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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변


패키지는 짧은 일정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여행법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수익구조의 모순만 개선된다면 한국의 패키지여행은 최고의 여행법 중 하나이다.


“난 거기 가서도 그런 거 안 할 거야. 난 그런 거 싫어해! 나는 나대로의 계획이 있어!” 혹은,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수영만 하면 돼요.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하고 밥 먹고 호텔에만 있을 거예요.”, “지난번에 와서 다 해봤어요.”, “우리 쉬러 왔어요. 건들지 마세요."


이런 소신파 여행객이라면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지 말기를 권한다. 마이너스를 안고 있는 가이드는 어떻게든 옵션이나 쇼핑을 팔려고 할 테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모르는 척 철판을 깔고 “우리는 그런 거 안 해도 돼요.”, “우리는 알아서 돌아다닐 테니 가이드님도 쉬세요.”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도 된다.


하지만 앞에 연재했던 글들을 읽었다면 그런 말들이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알게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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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수익구조를 아는 상태에서 단지 싸다는 이유로 “니가 굶어 죽는 건 내 알바 아니고~, 나는 시스템에 따를 거야.”라고 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여행객인 손님이 굳이 남 생각하면서 돈을 써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기로 인해서 누군가 고통 받는 것을 안다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지 않겠는가?


정말로 패키지를 꼭 이용하고 싶은데 옵션이나 쇼핑이 싫다면 담당 가이드와 상의해서 패키지 자체를 아예 포기해 버려도 된다. 그렇게 하면 가이드의 수입은 0원이겠지만 받는 피해는 의외로 적다. 손님이 모든 일정을 다 포기하고 식사를 비롯한 모든 포함 사항을 포기해 버리면 그 금액은 마이너스를 충당할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다고 가이드가 수입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회사(랜드사)로부터 추궁은 안 당한다.


솔직히 요즘은 이렇게 ‘전 일정 포기’를 하는 손님들이 많이 생겨났다. 첫 날 만나서 “우린 따로 계획이 있으니까 가이드님은 그냥 쉬세요. 그럼 우리 안 만나도 되잖아요. ‘동의서’ 주세요. 싸인해 드릴게요.” 이러고는 ‘일정 포기 각서’에 싸인 하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다.


이렇게 하면 자유여행이 되어 버린다. 손님 입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유리한지 모르겠다. 물론 자유여행의 ‘항공+호텔’ 보다 패키지의 ‘항공+호텔’이 싸니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렇게 패키지의 약점을 파고들어 싸게 항공 과 호텔 이용권만 삼키는 것은 엄연히 계약 위반이다.


손님이 그런 행동을 한다고 여행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땅히 없다. 잘못하면 나쁜 소문이 퍼질 것이니 여행사에서도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손님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동의서를 썼다면 사고가나도 여행사로 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뒷감당이 전혀 안 되는 행동인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렇게 나간 손님들이 사고가 생겨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제일 먼저 연락하는 사람은 담당 가이드이다. 또한 사고를 당한 손님이 한국의 여행사에 연락을 하면 사고수습을 위해 제일 먼저 담당가이드에게 연락을 한다. 


"가이드 님, 가셔서 이 손님 좀 도와주세요." 이런 전화를 한국으로 부터 받는다. 그리고 당연히 추궁도 받는다. "그런데 그 손님들 왜 그런 일을 당한 거예요? 가이드님은 뭐하고 계셨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당연히 '시말서' 같은 '경위서'를 작성해서 본사로 보내야 한다. 


나도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었다. 일정을 포기하고 나갔던 손님들이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한 밤중에 뛰어나가서 뒷수습을 하고 돈 까지 빌려줘 가면서 비행기를 태워 보낸 적도 있고, 여권 잃어버린 손님을 마닐라 대사관으로 보내 한국으로 귀국 시킨적도 있다. 당시에는 '세부'에 영사관 분소가 없었다. '세부'에서 '마닐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외국인이 여권 없이 어떻게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여행객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그 손님들은 마닐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다. 이런 사람들은 패키지로 여행을 시작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당부 드린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자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슬픈 일 아닌가? 남 생각하면서 세상을 살 필요는 없겠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행사에는 패키지 못지않게 훌륭한 에어텔과 자유여행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조금만 검색해 보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유여행 업체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본인이 자유여행 형태의 여행을 선호한다면 싸다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여행 컨셉에 맞는 여행법을 선택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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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가이드 피(Fee)’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가이드에게 서비스는 받고 싶지만 옵션이나 쇼핑이 싫은 패키지 여행객이라면 최소한 가이드의 인건비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달라는 말이다.


