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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1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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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칠 일이 많은 요즘이다. 카드사 회원 정보유출사건과 그에 대한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에 담긴 국민에 대한 시각. 큰 기대는 안했지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 검찰이 국정원 댓글반 소속 여직원 감금(이라 쓰고 잠금이라 읽는다.)사건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기소를 검토한다는 소식. 영화 <또하나의 약속> 개봉 과정에 생긴 이슈들과 8888577(편집부 주 : 한 프로야구 팀의 암흑기 시절 순위)시네마의 내부기준 혹은 자기검열. 해양수산물수산부 장관님의 개그쇼.(이분의 해임소식은 이유 없이 아쉽다. 빡빡한 시기에 sm적인 웃음이라도 주던 분이라 그런가 보다.히로뽕박의 아드님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있는 종편의 뭐시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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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강간당하는 기분이랄까?



선거 직전에는 국민들을 세상을 구할 영웅인 듯 우러러보며 무슨 게임사 이벤트마냥 공격력 상승 버프를 쥐어주고 선거가 끝나면 “버프 끝. 뭐 병신 호갱님들아라고 내려다보는 기분을 들게 하는 멋진 사람들이 꽤나 많으니 우리에게 뭐 다른 할 일이 있나? 다음 선거가 올 때까지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술이나 마시는 거지. 술을 마시자.


기분이 종편스러우니 한국 맥주 이야기를 해 보자.(계획 없이, 준비 없이 막 쓰는 글이기에 중구난방, 부산할 것이 확실하다. 이해 바란다.)




역사


맥주가 처음 만들어진 건 기원전 4천년 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였고, 인류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 고대 이집트(기원전 3천년 경)였다고 하는데, 그냥 엄청 오래전부터 맥주를 만들었구나 정도로 여기고 넘어가기로 하고...


한국에 맥주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1876년 조일수호조규에 따른 개항 이후라고 한다. 일본인과 일본 물품들이 들어오면서 일본의 맥주도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때 흘러 흘러 들어온 맥주들이 삿뽀로, 에비스, 기린 등으로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익히 아는 그 브랜드들이다


1910년부터는 일본의 맥주회사들이 서울에 출장소를 내며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하였고 1933년에는 대일본맥주회사가 영등포에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같은 해 128일 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영등포에 소화기린맥주를 세우면서 국내에서 맥주생산이 시작된다. 두 회사는 해방 후 미군정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1년에 민간자본에 불하되는데 이때 소화기린맥주는 동양맥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조선맥주는 크라운’, 동양맥주는 오비로 불렸다. 이후에 조선맥주는 크라운이라는 브랜드네임을 버리고 하이트를 대표맥주로 내세우다가 결국 1998년에 회사이름도 하이트맥주로 바꾸고 동양맥주도 1995년에 회사명을 오비맥주로 이름을 바꾸었다. 


어렸을 때는(아마80년대 후반? 어렸을 때라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어설픈 기억에 크라운 맥주가 대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텔레비전 광고를 쓸어버리는 등 오비가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점유율이 역전되었다. 뒤지고 있던 오비가 이때 시장의 70~80%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텔레비전 광고의 위력은 과연... 당시 오비맥주 광고에 쓰였던 “오비 주세요”라는 문구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대한 마케팅 수업에서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의 명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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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링크



하지만, 오비맥주는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 이후로 지하암반수를 강조하던 하이트에 이미지경쟁에서 밀리며 다시 권좌를 넘겨주게 된다. 깨끗한 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이때부터 맛에 대한 경쟁보다는 이미지와 브랜드 포지션에 대한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을 노나먹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여전히 이 두 회사는 맛을 통한 경쟁보단 광고를 통한 경쟁에 힘을 쏟는 느낌이다.


절치부심하던 오비맥주에서는 카스를 대표맥주로 내세우며 시장 탈환을 노리고 하이트에서는 맥스를 내세우며 방어를 하게 된다. 이후에 100%몰트 비어에 대한 시장의 요구때문인지 오비골든라거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시금 경쟁을 벌이지만 결과는 잘 모르겠다. 듣기로는 최근에는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그러든가 말든가 별 관심은 없네요. 얼마 전에 앤호이저-부시에서 오비맥주를 다시 사갔는데 앞으로의 행보는 조금 궁금하긴 하다.


대충의 역사는 이러하고..

 

현재의 한국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아메리칸 어드정트 라거


어드정트 비어(adjunct beer)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다.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아메리칸 어드정트 라거(american adjunct lager)로 표현하자.


