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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5년 차,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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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준비지 굉장히 막막했다. 정보는 엄청 많은데 이해는 안 가고, 할 일은 할 일대로 엄청 많았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했을까. 일하면서 준비하는 사람은 또 어떻게 했을까. 신기함을 넘어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나 같은 막막함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혹은 겪을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걸 알려주는 글을 쓰기로 했다. 가이드라인(?) 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과정을 보며 정보를 얻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해서. 



결혼은 처음입니다만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에 앞서, 나는 스몰웨딩이 아닌 일반 웨딩(식장에서 하는)을 한다. 요즘 스몰웨딩이 대세라 스몰웨딩 전문 플래너도 생겨났고, 내 주변에도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간혹 스몰웨딩의 ‘스몰’을 ‘돈이 적게 든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서 '스몰'은 사람의 수나 식장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효리의 말처럼 스몰웨딩이 더 돈이 많이 든다. 돈만 많이 들면 다행이지, 시간도 엄청나게 든다. 장소를 빌리는 것부터 음식은 물론 장식 하나까지 다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내 귀차니즘으로는 절대 감당을 할 수 없을 걸 알았기에 스몰웨딩의 ‘ㅅ’도 생각하지 않았다. 스몰웨딩은 시간과 자본이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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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결혼 과정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성격 때문인지 일련의 과정들을 퀘스트 깨거나 과제를 하는 느낌으로 수행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 끝날 때마다 뿌듯해했던 것 같다. 지인은 공주놀이 하는 같아서 기분 좋았다고 했는데, 나는 본업 외에 또 다른 일이 생긴 느낌이었다.

결혼준비는 대체로 1년 전 정도부터 한다(물론 3개월 만에 가는 사람도 있지만). 길게 보고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식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식장은 1년 전부터 찾아가야만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빌릴 수 있다. 나도 찜해둔 식장에 10개월 전에 찾아갔는데도 원하는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결혼 준비의 순서를 매기면 이렇다.


식장예약 –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 스튜디오 촬영 – 결혼식


간단해 보여도 단계마다 엄청난 시간과 고민이 투여된다. 그나마 이 시간을 줄여주는 게 웨딩플래너라, 나 또한 웨딩 플래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처음부터 플래너의 도움을 받는 건 아니라 이 얘기는 밑에서 나온다).



Step 1. 웨딩박람회 & 웨딩 카페 가입


웨딩박람회는 정말 매주하는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관람신청을 하면 입장권을 준다. 웨딩박람회에 가서 상담을 하면 박람회 측에서 배정해 준 플래너가 원하는 지역의 식장 리스트를 뽑아준다. A지역을 원한다고 하면 많이들 결혼하는 B지역의 식장 리스트까지 얹어준다.


웨딩박람회 이외에 정보를 얻을 곳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선 예비신부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래너들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견적을 내주기도 한다. ‘언제 어느 지역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 결혼하고 싶다’고 글을 올리면 댓글을 달아주는데, 견적이 마음에 들면 플래너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해서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Step 2. 식장 결정


마음에 드는 식장에 방문하면 식장의 상담실장이 맞아준다. 상담을 받고, 식장과 식당, 신부대기실 등 시설을 구경하고 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서비스는 어떤지, 식대는 얼마나 깎아주는 지를 알려준다. 보통 성수기인 봄가을을 제외한 시기엔 대관료, 식대를 깎아준다. 이 때문에 우리도 일주일이나 식을 앞당겼다(식대가 5천 원이나 저렴했다). 축가, 주례, 포토테이블 등은 서비스로 제공해준다고 했다. 


참고로 거의 모든 식장엔 ‘최소 보장 인원’이 있으니 보장인원보다 하객이 적더라도 최소 인원만큼의 돈은 내야 한다. 이 인원은 식장마다 다르니 잘 확인해보시길.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보증인원을 늘리면 대관료를 협상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식장을 고를 땐, 결혼식과 식사를 동시에 하는지(혹은 식당이 따로 있는지), 버진 로드(입장하는 길)의 높이와 길이, 신부 대기실, 식장의 분위기(호텔식, 채플식) 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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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화문 '루드블랑')
호텔식은 어두운 조명의 호텔 예식장 같은 분위기를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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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담 '더 채플')

채플식은 예배당 느낌의 따뜻한 느낌의 식장을 말한다.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뽑고 그것을 가장 만족하는 식장을 고르는 게 좋은 것 같다.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식장이 좋겠지만 금전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다 싶으면 계약하는 걸 추천한다.



