은 지역이나 점포마다 차이가 나는데 편의점하고 비교하면 크게는 30엔 가량 차이가 날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편의점에서는 캔맥주 500ml 짜리 하나에 290엔(부가가치세 제외) 정도 하는데 같은 맥주가 마트에서 260엔 정도 가격에 파는 경우도 있음). 특히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는 식품류를 취급하는 체인계 약국도 많을테니 살짝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에는 일단 약국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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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재미는 술집에서 마시려면 전문점에 가야 되는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널리 보급되어 있는 맥주로 긴가고겐 맥주(銀河高原ル)가 있는데 그 외에도 마트에 따라 일반 이자카야 등에서 먹기 어려운 맥주를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있는 할인 마트도 수제맥주를 팔고 있습니다. 긴가고겐 맥주는 물론 쌀로 만든 “코시히카리 에치고 맥주(こしひかり越後ル)”(코시히카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품 쌀 중 하나)나 오호츠크 해의 유빙으로 만든 “아바시리 맥주(網走ル)”, 맥주의 색깔이 빨간 색인 “레드 에일(レッドエル)” 등 이색 맥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위 3 가지 수제맥주의 제조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맥주 제조사인 에치고 맥주임).


또 하나 일본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이색적인 맥주로 하이트-진로가 만들고 있는 “프라임 드라프트”도 있죠. 필자 집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500ml 짜리가 무려 120엔이고 맛도 먹을만 했습니다(한국에서 파는 하이트 맥주하고 맛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참고로 수제맥주를 구하려면 일단 수제맥주 전문점이 떠오르는데 의외로 대형 전기점인 비크 카메라(ビックカメラ)도 은근히 많은 종류의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입 수제맥주도 포함해서 다양한 주류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재미로써는 맥주 제조사가 증정품으로 준 맥주잔을 사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가 보면 수시로 맥주 제조사가 한 박스(6개 짜리 팩이 4개 들어있음)에 하나 씩 맥주잔을 덤으로 주는 캠페인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덤보다 맛을 우선시키겠지만 필자는 그런 캠페인을 하고 있으면 꼭 해당 제조사의 맥주를 사는 편입니다. 어느 회사의 맥주잔도 각자 매력적인데 개인적으로는 에비스 맥주의 맥주잔하고 키린 맥주의 클래식 맥주잔을 특히 좋아합니다. 맥주잔은 바닥 쪽이 약간 좁으면서 위에 올라갈 수록 넓어졌다가 입부분이 다시 살짝 좁아지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에비스의 맥주잔은 맥주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설계된 스타일이며 무엇보다 회사 로고가 은근한 점이 마음이 듭니다. 한편으로 키린의 클래식 스타일은 키린 맥주의 로고가 없었으면 아주 평범한 유리컵일 뿐이지만 키린 로고가 붙어 있는 것만으로 옛날부터 영세 식당이나 조그마한 술집에서 병맥주를 시키면 같이 나오던 컵하고 똑같은 컵으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집에 있으면서 술집에서 마시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일품이라 하겠죠.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재미를 하나만 더 덧붙이면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출시되는 “계절 한정 맥주”입니다.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일본에서의 계절 한정 맥주의 선구자는 삿포로 맥주가 80년대 후반에 출시한 “후유 모노가타리(冬物語り ; 겨울 이야기)”입니다. 코타츠에 앉아 나베((なべ) ; 일본식 찌개)를 먹으면서 마시는 후유 모노가타리는 겨울에 마시는 맥주의 맛을 인상 깊게 소비자한테 각인시켰죠. 그러나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한정 맥주는 뭐니뭐니해도 키린 “아키아지(秋味 ; 가을맛)”입니다. 일반 맥주보다 도수가 조금만 더 높고 호프의 쓴 맛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맥주입니다. 깊이 있는 쓴 맛이 특색인 키린 “라거”가 일본 맥주의 기본형이라면 “아키아지”는 그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든 맛이라 할까요. 어떻게 보면 무겁게 느껴지는 맥주이기는 한데 무더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에 딱 한 잔만 마시고 니혼슈로 옮길 수 있는 가을의 별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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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1. 도쿄에 놀러온 친구랑 야키니쿠를 먹으러 갔더니


2. 맥주를 좋아하는 일본 上







누레 히요코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