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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27.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본 <고대의 실험>은 2회에 걸쳐 연재되는 단편SF소설의 형식을 띤다. 막판에 해설이 붙을 예정이니 재밌게덜 읽으시라.


 


 

1. 마크의 편지 : 이라크로


From : Mark Weber<MarkWeber21@gmail.com>

To : Marie LeBlanc<Beautyqueen@gmail.com>

Date : 2022-03-11

Subject : 이라크

 


 

마리,


일전에 말했던 이라크 발굴 이야기, 생각날지 모르겠군요. 그 쪽에 진전이 꽤 있는 모양입니다.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지만 이제 설명을 좀 할 때가 된 거 같아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몇시간 올라가면 이라크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모술이 나옵니다. 니네베 유적이 있는 곳이니까 당신도 기억 하겠죠. 우리가 함께 갔던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유물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고고학의 제국주의 관련해서 당신하고 약간 티격태격 했던 기억이 선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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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발굴 지역은 니네베는 아닙니다. 모술을 좀 못 가서 아르빌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그 근처에서 아주 오래된 유적이 발견됐어요. 아르빌 자체도 8천년이나 된,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하니 그 주변에서 고대 유적이 새로 발견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는 일이죠.


헌데 어제 조사팀에서 내게 연락이 온 겁니다. 발굴 중에 특이한 유물들이 나왔는데 와서 봐 달라는 거였어요. 그 팀은 이번 발굴에서 초고대 쪽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것이 나와서 시카고 대학에 문의했더니 폴 알렌이 나를 추천한 모양입니다. 폴 기억나나요? 같이 이집트 갔었던, 이집트 유물부 장관이던 자히 하와스 박사를 우리에게 소개시켜 줬던 그 친구죠.


그래서 음, 가겠다고 수락을 했습니다. 1년 계약으로.


당신이 있는 곳에서 책을 쓰며 사는 게 오랜 꿈이었지만, 이런 기회를 다시 잡기는 힘들다는 거 알지요? 맞아요. 이라크는 아무래도 아직 좀 위험하죠... 그리고 아르빌은 쿠르드족 자치구라서 가끔 자살 테러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진 보내온 걸 보고 나니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죠. 여러가지로 니네베나 기존의 메소포타미아 양식하고는 다르고 오히려 이집트에 가까운 것 같은데, 정확한 건 가서 봐야겠지요.


나는 주로 한적한 발굴 현장 근처에서 생활할 테니 테러 위험이 있을 것 같진 않아요. 대도시로는 나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래도 인터넷 사정은 나빠서 스카이프는 못하겠지만 이메일을 주고 받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럼 또 연락하죠. 보고 싶습니다.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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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크의 편지2 : 발굴현장


From : Mark Weber<MarkWeber21@gmail.com>

To : Marie LeBlanc<Beautyqueen@gmail.com>

Date : 2022-04-25

Subject : 현장

 

 


두바이를 경유하는 긴 비행기 여행 끝에 어제 이라크에 도착했습니다. 황량한 아르빌 시내 건물의 대부분은 7,80년대에 지은 것들이지만 한 가운데의 요새는 그야말로 장관이더군요! 유적은 아르빌에서 서쪽으로 세시간 쯤 떨어진 티그리스 강 주변에 있어요. 시내를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나쁘기 때문에 거리로 보면 그다지 멀지는 않지요.


어제 도착해서 바로 발굴 현장을 둘러 봤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당신은 근대사가 전공이니 이런 쪽은 아무래도 실감이 안 나겠지요. 일단 드러난 외형은 이라크의 다른 유적과 크게 다를 건 없고 규모도 작습니다. 진흙 벽돌로 만든 건물들 수십 채하고 작은 중앙 광장으로 보아 몇십 호 정도가 살던 마을인 것 같은데, 한 바퀴 도는 데 10분도 안 걸렸거든요. 시기는 글쎄, 한 4,5천년 정도?


그렇게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발굴팀장 크리스천 박사가 불쑥 나타나더군요. 꼭 요다처럼 생긴 얼굴에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옷을 입었는데, 그런 모습을 하고는 시종일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유머러스한 느낌의 인물이랍니다. 언젠가 만날 일이 있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거에요.


