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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토대의 위상


일본의 대학・단대(한국의 전문대에 상응하는 2년제 대학교를 일본에서는 “단기대학”, 줄여서 “短大(たんだい)”라고 부릅니다) 진학률은 80년대까지만 해도 40%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지만, 1995년에는 45%, 2000년에는 누구나 대학교나 단대에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대학전입(全入)시대”에 돌입했습니다. 그 후도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2005년에는 50%를 넘겼고 작년인 2016년에는 약 55%의 진학률을 기록했습니다.


여담이지만 1970년대 전반에 태어난 제2차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교 입시를 겪은 90년대 전반에는 “입시전쟁”이라든지 “사당오락(四當五落; 수면 시간이 4시간이면 붙고 5시간이면 떨어진다)”이라는 표어가 있었을 정도로 치열했습니다(필자는 대학 입시 때도 7시간 정도는 자고 공부도 나름 재미있게 했었기 때문에 그런 실감이 없는데 하여튼). 당연합니다. 전국 모든 대학교의 모집 인원수가 당시 18세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안됐었으니까요.


이제 그 숫자는 역전되었습니다. 18세 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대학교의 수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전국 모든 대학교・단대의 입시정원이 18세 인구의 2배가 된 시대가 되어 일본은 대학에 진학하기 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전처럼 지나친 입시경쟁은 사라졌단 셈이죠.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좋든 나쁘든 학력에 대한 사회적 판단은 있고, “좋은 학교”로 가고 싶어 하는 심성은 여전히 튼튼하니까요. 그리고 대학교 진학은 수험생 본인에게는 물론 수험생 부모나 친척, 경우에 따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어떤 주간지는 지면에 일본 유명대학교의 합격자 명단을 싣기도 합니다(최근에는 합격자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실명은 게재하지 않고 출신 고교의 이름만 싣는다고 들었는데 그 전에는 실명도 실었었습니다. 한 합격자가 말하길, “(해당 주간지의) 조사능력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합격자가 발표되는 무렵 교토(京都)에선 아래와 같은 대화가 들려오는 일도 있답니다.


“스즈키 씨네 따님이 대학 붙었다던데 어느 학교래?”

“도쿄대라 그러던데?”

“교토대 못 갔구나.”

“머리도 좋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던데 안쓰럽네.”


위의 대화를 교토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는 농담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면에서는 진담이 섞인 아이러니로도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방에 있는 일부 국립대가 도쿄대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적어도 “학력사회 속의 서열”이라는 측면에서는 도쿄 소재 유명 사립대(여기에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W대학교도 포함되죠)는 비교대상이 안 될 정도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는 말입니다(대학교를 서열화하는 시각 자체부터가 문제지만, 여기서는 일단 “수험생 입장에서 볼 때의 인기도” 정도의 뜻으로 서열이라는 말을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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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교토대학교


삽화를 하나 더. 필자에겐 위로 누나가 한 명, 아래로 여동생이 한 명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도쿄대 법대, 누나는 도쿄대 의대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도쿄대 법대 출신입니다. 막냇동생도 당연히 도쿄대로 가겠거니 생각했지만 동생은 너무 싫었던 것 같습니다. ‘도쿄’대가 아닌 ‘교토’대에 진학했는데, 집안에서는 “알아서 해” 정도의 반응이었답니다. 만약 걔가 “도쿄대는 싫으니 W대 간다” 그랬으면 가족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막았을 겁니다. 도쿄대하고 교토대는 위아래를 가릴 관계가 아니고 학풍(學風)에 차이가 있는 정도라는 말입니다.



2. 일본에서는 “구 제대(舊帝大), 유력 국공립대, 유명 사립대”인 듯


구 제대(舊帝大)라고 약칭하는 옛날의 제국대학들, 즉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學), 도호쿠대학(東北大學), 도쿄대학(東京大學), 나고야대학(名古屋大學), 교토대학(京都大學), 오사카대학(大阪大學), 큐슈대학(九州大學)은 도쿄나 오사카, 교토에 있는 유력 사립대보다 인기가 많은, 바꿔 말해서 수험생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각 대학 소재지에 사는 수험생이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구 제국대와 하숙해야 다닐 수 있는 도쿄 소재 유명 사립대 양쪽에 붙었다면, 거의 100%의 수험생은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구 제대에 입학할 겁니다. 말하자면 구 제대는 “지방에 있는 전국구 대학교”인 거죠.


