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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07. 금요일

Athom







                   


“그녀를 위한 식탁”은


알고나 먹자 <요리 편>의 부제입니다.



지난 기사


[그녀를 위한 식탁 <1> 크리스마스 파뤼]

[그녀를 위한 식탁 <2> 닭죽과 생치침채]

[그녀를 위한 식탁 <3> Prologue, 그녀를 만나다]

[그녀를 위한 식탁 <4> 조제의 밥상]


알고나 먹자 <식재료 편> 바로가기









 



쬬꼬레뜨 먹어도 달콤하지 않아요.

쏘주를 디리붜도 취하지가 않네요.

아마 나는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합니다.

아마 나는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합니다.

 

전주에서 서울은 그리 멀지 않아요.

뻐쓰타고 가면은 두 시간 반 걸리죠.

캔맥주를 마시면서 그댈 보러 갈게요.

캔맥주를 마시면서 그댈 보러 갈래요.

 

아리스토 텔레스, 임마누엘 칸트,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칼 막스, 지그믄트 프로이트.

선생들도 내 앞에선 아무말이 없네요.

선생들도 내 앞에선 아무말이 없네요.

 

서울에 도착하면 직업을 구할래요.

퇴근하고 그대와 막걸리를 마셔요.

지나가는 여자보다 그대 눈을 볼래요.

지나가는 다리보다 그대 눈을 볼래요.

 

아/마/나/는/사/랑/에/빠/진/게/분/명/합/니/다.

 

 

용산역. 현대백화점 입구 횡단보도에 서서 강신주 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랑한다면 그녀만 보여야 한다고 했던가. 그 말이 강박이 되어 눈동자를 굴렸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오뎃사의 계단만큼 넓고 높아 보이는 용산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길일까. 다들 길은 알고 가는 것일까.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겨우겨우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그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는 없었다.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잃고 멀뚱거렸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내가 보인다고 말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겨우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걸어오는 그녀는 빨간구두를 신고 있었다.

 

빨간구두.

 

길 잃은 이방인은 빨간구두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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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아래 있노라는 연락이 왔다.

 

행여 정시 퇴근을 못할까봐 조바심도 나고 “만나러 갑니다.”라는 문장이 주는 설렘에 피식 웃음도 나고 그랬다. 낯설게 서있는 그 사람을 대면하기 전까지 그 날 나는 그랬다.

 

길 위에서 길을 잃은 느낌. 북적이는 사람들 틈 속에 그가 서 있었다. 자동차 소리와 땅속을 헤집는 전철의 울림과 화려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도시의 밤거리. 거기 서서 그 사람이 나. 만. 본. 다.

 

편하게 지친 발을 쉬어갈 공간 한 뼘 마련해주지 못하는데.

맛없는 음식.

팍팍한 인심.

도시 전체를 메우는 지친 땀 냄새.

가난한, 지독히도 가난한 도시.

그리고 맨얼굴이 아닌 나.

남자는 불평도 없이 그렇게 내게 왔다.

 

서울로 가는 버스에서 아침부터 마신 술이 오후까지 이어졌다. 벙커, 광장시장, 청계천, 동대문으로 옮겨 다니며 술을 마셨다. 그녀를 만나기 직전에야 술이 깼지만 땀에 젖은 몸은 지쳐 있었다. 빨간구두는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으로 나를 안내해 저녁을 먹였다. 칼칼한 낙지볶음에 소주를 마시고 인근에 있는 이자카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서로 낯설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평소처럼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대화를 나눴지만 땀에 젖었던 티셔츠에서 올라오는 묵은 땀 냄새가 신경 쓰였다. 평소에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지만 도시에서, 그녀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청결하지 못함은 어쩐지 흠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흠.

 

겨우 그런 것을 흠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시에서 나는 움츠러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마주 앉은 그녀의 불안한 눈은 지긋이 미소지었다. 그 눈은 미안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당히 술에 취한 우리는 손을 잡고 용산 전철역으로 향했다. 저녁 무렵에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던 용산역의 사람들은 종적을 감췄고 밝게 불을 밝혔던 백화점은 검게 입을 닫았다. 나는 종묘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예약해 두었다. 안국역으로 가는 마지막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안았다.

 


“아~”

 


그녀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것이 미안해서 찾아온 것을 후회했다.