맥주는 기본적으로 맥아+효모++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맛이나 향을 위해서 부원료를 넣는 맥주들이 존재한다. 과일을 첨가하는 fruit beer라든가 맥아가 아닌 후레이크(flake)형태의 곡물이 들어간 맥주라든가. 종류는 많다. 이런 부원료들이 들어간 맥주들을 통칭하여 어드정트 비어에 넣을 수 있다.(하지만 보통 이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메리칸 어드정트 라거다. 맥아에 쌀과 옥수수를 부원료로 첨가하여 만든 맥주로 보통의 올몰트 페일라거에 비해서 색과 맛이 연하고 쓴 맛이 적으며 구수한 맛이 나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감을 가지고 있다. B.M.C(버드, 밀러, 쿠어스)로 불리는 미국의 3대 대기업 맥주들의 주력상품들이 이러한 맥주들이다. 그리고 일본의 이름난 몇 개의 맥주들도 그러하고 칭타오도 여기에 속한다. 한국의 몇 개 맥주들과 비교하였을 때 비슷한 맛을 느끼게 하던... 대충 떠오르는 게 있으실 겁니다요 네네. 라이트 라거를 표방하는 것들도 대체로 여기에 속하니 맥주를 구매할 때 생각해 두시면 좋지 싶어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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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맛을 연하게 하고 부드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원료를 첨가하였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만 맥아 100%를 원료로 하는 올몰트 비어에 비해서 쌀과 옥수수를 부가하는 경우 재료비가 내려간다. 결과적으로 싸고, 그다지 취향에 의존하지도 않으며, 워터리하여 쉽게 마실 수 있고, 맛이 연하기에 여러 잔을 마셔도 크게 혀를 자극하지도 않는 대량 판매에 유리한 맥주가 나오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글을 썼지만 딱히 아메리칸 어드정트 라거를 까는 건 아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이나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 맥주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이런 맥주들이고 소비자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테니까 말이다. 맥주를 가지고 사기치는 수준만 아니라면 까선 안된다. 맥주는 취향이고 장소와 사람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전주 가맥집에 앉아서 주인장이 뚜들겨준 갑오징어에 람빅 맥주를 마시고 있는 한량을 보았다고 생각해 보자. 그게 맛이 나겠나? 오징어 한 조각 씹으면서 시원하게 발칵발칵 마실수 있는 맥주라면 단연 이쪽이지.


한동안 몇몇 한국 맥주들에 들어간 맥아의 비율이 일본 발포주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부가물이 들어간 미국식 어드정트 라거구나”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짜증나는 건 그런 맥주들이 많으니 100%몰트 하나만으로 프리미엄 비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맥주들이 생긴다는 것. 대체 프리미엄의 기준은 뭐냐.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공법


사실 맥주 양조에서의 하이그래비티의 원 의미는 우리가 들어온 그것과는 다르다. 고도수(10도를 넘나드는)의 발리와인 같은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전통의 양조법으로, 도수를 높이기 위해 맥아에서 당분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결과물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거다.


현재 대기업들이 말하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은 초기 비중을 높여서 높은 도수의 맥주를 만든 뒤 그것에 물을 섞어서 4~5도의 일반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이니 앞서 말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대량생산에 아주 적합한 공법이다기술 자체를 깔 의도는 전혀 없다.


언젠가 하이그래비티 공법을 도입했다는 문구를 광고에 넣은 국산 맥주 회사가 있었다.(하이트인지 오비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에 꼬꼬마였던 나는 이 새로운 공법을, 맥주 맛을 좋게 하는 혁신적인 양조법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그 맥주 회사의 홍보팀이나 관계자들도 이 공법의 의미에 대해서 빅터만큼도 몰랐던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말이 좋아서 하이그래비티 공법이지 까놓고 말하면 희석식 맥주라고 칭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눈앞에 놓인 맥주가 어떤 맥주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이후의 문제는 소비자에게 달려있으니 깔 수 없겠지만 이 맥주가 초기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맥아보다 높은 당분을 뽑을 수 있는 옥수수를 얼마나 썼는지, 희석하는 과정에서 맛과 향 그리고 탄산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첨가한 것은 없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우린 알수가 없음이니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는 싸니까 이해하겠는데 왜 하이그래비티 공법을 써먹은 맥주들은 딱히 가격에 차이가 없었는지 생각해 보면 짜증이 살짝 난다.