Step 3. 웨딩플래너 선택과 계약


식장을 예약한지 얼마 안 돼 플래너에게서 전화가 왔다. 식장 안내를 도와줬던 플래너였는데, ‘스드메’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길로 플래너가 있는 곳으로 가, 원하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에 대해 설명한 뒤 견적을 받았다.


원래는 여러 플래너들에게 견적을 받은 뒤 비교를 해보고 계약을 맺지만, 나는 쇼핑도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고 바로 집에 가는 성격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사실 플래너분이 너무 예뻤다. 맞다, 나는 매우 얼빠다.


웨딩플래너를 고를 때 제일 중요한 건 나와의 합이다. 생각보다 플래너랑 의견차이로 싸운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물론 계약하기 전 몇 번 보는 걸로 나와 맞을지 안 맞을지를 판단할 순 없지만, 상담할 때 최대한 이 플래너가 어떤 성향인지 잘 파악하는 게 좋다. 



Step 4. 스드메


식장을 계약하고 웨딩플래너까지 구하고 나면, 스드메가 시작된다. 앞서 말했지만 스드메는 스튜디오 / 드레스 / 메이크업의 구성을 말한다. 이 세 개가 필수는 아니지만 다들 많이 하니까 굳어진 것 같다.


여기서부턴 이전보단 편해진다(플래너를 고용했기 때문이겠지만). 플래너 분이 얼굴과 키 등을 고려해서 스드메 샵을 추천해준다. 나는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면 알아서 스케줄도 잡아주고 동행까지 해준다.



1) 스튜디오


‘스튜디오’는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다. 결혼식에 가면 많이 보는 스튜디오 컷 말이다. 플래너가 스튜디오 리스트와 샘플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스튜디오를 고르는 식이다.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지,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는지, 소품을 많이 쓰는지 등을 따지면 빠르게 고를 수 있다. 처음부터 ‘야외 사진이 좋다’ ‘분위기 있는 사진이 좋다’ 등 원하는 것을 말하면 플래너 또한 가장 맞는 방향으로 스튜디오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고르기가 더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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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튜디오가 다 똑같을 것 같아 보자마자 한 곳을 골랐다가 다른 곳이 눈에 들어와서 한 번 스튜디오를 변경했다. 처음에는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골랐다가 이것저거 보다보니 나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해버렸나 보다. 평소에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면 확실할수록 결혼준비하기 쉽겠다고 생각했다.


스튜디오 촬영엔 풀 패키지 촬영와 세미 촬영이 있다. 세미 촬영은 옷 1-2벌로 2시간 정도 촬영하며, 컨셉도 한정적이다. 그에 반해 풀 패키지는 4-5시간 정도 촬영하며, 다양한 옷과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 컨셉도 다양하게 찍는다. (30장 정도를 고르기 위해 거의 5천 장을 찍는다. 5000장의 원본을 다 보고 골라내는 것도 일이다)


스튜디오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표정이다! 사진 찍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중에 다 보정을 해주기 때문에 원본은 10퍼센트도 중요하지 않다. 포토샵으로 눈도 키워주고 몸매도 다듬어주지만 표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예쁜 표정을 연습해가는 게 좋다.


스튜디오 촬영이 끝나면 정말 큰 일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스드메 중에서 겨우 스튜디오 하나 끝냈다...


스냅사진


요즘 대세는 스튜디오보단 ‘스냅’이다. 스냅사진은 딱딱하고 정형화된 스튜디오 사진과 달리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스튜디오에 스냅까지 찍는 사람도 있지만, 스튜디오를 생략하고 데이트 스냅이나 제주도 스냅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나는 스튜디오를 찍었지만 제주도 스냅에 로망이 있어서 추가로 했다(세미촬영). 제주도 스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따로 있는데, 제주도 내에서 스드메가 다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도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할 수 있지만 헬퍼(helper)를 따로 고용해야 한다)


세미 촬영이다보니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원하는 컨셉에 따라 장소도 정해준다. 우리는 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금녕해변과 목장을 골라줬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거의 600장의 사진이 온다. 그럼 여기서 10장을 골라야 한다. 사진 고르는 것도 참 일이다.