간단히 계산해 보자. 가이드에게 3박 5일의 행사가 끝날 때 팁으로 $100을 줬다고 가정해 보자. 가이드는 5일 동안 일당 $20(24,000원) 받고 일한 게 된다. 주는 쪽에서야 $100이 큰 돈일 수도 있지만 받는 쪽에서는 결코 큰 돈이 아니다. 만약 “옵션 몇 개에 쇼핑을 조금 했으니 나는 할 만큼 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이드는 마이너스를 메꾸고 나면 수입이 0원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불쌍하니 가이드에게 팁을 주라는 소리가 아니다. 가이드와 3~5일 정도를 함께 했다면 적어도 웬만큼 수고비(가이드 피)를 받을 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겠는가? (나는 ‘가이드 팁’이라는 말은 합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이드 피(Fee)’가 옳다는 생각이다) 우리가족 식사도 챙겨주고 포함 옵션도 진행해주고 또 며칠 동안 보호자로서 함께하며 재밌는 이야기도 해주고 좋은 것도 많이 알려줬을 가이드에게 수고비로 얼마라도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가이드 팁”이라고 손님 일정표에 명시되어 있는 돈은 세부의 경우 랜드사에 전액 입금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 관광지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옵션, 쇼핑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가이드에게 식사비나 택시비 정도의 ‘가이드 피(Fee)’는 챙겨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왜 공돈(가이드 피)을 줘야해? 우린 이미 돈 다 내고 왔어. 첫 날 현지 경비(가이드 팁) 줬잖아. 그거 가이드가 다 먹은 거 아냐? 만약 그 돈을 못 먹었다면 그건 시스템의 문제잖아? 시스템의 문제를 여행객에게 돌리지 말라고, 니들 인건비 못 챙기는 건 본사 가서 따져! 왜 우리한테 돈을 달라고 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옳은 말이다.


이런 비슷한 말을 실제로 들은 적도 있다. 솔직히 대꾸 할 말이 없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어서 저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손님들에게 여행업에 대한 이야기나 ‘가이드 피(Fee)’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손님들 중에는 “그동안 수고하셨는데 수고비 얼마나 드리면 되나요?”하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감격하겠는가? 혹시라도 수고비(가이드 피)를 줄 생각이 있다면 금액은 한국에서의 최저 임금을 생각해서 본인 사정에 맞게 적당히 주면 된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 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한 번 해보라. 하루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가이드 피’를 주는 것이다. 어색해 할 필요 없다. 금액이 적어도 상관없다.


“우리 지난번에 와서 다 해봐서 이번에는 별로 할 게 없네요. 이거 담배 값이라도 하세요.” 하면서 일과 시작 전에 슬쩍 쥐어줘 보시라. 일정 중에 뭐가 달라져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가이드는 음료수를 사든 소주를 사든 아이스크림을 사든 조금이라도 손님들에게 그 돈을 돌려주려 할 것이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인 것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이 싼 것은 그 상품에 누군가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을 선택한 손님들은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피를 빠는 셈이 된다. 이렇게 시스템이 삐뚤어진 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가장 큰 책임은 여행사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마이너스 시스템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소비자인 여행객들이다. 여행객들은 싼 가격으로 여행을 즐기니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손해가 없다. 실제로 물질적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여행사와 여행객 사이에서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는 가이드들이다. 그래서 ‘서비스 비용’인 ‘가이드 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이드 입장에서 옵션, 쇼핑이 꽝이 나면 랜드사로부터 욕이야 먹겠지만 ‘가이드 피(Fee)’ 라도 생긴다면 적어도 목숨을 끊거나 타락 할 정도로 절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걸하는 것 같아서 쓰고 싶지 않은 말이었지만 가이드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솔직히 적는다.


