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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1 비추천0

2014. 03. 17.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의사결정구조와 정당의 미래


안철수의 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하겠다는 극적인 합의가 보도된 이후 신당 창당 작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논제는 무엇일까?


당헌? 당규? 당사를 어디로 할 것인가? 지방선거 공천 문제? 창당 작업은 누가 해야 하나? 창당이 완료된 시점의 당대표는 누가하나? 전당 대회는 언제 여나? 치러야 할 실무는 수두룩하고 선택하고 결정지어야 할 문제는 끝도 없이 많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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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규모의 정당을 하나 새로 만든다는 것,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작업을 실제로 몇 차례나 해 본 정도로 노련한 당직자들도 그리 흔치 않을 정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결국은 의사결정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신당, 이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정당의 의사결정구조는 어떤 형식을 가지게 될까?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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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만들어진 뒤, 그 정당 간판으로 출마해서 뭐라도 한자리 해먹으려고 눈치만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의사결정구조는 당의 정체성을 지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아니 출마하려고 맘 먹은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이 의사결정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을 할 테니 그들에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거대한 밥그릇 싸움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정당문화를 한 걸음이라도 더 발전시켜 보고자 하는 고민은 역시 또 아무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관전자들인 유권자들의, 유권자들만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지사


2012년 총선부터 해서 당대표 선거 과정, 그리고 2012년말 대선 후보 경선과정까지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졌던 어두운 역사의 진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위기 좋았던 총선의 결과는 승리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패배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수준이었고, 한 때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 활동하던 통합진보당은 경선부정에서 출발한 머리끄덩이 사건으로 당을 반쪼가리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었다.


그 당시 민주당에도 경선 부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는 법원에 제소까지 했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모든 자료가 폐기되었다.”였다. 나중에 청년비례로 당선된 장하나 의원에 대해서도 당시의 경선부정으로 인한 당선이었다는 식의 엉뚱한 공격이 당 외부에서 나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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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공격이 외부에서 나오기도



사실 당시에는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만약 민주당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 끝장이라는 서로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즉 문제를 확대시켜 공멸하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덮어 버리자는 합의 말이다. 이런 합의는 매우 좋지 않다. 이렇게 덮는다고 의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의혹을 가진 쪽에서는 끝내 승복을 하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다만 민주당 관련자들은 통합진보당 사람들에 비해 최소한 ‘공멸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증거 밖에 안 된다.


이런 의혹은 결과적으로 이해찬이 김한길을 제치고 당선되었던 당대표 선거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제기되었다. 전국 각 지역의 대의원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김한길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발생한 표차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해찬 후보에게 패배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연 모바일 투표는 공정한가 하는 의문이 다수 제기되었던 것이다.


박근혜와의 일전을 앞두고 벌어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이 모바일 투표에 대한 논란은 다시 제기되었다. 심지어 문재인을 제외한 김두관, 정세균, 손학규 후보는 제주와 울산 경선이 끝난 뒤, 경선과정 자체를 보이코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하루 만에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실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패자의 구차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당시 떠올랐던 의혹들은 대략 이런 얘기들이었다.



1. ARS 문항을 끝까지 듣지 않고 도중에 끊으면 무효처리가 되는 문제


2. 시스템 관리회사가 문재인 후보 측과 인척관계라는 의혹


3. 경선 시스템의 기술적인 취약점


4.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 불법적인 콜센터를 운용한 혐의



등이었다. 주로 문재인 후보 진영에 대한 의혹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공격의 대상이 되는 그런 기전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 중에서 1번 문제는 어느 정도 별 문제가 없음이 확인이 되었고, 그 결과 비문 후보 3인이 속속 경선에 복귀했지만, 2,3,4번 의혹은 조사 자체가 진행되지도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는 그대로 인정되었고 사건은 덮이고 말았다.


그 뒤로는 아시다시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의 단일화 과정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대선에서의 패배가 있었고, 다수의 멘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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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거지사를 다시 읊는 이유는 뭘까?


이 과정이 바로 당내 의사결정구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시 통합되면서 합류한 문성근의 혁신과 통합 줄여서 혁통이라 부르는 당 외부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민주당에 입당해서 당원 자격을 보유하기보다는 당 외곽에 존재하면서 오픈 프라이머리 형식의 경선이 벌어질 때 참여하는 방식으로 당의 의사결정구조에 포함되는 약간은 특이한 유권자 집단이었다.


