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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은 탈핵 에너지 전환이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겨울, 추위를 녹인 촛불은 마침내 민을 등진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신록이 푸르러가는 5월, 새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위기의 고조에서 평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쌓인 부패와 부조리를 청소하는 한편, OECD 최하위인 에너지 전환의 길에 오르는 탑승권을 끊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화석연료(83.0%)와 핵에너지(12.1%)가 에너지 공급 체계의 축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가 수력과 신재생에너지라고 하지만, 폐기물 에너지와 결국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에너지를 뺀 진짜 재생 가능 에너지는 2% 안팎이다.


우리가 기존 화석연료산업과 원전산업계에 휘둘려 에너지 전환에 지지부진한 동안, 지구촌에는 이미 재생 가능 에너지 시대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2016년에 전 세계에 세워진 발전설비 중 62%가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으로 이루어진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소였으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1. 화석연료 – 파티는 끝나가고


12월26일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 당 두바이유 62.61달러, 브렌트유 67.02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9.97달러이다. 연초 53.34~55.37달로 시작한 유가는 6월에 잠시 5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오펙의 감산 연기 결정에 따라 다시 50달러대로 복귀해 브렌트유는 6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현물 가격이 11월 중순 이후 6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다시 1500원대로 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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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국제유가는 60달러대로 들어섰다. (출처: 통계청)



2014년 여름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건 미국 셰일 오일의 시장 진입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석유 생산은 1970년 하루 생산 1004만 배럴을 최고치로 점점 줄어들어 2005년에는 500만 배럴까지 떨어져 생산량의 두 배를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공법으로 개발이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다시 늘어나 2014년 11월엔 900만 배럴을 넘어섰다. 공급 과잉으로 재고량이 늘어나고 하락하기 시작한 국제 유가는 2015년 말 20달러대까지 떨어진 뒤 차츰 회복되어 2016년 말 4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하락 초기 업계에서는 오펙의 감산을 기대했지만 오펙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 유지로 대응했다. 공급 초과 시장에서 퇴출되는 건 비싼 제품이라는 시장의 원리를 믿는다는 게 사우디의 답변이었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으로 인해 직격탄을 받은 미국의 셰일개발업계와 캐나다의 오일샌드업계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재정난을 겪게 되었고, 파산보호 신청을 한 업체는 2016년까지 100개를 넘어섰다. 2015년 초, 최고 1900개에 이르던 미국의 석유·가스 시추정 수는 2016년 5월, 400개까지 줄어들고, 석유 생산량은 2015년 4월, 하루 963만배럴을 정점으로 2016년 7월, 4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그렇게 공급과잉과 재고량이 줄어들며 수급 균형이 맞춰져 가고 유가가 4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2016년 11월30일, 오펙과 러시아는 석유생산 감축이라는 8년만의 극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국제유가를 50달러대로 끌어올린 오펙의 감산 합의는 당초 6개월 기한에서 2018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했다가 지난 11월 말, 또 다시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오펙과 러시아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세계 재고량이 쉬이 줄지 않는 것은, 바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셰일 오일 때문이다. 오펙의 감산으로 유가가 50달러대에 진입하자 미국의 셰일개발업체들은 경제성 있는 곳부터 재개발에 들어갔다. 텍사스 퍼미안유전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난 미국의 시추정 수는 7월 말 958개까지 갔다가 12월 15일 현재, 930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생산량도 늘어 12월15일 현재, 979만 배럴로 내년 하반기엔 1970년의 최고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즉, 오펙 감산의 최대 수혜자는 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의 셰일개발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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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의 감산으로 미국의 석유생산량이 늘어났다. (출처: oilprice.com) 



그러면 당초 낮은 생산가격을 배경으로 시장 원리에 맡기자며 시장 점유율 유지에 나섰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왜 전략을 바꾸어 감산을 이끌었을까?


