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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개헌이 간간이 소재로 등장하기에 
한일양국이 함께
헌법에 관심을 가지는 보기드문 시기입니다.
 
(아베 총리는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고
야권과 양심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평화헌법 9조 수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평소 한일언론의 보도와 
양국의 헌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 필자와 함께
 
'이번 기회에 일본 헌법을 해부해보자. 
한국법과 일본법은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고 
그 역사와 내용을 알아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거야'
 
라는 취지로 
일본 헌법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天皇と安部.png

 

 

1. 텐노는 '국사행위'만 할 수 있는 것이 원칙

 

지난 번에는 일본국헌법 상 텐노의 지위와 그 지위의 계승, 생전퇴위에 관한 문제를 간략히 살펴 봤는데 텐노의 상징으로서의 지위와 관련해서 텐노는 형식적의례적인 '국사행위(國事行爲)'만을 하고 정치에 관한 권능은 가지지 않는다고 했었습니다.

 

第4条 天皇は、この憲法の定める国事に関する行為のみを行ひ、国政に関する権能を有しない。

 

2 天皇は、法律の定めるところにより、その国事に関する行為を委任することができる。

 

일본국헌법 제4조 제1항은 “텐노는 이 헌법이 정한 국사에 관한 행위만을 하며, 국정에 관한 권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이 말하는 국사에 관한 행위('국사행위'라 불림)는 제6조 및 제7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第6条 天皇は、国会の指名に基づいて、内閣総理大臣を任命する。

 

2 天皇は、内閣の指名に基づいて、最高裁判所の長たる裁判官を任命する。

 

第7条 天皇は、内閣の助言と承認により、国民のために、左の事項に関する行為を行う。

 

 

 

 

 

一 憲法改正、法律、政令及び条約を公布すること。

 

二 国会を召集すること。

 

三 衆議院を解散すること。

 

四 国会議員の総選挙の施行を公布すること。

 

五 国務大臣及び法律の定めるその他の官吏の任免並びに全権委任状及び大使及び公使の信任状を認証すること。

 

六 大赦、特赦、減刑、刑の執行の免除及び復権を認証すること。

 

七 栄典を授与すること。

 

八 批准書及び法律の定めるその他の外交文書を認証すること。

 

九 外国の大使及び公使を接受すること。

 

十 儀式を行ふこと。

 

제6조는 “텐노는 국회의 지명에 기초하여 내각총리대신(內閣總理大臣 ; 이른바 수상 내지 총리)을 임명”하고(제1항) 또 “내각의 지명에 기초하여 최고재판소의 장()인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7조는 “텐노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하여 국민을 위하여 다음 각 사항에 관한 행위를 한다”며 아래와 같은 행위를 열거하고 있죠(용어 상 내용을 이미지하기 어려울 것은 간략한 설명을 붙였는데 열거된 사항을 하나씩 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텐노가 행할 수 있는 행위는 헌법에 열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① 헌법 개정, 법률, 정령(政令 ; 정부의 명령) 및 조약을 공포하는 것

② 국회를 소집하는 것(국회를 열기 위해 국회의원을 국회로 부르는 것)

③ 중의원(衆議院)을 해산하는 것(중의원은 임기가 4년이지만 중간에 해산되고 바로 선거를 치를 때가 있음)

④ 국회의원의 총선거 시행을 공포하는 것(“총선거”는 중의원의원 선거에 대해서만 쓰이며, 3년에 한 번 정원의 절반씩 개선되는 참의원(參議院)의원 선거는 “통상 선거”라고 불림)

⑤ 국무대신 및 법률이 정하는 기타 관리의 임면과 전권 위임장 및 대사(大使) 및 공사(公使)의 신임장을 인증하는 것(내각을 구성하는 행정 각부의 대신이나 최고재판소 재판관, 검사총장, 대사공사 등 본 항에 의해서 임명되는 고위공무원은 “인증관”으로 불림)

⑥ 대사(大赦), 특사(特赦), 감형(減刑), 형의 집행의 면제 및 복권(復權)을 인증하는 것(각종 사면감면 등에 대한 인증)

⑦ 영전(榮典)을 수여하는 것(훈장 등을 주는 것)