박사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바로 날 주거지 구석의 좁은 흙 계단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음식 저장창고같은 곳으로 연결되는가 싶어 따라 내려갔는데, 이게 한도끝도 없이 뻗어있는 겁니다. 크리스천 박사에 따르면 지하 10미터까지 내려가서 평행으로 200미터를 간다고 해요. 가는 중에 돌벽들이 여럿 가로막고 있어서 뜯어 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는군요.


허리를 숙이고 걸어가다보면 마치 고대에 만든 방공호로 들어가는 느낌인데, 도대체 왜 이런 수고를 했는지 의아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곳에 왕의 무덤 같은 것이 있을 리는 없고. 말이 200미터지 땅속 깊은 곳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걸으면 마치 명부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길고도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한참 걸어가면 갑자기 넓어지면서 방이 하나 나오는데, 랜턴을 미리 준비해 뒀더군요. 예전에 내가 살던 샌프란시스코의 집 기억나지요? 그 집 거실 정도 크기니까 쾌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방의 모습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특이하더군요. 일단 상형문자들이 벽에 빽빽히 적혀 있는데 이건 분명히 메소포타미아의 것은 아닙니다. 사진 상으로는 이집트 히에로글리프 같았지만 실제로 보니 좀 다른 것도 같고. 게다가 한쪽 벽 구석에는 쇠로 된 상자와 톱니바퀴 같은 것들이 있었죠. 처음에는 발굴팀의 장비인 줄 알았는데, 돌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여기 놓여 있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지요. 좀 고풍스럽긴 하지만 18,9세기의 기계 장치라고 해도 그런 줄 알았을 거니까. 고고학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분명히 앞뒤가 맞지 않지요.


하지만 알고보면 더 놀라운 것은 방 한 가운데 있는 석관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뚜껑이 덮여 있다는 것 외에는 당신과 함께 본 쿠프 피라밋 왕의 방에 있는 화강암 석관하고 별로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설명을 듣고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일단 일종의 접착제 성분으로 뚜껑이 완전히 밀봉돼 있는데 뭘로 붙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대 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던 모르타르하고는 다른 성분 같은데 칼로 조금 긁어내서 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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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석관의 진짜 신비는 이 부분이 아니지요. 내부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려고 X 선 투과기로 들여다 본 모양인데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는 겁니다. 두들겨 보면 분명히 속이 꽉 찬 돌덩어리는 아니고 빈 공간의 울림이 있는데, X선으로 보면 시커멓게 보이는 거지요. 그 이야기는 저 돌벽의 안쪽을 금속판이 둘러싸고 있다는 뜻이지요.


이런 석관이 상상이 갑니까?


이러니 이쪽 발굴팀은 두손 두발 다 든 거지요. 무슨 청동기 시대 유물에 이런 게 있나. 이러니 나같은 초고대유적 전문가를 부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부담스러워서 언론에 흘릴 수 조차 없었던 모양이에요. 만약 직접 와 보지 않았다면 나도 분명히 조작으로 단정했겠지요.


누군가의 무덤은 확실한 것 같은데 연구할 근거가 없어 걱정이지만, 그만큼 흥분되기도 합니다. 무덤 주인은 물론, 그가 속했던 문명조차도 분명 평범하지 않으니까요. 아니, 그런 말로는 충분하지 않군요. 유사이래 아무도 접한 적이 없고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존재니까.


...이 발굴팀, 도대체 무엇을 찾은 걸까요?



마크

 

 

 

 

 3. 마크의 편지3 : 고대의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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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Mark Weber<MarkWeber21@gmail.com>

To : Marie LeBlanc<Beautyqueen@gmail.com>

Date : 2022-07-30

Subject : 상형문자

 

 

 

아프다니 걱정입니다. 그쪽은 이제 한 겨울이니 더 나빠지지 않게 건강 잘 챙겨요.


지난 번에 이야기한 상형문자의 사진을 찍어 전문가에게 보냈더니 이집트 것은 아니지만 아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차이 정도라는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해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소식에 발굴팀 모두가 아주 들떠 있죠. 알다시피 이런 유적에 저렇게 풍성한 텍스트가 남아 있다는 건 연구자 입장에서는 대단한 행운입니다. 기자 피라미드의 정체 관련해서 아직도 왈가왈부 하는 것도 건물에 텍스트가 안 남아 있어서니까.