사우디 아라비아는 전제군주제 국가로, 왕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며 그 동안 왕권은 형제 세습에 의해 이어져왔다. 그런데 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스와 그의 아들인 무하마드 빈 살만은 부자세습을 꾀해 왕위 계승자인 왕세제와 사촌 왕세자를 차례로 제쳤고, 무하마드 빈 살만은 왕세자가 되었다. 이 권력 장악 과정에서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초, 온건 이슬람국가로의 변화를 기치로 '사우디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석유시대 이후 사우디 경제의 지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주식을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2조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사우디 아람코의 주식 5%만 매각해도 1천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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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사촌 나예프 왕세자를 밀어내고 무하마드 빈 살만이 왕세자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 30달러대인 국제유가 아래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가치 평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사우디의 매장량 등에 의문을 표시하며 아람코의 실제 가치를 낮추어 잡는 평가사들도 있는 터였다. 살만 왕세자는 자신이 그리는 큰 그림을 위해 유가를 끌어올려야 했다.


그 동안 재정난에 몰린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들의 감산 요구를 일축해온 사우디가 2016년 여름부터 감산 협의에 나섰다. 그리고 그 해 11월30일, 마침내 오펙은 물론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6개월 간의 감산 약속을 했다. 유가는 50달러를 넘어섰다. 살만 왕자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사우디는 올 5월 오펙 정례회의에서 감산합의를 9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오펙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생산 증가로 재고의 감소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사우디가 원하는 60달러는 돌파하지 못했다. 사우디는 지난 11월30일, 다시 한번 감산 1년 연장을 밀어붙였다. 이란과 이라크 등은 내년 6월 정기총회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유럽 시장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러시아는 막판까지 참여를 머뭇거렸다.


내년 유가에 큰 영향을 줄 두 가지 요인은 여전히 5년 평균치보다 1억 1100만 배럴 많은 OECD의 석유 재고량이 언제 수급 균형점에 들어갈 것인가와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이 언제 이루어지느냐이다. 오펙의 감산 연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셰일오일의 증가는 수급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셰일 오일이 마냥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50달러대에서 주주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유정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즉, 유가가 오르면 셰일 오일이 늘어나지만 이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다시 가격 하락을 초래해 전반적으로 유가는 55~65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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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트럼프는 사우디 아람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트윗질을 했다.

사우디는 뉴욕과 런던, 도쿄, 홍콩을 저울질 중이다. 



사우디의 살만 왕세자는 내년 하반기를 아람코의 상장 시기로 잡고 있다. 그 때까지는 세계 석유 재고량의 감소가 더뎌져 가격이 하락하면 사우디가 가격 방어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상장이 끝나고 나면 사우디는 곧바로 오펙 감산의 출구 전략에 들어가 시장 방어에 주력할 것이다. 이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5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2020년 무렵, 그 동안 투자 감소 영향이 나타나면서 다시 80~10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를 보게 될 것이다. 전량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편, 2015년 6월 G7 정상들이 금세기 안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종식시키자고 선언한 이래 2016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이어져 7월에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발표했으며, 인도는 203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운행만 허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리고 9월에는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 시간표를 짜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19세기 말, 석유개발 초기에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는 러시아 정부에 보낸 편지에서 "석유는 태워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물질이다. 석유를 태우는 것은 곧 돈을 태우는 것이다. 지구가 준 선물인 석유는 화학 합성물의 원료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후로도 백 년 동안 우리는 선물 받은 석유의 절반을 태워버렸다. 석유는 점점 태우기엔 비싼 자원이 되어 가고 있다.