⑧ 비준서(批准書) 및 법률이 정하는 기타의 외교문서를 인증하는 것(정부가 맺은 조약에 구속될 것을 국회가 의결(비준)한 것을 밝히는 문서 등 외교에 관한 문서에 대한 인증)

⑨ 외국 대사 및 공사를 접수하는 것

⑩ 의식을 행하는 것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텐노는 이 헌법에서 규정한 국사에 관한 행위”, 소위 말해서 '텐노의 국사행위'만을 행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에 열거한 행위인 거죠. 국사행위가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의 행위인지를 규정한 조문은 없는데 위에 열거한 사항의 내용이나 제4조가 “텐노는 … 국정에 관한 권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서 국사행위란, “정치(혹은 통치)와 관련이 없는 형식적의례(儀禮)적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있습니다.

 

요컨대 텐노는 정치적 권능을 갖추지 않고 '국사행위'만을 할 수 있으며(제4조) 그 '국사행위'는 제6조 및 제7조(특히 제7조)에 열거되어 있다, 일단 이 정도로 파악해 두면 충분할 겁니다.

 

 

190回参議院開会式.jpg

 

2. 국사행위에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

 

텐노가 헌법 상 행위를 하려면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합니다. 제7조가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하여”라고 규정함과 함께 제3조가 그 취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3 天皇国事するすべての行為には、内閣助言承認必要とし、内閣が、その責任ふ。

 

즉 제3조는 “텐노의 국사(國事)에 관한 모든 행위에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하며, 내각이 그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거죠. 텐노가 행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해서는 내각이 책임을 지며, 텐노는 일절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되죠(텐노의 무답책(無答責))(참고로 조언과 승인은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조언과 승인”이라는 하나의 행위이며, 따라서 국사행위에 관한 내각의 회의(각의)는 한 번만 열면 족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단 텐노는 정치적인 권능을 갖지 않는다는 취지 때문에 텐노의 적극적 의향을 내각이 승락해주는 식의 각의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7조가 열거한 국사행위를 다시 바라보면 '인증'이나 '접수', '의식' 등과 같이 아예 그 행위 자체가 형식적의례적인 것, 그리고 행위의 실질적 결정권이 다른 국가기관에 있기 때문에 형식적의례적 행위가 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국사행위에 포함되는 행위에 대해 실질적 결정권의 소재가 명문으로 규정된 것으로서 내각총리대신에 관한 국회의 지명(6조1항, 67조1항), 최고재판소 장관에 관한 내각의 지명(6조2항)이 있으며, 또한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96조), 법률은 양 의원의 가결(59조1항), 외교 관계의 처리, 관리의 임면, 정령의 제정은 내각(73조2호4호6호), 조약은 내각과 국회(73조3호), 국무대신의 임면은 내각총리대신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됨).

 

그러나 국사행위 중 국회의 소집(②)과 중의원의 해산(③)은, 행위 자체는 상당이 정치성이 높은 행위임에도 헌법 상 실질적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단 임시국회의 소집에 대해서는 53조에 의해 내각 혹은 어느 하나의 의원(議院)에 실질적 결정권이 있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의원을 해산할 실질적 결정권이 어느 기관이 갖는지입니다.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었는데 때마침 지난 9월 28일 중의원이 해산했습니다. 각 보도기관의 표현은 각자각색인데 거의 모든 보도가 마치 아베 신죠(安倍晋三) 수상이 해산권을 갖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줬죠.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베 수상 본인에게는 해산권은 없습니다. 중의원의 해산권은 위에 봤듯이 형식적으로는 텐노에게, 실질적으로는 텐노한테 '조언과 승인'을 하는 내각에 있는 겁니다.