싸고 좋은 상품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 그걸 사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옵션과 쇼핑에 관심이 없는 소신파 여행객이거나 단지 싼 가격으로 가이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가이드 피’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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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의 대안


앞에서 패키지여행을 만드는 기준과 선택법에 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끝으로 현재의 패키지 여행이나 자유여행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새로운 여행 방식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현지 여행 컨설턴트 이용>


패키지여행의 옵션, 쇼핑, 식사, 무리한 일정 등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자유여행처럼 불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현지의 여행 컨설턴트(가이드)나 컨설팅 모임을 직접 접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각 나라마다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패키지로 여행을 왔던 손님들이 가이드(여행 컨설턴트)에게 직접 접촉해서 개인을 위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계기가 되어 발전한 형태이다. 손님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는 일이 많아지자 가이드들이 여행 컨설팅 카페(혹은 블로그)를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직접 손님과 상담해서 패키지를 짜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패키지에서 첫 날 하는 “가이드 미팅”을 아예 한국에서 끝내고 오는 시스템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패키지 여행의 가장 큰 강점은 첫 날 하는 ‘가이드 미팅’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보통의 가이드는 손님과의 첫 미팅 때 일정과 주의사항, 옵션 등을 설명하는데 1시간 이상을 소모한다.


손님의 특성에 맞는 호텔 사용법, 꼭 지켜야하는 주의사항, 위급 시의 조치 요령, 그리고 옵션 설명 등을 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패키지 여행의 최대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시간 소모를 최대한 줄여서 짧은 기간의 여행이라도 알차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정 조정과정을 한국에서 끝낼 수 있다면 현지에 와서 하는 고민의 9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업만으로 적어도 하루, 혹은 반나절의 시간은 벌 수 있다. 이런 일정 조정 미팅을 여행 컨설턴트들은 온라인으로 한국에서 끝내 버린다.


특히 장애인이나 어린이, 혹은 노약자가 포함되어 있어 다른 팀과 함께 행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가족이라든지, 성격상 도저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비밀 유지가 필요한 커플, 골프나 카지노 같은 개인 옵션을 퀄리티 높게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여행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개인 패키지를 짠다.


쇼핑이나 옵션 판매에 질려서 패키지를 선택하기는 싫지만 노옵션+노쇼핑 상품은 너무 비싸고 자유여행은 불편해서 싫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된다. 숙박비용을 줄여서 현지에서 옵션을 더 많이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방법은 큰 도움이 된다. 싼 호텔을 찾아서 숙소를 정하는 것이다. 하룻밤 숙박비 20만원을 2만원으로 줄인다고 생각해 보라,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돈은 훨씬 여유롭다.


컨설팅 방식의 개인패키지는 여행객이 출발 전에 온라인으로 현지에서 진행할 일정과 비용을 완벽히 숙지한 상태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소위 직거래 방식의 여행 패키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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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객의 경우 현지에 와서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의 90% 이상이 한국인일 때다. 패키지가 들어가는 호텔은 대부분 한국 여행사와 독점계약을 하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호텔에 묵으면 “이 나라는 한국 사람만 오나 봐요.”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지에는 한국 여행사와 거래하지 않는 호텔들도 많다. 그런 곳 중에는 싸고 좋은 곳도 있지만 인터넷으로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이 많이 방문한 곳이라야 한국인 관광객의 후기도 많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당연히 검색이 안 되는 것이다. 설사 검색으로 찾거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찾는다 해도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필리핀 같은 경우는 외딴 섬에 떨어져 있는 꽤 괜찮은 분위기의 호텔들도 있다. 완전히 문명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수영장이나 식당, 인터넷, 통신시설은 다 갖추어진 그런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소음이 전혀 없는 한적한 호텔 같은 곳을 말한다.


