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라이손 추천5 비추천0

2014. 02. 07. 금요일

독투불패 라이손








난 이번에 변호사 시험을 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로스쿨 3기다. 남는 게 시간이기도 하고 딴지일보 애독자인데, 예전부터 로스쿨에 대한 기사가 없던 것이 생각나서 내가 한번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부족하지만 써 보고자 한다. 겸손이 아니고 정말 부족할 건데 걍 읽기 바란다. 내가 부족한데 어쩌겠누 ㅎㅎ


1.jpg



암튼 로스쿨이란 무엇인가. 로스쿨이란 법학전문대학원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7. 7. 27. 제정된"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 3. 1.부터 1기 신입생을 받아 시행하게 된 제도다.


위 법률의 목적은 우수한 법조인의 양성이며, 특히 중요한 부분은 제2조인데 전문을 살펴보면


제2조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 평등 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에궁에궁 길기도 길다. 원래 모든 법률의 목적 혹은 이념 조항은 이렇게 좋은 소리만 계속계속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튼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법조인이 되는 길은 사법시험을 통과하는 것 뿐이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법시험은 조선변호사시험(1947∼1949년)(조선변호사시험령에 따라 변호사시험을 실시하여 법조인을 선발)에서 고등고시 사법과(1950∼1963년)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1964년 사법시험으로 변경된 뒤 로스쿨이 도입됨에 따라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제도다. 1,2,3차 시험에 모두 통과하여야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자격이 주어지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변호사의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2.JPG

제14회 사법과 고등고시(1962)

이미지 출처 링크



여담이지만 사법연수원 간통남으로 유명한 신모 씨의 경우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지만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 전에 파면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그는 다시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한 법조인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암튼 로스쿨 제도는 이러한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를 줄이고자 도입된 것으로 미국식 로스쿨 제도와 일본식 로스쿨 제도의 짬뽕이다. 로스쿨 선발 인원에 대하여 정원제를 채택하였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거의 일본식을 그대로 갖다 베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법시험은 법학과목을 35학점 이상 이수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나 로스쿨 학생들이 치게 되는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 입학, 3년간 재학하여 졸업이 가능해야만 응시할 수 있다는 거다.


4.JPG



여담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예정자로 확정되어야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거다. 올해 시행된 제3회 변호사시험에 지원한 2400여 명 중 200여 명은 해당 각 학교에서 졸업을 하지 못하여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만 하면 변호사가 되는 줄 알았던 나를 비롯한 모든 로스쿨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3.jpg



암튼 변호사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입학하여 졸업해야 한다는 점이 사법시험과 가장 큰 차이점이고 그 외에도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더 교육받아야 하는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 통과 후 6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치면 완전한 변호사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등 세세하게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 7. 3. 자정무렵에 임시국회마지막날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로스쿨 제도 도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개천에서 용난 노통이 개천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러한 견해는 인터넷 댓글에서 기정사실화되어 있으나, 사실 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2007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 하여 노통이 뭘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사학법과 로스쿨법이 통과되니 마니 하면서 4월, 5월 한나라당의 반대와 열린우리당의 법안통과의지 결여로 계속 미뤄지기만 하던 법안이 7월 갑자기 통과된 이유는 로스쿨 유치전에 뛰어든 대학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2009년 로스쿨 개원이 불투명해지자 몸이 달은 대학들이 정치권을 압박하였기 때문에 결국 통과된 측면이 크다.


암튼, 결국 2007. 7. 3.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고 그 뒤 2000명의 정원이 수도권 대학 52%, 지방대학 48%의 비율로 각 대학에 할당되어 2009. 3. 1. 로스쿨 1기생들이 처음으로 각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들이 2012년에 처음으로 변호사시험이 시행되어 제1회 로스쿨생들이 로클럭, 검사, 변호사로 배출되었다. 그리고 매년 변호사시험이 시행되어 2014. 1. 3.에 제3회 변호사시험이 시행되었다. 시바 시험친다고 죽는 줄 아라씀.