다양성


한국 맥주의 가장 큰 문제는 맛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며칠 전 산책삼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다가 가까운 대형마트의 국산 맥주코너 앞에 섰다. 라거라거라거라거라거라거라거. 흑맥주 하나, IPA 하나 에일 맥주 둘 끝. 왜 대기업들은 라거만 처만들고 지랄이냐고 말하는 게 아니다. 왜 저 맥주들을 만드는 회사가 고작 3개뿐이냐고 말하는 거다.


자, 그런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애인에게 물어보자. 알고 있는 한국 맥주회사를 말해보라고하이트, 오비” 아마 여기서 끝날 것이다. 혹시라도 세븐브로이까지 말하는 애인이라면 그 친구는 잠재적 통풍 환자의 가능성을 지닌 맥덕후일 수 있다. 헤어져라. 애인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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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큰 시장은 B.M.C가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양조장이라고 볼 수 있는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2천 개 이상 존재한다고 한다. 이렇게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의한 실험적이고 퀄리티 높은 다양한 맥주들이 맥덕후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시작해서 이젠 성공한 기업맥주로 평가되는 사무엘 아담스 같은 경우를 보면 작은 양조장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큰 시장은 아사히나 삿뽀로, 에비스, 기린 등이 먹고 있지만 작은 시장에서는 지역별 양조장인 지비루들이 자신만의 특색있는 맥주들로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현재 마트와 소매점에 자신의 병, 캔맥주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회사는 단 3개다. 그리고 하나의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아직 IPA 하나 만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다양성이 생겨날 리가 없다. 지난해에 하이트에서 에일 맥주를 두 종류 런칭했는데 왜 만들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국내 맥주 세계는 딱딱한 주세법으로 인해 중소규모의 신규기업들이 진입하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세금의 문제라든가 공장설립시 규모의 최소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든가 하는 문제들로 인해서 진입 장벽이 엄청난 수준이었다. 얼마 전에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가 있었는데 소규모 양조장들에 대한 세금부담 경감과 진입 장벽에 대한 완화, 외부 유통에 관한 내용들이 있었으니 개정안이 발효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다. 지역별 막걸리들이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것처럼 지역별로 괜찮은 브루어리들이 생겨난다면 너무 좋아서 간이 떨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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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 대한 내용이니 참고하시라주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번외로 곧 8888577에서 맥주회사를 낸다. 공장 건설도 끝났고 상반기에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대기업 하나가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다양성이 커질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8888577에서는 100% 몰트비어를 내놓은 뒤에 프리미엄비어라고 포장해서 맥스나 골든라거와 경쟁할 것이다. 그리고 라이트라거를 포함시키고 구색 맞추기로 에일을 한 종 정도(페일에일이나 바이젠) 넣은 후 홍보에 집중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통망을 이용해서 점유율을 높여가려 할 것이다. 그리고 상품개발보다는 해외의 맥주들을 수입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추측이고 소설이다.


주력 맥주로 내놓는 것이 맛있기를... 그리고 경쟁으로 인해 맥주 가격이 조금 내려가길 바란다.




언론플레이와 수상경력


딱히 길게 쓰고 싶은 내용은 아니다
. 길게 쓸 거리도 없고.

 

불철주야 맥주회사 홍보팀이 던져준 문서들에 자신의 회사와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기사화하는 기자님들을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의 직장인들을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


내용은 뻔하다


한국맥주에 대한 평이 좋지 아니하지만 A교수(모 대학 교수의 연구사례로 이런 것을 하기도 하고 맥주 회사의 주도 아래 하기도 하며, 때로는 정말 국내 맥주가 맛이 없는가 궁금한 기자가 주도하여 하기도 한다.)가 소비자를 대상으로(시음자가 일반 소비자일 때도 있고 맥주 전문가일 때도 있고 평범한 대학생일 때도 있고 맥주 동호인일 때도 있고이름 있는 수입맥주(보통 비교군은 아사히 드라이라거, 밀러, 버드와이저, 하이네켄이다.)들과 비교하여 블라인드 테스트하는 실험을 해 보니 별 차이를 못느끼거나 국산 맥주에 더 좋은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소비자 너님들이 국산 맥주 맛없다고 하는 건 편견 때문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뭐 만날 뻔한 걸 시즌마다 기사로 내놓는지 모르겠다교수님도 기자님도 참 열심히 사신다. 얼마 받았냐?