원래 “제국대학”이라는 명칭은 1886년 제국대학령(帝國大學令)이 공포된 당시 유일의 제국대학이었던 현 도쿄대를 가리켰는데, 다른 제국대학이 설립됨에 따라 각 제국대학이 ○○제국대학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고, 최종적으로는 위 7개 대학에 게이죠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 현 국립서울대학교) 및 타이호쿠제국대학(臺北帝國大學, 현 대만국립대학)을 더한 9개 대학을 총칭하는 용어가 되었답니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치된 “엘리트 육성 대학교”로서의 임무를 맡고 기술자나 관료, 연구자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도쿄대 혼고(本鄕)캠퍼스의 오래된 맨홀을 보면 “도쿄대학”도 아니고 “도쿄제국대학”도 아닌 그냥 “제국대학”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직접 가서 한번 확인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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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대학 시절의 도쿄대학교


구 제국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인기를 끄는 대학에는 도쿄공업대학(東京工業大學)과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學)이 있습니다. 도쿄공업대는 메이지 시대에 공업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치된 도쿄직공학교(東京職工學敎)를 전신으로 하는데, 현재는 과학계 분야 전반에 이르러 연구・교육을 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과학계 대학교 중 하나입니다. 히토츠바시대학은 메이지 시대에 상업을 가르치는 사립학교로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직할 학교로 편입되었다가 수차례 명칭을 바꿨죠. 제2차 세계대전 후 도쿄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으로 출범했고 얼마 안 되어서 현재 히토츠바시대학이라는 이름을 지었답니다. 문과 전문 대학교로서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하므로 아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도쿄외국어대학(東京外國語大學) 역시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마이너 언어(비교적 수요층이 많지 않은 언어)를 전문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찾기가 어려운데 도쿄외대에선 그런 마이너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나 사회를 연구하는 “지역연구”적 측면도 커버하고 있지요.


대략 위에 들어본 대학 중 하나에 합격했다면 어떤 사립대에 동시에 합격했더라도 국립대를 선택할 겁니다. 대학교로서의 위상(혹은 인기)은 물론 교육환경(학생 1인 당 교원 수나 연구시설의 충실도 등등) 면도 사립대보다 훨씬 더 좋고, 무엇보다 학비가 저렴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립대의 하나인 케이오대학의 경우 문과계 학부의 1년 당 등록금은 한국 돈으로 대략 1,100만원에서 1,400만 원 정도인데(입학금 약 200만원은 제외. 사립대는 학부마다 등록금액이 다름) 국립대는 540만 원 정도입니다(입학금 제외. 국립대 입학금은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300만 원을 약간 밑도는 정도인데 학교에 따라 해당 지역 출신자의 입학금을 절반으로 깎아주는 데가 있음. 또한 국립대는 원칙적으로 학교・학부를 불문하고 수업료가 균일). 국립대의 등록금이 올라가는 중이라는 이야기는 필자도 살짝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비싸진 줄은 몰랐습니다. 깜짝 놀랐긴 했는데 그나마 싼 편이죠. 특히 지방 출신자가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에 다니는 것과 도쿄의 원룸에 살면서 다니는 것을 비교하면 경제적 부담 차이는 일목요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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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사히신문> 中



3. 사립대로 눈을 돌려보면


여기까지 읽어준 독자 분은 “일본에서는 무조건 국립대 우위, 사립대 열위”라는 인상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에 있는 일반 국립대보다 수험생에 대한 호소력이 센 사립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 “유명 사립대”엔 어떤 대학교가 있을까요?


일단 수도권과 관서(오사카・교토)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수도권 유력 사립대엔 이른바 도쿄6대학(東京六大學)에 포함되는 데가 있죠. 즉 도쿄6대학 중 도쿄대(국립)를 제외한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케이오의숙대학(慶應義塾大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릿교대학(立敎大學), 호세이대학(法政大學)입니다. 한국에서는 와세다대의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것 같은데 일단 게이오대 이하 다른 대학교 역시 만만찮은 유명대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들 5개 대학에 더해서 의대를 제외한 이과에 특화된 사립대인 도쿄이과대학(東京理科大學)은 과학 분야에서는 케이오대, 와세다대에 이어 높은 위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도쿄6대학 말고도 수도권에서 비교적 인기가 있는 대학군엔 “4대”와 “닛도코마센”이 있습니다. “4대”는 세이죠대학(成城大學), 세이케이대학(成蹊大學, 아베 수상의 출신대학), 무사시대학(武藏大學), 가쿠슈인대학(學習院大學)이고, “닛도코마센(日東駒専)”은 니혼대학(日本大學), 도요대학(東洋大學), 코마자와대학(駒澤大學), 센슈대학(專修大學)입니다.