암튼 여기서는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제도에 대한 비교 같은 것은 생략하고자 한다. 난 사법시험을 경험하지 않아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내가 경험한 로스쿨 제도의 일면이지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고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암튼, 서론이 길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스쿨에 대해 디벼보자.


7.jpg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1. 로스쿨에 들어가려면 어케 해야함?


전통적인 제도였던 사법시험은 2017년에 폐지가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합격인원 역시 매년 줄어들어, 2014년 200명, 2015년 150명, 16년 100명, 17년 50명으로 예정되어 있다. 지금 공부를 시작해서 이렇게 적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현재 변호사가 되려는 현실적인 방법은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고 싶은 자는 일단 로스쿨에 들어가야 하는데,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요건은 1) 학부 졸업, 2) LEET 시험에 응시다.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일단 대학원이기 때문에 학부를 졸업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이거야 당연히 모두 알 테고 leet 시험이라는 게 생소할 텐데 리트 시험에 대해 알아보자.


1) 리트(LEET)


리트란 법학적성시험의 준말로써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다. 다원화 국제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유능한 법조인을 양성하여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전문인력양성체제를 구축하고자..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이수하는 데에 필요한 수학 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과 잠재적인 적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 이라고 리트 홈페이지에 적혀있다.(굵은 글씨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굵은 글씨로 강조한 것임.)


5.JPG



시험과목은 3과목으로 1교시 언어이해와 2교시 추리논증을 객관식으로 각 40문제씩 풀고 점심 먹고 논술을 쓴 뒤 집에 가면 된다. 고사장은 서울을 비롯한 각 광역시에서 칠 수 있다. 올해 로스쿨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6기에 해당한다. 리트시험은 매년 8월 정도에 시행되는데 학부 4학년 여름방학에 해당된다. 문제유형은 PSAT와 비슷한데, 뭔가 문제들이 아이큐 테스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일반적인 시험과는 달리 암기형 문제들이 많이 출제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혼란스러운 경향이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던 2008년 2009년 정도만 해도 로스쿨 입시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로스쿨 전문학원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막 그랬다. 근데 막상 시험을 쳐 보니 이게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점수가 올라가는 시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로스쿨 재수를 해서 점수가 오히려 떨어지는 사람도 허다했다. 따라서 리트대비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그랬다.


하여 리트준비론으로 (1) 리트학원수강론 (2) 독학론 (3) 리트대비무용론 (4) 학교고시반등록론 등 다양한 학설이 대립하였으나 딱히 리트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세라고 할 만한 방법은 없었다. 필자의 경우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리트 기출문제 2회분과 미트(MEET), 디트(DEET), PSAT 기출문제만 풀 수 있을 만큼 풀고 리트를 쳤다. 


2) 로스쿨 입시


여름방학 동안 리트시험을 치고 나면 2학기에 로스쿨 입시를 치르게 된다. 리트점수는 그 해에 한해 효력이 있으며, 한 번에 가군 1개, 나군 1개, 합 2개의 대학에 지원을 할 수 있다. 각 대학의 입시요강은 대학별로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1차 서류과정과 2차 면접과정을 통해 신입생을 최종 선발하게 된다. 선발요소로써는 공식적으로 (1) 리트점수, (2) 공인영어성적, (3) 학부 학점, (4) 논술, (5) 면접 등의 과정을 최종적으로 합산하여 결정하게 되며 비공식적인 선발요소로써 (1) 학벌과 (2)사법시험 1차 합격여부등의 요소가 존재한다. 학벌의 경우 모든 대학에서 서울대를 필두로 내려오는 학벌카르텔에 대하여 가중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 가중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대외비일 것이고 각 대학마다 상이할 것이나 전혀 없지는 않다는 점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라 본다.