 

염치없고 미안하고 낯설었던 내 혼란은 고스란히 남자의 가슴을 후비고 생채기를 냈다. 침잠. 내가 가진 무게만으로 천천히 조용히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았다. 남 탓 할 줄 모르는 두 짐승이 그렇게 그 시간을 꼭꼭 씹어 삼키고 떠올랐다.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에는 외국인 관광객 2명이 잠들어 있었다. 이방인들 틈에서 또 다른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세 시간 만에 눈이 떠져 밖으로 나왔다. 종묘 인근의 새벽은 고요했고 종묘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들은 시끄럽게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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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담 길을 따라 걸어 큰길로 나서자 광장시장이 보였다. 전날 소주를 마셨던 북적이던 그 시장은 추레한 늙은이처럼 조용했다. 폐허처럼 보이는 시장 골목을 걸어가 평화시장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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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장의 새벽도 마찬가지였다. 빨간 장화를 신은 발가락 잘린 비둘기들만 푸드덕거리며 길바닥에 떨어진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을 지나 충무로까지 걸어가다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전주로 내려왔다.

 

내가 나에게 염치가 없어지고 자꾸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낚싯대를 들고 강으로 나갔다. 나는 여기서 살고 그녀는 거기서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들어 그녀 앞에 짐으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기대했다.

 

‘나를 안아 주세요.’

 

도시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그녀 앞에서 칭얼거리다 무색해져서 도망치듯 전주로 내려왔다. 강물에 비친 내가 추해보였다. 강은 내 몰골이 우습다고 비웃었다.

 

낚시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사냥터에 여자를 오지 못하게 했던 이유는 사냥 본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지 않을까. 가혹하고 냉담하고 잔인한 모습이 가감 없이 비춰지는 그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먹잇감에 대한 집착이 자칫 여자와 자식에 대한 소홀함으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신성한 사냥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단지 헐벗은 욕망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겠지. 허약한 사냥.’

 

여덟 시간 동안 잡은 붕어 아홉 마리를 강에 풀어주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추레한 모습으로 다시는 강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냥은 상처 난 마음을 핥으러 구석으로 숨어드는 수컷의 나약함이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허약한 이기심을 털어놓고 사과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힘들면 꼭 힘들다고 말해주세요. 재수 없으면 꺼지라고 쎄게 말해주세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땐 스멀스멀 불안이 몸 위를 기어다니곤 합니다. 상실에 대한 불안은 아닙니다. 


상처. 내게 피가 나는 상처가 아니라, 아름다운 당신의 상처를 보며 아픈 내 상처에 대한 이기적인 불안입니다. 아프면 날 버리고 떠나셔야 합니다. 


그러셔야 합니다.



그녀는 10월에 다시 전주를 찾겠다고 말했고 나는 비로소 나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고맙고도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그녀가 오기 일주일 전에 김치를 담갔다. 김장김치가 시어터져 사무실 뒤뜰에 떨어진 홍시감 몇 개를 주어다 김치 담그는데 넣었더니 맛이 좋았다. 무와 배추, 사과 등을 넣어 나박김치도 담아두었다.


10월은 고둥과 조개를 찾아다니던 시기였다. 부안 격포항 수산물시장에는 신선한 생합과 피뿔고둥, 피조개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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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둥은 숙회를 하고 생합은 탕으로 끓이면 좋을 것 같아 한 보따리를 사들면서 피조개 실한 놈 하나를 써비스로 달라고 우겨 들고 왔다. 얼마 전에 인쇄소 사람들과 먹고 남긴 개고기가 냉동실에 남아 있어 그녀에게 “개 헐줄 아냐”라고 물었더니 개 헌다는 대답이 단도직입적으로 돌아와서 수육과 보신탕도 준비하기로 했다. 신선한 해물에 고추장돼지불고기가 어울릴 것 같아 약고추장을 만들어 돼지고기를 재워 뒀고 엄마가 싸준 쥐눈이콩이 있어 그것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기 위해 불려놓았다. 묵도 있고 야채도 충분하니 2박 3일 동안 놀고 먹기에 이만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고맙고도 미안해서 밥이라도 푸지게 차려 먹이고 싶었달지...흠흠;;

 

그녀는 금요일 저녁 조금 이른 시간에 전주에 도착했다. 차를 가지고 대전으로 출장을 왔다 바로 집으로 온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퇴근시간을 그녀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기로 했다. 저녁은 수육과 보신탕을 먹자니 좋텐다. 데헤~


아침에 출근하면서 냉동시켜뒀던 개고기를 꺼내 뒀고 쌈, 야채는 깻잎만 준비해 뒀다. 6시쯤 전주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서 서둘러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가만히 나를 안아 주었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녀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었다.