이런 호텔은 예약을 했다고 해도 자유여행으로 여행을 진행해야 하니 일정이 쉽지가 않다. 이렇게 특별한 현지 호텔에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도 컨설턴트의 힘을 빌리면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에 대한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지는 것이다.


또한 컨설팅 패키지의 가장 큰 장점은 단독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만 움직이니 누구의 눈치를 볼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출발 전에 모든 일정과 비용을 숙지 할 수 있으니 큰 추가 경비의 부담도 없다.


그리고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폭풍우 같은 자연재해로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든지, 누가 갑자기 아프다든지, 사고가 났다든지, 여권 분실 등의 일이 발생했을 때도 전문가(컨설턴트)의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컨설팅 방식 패키지의 단점은 여행 인원이 적으면 비용이 비싸진다는 점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이너스가 없으니 당연히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이니 비용 지불과 환불 등 돈 문제가 생기기 쉽다. 소위 말해서 돈만 먼저 받고 튀어버리면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별 컨설팅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한 번 경험했던 아는 사람(가이드)이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라 해도 지불 방식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요즘은 여행 컨설턴트들은 돈을 후불로 받는다. 예를 들면 ‘가이드피’ 중 일부만 계약금으로 현장에서 받고 일정이 끝나면 나머지를 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손님은 돈을 떼일 일은 없지만 매번 행사 때마다 직접 돈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돈 문제는 손님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후불로 비용을 지불 할 경우 가끔 손님들이 한국 가서 송금하겠다고 하고는 돌아가서 연락을 끊어 버리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낼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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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컨설턴트들은 한국에서 직접 모객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연락하는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 기존 여행사 패키지에 식상했거나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궁극적으로 컨설팅으로 여행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진화된 방식의 패키지 여행법이라고 생각한다. 여행객이 정확한 일정을 숙지한 후 변경이 가능한 범위와 비용 등을 인지한 상태에서 패키지여행을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현지에 와서 옵션이나 쇼핑 또는 기타 일정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기분 나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한국의 여행사에서 상담사들이 패키지를 짜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짜서 오는 일정은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하기가 힘들다. 한국에서는 현지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매뉴얼대로만 일정을 짤 텐데 이렇게 짜여진 일정이 현장에서 잘 돌아갈 가능성이 있겠는가? 어설프게 옵션이나 더 포함되어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행 일정은 현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전문가와 손님이 직접 접촉해서 짜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행사 담당자가 직접 일정을 짜서 진행하는 것을 컨설팅에 의한 '개인 패키지'라 부른다.



<로드 투어(Road Tour) - 패키지 배낭여행>


두 번째 여행방식은 '로드 투어'이다. '로드 투어'는 현지에 있는 교민이나 배낭여행객들이 하는 여행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차를 타고 하는 배낭여행이다.


로드 투어는 호텔을 정하지 않고 하는 패키지여행이다. 즉 항공권과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만 정한 상태로 현지에 와서 배낭여행처럼 움직인다. 숙소를 정하지 않고 하는 여행이므로 24시간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서 일정을 진행한다. 차량은 가이드가 직접 운전하기도 하고 인원이 많을 경우 기사 딸린 차를 빌리기도 한다.


이런 로드투어의 경우는 주로 먼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여행객을 위한 패키지이다. 기존의 패키지는 호텔을 정하고 움직이다 보니 아무리 멀리가도 어쨌든 하루 만에 호텔로 돌아와야 한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관광지를 제대로 못 즐기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가이드들은 “여기 더 볼 것도 없어요. 있어 봐야 시간만 아까워요.” 이런 식으로 무마하는데 실제로는 돌아올 길이 멀어서 빨리 출발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 패키지 중에는 숙소를 바꾸면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어쨌든 제 시간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해야 하니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디라도 숙소를 예약한 패키지여행은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숙소가 예약되어 있으면 일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로드 투어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하면 차 타고 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식당 있으면 들어가서 먹고, 멋있어 보이는 숙소 있으면 거기서 자고 뭐 그런 식인 거다. 현지 전문가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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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비용은 항공권과 가이드 피, 차량이용료 등이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싼 곳을 찾아다니며 결정하니 비용은 마음먹기 따라 줄일 수도 늘일 수도 있다. 일반 패키지와 비용을 비교하면 “차량비+ 가이드피”를 호텔 비용과 바꾼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떨 때는 밤새 차량 이동을 해서 목적지로 갈 때도 있는데 이렇게 해서 하룻밤 숙박비를 아끼기도 한다. 몸이야 피곤하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밤 차나 밤 배로 이동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한두 번 경험해 봤을 것이다.