로스쿨의 경우 다른 시험 및 입사와 가장 상이한 점이 바로 사법시험 1차 합격여부가 로스쿨 입시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방에 소재한 모 대학의 경우 신입생의 대다수를 1차 합격생으로 채우는 로스쿨도 존재하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당수의 대학에서 사법시험 1차를 합격한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점의 이유는 바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있다. 필자 역시 로스쿨에만 들어오면 당연히 변호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변호사시험을 치게되니 그게 아니었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바로 75%의 함정에 있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정원대비 75% 내외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75%가 ‘정원대비’라는 것이다. 1차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생1800여 명 중 1500여 명이 합격하였다. 그리고 2차 시험의 경우 2100여 명중 1500여 명이, 올해 치른 3차 시험의 경우 2300여 명 중 1500여 명이 합격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에는 2900명 중 1500여 명이, 내후년에는 3400여 명 중 1500여 명이 합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5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자대비 합격률이 50%내외로 수렴하게 된다. 이 모든 문제가 응시자대비합격률 75%가 아니라 정원대비합격률 75%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여 실제 합격률은 해마다 더 떨어지게되고 각 로스쿨들은 각 로스쿨 별 합격률이 얼마가 나오느냐에 지대한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애초에 공부가 되어 있는, 사법시험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각 대학들의 꼼수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를 몰각한 행태로써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여담인데, 올해 치른 제3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480여 명이었다. 그런데 시험에 실제로 응시한 자는 23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럼 여기서 퀴즈. 180명은 어디로 갔을까? 아침에 똥싸다가 늦게 나와 시험을 못쳤을까? 180명이? 정답은 졸업시험에 떨어져서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는 거다. 시험 합격비율이 응시자대비가 아니라 정원대비라는 사실을 각 로스쿨 본부에서 가장 잘 알고 있고, 사법시험이 없어지는 지금 사법시험을 대체하게 된 로스쿨 합격률은 새로운 대학서열 선정기준으로써 작용하고 있으므로, 각 대학에서는 학생을 졸업을 안 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럼 합격자는 줄어들지만, 합격비율은 올라가겠지.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졸업시험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것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올해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학생이 180여 명에 이른다.


8.jpg

졸업을 해야 변호사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3년의 시간을 소모하였음에도, 변호사시험 시험장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단순히 각 대학의 대학별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히 파행적인 처사라고 생각되며, 결코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카더라 통신이긴 한데, 법무부가 이러한 행태를 요청? 혹은 조장?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의 중요 취지 중 일정한 선발인원과 일정한 합격비율 보장을 통한 기존의 사시낭인들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것인데, 정원대비합격률과 응시자대비합격률이 너무 차이가 나면(2400명이 시험을 쳤다고 가정할 시 응시자대비합격률은 62.5%)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였다는 비판이 심해질 것에 대비하여 각 대학에 졸업시험을 통해 응시자 분모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비공식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긴 하나,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법무부 역시 반성하여야 한다.


로스쿨 입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왤케 딴 이야기로 샜니. 암튼, 로스쿨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트와 학점 그리고 면접이다. 입학 후 개인적으로 친해진 입시담당 교수님과 이야기 한 적도 있었는데, 난 원래 면접이란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리트와 학벌, 학점 정도면 충분히 사람들을 줄 세울 수 있고, 면접이란 면접관 앞에서 똥만 싸지 않으면 크게 문제 없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로스쿨 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님께서는 면접 역시 분명히 합불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서류전형 합격자 하위 70%와 130% 사이에서는 실제 합격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는 충분하고 그 위의 합격자 역시 합불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합격순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으므로 장학금 수여 금액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면접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10.jpg

면접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하게 되면 가을에 2차 면점전형을 치르게 되고 12월쯤에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면 로스쿨에 입학하여 3년의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2. 로스쿨에 들어가게 된 계기 및 로스쿨 준비생의 학부 4학년의 생활 과정