2. 핵에너지 –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그리고 부스러기 주으러 영국 간 산자부 장관


탄핵으로 급하게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의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 정당 후보들은 모두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약속했다. 새누리당 출신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조차 원전계획 재조정과 안전조치 강화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부산 기장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선언하고, 신규 원전 건설의 백지화와 건설 중인 신고리5·6호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약속했다. 원전산업계와 보수 언론, 보수 정당들은 일제히 탈원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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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과 고리1호기 정지 버튼을 누르는 문재인 대통령.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해 탈핵 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출처: 연합뉴스) 



7월24일 출범한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참여 조사와 숙의 토론 과정을 거쳐 10월20일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위원회는 '신고리5·6호기는 재개하되,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원전의 안전 기준 강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 확대, 사용 후 핵연료 해결방안 마련' 등의 보완 정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공론화위원회는 태생부터 의회 소수파 정부의 한계에서 출발한 우회 기구였다. 게다가 원전 정책 전반이 아닌 특정 지역에서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기구인 만큼 시민 참여단의 구성에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야 하나 전국 인구 분포에 따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그 동안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온 원전 홍보에 의해 기울어진 경기장의 실상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 동안 탈핵 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주장들은 그저 소수의 외침으로 치부되어 왔고, 매일 저녁 공중파에서는 원전을 홍보하는 공익광고가 국민들의 무의식을 점령하였다. 이제까지 원전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이 정도 공정한 규칙 아래 토론을 진행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일방적인 경기장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탈원전 정책의 구체화는 결국 탈원전을 지지하는 정치 세력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 7월31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공서비스위원회는 버질 시 서머 핵발전소 2·3호기의 건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가 2007년부터 건설하고 있던 두 개의 원전이 40%의 공정을 진행하였지만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시행사들이 사업 포기 승인을 요청한 데 대한 결정이었다. 미국에서는 값싼 천연가스 발전소는 물론 재생 가능 에너지와 경쟁에서도 원전이 밀리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미국내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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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 서머원전2·3호기 건설 현장의 2016년 9월 진행 모습.

40% 공정에서 중단. 매몰 비용은? 당근 돈 벌려고 했던 사업자 몫이다. (출처: AP통신, 뉴시스)



이에 앞서 3월 29일, 도시바는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는 적자 기업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도시바는 계열사인 웨스팅하우스에 8000억 엔대의 채무 보증을 하고 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맡았던 미국 내 원전 건설 위약금까지 하면 도시바의 손실은 1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와 경영 악화, 파산, 매각이라는 드라마에 한국전력이 등장한다. 2005년, 영국핵연료공사가 웨스팅하우스를 매물로 내놨을 땐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과 일본의 미쓰비시, 도시바가 물고 뜯는 혈전을 벌였지만, 이제 완연히 축소하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누구도 웨스팅하우스를 넘보지 않고 있다. 다급해진 도시바는 파산 신청 이전부터 여전히 원전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전력에 웨스팅하우스의 인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무모한 한전도 도시바를 위기에 빠뜨린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할 배짱까지는 없고 도시바가 6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뉴젠에 관심을 보였다. 뉴젠은 도시바와 프랑스의 엔지(40%)가 합작한 영국 회사로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2030년께까지 총 3.8GW 용량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영국 정부가 아니라 뉴젠이 스스로 조달하고 완공 후 원전을 운영하여 그 수익에서 건설비와 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채무불이행 사유에 해당한다며 4월 4일, 프랑스의 엔지가 도시바에게 매각 권리를 행사했다. 엔지의 민첩한 발빼기에 경영 위기의 도시바는 153억엔의 지불을 감수해야 했다.


도시바는 6월, 엔지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인수자 구애에 나섰다. 여기에 응한 것은 한전과 중국의 광둥핵전공사. 도시바는 저울질 끝에 한국전력을 지분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산자부와 한전이 지난 12월 6일 밝혔다. 도시바-웨스팅하우스 연합은 서방파 3대 패밀리의 한 축인데 안 그래도 중국이 또 다른 영국 신규 원전 계획 세 곳에 프랑스와 합작으로 참여하는 판에 이곳까지 내주기는 싫었을 것이다. 이것이 며칠 전 도하 각 신문이 “한국, 중국 제치고 영국 원전 따냈다”(한겨레신문 제목)고 대서특필한 기사의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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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원전은 내돈으로 짓고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다.

