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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황


올 한해 경제를 결산하기에 앞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올해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다'는 것이다. 뻥 같지만, 사실이다.


내 월급이 제자리인 것과는 무관하게 경제 상황 전반을 떼어놓고 보면 호황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경제란 호황일 때는 전혀 체감 안 되다가 불황을 겪고 나서야 그게 호황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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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3.3%로 집계되었다. 지난 3년간 최고일 뿐만 아니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서 잠재성장률이라는 건, 그 나라에 돌아다니는 인력, 자본 등이 모두 경제에 잘 투입되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수치, 즉 목표와 같다. 이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은, 경제가 적정을 넘어 과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4.1%까지 떨어졌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고용에 근접해 있으며, 이 역시 10년 동안 없었던 일이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 매우 호조를 보이는 것에 비해,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이 그와 비례해서 올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표상으로는 무척 좋은 그림이다(이 부분은 아마도 내년에 약간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미국만 나홀로 호황이었지만, 올해는 세계 전반적으로 괜찮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을 2.4%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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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망치 역시, 1.8%에서 2.3%로 크게 상향 조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도 3%로 상향 조정되었고, 옆나라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무려 2.5%까지 올랐다.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특기할 만한 것이, 3분기 추정치인 1.4%를 1% 이상 상회하는 깜짝 성장을 거두었다.


개발도상국 쪽을 살펴봐도, 세계 경제는 좋았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에티오피아가 8.3% 성장으로 1등을 먹은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네팔이 그 뒤를 이었으며, 라오스, 캄보이다, 미얀마,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들도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 중, 중국은 6.5%대 성장을 거두며 나름 선방을 했고, 세계 경제의 신흥 성장동력 인도 역시 7.2% 성장으로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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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보고서에선 2017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근 7년 중 최고라 한다. 7년 전 2008년은 세계 경제가 휘청했던 위기 직후였음을 감안하면, 나는 올해가 기록에 남을 정도로 평탄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2. 거품


호황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거품이다. 대체로 경제 성장률이 좋을 때, 여윳돈이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곤 한다. 이런 걸 다 감안해도, 올 한해 금융시장은 특히 좋았다. 거품이라 부를 만큼.


일단, 금리가 낮다. 비록 올해 동안 금리를 세 번이나 올리긴 했으나, 그래도 1.25-1.5%이다. 역대 평균치인 3%대 금리의 절반도 못 미친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을 빌리기가 쉽다는 것이고, 돈 빌리기가 쉽다는 것은 사람들이 빚 내서 주식이나 집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무리한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올해는 이런 자산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어줄 브레이크, 즉 리스크나 공포가 별로 없었다. 죽어가던 유럽이 올 한해 반등을 이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지만 미국이 망할 징조는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역시, 당 차원에서 생산량 조절이 최근 이루어지곤 있지만, 그렇다 해도 6%대 중반의 성장을 거두는 등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온갖 떡밥이 난무하고,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과 같은 악재가 신문지면을 메웠던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는 매우 순탄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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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률 가속 + 저금리 지속 + 리스크 완화가 겹쳐진 덕에, 올 한해 금융 자산의 가격은 무섭게 뛰었다.


대표적인 게 주식시장이다. 미국 S&P500 지수, 코스피지수, 다우지수 할 것 없이 연초와 비교해보면 약 20% 이상 올랐다. 부동산 가격도, 작년을 기점으로 지난 금융위기 이전 가격을 완전히 회복했으며, 올해는 그 이상을 찍고있다.


가격이 오른 것만 가지고, 거품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거품은 기본적으로 정도의 문제다. 얼마나 올랐으며, 실물 경제와 얼마만큼 거리가 벌어지느냐가 중요하다.


2009년과 비교해보면, 미국 증시는 약 200%가 증가했다. 고점회복을 아득히 넘어, 빠른 속도로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특히 올해는 25%가량 올랐다.


반면, IMF가 예측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3.7%로 그냥 괜찮은 수준이다. 위에서 호황이라고 적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근 몇 년과 비교했을 때 좋은 것이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4%대의 성장을 했다.


