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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09. 목요일

편집부 cocoa







1. 박원순 시장과 청년들


긴 말 할 필요 없다. 이거부터 함 보시라.




이거시 무슨 말인가! 청년의원은 뭐고 파티는 뭐고 청년의회는 또 무슨 말인가. 게다가 청정넷, 청년정책이라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뿐이다.


배신자를 찾아 헤매는 가카의 눈초리보다 더 날카로운 촉을 가진 본 기자, 요 타이밍에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요주의 인물인 박원순 시장과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모인다니. 아부나이한 조합이다.


좋아하진 않지만 필요할 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세대론을 소환해서 보자면 청년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일전에 김용민 PD가 어느 신문에 기고한 글처럼 사회에 무관심한 그들이 아닌가(결국 김용민 교수는 이 글에 대해 사과하고 입장을 철회하긴 했지만).



누굴 탓하겠나. 너희가 만만하게 보여서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지금의 너희 자리에 1980년대 군부 독재 권력에 온 몸으로 항거했던 386선배들이 있었다면 그래서 권력의 골칫거리가 됐다면, 과연 이명박이 지금과 같이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을까.


(중략)


그렇다고 내가 지금 너희에게 데모할 것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도리어 만류하는 것이다. 왜냐면, 이미 너희는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너희의 단점, 즉 뒷모습을 이미 이명박이 목격했기에 어설픈 저항했다가는 더 가혹한 보복만 당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삽 들고 안전한 삶의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을 필두로 청년세대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20대 개새끼론’까지 나오게 되었다. 갠적으로는 이딴 식으로 네이밍하는 거뜰을 참 싫어한다. 자극적이기만 하지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니까. 무튼 이런 말이 떠돌 만큼 20대는 MB 가카의 폭정에도 선거에도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글타고 또 20대를 마냥 욕할 순 없다. ‘내신-수능-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타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스펙 경쟁에 시달리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불쌍한 청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청소년기를 IMF로 보낸 청년들이 아닌가. 1998년 유행했던 한스밴드의 노래처럼 회사에 갔다던 아버지를 오락실에서 마주친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다(나도 그릏다. 잠만, 눙물 좀 닦자...).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아빠”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실직과 가정 붕괴를 경험한 20대에게 취업은 곧 ‘생존’이었고, 그 경쟁에 매달리는 것이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때려놓고 왜 아프냐고 묻고, 병 줘놓고 왜 병 걸렸느냐고 묻는 격이니 20대도 억울할 따름이지.


그러니까 이런 울분을 안고 있는 20대 청년들과 박원순 시장이 만난다니. 게다가 얼마 전엔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가 가카께 개기는 바람에 헌법의 존엄한 가치와 3권 분립이 위기를 겪었던 대한민국에서 막 청년의회가 어쩌고 하니... 혹시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해치는 어떤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다른 목적, 예컨대 숨은 목적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고추장도 찍어 먹어 봐야 알고, 전두환도 당해봐야 안다고(...) 본 기자, 이번에도 몸을 불사르는 잠입취재를 강행하기로 맘을 먹었다. 정론직필의 민족정론지다운 선택이라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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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청년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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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원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내야 했다. 의외로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으면 됐다. 다만 직업을 묻는 항목이 있어, 흠칫 놀라고는 평범하게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며칠 후, 청년의원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다행히 아직까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신청자 중 랜덤으로 청년의원을 선정한다고 해서 ‘혹시 이미 짝짝쿵해서 음모를 꾸밀 사람들은 결정되어 있는데 랜덤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하는 의구심은 이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추첨과정을 확실히 알아둘 겸 찾아봤더니 정말로 랜덤으로 했다.



청년의원에 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갔다. 뿔 달린 사람들이 득실댈 줄 알았더니 멀쩡한 사람들만 있었다. 철저히 위장했는지, 그런 사람들은 커튼 뒤에 숨어 뒀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에서는 <서울청년의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년의원’을 선정하여 ‘청년의회’를 구성하고 ‘청년정책’을 만들어서 시정에 참여해 보는 것. 그러면서 목표를 ‘1.청년정책 발의, 2.시정 질의, 3.청년 선언 발표’라 하였다. 필시 불경한 네 번째 목표가 있음에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준비된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로 말했을지도 모른다.


주최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총 197명의 청년의원을 선정했단다. 절반은 <청년정책 네트워크>라는 곳에서 활동해왔던 오지랖퍼(어딘가 수상하지만 여기선 활동가를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이고 절반은 무작위로 추첨된 청년들이라고. 아니, <청년정책 네트워크>는 뭔가? 아까 박원순 시장 동영상에서도 나왔던 것 같던데?!


