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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1. 화요일

밝을성









편집부 주 



전,현직 기자들의

내부고발 및 송고를 격하게 환영합니다.


본지 데스크는

재미없어서 까는 경우는 있어도

쫄아서 까는 경우는 없습니다. 




ddanzi.news@gmail.com  








언론사의 구조와 그들의 역할론 - 결국엔 모두가 높은 분들의 영위로운 삶을 위해 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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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지상 최대 과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떠한 탄압과 타협도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기업은 지들만의 유리한 언론을 배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언론사를 목 죄고 있다.


앞서 저번 기사에서 언론사와 정부, 기업간의 끈끈한 공생관계를 설명했다. 요약해 보면 이렇다.



언론사의 비판 기사 → 정부·기업의 태클(기사편집 요구) → 언론사의 광고 요구 → (언론사와 정부·기업의)협력관계

 


언론사가 유지되는 데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광고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광고를 위해 빨아주는 기사보다는 강력한 어퍼컷 한 방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언론사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 이유로는,


첫째, 수백 개가 넘는 언론사의 경쟁으로 인해 매번 특정 언론사만 새로운 팩트로 기사를 쓰기 어렵다.

 

둘째, 이미 매번 욕먹고 있는 정부와 기업이 웬만한 비판 기사에는 면역력이 생겼다.

 

셋째,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는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미 공생관계이다. 굳이 독자들이 많이 보지 않는 언론사의 비판 기사는 1~2시간이 지나기 전에 이미 페이지수 저 멀리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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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 전체가 16시 37분이다.




언론사의 전략적 마케팅

 

서론이 길었다.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언론사의 ‘전략적 마케팅’이다.

 

언론사에는 광고·영업부서가 존재한다. 이들은 기자와는 별개로 정부부처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광고를 요청한다. 주로 언론사의 ‘을’의 역할을 맡으며 비굴해지기도 한다.


말재주가 없어 상황설명으로 대신하겠다.


 


상황1

 

언론사 광고부 “안녕하십니까, A언론사 000입니다. 이번에 광고 집행 때 저희 한번 도와주셔야죠?
 
정부와 기업관계자 “네, 반갑습니다. 000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광고 집행비가 많이 줄어서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언론사 광고부 00에도 광고 주셨던데요. 저희는 순수 취재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취재합니다. 광고 한번 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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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관계자 “다음에 꼭 한번 챙겨 드릴게요, 이번엔 사정이 너무 안 좋습니다.”



 

 


상황2

 

언론사 광고담당자는 회사에서 편집국장과 사장에게 상황 설명을 한다.

 


광고담당자 “이번에 00회사 관계자 만났는데 광고를 잘 안 주네요. 점점 광고가 너무 힘들어서 원... 기자들의 영향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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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기자들이야 현장에서 좋은 취재하고 있는데요. 미팅 잡아봅시다.”


 


사장 “광고 몇 개나 있습니까? 적어도 얼마 이상은 받아야 됩니다.”



 



상황3

 

편집국장은 부장과 데스크기자들을 소집한다.

 


편집국장 “00회사 뭐 깔 거 없나? 기획기사 좀 쓰라고. 맨날 똑같이 보도자료만 쓰지 말고!!”

 

데스크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 각 데스크는 취재기자들에게 하루에 기획 한 개 이상은 무조건 올리라고 지시한다.

 

며칠되지 않아 취재기자들은 각 영역에 해당하는 취재처의 비판 기사를 작성해 올린다. 해당 기관은 먼저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에게 연락해 기사의 수정을 요구한다. 물론 수정 못 해준다.

 

기관의 관계자는 일면에 찾아왔던 광고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기관 관계자 “000님, 저희 기사가 떠서요. 저희가 그때 이번엔 힘들지만 다음엔 도와드리겠다’라고 했는데 너무하세요.”

 

영업관계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광고 주시겠다고요? 어떤 기사가 올라왔는데요?

 

기관 관계자 “0000란 기사에요,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일단 기자와는 통화했는데. 힘 있으시다면서요. 도와주십시오.”

 

영업관계자 “알겠습니다. 제가 연락해보겠습니다. 먼저 데스크가 000인데 연락 한번 해보세요.”

 


기관 관계자는 바로 데스크로 연락을 넣는다.

 


기관 관계자 “000입니다. 저희가 000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0000기사가 떠서 당혹스럽습니다.”

 

데스크 “팩트도 분명하고 취재한 것도 있는데 기사를 내리는 건 말도 안 되죠.”

 

기관 관계자 “제목만이라도 수정 안되겠습니까? 좀 부탁드립니다.”