 


“잘 오셨어요.” 

 

“미안해요. 기다리게 해서”

 

“이렇게 왔는데요. 뭘....”

 


그녀는 가방에서 소주 두 병을 꺼내 들었다.

 

 

“보신탕엔 쏘주!”

 

“겨우? 두 병??”

 

“일단. 마셔보고.”

 

 

집에 들어와 밥을 안치고 수육을 우선 내줬다. 이미 무르게 삶아 놨던 고기였기 때문에 따뜻하게 데우기만해서 썰어줬다. 끓는 국물에 들깨를 갈아 넣고 불린 토란대, 시래기, 고사리를 넣고 고기 몇 점과 내장을 썰어 넣어 끓였다. 서로 시장했는지 개고기가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개고기를 잘 먹는 그녀는, 참 섹시하다.(뭔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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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밥상 앞에 앉아 오물조물 수육을 싸먹고 나는 주방을 오가며 보신탕과 조기젓찜을 준비했다. 실가리가 무르게 익었을 무렵 된장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풀어 넣었다. 조기젓에 다진 파와 고춧가루만 뿌려 밥솥에 얹어 익혔다. 보신탕에는 역시 묵은지가 제격이다. 묵은지를 썰고 감장아찌를 그릇에 담았다. 밥을 차리는 중 오며가며 개고기 한 접시를 먹어치우고 보신탕 먹을 준비를 했다. 밥이 되어가며 올라오는 밥비린내가 식욕을 자극했다. 개고기 한 접시는 에피타이저. 밥이 차려지기 전에 개고기수육은 종적을 감췄다. 보글보글 끓는 탕에 대파를 듬뿍 넣고 한 소쿰 더 끓여 그릇에 담았다. 짭짤한 조기젓찜과 보신탕, 새콤한 묵은지는 쏘주를 무한정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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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단 말은 너무 자주 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해는 오해로 남겨두세요. 풀릴 만한 오해는 이렇게 다시 만나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하거든요. 오히려 미안한 건 나지만 미안해하는 것도 오만인 것 같아서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당신과 만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보내려 노력할 겁니다. 그게 미안하지 않을 방법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

 

“고맙다는말도... 온 몸으로, 차려진 음식으로 고마워하는데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당신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 수 있어요. 도리어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해야죠. 나는 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고마워요.”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고 안고 뽀뽀하고 뒹굴거리다 잠들었다. 오해는 오해로 남겨두어도 좋을 것 같았다. 미안하단 말은 도무지 그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고, 고맙단 말은 안아주고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는 오해로 남겨두기.

 

눈보라 치는 벌판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그 길, 두려움 없이 간다. 손잡고 간다. 길 위에서 길을 찾았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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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눈이 떠졌다. 소주 두 병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안주이지 않나. 둘이서 소주 네 병을 까고 맥주까지 입가심으로 마시고 나서야 보신탕은 바닥을 드러냈다. 참 잘들 먹는다. 늦게까지 잠을 자 숙취는 남지 않았지만 배가 고팠다. 최고의 안주이자 숙취 해소에도 그만인 것은 생합탕이지 않을까. 그녀의 쓰린 속을 달랠 생합탕을 끓이기로 했다. 생합을 먹는 김에 소라도 삶고 불고기도 해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여 그녀를 살찌우기로 작심했다.

 

사육이다.

 

생합은 그저 맑은 물에 끓이기만 하면 되고 소라는 삶아내야 한다. 고추장에 재워둔 돼지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불고기도 해야겠다. 밥은 밥처럼 먹어야지. 암만.

 

딸그닥딸그닥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자 그녀가 일어나 내 옆에서 기웃거린다. 호기심어린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뽀뽀욕을 자극한다.

 

 

“헐. 아침부터 고... 고기?;;;”

 

“아침에 불고기. 후레쉬한 게 갠찮을 것 같지 않아요?”

 

“후레쉬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구나. 음, 한 번 시도는 해 보죠. 뭐.”

 

 

삶은 소라는 독소를 제거하고 얇게 썰어 접시에 담고 불고기는 국물이 없게 바짝 익혔다. 생합은 끓는 물에 넣고 끓이다 청양고추만 썰어 넣고 마무리했다. 새로 담근 김치도 썰고 나박김치도 꺼냈다. 메밀묵도 썰어 접시에 담고 고기 싸먹을 야채도 씻어 담았다.

