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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11. 화요일

전직조폭





                   

편집부 주 


본 기사는 최근 윤형빈 경기와 관련

격투기 전문해설가나 매니아가 아닌, 

길거리 쌈박질 경험이 풍부한 

조폭이 경기를 보면 어떤 관전평이 나올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의뢰한 글입니다.   



해당 기사를 쓴 전직 조직폭력단원은

본지에서 취재한 여러 사건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 분으로 

윤형빈 개인에 대한 사전정보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가게문을 닫고 사우나를 갈까 하는 중에 뺀질이(편집부 주 : 죽지않는돌고래)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신문사 기자라고 알고있는데 죽돌이라고 불러달라는 이상한 놈이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필리핀에 나가있는 조직 계보를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조직에 대해 취재를 한다고 나를 귀찮게 했다. 뜬금없이 연장 쓰는 법, 이딴 걸 알려달라고도 하고.  


잊을만 하면 전화오고 여튼 귀찮게하는 놈이다.


나 : 왜?


죽돌: 형 지금 뭐해요? (이새낀 인사할 줄도 모른다)


나:사우나 한탕 가려는뒤?


죽돌: 형, 사우나 나중에 가고 격투기 경기 하나 봐요.


나: 뭔 개소리여?


죽돌: '윤형빈'이라고 개그맨 알죠? 오늘 격투기 시합하는데 좀 봐줘요.


나: 몰라. 어디서 하는데?


죽돌: 아프리카 티비에서 볼 수 있어요. 


나: 야이 시발로마. 대한민국에 아프리카 테레비가 왜나오냐? 우리집에 그딴거 안나온다.


죽돌: 아놔, 어쩌고저쩌고 !@#$%^&*&^%$#@#


이야기 인즉, 개그맨 하나가 이종격투기 데뷔전을 하니 그걸보고 쌈마이 시각에서 분석을 해달라는 거다. 이시키는 참 별 걸 다 시킨다. 어쨌거나 격투기 보는 걸 좋아하고 딴따라 한 넘이 시합을 한다는 게 신기해서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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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째저째 알려준 대로 컴퓨터를 만지니 마침 시작하려는 찰라다.


역시, 이종격투기 라운드 걸들이 이뻐. 아따~ 조것들 봐라 그냥,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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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가끔 코메디 프로에 나오는 개그맨 하나가 나와서 일본애랑 한판 붙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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뺀질이 말에 의하면 연예인을 이용해 반일감정 마케팅 흥행이니 어쩌니 말도 많지만 다 치우고 선수들 전적도 볼 필요없이 오로지 실전싸움. 완타치 쪼개는 걸로 보고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신체적인 조건은 윤형빈이 나아보였다. 키가 6센치 더 크고 팔길이가 더 길다. 그리고 체중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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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말라보여서 약해 보이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근육은 굵은 것이든 긴 것이든 부피가 같으면 똑같은 힘을 낸다. 아니 외려 긴 쪽 근육이 백근 함량이 많아서 훨씬 지구력이 좋다.


가끔 싸움을 할 때 비쩍 마른 놈이 내 뻗는 주먹을 가드로 막으면 충격에 뼈까지 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다. 이런 넘들을 뼛 속의 근육이라고도 부른다.


경기가 시작하자 몇 번의 주먹이 교환되고 타카야가 몇 번의 잔 펀치와 큰 펀치를 윤형빈의 안면에 적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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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안면에 펀치를 허용하는 윤형빈


제법 데미지를 입었을 만한데 다시 싸우는 게 타카야 펀치가 별로 힘이 없기도 한데다 치명적 단점이 보인다.


곧이어 클린치. 끌어안고 부르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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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대로 윤형빈 쪽 힘이 우세하다. 타카야가 몇번을 쓰러트리려 하지만 넘어가지 않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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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부르스를 추고나서 윤형빈이 긴장과 몸이 풀린듯 몸놀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뒤로 쭉 뺐던 엉덩이가 들어가고 시선이 타쿠야의 어깨에 고정된다.


그리고 받아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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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딴따라시키 제법 많이 맞아본듯하다. 상대방 주먹에 겁내지 않는다. 맞을 만하다는 투다.