 

데스크 “저희도 회의를 좀 해야될 것 같고요. 기자한테 기사내려 달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잘못된 팩트면 삭제하겠지만... (뭘 의도하는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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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마무리

 

해당 데스크는 윗선으로 보고 후 기관 관계자에게 연락처를 알려준다.


관계자는 연락을 바로 취하지만 언론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광고를 받을 것인지 합의가 끝난 후에야 전화를 받는다.


그 후 언론사 주변으로 찾아온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하며 협력관계가 된다.


이 같은 전략을 시도하기에 좋은 조건은, 언론사는 일단 포털에 기사가 검색되어야 한다. 정부나 기업관계자들은 주요 포털에 기사를 올리는 언론사들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하나 대통령과 장관급, 그리고 회장과 친인척들을 제목에 노출시켜야 더 효과적이다. 모든 기관에서는 모니터링하는 순서가 있는데 정부는 대통령, 기업은 총수와 친인척관계자들이 우선순위다.


특히 본문 내용과 크게 연관성이 없어도 ‘이건희의 갤럭시, 아이폰보다 만족도 떨어져’, ‘정몽구의 현대, 도요타에 소비자 만족도 뒤져’,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관계자들 비리 줄이어’ 등 이름 하나 넣는 것만으로 광고를 받기 위한 좋은 조건이 마련된다. 물론 본문과 연결고리 정도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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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캡쳐는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정부·기업 관계자들의 전략


언론사들의 무차별적인 비판 기사에 모두 대응할 수는 없는 일. 이전에 정부·기업 관계자들 중 기자 출신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이들은 대응해야 할 언론과 굳이 씹어도 되는 기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일명 이미 나와있는 팩트를 주제로 우라까이한 기사와 팩트 없이 주관적인 기자의 생각만 늘어놓은 기사, 그리고 포털에도 검색되지 않는 언론사는 굳이 정부·기업에서 나서지 않는다.


물론 정확하고 민감한 팩트일 경우는 대응한다. 이 경우는 언론사 입장에선 클 수 있는 최대 기회이기도 하다.


모 기업 홍보실 부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부장이 말하길, 



“광고 받고 싶으면 제대로 까세요~ 나와 있는 팩트 갖고 장난질하지 마시고. 잘 까면 말씀 안하셔도 광고 나갑니다.”



부장의 이 말이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기자를 대놓고 ‘광고꾼’으로 비유했기 때문이다. 이 부장도 국내 대표적인 경제일간지에 기자로 있던 사람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경제지, 전문지, 주간지, 월간지 등에는 기자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보도자료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기사 등을 그대로 옮겨주는 홍보 기자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부장도 대놓고 모든 기자를 같은 ‘광고꾼’으로 본 것 같다. 그러면서 광고 받는 팁 또한 전수해 준 것이다.


이런 말이다.



“우리가 사이가 좋으니까 만난 것이고, 광고 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광고를 집행하는 책임자가 아니다. 광고 받으려면 제대로 까. 대신 바로 내려줘야댕~”

 

 

언론사가 광고를 이유로 정부·기업을 깔 때 바로 내려주지 않는 전략을 이미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업자’들은 손수 먼저 기자와 언론사를 섭외한다.


친해지면 연락을 피할수 없다.” ←정말 무서운 말이지만 사실이다.

 

생각해 봐라. 홍보실 관계자들이 주로 하는 일이 뭐라고? 기사 내리기다. 모든 홍보실 관계자들이 하는 일이다. 보도자료도 배포하긴 하는데 의미없는 일인 듯하고.

 

‘업자’들도 정부·기업에서 승진해야 되지 않을까? 무엇으로 평가 받을까? 기사를 빨리 잘 내리는 ‘업자’와 광고비를 적절하게 쓴 ‘업자’들이 승진 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사나 ‘업자’들이나 ‘한가족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밥상을 함께 할 수 없는 정부·기업의 최고봉들의 삶을 위해 싸우고 화해하고 재롱떨고 있다. 요약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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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밥 줘 안돼, 뭐 해줄 수 있는데?  좋은 말 해줄게  그건 너 말고도 할 놈 많아  씨발 뒤지게 맞아야 정신차리지?  패 봐~  줘 팬다  그만해라, 밥 줄게  계속 줘야 돼~  일단 지켜보고~

 

 

이 같은 전략이 통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정부와 기업들이 썩을 대로 썩어서다. 정부와 기업은 스스로 많이 찔려한다. 비판을 받고 고쳐나가려는 노력보다 차단하거나 숨기는 것이 유익하다고 여긴다. 물론 소수의 이득을 위해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엔 본인 성향에 따른 언론사 선택법과 특성화된 언론사의 일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밝을성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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