소비자 100명을 모셔 와라. 비교군으로 들어갈 수입맥주를 선정할 권한을 내게 준다면 맥주 홍보팀 빡칠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다니엘이 “한국 맥주 말오줌”이라는 글을 써서 긴장한 건 알겠지만 소비자 우롱하는 저딴 기사는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촌티 나고 추하다. 그냥 취향차이일 뿐이다. 상대의 취향을 존중한다’ 정도로 쿨하게 넘어가 봐라.


“수입맥주와 비교해도 우리 맥주 맛있어요 류의 기사와 함께 간간히 나오는 건 국제 맥주 대회에서 수상했어요 류의 기사이다.


얼마나 기쁠까. 자신들의 맥주가 유명한 맥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니. 좋겠다 씨바2013AIBA(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 대한 강우님의 블로그 내용을 참조하자. 오비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세계품평회 은·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귀찮아서 안들어가봤을 사람들을 위해 한 문단을 빌려오겠다.


이번 AIBA 2013에는 35개국 230여 이상의 업체가 참여, 1480종의 맥주가 출품되었고,  이 중 금상 57, 은상 190, 동상 411- 658개의 메달이 수여되었습니다.”


즉, 참여 제품의 절반은 메달을 받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두 제품을 출품하면 하나는 상을 받는 격이고, 참가도 230여 개 업체였던 만큼 업체 평균 출품 개수를 6.5개 정도로 가정한다면 업체당 3~4개의 메달은 수상했을 여건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거 참 후한 상이네요. 학교에서도 이렇게 주면 애들 이력서에 쓸 거 늘어날 텐데.


! 좋은 상 받으셔서 좋겠다. 축하한다 졸라!


*강우님께 참조한다고 허락...은 안 받았다죄송살려주세요.



별 상관은 없지만 기사를 통한 홍보질에서 가장 웃겼던 기사가 있다. beer, 수입맥주에 속다


딱히 들어가서 정독할 필요는 없다. 기사에 포함된 정뭐시기 오비맥주 프리미엄 마케팅 팀장님의 말이다.


생맥주의 경우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지나면 효모가 알을 까고 살아 움직이며 열을 발생시켜 부영양화가 일어난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분들을 좆문가라고 부른다.(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좆문가다.) 효모는 알을 낳아서 번식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수제맥주집을 제외하고 유통되는 대부분의 생맥주들은 병이나 캔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이 필터링되거나 저온살균되어서 효모가 기능하지 않는 것들이다. 홍보도 좋지만 효모 알까는 소리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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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8577 너님들은 이런식으로 언플하지 마세요.




맥주 회사의 외국맥주 수입하기

 

현재 하이트진로는 일본의 기린이치방시보리와 프랑스의 1664 크로넨부르를 수입하고 있고,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국내생산하고 벡스, 스텔라 아르투아, 레페, 뢰벤브로이,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코로나 등을 수입하고 있다.(오비맥주가 수입 종류가 월등히 많은 이유는 세계적 맥주기업인 앤호이저-부시계열이기 때문이다.


오비는 다시 앤호이저-부시 소속으로 들어갔으니 까기 뭐하지만... 외국의 맥주들을 맥주 생산기업이 직접 수입해 오는 것은 좀 민망한 것 아닐까?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기업의 측면을 생각한다면 까기 힘든 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자존심의 문제 아닌가?


현대자동차가 벤츠를 수입해서 팔고 쌍용자동차가 도요타를 수입해서 팔며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수입해서 판다고 생각해 보자.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아무리 생각해도 자사의 맥주들로는 경쟁에 한계가 있으니 외국의 맥주들을 수입해서 경쟁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8888577에서도 이런 수입질에서 딱히 빠질 이유가 없어 보이니 앞으로도 맥주회사의 맥주 수입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한 홍보


이건 그저 마케팅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도 가끔씩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희석식 소주에 국산 라거를 섞어서 소맥을 마시곤 한다. 소맥은 창조경제란 이런 것인가 생각될 정도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저렴이와 저렴이가 만나서 이 정도 퀄리티의 취함을 만든다는 건 좋다 좋아.