자산가격 상승이 올해를 기점으로, 실물경제 성장속도를 확실히 앞서가고 있다. 실물경제가 막 기지개를 펴는 수준이라면, 각국 증시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온도차는, 좀 더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는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좀 더 많은 여유 자금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및 아시아 증시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보다, 고수익의 달콤함이 더 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최근 가상화폐가 폭등하는 현상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연초 채 1000불이 되지 않던 비트코인은 이제 2만불에 육박하고 있고, 그 외에도 리플, 라이트코인과 같은 좀 더 작은 가상화폐들도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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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자체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연초에 기사로도 썼지만, 나는 비트코인의 공정가치 = 채굴에 필요한 전기료 + 채굴장비의 감가상각 + 자본투입에 따른 약간의 알파로 보고 있다. 이걸 수 백 배 뛰어넘는 지금의 가격은, 비트코인으로 인해 기존 중앙은행들의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금융질서의 탄생에 대한 믿음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난 거기에 대한 믿음이 없으므로, 얼마가 적정한지 얘기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


대신,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이러한 믿음을 공유하지 않는 대중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과 투자이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반, 부의 대한 갈망 반으로, 이들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WSJ 조사에 따르면, 비트코인 지갑을 개설한 투자자 중 70%가 1비트코인 미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투자자가 약 20%, 일본의 투자자가 약 50%가량의 거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거래 규제이후 그 비중이 줄었으나, 여전히 최대 채굴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다소 떨어진 (일본은 경제 대국이지만, 유독 자산 운용(헤지펀드 등)에 있어서는 불모지에 가깝다), 동북아시아가 유독 가상화폐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중국이야 전기료가 거의 들지 않는 내몽골에서 채굴장비를 돌리기 때문이라고 넘어가더라도, 한국과 일본에선 학생부터 아저씨, 아줌마까지 가상화폐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손을 대고 있다. (오해를 방지하기위해 적자면, 미국에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주변 친구 및 동료들 또한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긴 하다. 하지만, 실제 거래액은 동아시아 투자자들에 비해 아직 많이 낮다)


한국과 일본은 왕년에 고속 성장을 했다가, 최근 10년간 낮은 경제성장과 위축된 소비심리를 보이고 있다. 즉, 과거 버블기를 겪으면서 과감한 투자로 재미를 본 기억과, 예전처럼 월급 모아서는 한 밑천 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깊게 배어 있다. 그러다가, 올해 한일 양국 모두 경기가 조금 풀리자, 이때 생긴 여유자금들이 가상화폐로 옮겨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과제


올해의 세계경제는 좋았고, 금융시장은 더 좋았으며, 가상화폐시장은 미쳤다. 이러한 시장 상황이 내년에 급격하게 기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를 기점으로, 확실히 버블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버블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3번 올렸으며, 내년에도 기준 금리를 3번 올릴 것을 내비쳤다. 과거 10년 동안 0에 고정되었던 고정금리는 가파르게 올라 1.25~1.5%가 되었다. 예정대로 내년에 3회 인상이 단행되면, 기준금리는 어느덧 2~2.25%가 된다. 여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또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 정도 금리가 오르면 경제에 타격이 있을까?


당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직 이전의 평균치 3%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고, 기준금리가 0.75% 정도 오른다고 당장 연쇄부도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금융정책은, 하루 아침에 시장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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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다. 정책이 시행되고, 그 영향이 축적되는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이다 역대 모든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고, 인상에서 시장 붕괴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차가 존재했다. 즉, 올해 있었던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기업과 개인이 돈을 빌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또 여기서 중앙은행의 'Tapering'(지난 기사에서 다뤘듯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의 원금을 회수하는 행위이다)이 더해지면? 그 영향이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실험실 안에서 미리 실험을 해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직접 사람이 겪어봐야지만 알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글을 쓰고 있는 오늘(12월 19일) 미국 하원에서 세금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대한 별도의 기사를 쓸 예정이지만, 가뜩이나 뜨거운 경기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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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모든 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무슨 영향이있는가?


뭐 당장은 별 거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빡빡한 일상을 보내시는 독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즐길 수 있으면 즐기시라. 지금이 그나마 좀 상황이 나은 시기이다.


남는 돈을 주식에 넣든, 비트코인에 넣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돈 버실 수 있으시면 버실 수 있으실 때 많이들 버시라. 대신에, 지금이 좋은 시절이란 것만 알고,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하실 수 있는 만큼 하시라.






씻퐈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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