 

실제로 9월 28일에 취해진 절차를 보면 아침에 아베 수상이 임시각의를 열어 수상 및 기타 대신들이 해산을 결정하는 각의서에 서명했고(해산의 각의결정), 한편으로 텐노가 서명한 해산칙서(解散勅書)가 중의원에 전달이 된 뒤 중의원 의원장이 본회의에서 해산칙서를 낭독함으로써 중의원이 해산되었습니다. 텐노가 서명하고 중의원 의장이 낭독한 해산칙서에는 당연히 텐노의 이름으로 “일본국헌법 제7조에 의하여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직혀져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경과를 거쳐 이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의원 해산은 형식적으로는 텐노가 해산한 꼴로 되어 있으나 실직적으로는 내각이 결정권을 발휘한 것입니다. 각 보도 기관이 시끄럽게 그 정치적 의미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시피 중의원 해산은 정치성이 높은 행위입니다. 텐노가 그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음은 틀림없는데 문제는 중의원 해산의 실질적 결정권자가 헌법 상 불분명하다(따라서 이번 해산처럼 내각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해산은 허용되지 않는 거 아니냐?)는 점입니다. 학설이 분분한 데다가 그 내용이 아주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단 제7조가 규정하는 '조언과 승인'을 통해서 내각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학설의 대세이자 위에 봤듯이 실제 운용 상 관습이라고 생각해 두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天皇見舞い(東日本震災).jpeg

 

4. 텐노의 '공적 행위'

 

텐노는 헌법 제7조가 열거한 국사행위를 하는 동시에 당연히 순수 사인(私人)으로서 사적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텐노의 지위에 있는 아키히토(明仁) 텐노는 취미로 마작을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텐노가 마작을 한다고 해서 바로 헌법 상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죠.

 

그런데 텐노가 행하는 행위는 헌법 상 규정된 국사행위와 순수 사적 행위로 뚜렷하게 나눌 수 없습니다. 텐노는 예를 들어 국회 개회식에 참석해서 “おことば(말씀)”을 낭독하기도 하고 수시로 국내를 순행(巡幸 ; 텐노가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님)하기도 하죠. 또 외국 원수를 접수접대하거나 친서(親書) 등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이렇듯이 헌법 제6조, 제7조에 규정된 국사행위에도 포함되지 않고 또한 순수 사적 행위로 여기기도 어려운 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보도가 되었던데, 예를 들어 텐노가 동일본 대지진이나 쿠마모토(熊本) 대지진의 피해지를 방문하는 것도 이런 공적 행위에 포함됩니다(피해지 방문은 순행으로 해석됨). 그 외에도 국민체육대회(국체)나 식수제(植樹祭) 등 각종 행사 참석, 원유회(園遊會 ; 텐노황후가 주최하는 옥외 연회. 각계 유명 인사 등이 초대받음), 일반참하(一般參賀 ; 매년 정월에 황거를 개방해서 실시하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사 행사) 등이 있죠. 그래서 이와 같은 국사행위도, 순수 사적 행위도 아닌 행위에 대해서는 일본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지위에 기초한 '공적 행위'로 인정해서 국사행위와 비슷하게 내각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헌법이 텐노를 상징으로 인정하고 있는 이상 텐노에 의한 국사행위 외의 행위는 강하든 약하든 공적 의미를 띠기 마련이죠. 따라서 텐노의 국사행위 외의 행위(공적 행위)를 위와 같이 인정하면서 내각에 의한 통제가 미치도록 하자는 입장이 타당할 겁니다(텐노의 공적 행위를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으나 현실성이 너무 결여됨). 중요한 것은 텐노 스스로가 적극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누구한테 이용당함으로써 헌법 상 대원칙인 민주주의가 훼손당할 것을 막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현재 텐노제의 핵심은 텐노가 상징이고 따라서 일견 정치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인데 실은 은근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고 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휘할 수 있죠. 텐노제가 민주주의 이념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앞으로도 고민할 대목일 것 같습니다.

 

解散万歳(2017.9.28).jpeg

 

 

 

지난 기사

 

그만두는 일본 수상과 그만두지 않는 한국 대통령

 

일본의 개헌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한국 친구들을 위한 일본헌법 이야기1: 

일본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맥아더의 영향력은 굉장했습니다

 

한국 친구들을 위한 일본헌법 이야기2:

메이지헌법(明治憲法)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 친구들을 위한 일본헙법 이야기3:

일본국 헌법에는 3가지 기본원리가 있습니다

 

한국 친구들을 위한 일본헌법 이야기4:

일본국헌법에 규정된 텐노제 上

 

 

 

 

 

 

 

 

 

 

누레 히요코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