 

아침밥 치곤 좀 거한가.;;;

 

시원한 생합국물도 떠주고 고기도 쌈을 싸서 입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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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 아침인데 갠찬네. 후레쉬한 게. ㅋㅋㅋㅋ”

 

 

사진은 최근에 다시 재연한 것이다. 이른 쑥이 시장에 나와 있어 한 주먹 사왔는데 고기보다는 소라와 매우 잘 어울렸다. 향긋한 쑥 냄새에 달콤하고 쫄깃한 소라살은 최고의 궁합이라고 확신한다. 근래에 발견한 음식궁합 중 최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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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에 부담스러울 것 같은 아침이었지만 남김없이 말끔히 먹고나니 허했던 속은 든든하고 숙취도 말끔히 해소되었다. 역시 아침은 든든히 먹을 필요가 있다. 쩝.

 

2박 3일 동안 놀고먹은 얘기라 길다. 허리를 댕강 잘라서 다음 주에 이어가도록 하겠다.

 

다음 주엔 두부 만들기와 더불어 치즈 만들기, ‘마스터즈 오브 피조개’가 이어진다. 즐~






레시피

 

 

보신탕

 

1. 삶을 때

 

개고기 3kg

된장 1국자

물 5L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고기가 무를 때까지 삶아 준다.

 

2. 탕 끓일 때

 

삶은 고기와 국물

된장1T

국간장 1T

생들깨 1C

시래기, 토란대, 고사리

대파 2대

고춧가루 1/2 C

향신즙 1T


들깨는 잘 씻고 물에 띄워 물 위에 뜬 것만 채로 건져 절구에 넣고 곱게 갈아 준다. 시래기, 토란대, 고사리는 잘 불려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하고 대파는 큼지막하게 썰어 준비한다.

 

삶은 고기는 썰거나 찢어 넣고 끓이다가 시래기와 토란대, 고사리를 넣고 무르게 익으면 들깨 간 것과 고춧가루를 넣고 한소쿰 더 끓여준다. 고기를 삶을 때 된장으로 간을 했기 때문에 간을 봐가며 된장과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다 끓은 국에 대파를 넣고 한소쿰 더 끓여주고 누린내가 나는 것 같으면 향신즙을 조금 넣어준다. 취향에 따라 산초 혹은 제피가루를 넣어 먹어도 좋다.


뱀빨


개고기는 여타 향신료를 넣지 않고 삶는 것이 맛을 내는 최고의 방법이다. 누린내를 잡겠다고 처음부터 마늘이나 생강 등을 넣고 삶으면 고기맛을 버린다. 다 끓인 뒤에 취향에 따라 향신료를 넣어 잡내를 잡는 것이 좋다.


탕으로만 먹을 때는 무르게 삶는 것이 좋지만 수육을 할 고기는 너무 무르지 않게 삶아야 쫄깃하게 먹을 수 있다. 개고기는 시간안배가 맛을 좌우하니 불 옆에 서서 고기 상태를 종종 체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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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불고기

 

약고추장


고추장 2kg

육포 1장

조청 1C

홍시감 1개

거친향신즙 1/2C

참기름 1/3C

 

육포는 믹서기에 곱게 갈고 홍시감은 채에 걸러 국물만 준비한다.

 

참기름을 두른 팬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고추장이 걸쭉해 질 때까지 볶는다. 잘 식혀 냉장고에 보관하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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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불고기

 

돼지고기 -1kg

약고추장 -1C

설탕 1T

간장 1T

매실청 1T

거친향신즙 2T

거칠게 간 후추 1t

쪽파 1대

 

기름기가 적은 부위의 고기를 골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버무려 하루동안 재워둔다. 뜨겁게 달군 두꺼운 팬에 고기를 넣고 바짝 마를 때까지 볶는다. 고기를 접시에 담고 다진 쪽파를 얹어 낸다.

 

뱀빨

 

약고추장을 넉넉히 만들어 놓으면 많은 요리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떡볶이나 불고기, 해물볶음 등 볶음요리 뿐만 아니라 초장을 만들어도 맛있고 더덕을 재워뒀다 구워도 맛이 좋다. 고추장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요리의 맛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식재료다.