다만 언젠가부터 대학의 인기도에 변동이 생기면서 요즘은 다르게 묶는 게 일반적입니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죠치대학(上智大學)하고 아오야마가쿠인대학(靑山學院大學)의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죠치대는 옛날부터 외국어 교육에 강하다는 소문이 있었는바 세계화 바람을 잘 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돗쿄대학(獨協大學)의 인기가 많아져야 마땅하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듦). 두 번째 요인으로 호세이대가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다 급속도로 몰락해 버린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요인에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던 츄오대학(中央大學)에 대한 인기가 학부와 상관없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그 결과 요즘에는 수도권 소재 사립대의 입학 난이도(≒수험생들의 선호도)는 “早慶・上智(소오케이죠치; 와세다, 케이오, 죠치)”의 세 대학교가 최상위에 위치하고, 이어 마치(MARCH)로 묶어진 메이지(M), 아오야마가쿠인(A), 릿교(R), 츄오(CH)가 일단 “유명대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도쿄6대학의 일각을 차지했던 호세이대학의 편을 드는 사람은 “MARCH의 마지막 H는 호세이의 H다”라고 호소하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또 이유가 불분명한데 “MARCH”의 머리에다 가쿠슈인의 “G”를 붙여 “G-MARCH”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도쿄이과대의 실력과 지명도의 큰 차이가 안쓰러워서 그런지 “MARCH, 이과대”라고 아무 위트도 없이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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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늘려서 'MACHING'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종전부터 중견 사립대의 대명사이었던 “닛도코마센”은 일단 그대로입니다.


여자대학은 위에 소개한 구도와 별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립대인 오차노미즈여자대학(お茶の水女子大学)이 가장 인기가 많은데 수도권 소재의 사립대인 니혼여자대학(日本女子大學), 츠다쥬쿠대학(津田塾大學), 도쿄여자대학(東京女子大學), 훼리스여자대학(フェリス女子大学), 세이신여자대학(淸心女子大學) 등은 인기가 있고 입학하기도 어려운 대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 소재 하위권 사립대(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는 표현이 아닌데 편의상 이렇게 말할게요)를 묶어 부르는 말에 “다이토아테이코쿠(大東亞帝國; 대동아제국)”라는 것도 있습니다. 21세기에 무슨 제국주의냐고 놀라지 마세요. 이것은 다이토문화대학(大東文化大學), 아시아대학(亞細亞大學), 테이쿄대학(帝京大學), 코쿠가쿠인대학(國學院大學)을 묶어 부르는 말로 제국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수도권 사립대의 인기지도를 개관한 것으로 치고 오사카・교토 쪽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우선 최상위권을 이룬 대학군으로 칸사이대학(關西大學), 칸세이가쿠인대학(關西學院大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學)이 있고 “칸칸도리츠(關關同立)”라고 총칭합니다. 수도권 사립대하고 입학 난이도를 비교하면 와세다대하고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정도이니 입학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겁니다. 칸칸도리츠에 이어 인기가 많은 대학군에는 “산킨코류(産近甲龍)”를 들 수 있겠습니다. 교토산업대학(京都産業大學), 킨키대학(近畿大學), 코난대학(甲南大學), 류코쿠대학(龍谷大學)을 묶은 호칭이죠. 다음 인기 있는 대학군의 총칭으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셋신오우토우(攝神追桃)”가 있습니다. 이것은 세츠난대학(攝南大學), 고베가쿠인대학(神戶學院大學, “神”은 “신”이라고도 읽음), 오우테몬가쿠인대학(追手門學院大學), 모모야마가쿠인대학(桃山學院大學, “桃” 자를 음독하면 “토우”가 됨)을 묶은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모모야마가쿠인의 애칭이 되게 귀엽습니다. 학교 이름에 모모(桃; 복숭아)가 들어 있는 것에서 연상해서 “핀가쿠(pink+學)”라고 하더라고요)



4. 고민되는 "지방국립대 vs 유명 사립대"


앞에서 봤듯이 구 제대를 비롯한 유명 국립대는 어떠한 사립대보다 인기가 많고 양쪽에 다 합격했다면 대부분 국립대를 선택할 텐데, 중견 국립대(참고로 일본에는 현(県; 가장 넓은 지방 행정 단위. 한국의 특별시나 도에 상응. 단 현 외에도 도(都)가 1곳, 부(府)가 2곳, 도(道)가 1곳 있음)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의 국립대가 있음)하고 유명 사립대를 비교하면 약간 애매해집니다. 예를 들어 도쿄의 바로 동쪽, 치바현에 살고 있는 수험생이 와세다대하고 치바대에 붙었다고 칩시다(입시제도상 복수의 국립대의 합격 자격을 동시에 가지고 복수의 국립대 중에서 입학할 대학을 고를 수 없음. 반면 사립대는 일정만 겹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입시를 보고 합격할 수 있음). 어느 대학을 선택할까요? 혹은 붙은 국립대가 치바대보다 약간 입학하기 어려운 츠쿠바대학(筑波大學)이나 요코하마국립대학(橫浜國立大學)이었으면 어떨까요? 또한 자취를 해야 하는 고베대학(神戶大學)이었다면 어떨까요?