잘 때리려면 먼저 많이 맞아봐야 한다. 자신이 어떻게 어디를 맞았을 때 많이 아프고 또 언제 필름이 끊기는지 맞아봐야 안다. 그걸 응용해서 공격과 방어에 쓰는 것이다. 이 딴따라는 적어도 그냥 딴따라는 아니라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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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날도 맞기는 진짜 오지게 맞았다.


사실 승패는 이때부터 결정되고 있었다.


타카야는 공격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주먹을 너무 크게 휘두르고 


둘째, 상대를 기만하는 헛동작과 진짜 공격이 확연하게 노출된다.


결정타가 아닌 공격은 주먹이 짧고 신속하게 나가야 하는데 타카야의 주먹은 뒤로 물러났다가 길게 휘두른다. 이런 경우 상대의 어깨만 보고 있으면 거의 맞을 일이 없다.


셋째, 주먹이 타격되는 시점에 시선이 흐트러진다. 이런 경우는 제대로된 데미지를 줄 수 없다. 또한 원하는 타격부위를 가격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윤형빈의 턱이 아닌 머리나 이마에 맞게 된다.


꼬꼬마 때부터 싸움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터득하게 되는 게 맨주먹으로 머리통을 때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손가락, 또는 손목을 삐거나 재수 없으면 손가락이 부러질 수도 있다. 반면에 맞는 넘은 별로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넷째, 머리가 영리하지 못하다. 들어가지 않는 공격을 반복해서 하는 넘 또는 반복되는 같은 공격술에 반복해서 당하는 멍청한 애들이 가끔 있는데 대부분 좆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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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헛스윙


그렇게 패턴을 읽힌 타쿠야에게 처음으로 윤형빈의 카운터 펀치가 들어가고 윤형빈은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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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꽂힌 카운터


싸움을 많이 해본 사람은 상대를 쳤을 때 손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상대의 데미지 정도를 알 수 있다.


뭐랄까? 경쾌한 느낌? 짜릿한 느낌이 든다.


이후에 타카야는 공격 패턴을 바꿨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똑같은 공격패턴을 쓰다가 결정적인 카운터를 얻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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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턱에 카운터를 얻어맞게 되면 정신을 잃는다. 턱은 신경이 뒷 숨골과 연결되어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턱을 맞을 때 이를 악물고 관절이 덜컥거리는 걸 막는다.


그런데 타카야는 입을 벌린채 턱을 허용했다. 죽빵을 돌려서 기절을 시키는 요령 중에 상대의 시선을 딴 데로 보게하고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마실 때 때리면 별로 쎈 펀치가 아니더라도 쉽게 기절 시킬 수가 있다. (근데 괜히 실험해 보지는 마라. 깽값 문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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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자면, 걍 기량의 차이다.


딴따라가 잘한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기량 면에서 타카야가 뒤지는 거다. 실전경험이 떨어지고 영리하지도 못하고 또 이기고자 하는 독기도 모자랐다.


보통 싸움을 좀 한다는 쌈마이들은 독기가 남다르다. 맞는 걸 겁내지 않고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독기가 센 놈이 반드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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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보다 더한 놈은 광기를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이놈들은 싸움 자체가 좋은 거다. 맞는 것, 때리는 것 둘다 즐기는 거다.


이런 넘들을 만나면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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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던 놈 중에 그런 놈이 하나 있었는데 왼쪽 팔에 30센치 야나기(횟칼)에 맞창(마주 뚫린 구멍)이 나도록 찔리고 그 칼을 꽂은 채로 상대를 죽사발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놈들은 오래가지도 못하고 병신이 되거나 죽거나 도태된다. 그넘도 요즘 나이먹고 노가다로 연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형빈 딴따라는 적어도 그냥 딴따라는 아니다. 어릴 적에 싸움 좀 해보고 독기도 꽤 있는 놈이다. 다만 공격 패턴이 단순하고 오른손에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경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걸로 밥먹고 살 정도는 아닌것 같다는 말이다.


이걸로 관전평 마친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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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빈 경기 동영상

 

 


추신 : 죽돌이 너 이색히 앞으로 이런거 또 시키면 죽탱이 맞는다.





전직조폭


편집 : 꾸물&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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