제2의 자원외교 참사를 겪지 않으려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출처: 조선일보) 



그런데 지난 9월, 영국에서는 차액계약제도에 따른 제2차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 입찰이 있었다. 이때 승인을 받은 2개의 해상풍력단지 사업의 권리행사가격(투자비를 반영해 사업자가 요구한 전력가격)이 MWh당 57.50파운드(약 83,000원)였다. 이는 프랑스 전력공사와 중국이 짓기로 한 힝클리포인트C 원전 프로젝트의 권리행사가격 92.50파운드(약 133,000원)의 62% 수준이다. 즉, 영국의 원전은 화석연료 발전은 물론 절반 수준 가격의 재생가능에너지에도 밀리는 발전원이다. 원전을 지어 운영할 2030년대에 과연 그 원전의 전기를 팔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뉴젠의 지분 인수는 도시바와 한전의 협상, 우리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과정이 남아 있다. 협상도 영리하게 해야겠지만 정부의 타당성 조사는 냉철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남의 돈으로 자국 핵전력 유지의 토대가 되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는 영국 보수당 정부와 수익성이 불투명한 영국 전력 시장의 사정은 이 사업이 엄청난 적자를 안은 제2의 자원외교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3. 재생가능에너지 – 지붕과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리자


21세기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지구촌을 구하고 미세먼지로부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청정하고 안전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는 재생가능에너지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 30년간의 노력으로 주요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독일 29.3%, 영국 24.7%, 프랑스 17.3%, 일본 15.9%, 미국 14.9%에 이르렀다. 2010년 이후 태양광 발전 비용은 70%, 풍력발전은 25%, 에너지 저장을 위한 축전지의 가격은 40%가 줄었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 신규 설비의 2/3는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


새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전환’을 정책 기조로 산자부는 지난 12월 14일과 20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2%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외지인이나 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보급에 지역 주민과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도시형 및 농가 태양광 확대,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확대, 공공 및 민간 주도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개별 주택의 지붕과 옥상에서 벌어질 것이다. 현재 개인이 자기 집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경우는 정부 지원 사업 외에는 거의 없다. 설치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는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생산한 전기는 자가소비하고 남는 경우 이월하여 사용한다.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 받는 만큼 자가소비로도 투자비의 회수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며, 도시의 경우 누진제에 걸리는 가구의 신청이 몰려 매년 예산이 소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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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군 중금마을의 태양광 발전기 설치 주택 모습

정부의 설치비 지원 사업으로 자가소비용 발전기를 설치한 집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내년부터는 제도 개선에 따라 자비로 자기 집을 발전소로 만드는 집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자비로 설치하는 경우는 생산하는 전기값에 비해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값이 싸므로 자가소비 해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발전사업자로 등록하여 발전량에 따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인증서(REC)를 발급받아 이를 대형 발전사에 팔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번거로운 절차와 수익의 불안정으로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이런 불편과 수익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산자부는 개인의 경우 30kW 미만, 농민과 협동조합의 경우엔 100kW 미만까지 REC 발급과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기준가격으로 매입하기로 하였다. 산자부는 이와 같은 한국형 FIT(기준가격 매입제도)를 5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준비 과정을 거쳐 실시되면 개별 주택의 전기 소비자들이 자기 집을 발전소로 만드는 변화가 탄력을 받아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제 와서 언론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에서 앞서가는 중국 설비의 시장 점유율을 지적하며 국내 산업을 걱정하는 척 속도 조절을 이야기 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된 데는 이 분야에 세계 최대의 투자를 하고 보급에 힘을 쏟은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방향을 잡은 에너지 전환의 길에 엉뚱한 이유를 들어 발목이나 잡는 행태는 제발 좀 넣어 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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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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