1) 누가 로스쿨에 들어가게 되는가



기존의 사법시험의 경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합격자의 대부분이 법대생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법대의 경우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합격자 중 90% 이상이 법대출신으로 이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법조인의 구성이 법학전공자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주장된 바 있고, 그리하여 법조인의 대부분이 법대생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로스쿨의 경우 전체 선발인원 중 비법학사 1/3이상, 비자교생 1/3이상을 선발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취지에 걸맞게 로스쿨의 경우 생각보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입학하고 있다. 자연계, 공대 출신들도 상당하고,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도 기수마다 꽤나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전공자들의 경우 사실 로스쿨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기업공채에도 원서를 넣었고, 로스쿨이 안 되면 그냥 입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로스쿨에 왔던 이유는 첫째로는 기업체의 소모품에 불과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변호사의 대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애초부터 알고 들어온 것이므로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우가 떨어졌다하더라도 그래도 전문직이고, 회사에 묶인 상태보다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 들어가면 삼팔선, 사오정 하다가 사십대에 짤려서 치킨집한다던데 그게 싫었다.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아무리 회사가 싫고 업무가 맞지 않더라도 자식들 먹여살리려고 그냥 일하고 있다는 선배의 한숨이 몇 년 뒤 내 모습이 될 것 같은데 그게 싫었다.


그래서 회사 입사와 로스쿨 준비를 병행했고, 로스쿨에 합격하여 로스쿨에 왔다. 그런데 와서 동기들과 이야기해보니 나 같은 케이스가 참 많았다. 특히 비법학사들의 경우는 상당수가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회사 입사와 병행한 점도 동일했다. 반면 법대 동기들의 경우는 로스쿨만 준비한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삶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었다. 로스쿨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이, 로스쿨 제도는 굉장히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고 해가 갈수록 더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구성원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제도의 도입 목적에 상당 부분 합치한다는 것을 느꼈다.


2)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부 4학년의 생활


앞서 살펴보았듯이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한 법학적성시험(리트)의 대비는 특별히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아예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암기할 부분이 적다는 점에서 일단 느낌만 캐치하면 점수가 쑥 올라간다. 뭔가 수능 언어영역과 비슷한 느낌이다. 외울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고, 어떻게 점수를 올려야 하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일단 올라가면 쉽사리 안떨어지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근데 그래도 시험이고 준비는 해야한다. 그리고 입사든 로스쿨이든 4학년 1학기 학점까지는 선별요소로 들어가기때문에 1학기 학점도 중요하다. 그리고 토익도 중요하다. 그리고 상반기 공채시즌 되면 자기소개서 겁나 써야 되고 그러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쳐야 되고, 그리고 과제는 왤케 허덜시리 나오고 그리고 여자친구까지 “요즘 오빠 변했어.” 그러고 완전 겁나 바쁘게 된다. 정말, 내 기억으로는 1학기 개강하고 며칠 지나니까 여름방학이더라. ‘정말 바쁘다’라는 생각 밖에 안 들게 된다. 어쨌든 어케어케 1학기가 지나가고 이제 여름 방학이 된다.


이제부터는 리트 공부를 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사설학원 문제집은 수준도 낮고, 문제오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기출문제만 풀었다. 1, 2회 리트 기출 및 미트, 디트 PSAT 문제들을 10년치 정도 구해서 시간재서 다 풀었고 일본 리트 문제도 번역된 게 있길래 보았다. 모두 두 번 이상 다시 풀었고 리트 기출 문제의 경우 그냥 문 제자체를 외워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틈틈히 토익도 보았다. 그러면 그냥 리트 보는 날이 오고 리트 보고 며칠 지나면 2학기 개강이다.


2학기의 경우 더 바쁘다. 난 학부 시절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학기까지 학점을 풀로 채워 들어야 했고, 해가 지날수록 과제는 늘어났으며(분명 입학할 땐 과제가 별로 없었는데?) 중간 기말고사를 또 봐야 했고, 하반기 공채 시즌에 자기소개서도 써야 되고 면접도 봐야 되고, 어느 로스쿨에 들어갈지도 결정해야 하고, 로스쿨 자기소개서도 다시 써야 하고 학점도 관리해야 하고 졸업논문도 써야 되고 면접이 지방에 있으면 지방까지 내려가야 하고 그리고 여자친구가 “오빠 이럴거면 우리 헤어져”라고 말해서 혼자 밤하늘만 계속 쳐다봐야 했다.