로드 투어에는 임기응변에서 오는 독특한 여행의 즐거움이 있다. 이런 걸 여행의 최고 덕목으로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여행지에서 갑작스런 일을 당하면 딱히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건 큰 추억으로 남는다.


예를 들면, 비 오는 시골길에서 자동차 펑크가 났다고 생각해 보라. 그 밤은 차에서 자야 할 수도 있고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까운 숙소나 민가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 들어간 숙소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로맨스라도 생길 수 있는 일 아닌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좋은 숙소에서 한국음식 먹으면서 편하게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로드투어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나 특별한 방식의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도전해 볼만 하다. 명심할 점은 게이트하우스나 민박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로드투어는 그리 녹록치 않다. “내가 피 같은 돈 내고 이 짓을 왜 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영화나 책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본인의 몫이지만.



마무리


어차피 세월이 지나면 여러 형태의 새로운 여행법들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의 여행법도 가격 면에서 마이너스라는 함정이 버티고 있는 여행사 패키지보다 쌀 수는 없다. 그러니 돈을 기준으로 여행을 선택한다면 현재로서는 여행사 패키지가 정답이다. 동일한 조건으로 한국의 패키지 여행보다 더 싸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은 없다. 물론 과도한 쇼핑을 하거나 카지노에서 돈을 잃는 등의 비정상적인 일이 생기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현존하는 방식의 패키지 여행이 몸에 맞는 사람들은 여행사 패키지를 계속 이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의 문제점들이 싫거나 다른 방식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맞는 새로운 여행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새롭게 생겨나는 대안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여행에 관한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도 모른다.


동물들도 여행을 한다. 그들의 여행은 생존이 목적이다. 물을 찾고 식량을 찾고 따뜻한 잠자리를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인간의 여행이 생존이 목적이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순간에만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그것은 감동일 수도 있고, 짜증일 수도 있고, 흥분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다.


맑은 날 아침에 본 에펠탑과 눈 내리는 날 밤에 본 에펠탑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인간의 여행은 그런 개인적 감정을 일깨우는 일종의 도구이다.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고 보다 많은 과거를 만들어 보관하는 것.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서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런 것이 ‘여행’이 아닐까?


*가이드 : 여기서 10분만 가면 평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입장료만 내면 돼요. 가시죠?


*손님 : 됐어요. 공짜라면 모를까. 돈까지 내면서 그런 거 보러 갈 필요 없어요. 지금 보면 뭐해요. 내일이면 다 잊을 텐데. 며칠 지나면 여기 온 기억도 안 날 거예요.


*가이드 : 가슴 속에 남기시면 되죠. 사진으로 남겨도 되고.


*손님 : 우리는 사진 안 찍어요. 사진은 여행 처음 다니는 사람들이나 찍는 거죠. 우리처럼 여행 많이 다닌 사람들은 사진 안 찍어요. 사진이 다 비슷비슷하니까.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 돼요. 그래서 우리는 사진 안 찍어요.


*가이드 : 여기서 10분만 가면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실 건가요? 정말 멋있어요. 감동하실 거예요.


*손님 :  우리는 그런 거에 감동 안 해요.


*가이드 : 아~, 네~~ (그럼 어떤 일에 감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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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치며 덧붙이는 원론적인 질문 하나.



“당신은 왜 여행을 하세요?”





지난 기사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1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2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3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4






벼랑끝..


편집 : 꾸물

Profile
"Sometimes I think I'm fighting for a life I ain't got time to live"
- Dallas Buyers Club, 2013.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