제주도 촬영은 하기 전에는 할까 말까 고민을 했었지만, 원본을 받고나서 알았다. 괜히 제주도에 가는 게 아니다. 배경이 다한다.




2) 드레스


'스드메 가격은 드레스가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드레스는 견적에 매우 크리티컬한 요소다. 정말 비싼 드레스 샵을 고르면 스드메에만 1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외국 브랜드의 드레스(수입드레스)가 국내 브랜드 드레스보다 더 비싼데, 국내도 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뭘 입을 건지는 본인의 스드메 예산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나는 한 번 하는 결혼인데 비싼 걸 입고 싶었다. 플래너에게 원하는 수준과 ‘이런 스타일의 드레스가 좋다’고 말했더니 그에 맞춰 3개 정도의 드레스 샵을 골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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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를 정했으면 이제는 드레스 투어(드레스 샵을 돌아다니며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를 할 시간이다. 보통 후보로 받은 3개의 샵을 모두 돌아다니지만, 드레스를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게 조금 많이 귀찮았기 때문에 두 개만 돌았다. (3개 이상 투어하면 추가 비용이 들기도 한다)


드레스는 샵 한 군데당 5벌씩 입혀준다. 옷을 살 때도 눈으로 보고만 사는데 언제 다섯 벌씩 입었다 벗을까, 입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헬퍼 분들이 가만히 있으면 다 입혀주신다. 여담인데 투어하다 보면 인생에서 들을 칭찬을 다 들을 수 있다. 


투어할 때 팁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메이크업을 하고 가야 한다는 것(생얼인 것과 느낌이 아주 다르다)과 봉투에 현금을 넣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현금은 피팅비로, 샵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3-5만 원이다. 가끔 당일에 샵하고 계약을 하면 피팅비를 빼주는 경우도 있다. 역시 샵마다 다르니 알아보고 가야 한다.


샵을 고를 땐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드레스가 나와 얼마나 맞는지를 봐야한다. 


샵을 고르고 나면, 이제는 드레스를 고를 시간이다. 스튜디오 촬영 때 입는 ‘촬영 드레스’ 3벌과 결혼식 날 입는 ‘본식 드레스’ 1벌을 골라야 한다. 촬영 드레스 3벌을 고르기 위해서 총 6벌을 입어보는데, 디자인이 비슷한 건 사진에서 거의 똑같은 것처럼 나온다. 세 벌 각각 디자인이 다른 걸 고르는 게 좋고, 소재도 레이스, 실크 등을 섞어서 고르는 게 사진을 위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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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에는 크게 여섯 종류가 있다. 체형에 따라 맞는 드레스를 입으면 된다. 평소에 자기 체형을 잘 알고 있더라도 입으면 또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입어보는 게 좋다. 나도 입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드레스를 선택했다.


본식 드레스로는 가장 입고 싶었던 드레스를 선택하면 후회가 없는 것 같다. 아, 식장의 분위기도 고려하고. 조명이 강한 식장에서 반짝반짝 거리는 드레스를 입으면 더 예쁘지 않을까 싶다.



3) 메이크업


평소에 화장을 잘하지 않기도 하고, 진한 화장보단 자연스러운 게 잘 어울린다. 그럼 아무데서나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메이크업 샵이 가장 중요했다. 절대 진한 화장을 해주는 샵은 고르고 싶지 않았다. 스냅 때 진한 화장 했는데 참 맘에 들지 않았기도 했다. 


플래너에게도 ‘메이크업 샵은 무조건 자연스러운 곳’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평상시에도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도 괜찮은 곳은 한 군데를 추천해주었고, 고민 없이 그곳으로 결정했다.


메이크업 샵에 가면 전문가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맡기기 보다는 나한테 어울리는 걸 해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 나는 오렌지색이나 노란기가 들어가면 얼굴이 확 어두워지는데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자기의 얼굴에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를 알아두고 메이크업할 때도 요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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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굉장히 할 게 많아보이긴 하는데, 사람마다 적게 필요한 부분은 빼고 적당히 조절하면서 한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다여뭇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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