결국, 나도 그게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케어케 하다가 로스쿨에 합격하였고, 어케어케 학부도 졸업하고 이듬해 봄에는 다른 대학의 처음 보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


9.jpg



3) 로스쿨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조언


입사를 준비하는 히치하이커 기사에 대한 오마주다. 정말 좋은 기사였다. 테무진 이후로 두 번이나 읽었던 기사는 처음이었다. 암튼, 당신이 지금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면 일단 말리고 싶다. 로스쿨 아무나 들어오고 들어온 사람 아무나 변호사시험 합격하는 줄 알지만, 막상 와보면 아니다. 여기 있는 내 동기들 전부 다 머리 좋고 똑똑한 애들이고 한때 공부 한가락 쯤은 다들 한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 사이에서 학점도 잘 받아야 하고(장학금 수여 기준이 보통은 학점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해마다 점점 떨어져 6기, 7기 쯤 가면 40%에 이르게 된다. 근데 넌 안떨어질 것 같지? 나도 그랬다. 합격률이 몇 퍼센트건 난 안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60%대의 합격률인데도 불안하다. 붙을 거라 믿지만, 혹시나 모른다. 왜냐면 같이 시험치는 녀석들이 다들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라 그렇다. 난 그냥 평범한데 말이다.


생각보다 로삼(로스쿨 3학년의 준말)생활은 어렵다. 그리고 5일간 치뤄지게 되는 변호사시험도 어렵다. 그리고 변호사에 대한 대우는 예전보다 확실히 떨여져 있다. 최소한, 돈을 바라고 로스쿨에 들어오는 것은 말리고 싶다. 다만, 나처럼 애초에 돈이 아닌 무언가를 바랐다면,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 출근도 한 번 안 해본 햇병아리에 불과하지만(다음 주부터 출근이다.) 변호사, 제법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기대된다. 


어쨌든 당신이 로스쿨에 오기로 했다면, 그리고 지금 학부 1, 2학년이라면 지금 당장 법학 복수전공을 신청하라. 학부시절 로스쿨 준비로써 법학 복수전공만큼 좋은 게 없다. 게다가 법대는 이제 조금 있으면 사라지게 되므로(로스쿨에 선정된 대학들은 09학번부터 법대 학부생을 선발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 이전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함과 동시에 법과대학 학부 과정은 사라지게 된다.) 지금 당장하지 않으면 영영할 수 없게 된다. 법대 복수전공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데, 일단


첫째, 리트 시험 자체에 도움이 된다. 원래는 리트시험에서 법학지식을 측정할 수 없도록 하였지만, 막상 실제 출제된 문제들을 보면 법학지식이 있는 경우 아주 쉽게 맞출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법대 수업을 들은 수험생의 경우 리트 시험에서조차 타과생에 비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로스쿨 입학에서도 도움이 된다. 다섯 기수나 되는 로스쿨생들을 교육시킨 로스쿨 본부 측에서는 법학과정을 학부에서 경험해 본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고 있다. 로스쿨 중도 탈락자의 경우에도 비법학사가 법학사보다 더 많은 편이고, 비법학사의 경우 법학과 안 맞는 사람도 있고, 법학은 그 양이 매우 방대하므로 비법학사의 경우보다 법학사의 경우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각 로스쿨 본부 측에서는 기왕이면 법학을 학부에서 경험해 본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로스쿨 과정에서도 다시 도움이 된다. 현행 로스쿨에서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학부과정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왜냐하면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특수대학원에 해당하여 논문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기 때문에 법학지식을 가지고 로스쿨 3년 과정을 거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확실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학부생인 경우 법대 복수전공을 하거나 아니면 학부시절 민법, 형법, 헌법 즉 기본 삼법에 대한 기본적인 수업은 듣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물론 안 들어도 잘하는 애들도 정말 많지만,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정도로 마치고 담에 또 쓰겠다. 확 뚫어 보자.


6.JPG







라이손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