 

육포는 간을 하지 않고 말린 것이 좋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육포는 간을 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고추장이 짜질 수 있으므로 조청과 홍시감을 넣은 것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고추장들은 대부분 달다. 고추장의 맛을 보고 달다 싶으면 조청의 양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약고추장에 모든 양념이 다 들어갔기 때문에 고기에 특별히 다른 것을 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불고기의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설탕을 포함시켰다. 단맛을 싫어한다면 약고추장의 단맛으로도 충분하다. 이런식으로 만드는 마른불고기는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볶다 보면 기름기가 흥건해져 느끼한 맛을 낸다. 사태나 앞다리살의 살코기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추장불고기는 덮밥을 해 먹을 때 가장 맛있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더한다. 불고기 덮밥. 맛나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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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숙회

 

소라 1마리

 

10분 이상 삶아 찬 물에 행구고 내장의 독소를 제거한 뒤 얇게 썰어 초장과 함께 먹는다.

 

뱀빨

 

소라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비교적 오랫동안 삶아줘야 속까지 익는다. 삶아진 소라살을 빼내면 내장까지 함께 달려 나오는데 내장 주변의 초록색 부분과 살을 반으로 가르면 베이지 색의 끈적한 독소를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이것을 먹으면 입이 아리고 심한 두통을 일으킨다. 주의하시라. 또한 내장을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안타깝다. 그게 얼매나 맛난데. 쩝. 고소하고 쫀득한 내장도 염려 말고 맛나게 드시라.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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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주변에 초록색 독소가 있고 살을 가르면 가운데 베이지색 독소가 들어있다. 오른쪽에 걷어낸 것들이 독소.

 

 


배추김치

 

배추 1포기

소금 1C

소금물 1L

고춧가루 1과 1/2C

새우젓2T

황석어젓 2마리

조개젓국물 2T

멸치액젓 2T

홍시 1개

쪽파/달래/갓/무채

찹쌀풀1C

거친향신즙 1/2C

멸치육수 1C

 

배추는 4등분해 소금물에 적시고 소금을 속까지 뿌려 숨을 죽이고 끓인 멸치육수로 찹쌀풀을 끓여 식혀둔다. 김치속을 적당한 크기로 썰고 황석어젓은 살을 발라 쪽쪽 찢어둔다. 고춧가루부터 향신즙까지 한데 넣고 버무리고 숨죽은 배추는 잘 씻어 물기를 빼준다. 물기가 빠진 배추에 양념을 발라 잘 오므려 통에 담아 익힌다.

 

뱀빨

 

김치담는 얘기를 해야하나 생각하다 홍시를 넣어 담은 김치라 레시피를 올려본다. 홍시가 아니어도 단 맛을 내는 과일이면 뭐든 사용할 수 있고 사과와 같이 신맛이 나는 과일을 사용하면 김치를 조금 빨리 익힐 수 있다. 황석어젓이나 조기젓, 갈치젓 같이 살이 있는 젓갈을 찢어 넣어 김치를 담기도 하는데 한 조각씩 씹히는 맛이 여느 젓갈을 먹는 것보다 김치에서 함께 익은 것을 먹는 것이 맛이 좋다. 나는 여러 가지 젓갈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김치를 담을 때는 멸치액젓을 사용하지 않고 황석어젓 국물을 이용했다. 깊은 맛을 내기에는 좋지만 비린 맛을 싫어한다면 멸치액젓을 사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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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김치

 

무/배추/달래/사과/더덕등 계절야채나 과일

찹쌀풀

소금

뉴슈가 1/4t

맑은 향신즙 2T

생수

 

찹쌀풀을 아주 짜다싶게 만들어 식힌다. 야채들을 나박나박 썰어 통에 담고 찹쌀풀과 뉴슈가를 넣고 버무려 준다. 3시간쯤 지나 야채의 숨이 죽었으면 생수를 부어 삼삼하게 간을 맞춘다. 상온에서 하루 동안 익히고 냉장고에 보관하며 먹는다.

 

뱀빨

 

모든 물김치를 담는 기본 방법이다. 찹쌀풀로 숨을 죽이고 나중에 물을 부어 간을 맞추는데 약간의 단맛이 필요하기 때문에 뉴슈가를 넣어준다. 사과나 배추에서 단맛이 나올 수 있지만 담고 1주일은 지나야 단맛이 나오기 때문에 김치가 익기 전에 먹고자 한다면 단맛을 내는 재료를 넣어 주는 것이 좋고 뉴슈가가 가장 깔끔한 맛을 낸다. 뉴슈가는 조금만 많이 넣어도 들큰하기 때문에 양조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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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