그런데 하이트진로라는 회사는 소주와 맥주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의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이하게도 회사 차원에서 소맥을 홍보한다. 주류업체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자사의 맥주와 소주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건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뿐일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회사가 나서서 소맥을 권장하고 홍보하며 기사들을 뿜어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시적으로는 홍보 효과와 함께 시장 점유에 이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상품이 본연의 모습보다는 믹스해서 소맥으로 마셔야 하는 것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되진 않을까? 하이트와 참이슬을 섞어 마셔야 하는지 처음처럼과 카스를 섞어마셔야 하는지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다면 시장 점유율에는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오히려 그냥 마셔도 좋고 소맥으로 마셔도 좋다’면 최상이겠지만 맥주 자체의 질은 상승시키지 못한 상태로 소맥에 대한 홍보를 이어간다면 본 상품에 대한 평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소맥으로 마셔야 넘길 수 있는 맥주’ 업적을 획득하게 되면 행복할지 쪽팔릴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계속 소맥을 밀고 싶다면 차라리 한국형 RTD로 새로이 런칭하여 상품화 시키자. 외국인들도 소맥을 꽤 좋게 생각한다던데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 RTD(ready to drink) - 간단하게 바로 마실 수 있는 술. 마시기 쉽게 믹스되어 상품화된 칵테일들에 대한 통칭. 이를테면 kgb 보드카, 후치, 보드카 머드쉐이크, 보드카 크루저 같은 것들이다. 가끔 맛있는 맥주랍시고 이것들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맥주가 아니다. 보통 RTD는 저도수이기에 소맥을 이 범주에 넣긴 애매하지만, 뭐 어때?! 한국형 RTD는 파워풀하다고 밀고 나가면 되지 않겠어?



추천 맥주... 는 없다. 쓰고 싶지 않다. 단상 정도만 적자.


1. 맥스, 오비골든라거 정도는 마실 만하다. 가격을 500ml에 천 원정도로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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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해 말인가에 새로 나온 하이트의 퀸즈에일은 생각 외로 괜찮다. 가격을 500원쯤 내린다면 내 돈 주고 사 먹을 만하다. 그리고 상품명 정할 때 생각 좀 충분히 하고 정했으면 좋겠다. 퀸즈에일에 무슨 의미가 담긴지 모르겠다. 아! 레이디가카가 퀸이 되신 걸 찬양하는 의미인가? 그런 의미였다면 정말 대단한 센스라고 생각한다. 홍보팀장께서 언젠가 청와대 홍보팀에 영전될지 모르겠다. 미리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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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븐브로이 IPA는 정말 잘되길 기대한다. 맛있는 맥주를 내세워서 국내 맥주 시장 변화의 트리거가 되어 주길 바란 첫 중소규모 회사의 맥주로 국내 맥주 최초의 IPA...지만 추천하긴 어려운, 아쉬움이 많은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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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이트의 스타우트는 이름은 스타우트지만 실은 라거타다. 10년 전쯤 친구들과 여행갈 때 스타우트를 사 왔던 친구에게 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턴가 상품에 라거 타입이라고 병기하긴 하더라. 이름을 바꿀 생각 따윈 없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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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트는 영국지역의 흑맥주로 에일 타입이다.



5. 하이트에 S(에스)라는 맥주가 있다. 식이섬유 어쩌고 웰빙 어쩌고 하는 맥주인데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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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카스를 말할 때 ‘목넘김’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난 나름 하급 맥덕후쯤은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카스가 강조하는 이 목넘김이 좋다는 게 뭔 소린지 모르겠다. 카스에 담긴 그 강한 탄산들이 식도를 긁고 지나가는 그 느낌을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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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드라이피니쉬는 드라이라거로 끝맛이 깔끔하다는 느낌을 이름에서 받는다. 그런데 정작 이 맥주는 드라이 타입을 강조하면서도 ‘시원함의 끝’을 모토로 하고 있다. 드라이 타입과 시원함은 무슨 관계인가. 드라이 타입은 보통 잡미를 제거하고 몰트의 단맛을 줄인 맥주에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체 왜?! 시원함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드라이피니쉬보다는 차라리 어르신들이 자주쓰던 ‘이빠이 히야시’를 이름으로 하지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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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1. ... 글을 쓰면서도 ‘이걸 글이라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런 퀄리티 떨어지는 글을 혹시라도 끝까지 읽었을 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2. ... 개같이 까는 글만 싼 것 같지만 한국 대기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계가 서로 잘되어서 맛있는 맥주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정말이다. 진짜다.


3. 사실 현재 한국 맥주계를 이야기하면서 카브루를 빼놓으면 안 되는데 캔, 병으로 유통되는 것들로 한정하고 글을 썼기에 제외했다.




사족 - 글을 올리고 나서 생각이 나 짧게 덧붙인다. 2014년 서울국제주류 & 와인박람회가 코엑스에서 4월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심심하고,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가 보면 재밌을 거다. 토요일에는 사람이 많아서 안 재밌을 수도 있다. 행사관계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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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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