수험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겁니다. 일단 대학 들어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가 기준이 되겠죠. 그 다음에 경제적 부담을 감안하면서 어떤 분야에서 취업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할 겁니다. 언론계에 가고 싶다면 와세다대도 좋을 것 같고(와세다대 출신자가 입사시험에서 우대받는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계에 출신자가 많은 것도 사실) 해당 지역에서 공무원이나 공립학교 교사가 되려거나 현지 밀착형 중소기업에 들어가려면 와세다대보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약간 떨어져도 그 지역의 국공립대로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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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보고가는 도쿄의 눈물나는 집세

최소 6만 엔(약 60만 원)에서 10만 엔(약 100만 원) 넘는 곳도 있습니다만...


구 제대 정도가 아니더라도 지방 국공립대 중에도 유명 사립대와 비슷하게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대학이 있습니다. 위에 든 고베대나 요코하마국립대도 그렇고 카나자와대학(金澤大學) 등도 이에 해당할 건데, 이들 대학에 합격했다면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겁니다(물론 다른 지방 국공립대의 경우에도 같은 고민이 생길 수 있음).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취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지방 국공립대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유명 사립대는 다 도쿄나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에 있고, 대도시에는 공부 이외의 자극이 너무 많습니다. 양호한 연구 환경이 마련된 지방 국공립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감히 많은 돈을 내고 유혹이 많은 대도시에 사는 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취업 후 도시에 나갈 생각이면 미리 면역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대학시절부터 도시에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또한 지방에는 나름의 특색이 있기 마련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수시로 접하는 문화 역시 젊은 정신을 키워주는 요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널리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 국공립대보다 오히려 지방에 있는 대학이 더 나을 수도 있죠. 결국 내가 원하는 데서 공부하는 것이 최고인데 개인적으로는 수험생들이 지방 국공립대를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5. 같은 약칭도 지역에 따라


대학교 이야기를 하다 어느덧 너무 진지해져 버렸던 것 같아서 가벼운 대목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동대” 하면 아마 동국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될 때가 많겠고 부산에서 그러면 동아대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을 겁니다. 일본에서도 이렇듯이 같은 약칭이 지방에 따라 다른 대학교를 가리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양쪽 다 이름이 있는 대학교일 경우 약칭을 둘러싼 설(說)의 대립도 날카로워지죠.


일본에서 특히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약칭은 “메이다이”하고 “신다이”입니다. 우선 “메이다이”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메이지대학”을 약칭하는데, 나고야 지역에서는 압도적으로 “나고야대학”입니다(“나고야”를 한자로 쓰면 “名古屋”인데 “名” 자는 “메이”라고도 읽기 때문). 일류 국립대(단 지방 도시 소재) vs 일류 사립대(도쿄에 있으나 입시 난이도는 나고야대보다 낮음)라는 구도죠. 필자는 가끔 나고야대(법대)에서 강의를 하는 관계로 나고야대 손을 들어주고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 사투리 존중파이기도 합니다. 이 대결에서는 일단 나고야대의 약칭은 나고야 말로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나고야대는 “메에디야” 내지는 “메에댜”로 하고, “메이다이”는 메이지대를 가리키는 쪽으로 한 표 던지겠습니다.


또 하나 “신다이”라고 하면 적어도 수도권 사람들은 나가노현(長野懸)에 있는 신슈대학(信州大學)을 떠올리지만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에서는 압도적으로 고베대를 떠올립니다(고베를 한자로 쓰면 “神戶”인데 “神” 자를 음독하면 “신”이 됨). 입시 난이도는 고베대가 약간 높은 감이 있는데 두 대학 다 유명 국립대라 이제 “알아서 부르세요”라 할 수밖에 없는 판이죠. 다만 필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오사카에서 지냈습니다. “신다이” 하면 당연히 고베대이지, 신슈대를 가리킨다니 뭔 소리냐? 참, 상식이 없어, 상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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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 히요코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