이 상형문자는 음각으로 새긴 게 아니라 일종의 물감으로 그린 겁니다. 수천 년이나 됐겠지만 햇빛이나 습기가 전혀 없다 보니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마치 어제 쓴 것 같아요. 지난달에 방 전체의 전문적인 사진 촬영 작업을 했고, 물감 성분 등을 확인한 후에 보존 처리를 할 계획입니다. 벽면은 전부 9면인데 꽤 많은 내용이 써져 있어요.


...음, 메일을 쓰다가 저장만 해 놓고 며칠이 지나 버렸군요. 그 동안 중요한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네요. 계속 이어서 씁니다.


어제 상형문자의 첫번째 번역본이 도착했는데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그냥 대략 요약해서 옮길테니 읽어봐요. 고유명사들 일부는 번역이 불가능해서 문장이 어색한 곳도 있지만 이해하고.



이 기록은 나의 연구에 대한 것이다. 내가 제작하려 했던 장치는 몸이나 마음의 병으로 인한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한 장비로, 주변의 불유쾌한 소리와 빛 등 일체의 자극을 차단해서 방해없는 수면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장치의 원리는 화강암으로 만든 돌의 안쪽을 파내어 ...를 녹여 바르고 그곳에 ...액을 주입해 몸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부유 상태를 만든다. 지하로부터 연결된 ... 동력으로 공기를 빼내고 뚜껑을 ...로 밀봉해 완전한 차폐 상태를 구현한다. 장치가 작동하면 안에 누워있는 사용자는 오감이 완벽히 차단되고, 그 결과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깊은 숙면을 기대할 수 있다.

 

 

(중략)

 

 

장치를 완성한 후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 시험해 봤다. 결과는 참담한, 하지만 놀라운 실패다. 어떤 감각적 자극도 없는 환경이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어떤 생물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을 나는 간과했던 거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처음 5분이 지나자 극도의 폐쇄공포가 밀려왔고, 잠시 후에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고 환각이 나타났다. 폐쇄공포 때문인지 대부분이 무서운 영상과 소리들이었다. 그것들은 아주 명료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상상처럼 흐릿한 무엇도 아니다. 1시간 동안 뚜껑이 열리지 않게 했기 때문에 중간에 뛰쳐 나올 수도 없이 환상 속 괴물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지금은 몸서리가 쳐지고, 다시 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일단 저 관 속에 금속이 붙어 있다는 건 이 기록으로도 확인된 셈입니다. 그리고 바닥의 동력 이야기가 나오길래 내 초음파 장비들로 돌로 된 방 바닥을 검사했지요. 그 결과 드러난 것은 금속 파이프와 선 같은 것들로 복잡하게 구성된 구조물이었어요. 일종의 전기 회로 장치로 보인다면, 믿을 수 있겠나요?


꽤 깊어서 아직 파 볼 수는 없지만 이것만 해도 역사를 뒤집을 발견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동기 시대에 대규모 전기장치라니! 초고대문명 전문가로서 내 이름이 이제 교과서에 실릴 판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저 사람이 하던 실험입니다. 감각차단 실험은 ‘격리탱크’란 장치를 통해 이미 20세기 중반에 시도 됐었지요. 이 탱크는 환각제를 사용해 다양한 실험을 했던 생물학자 존 C. 릴리가 만들었는데 빛과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고 사람의 몸과 같은 비중의 액체를 채우고, 온도도 체온과 같이 유지하는 장치였지요.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일종의 종교적 신비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장비도 감각을 완전히 차단했던 건 아닐 겁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 고대의 장비가 오히려 더 정교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 석관은 안에 들어간 사람이 마음대로 열고 나올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때가 되어야 열리는 구조인 것 같아요. 지금 관을 막고 있는 저 모르타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점이 정신에 큰 영향을 미쳐 환각을 유발하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새로운 번역문이 도착할테니 단서가 더 생길 걸로 기대하고 있지요.