떡잎을 봐야 나무를 알 수 있다고, 청년의회의 전신 청년정책 네트워크의 뿌리를 급하게 조사해 보았다. 그 출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 총수의 절친이자 상남자인 오세후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끌어안고 맹렬히 전사한 그 자리에 박원순 시장이 혜성처럼 나타나 당선된다. 박 시장은 2012년 청년 명예 부시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년 허브, 청년 일자리 기본조례, 청년 기본 조례, 서울 청년정책 네트워크 등 서울시 청년에 대한 정책을 꾸준히 실현해왔다. 서울 청년 의회는 그간 요러한 활동을 꾸준히 해온 서울시와 청년 활동가들에 의해 출발하게 된 것이고 그 바탕에는 ‘청년정책 네트워크’의 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박원순 시장과의 끈끈한 커넥션을 찾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특이점이 하나 더 있었다. 비록 명예직이긴 하지만 의원이 되었으니 대한민국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 관용차, 금뱃지, 의원실과 비서진, 연금, 해외관광연수, 면책특권 등을 기대했다. 허나 교육자료와 명함을 나눠줄 뿐이었다. 낫띵. 나만 이런 걸 주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명함만 달랑 들고 있었다. 활동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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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함은 예쁘다


구체적으로 청년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봤다. 우선 일정표를 보니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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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긴 한데 특별한 건 없어 보인다. 추첨의원들을 대상으로 시정참여교육을 하고, 위촉식 이후 2주간 분과별로 활동 후 본회의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7월 19일 본회의는 서울시 의회에서 열리며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온다고 했다.


분과는 총 7개였는데 청년들의 ‘바람’을 근거로 나누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사전에 조사한 후 키워드별로 분류해서 7가지 줄기로 범주화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열정페이를 받고 싶지 않아요’라는 바람은 ‘존중’이라는 카테고리에,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은 ‘관계’ 카테로리로 묶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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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 배움, 관계, 여유, 존중, 걱정, 신뢰

사진 출처 - <청년정책 네트워크>


법안을 만드는데데 걱정, 여유, 신뢰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다고 하니 무척 낯설었으나, 주최 측은 일상의 언어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럴듯해서 설득당했다. 본 기자도 맘에 드는 분과를 선택해 들어갔다. 어딘지는 비밀(가장 은밀한 논의가 오갈 것 같은 곳으로 갔다는 것만 알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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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달린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사진 출처 - <청년정책 네트워크>


테이블을 다시 배치해 분과별로 모여 앉았다. 이제부터 진짜 은밀하고 중요한 이야기들이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 바람을 이룰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을 찾는 작업을 했다. ‘걱정’이 테마라면 걱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교통비 때문인지, 월세가 비싸서 걱정인지를 이야기하고 간추려 나갔다. 그러니까 바람을 구체화하고 걸림돌을 찾아내서 그걸 해결해서, 걸림돌을 바람을 이루기 위한 디딤돌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또 그럴듯해서 설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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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청년정책 네트워크>


한 시간 정도 분과별 논의를 끝낸 후 분과별 토론 내용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분과별 모임에서 나온 어마무시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함께 터트리겠다). 그리고 다음 분과 모임 일정을 잡고 행사가 끝났다. 이제 각 분과별로 자체적으로 2주간 모임을 가진 후 7월 18일 전체가 모여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7월 19일 서울시 의회에서 박원순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시정 질의를 하고 정책을 제안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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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청년정책 네트워크>


이쯤에서 가질 법한 의문. 박 터지게 논의해서 법안을 만든다 해도 그 법은 강제성이 없다. 서울시에 제안할 수 있을 뿐이지. 그런데 이런 걸 뭐하러 취재하러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벗뜨 그건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것이다. 그간 서울시와 청년들은 끈끈한 커넥션을 유지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강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마냥 의미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위험한 일에 본지가 뛰어든 것이고.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더 많은 정보를 썼다간 앞으로의 취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모쪼록 이런 위험한 취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혹시 한 달이 넘도록 2편이 업로드 되지 않으면 잠입 취재 중 발각된 것이므로 심심한 위로나 전해주시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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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한 명 정도는 손을 든 것이 아니라 뿔이 달려 있는 것일 수 있다. 자세히 보시라

사진 출처 - <청년정책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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