참, 뉴스에 나온 호텔 테러 이야기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모술은 여기서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바로 연결된 길이 없어서 왕래도 거의 없으니까. 난 괜찮으니 부디 건강 잘 챙겨요.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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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번벽>

 

아직도 들어갈 때 마다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습관이 돼서 어느정도는 견딜만 하다. 처음에는 악몽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들만 튀어나왔고 그것들과 싸우는 것이 전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절하는 법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때로 공포스러운 장면이나 소리를 둔하게 만들 거나 외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실험을 반복할 때 마다 영상이나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듯 하다. 꿈을 꿀 때도 유달리 실제같은 경우가 있는데 그와 비슷한 것일까.



 

 

 


<8 번벽>

 

오랜 실험의 결과 나는 이제 이것을 거의 마음대로 통제하게 됐다. 내가 원하는 영상과 소리, 느낌을 뜻대로 만들어내고 운용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이야기로만 들었던 먼 곳들로 여행을 떠난다. 존재하지 않았던 추억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실제처럼 경험한다. 마음껏 젊어지거나, 아름다와지거나, 커진다. 하늘을 날고 대양을 가르며 땅을 뒤집는다. 가끔씩 어두운 망상의 그림자가 기어 나오고 그것들이 한 구석에 모여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것들도 내 일부라는 사실을 알기에 두렵지 않다.


그곳은 바깥 세상의 조잡함이나 지루함과는 사뭇 대비되는,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자유로운 세계다. 나는 이제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 속에서 보낸다. 반면 현실에서 내가 지고 있는 책임과 의무는 무겁고 지겹다. 무엇보다도 현실 속의 늙고 약하고 추한 내가, 그 무력함이 고통스럽다.



 

 


4. 마크의 편지4 : C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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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Mark Weber<MarkWeber21@gmail.com>

To : Marie LeBlanc<Beautyqueen@gmail.com>

Date : 2022-07-30

Subject : 탄소연대 측정

 

 

 

전에 이야기했던 톱니바퀴들 기억나지요? 그 구석에 나무조각이 하나 끼어 있어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보냈었지요. 결과가 돌아왔는데 이해가 안됩니다. C14가 하나도 없어요.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도대체 얼마나 오래됐다는 걸까?


아마 알겠지만, C14는 지구상의 탄소 중 1조분의 1밖에 안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데 반감기는 5,730년이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2백만개의 C14 원자가 5,730년 후에는 1/2, 즉 백만개가 되는 거죠. 다시 5,730년 후에는 1/4인 50만개가 되고, 이렇게 20번, 즉 10만 여년이 지나가면 1/2^20 이니까 1/1,048,576. 즉 1개가 채 안 남게 됩니다. 그래서 10만년이 넘은 물체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은 큰 의미가 없어요. 현실적으로는 7만년이 한계지요.


물론 7만년 전으로 추정하는 것만으로도 상식에 반하는 결과지만, 실은 이게 문제가 아닙니다. 수천만년, 수억년 된 석탄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탄소 덩어리에도 C14가 조금은 남아 있어요. 이유는 모르지만 반감기가 수천번 지났는데도 여전히 있는 거지요. 따라서 이 나무에 C14가 전혀 없다는 건, 논리적으로는 석탄이나 다이아몬드보다 더 오래됐다는 뜻인 겁니다.


그렇다면 이 유적이 적어도 수백만년이 넘었다는 말인데 이게 무슨 소립니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공룡이 만든 유적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이제 조만간 아홉번 째 벽의 번역문이 올 겁니다. 그리고 손상 없이 뚜껑을 열 수 있는 특수 장치의 제작이 끝나간다는 연락도 왔어요. 마지막 글을 보고 저 관을 열어보면 아마 답이 들어 있겠지요. 그래서 일단 기다려 봐야겠지만, 난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이 나무는 처음부터 C14를 전혀 안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무슨 뜻이냐고요?


...우리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지요.



마크

 

 





- To be continued

 

 








편집부 주


본 연재물의 필자 '파토'가 진행하는 본격 과학토크!!


‘과학과 사람들’과 벙커1이 함께하는 공개 과학토크

 

<과학같은 소리하네>

 

제 10회 : <함 찔러보는 양자역학>

 

초대 손님 :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일시 : 3월 6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벙커 1

 

참가비 : 없음


<관련기사 링크>










파토

트위터 : @patoworld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