이들은 당원 자격이 없으니 당비를 내지도 않으며, 당연히 경선과정에 참여하는 대의원도 될 수가 없다. 즉, 당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확실한 정당의 구성원도 아니며 외곽의 지지자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해찬이 당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도표를 참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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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은 전국 지역 대의원, 수도권 정책 대의원, 해외투표와 현장투표에서 모두 승리하지만, 모바일에서 밀리면서 패배하게 된다. 그것도 대의원 투표 등에서 앞선 비율은 2%에서 4%선까지 앞서지만, 단지 모바일에서 0.98% 밀리면서도 모바일 투표수 자체가 워낙 많은 탓에 전체적으로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일반 유권자, 비당원들의 지지와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대의원들 이삼천 표에 비해 모바일 육만 표 이상이 나오는 것은 좀 그렇고 더욱이 그게 똑같은 한 표로 처리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심지어 대의원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민주당의 당원 자격을 유지해 온 사람들에게 “너도 그냥 신청해서 비당원하고 같은 한 표 투표하는 거야.”라는 식의 제도는 뭔가 모욕적일 수도 있겠다.


이로 인해 모바일 투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무수히 제기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겨난 유행어는 모발심이라는 비아냥 섞인 조어이다. 무수히 많은 대포폰이 동원되었다는 둥, 선거인 명부 자체를 조작했다는 둥, 착신전환 선거라는 둥 구설수가 넘쳐났다. 특별한 인증과정도 없어서 그다지 신뢰도도 없는 선거인단 신청 과정과, 전화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으로 인해 모바일 선거 자체의 신뢰도가 의심받게 된 것은 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과연 오랜 시간 당원 자격을 유지하며 지역의 당원들을 대표해 선발된 대의원들의 한 표와, 당원 자격이 없어도 아무나 신청하면 얻을 수 있는 투표권에 의한 한 표가 같은 비중으로 처리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원론적인 반론도 있을 수가 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온 민주당 내의 비문재인 계열에서는 모바일 선거 자체에 대한 악몽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의사결정과정에서 모바일 투표 제도는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까지만 얘기해 두도록 하자.


이런 의심은 무조건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한 낭설만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말이다. 물론 모든 근거는 폐기되었으니 이제는 낭설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주장일 수도 있다.




원론


정당의 의사결정구조는 크게 당원 중심과 지지자 중심의 제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오픈 프라이머리인가 코커스인가 하는 미국식 표현도 가능하겠다. 즉 당에 입당해서 교육도 받고 행사에 참여도 하는 당원들을 위주로 당의 의사결정을 진행하는가, 아니면 선거를 맞이하여 유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당원 자격이 없더라도 그 때마다 신청하여 투표권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가 여부로 나뉘어 진다.


당원들이 모여서 하는 전당대회 장에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코커스라 부르고 일반 유권자에게도 참여권을 주는 것을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한다. 미국은 이 두 가지를 주 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워낙 각 주 별로 문화와 생활 양식이 다르니 그럴 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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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선거 때 후보를 뽑는 절차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선과정 말고도 정당에서는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마련이다. 당대표나 최고위원 선출도 선거라고 본다면 선거겠지만, 그 밖에도 당헌의 개정, 정당의 해산이나 창립, 또 그에 준하는 매우 중대한 사태에서 행하는 전당대회 등, 이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그 때마다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 당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 결정된 안철수와 김한길 사이의 통합에 대한 합의도 과연 당대표에게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가 혹은 그런 권한을 위임 받은 적이 있는가 하는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의사결정구조는 당헌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그 때 그 때 새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행해야 한다. 평소의 자잘한 일들은 권한을 위임 받은 의사결정기관, 보통 최고위원회나 상무위원회, 중앙위원회, 혹은 대의원대회 등이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 역시도 당헌에 규정된 절차대로 권한이 위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신당은 어쩔 것인가?


당원중심제인가? 아니면 지지자중심제인가? 프라이머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코커스를 할 것인가? 대의원 표와 모바일 표는 역시 또 1:1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가중치를 달리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모바일 투표는 배제해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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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하여 명시를 해야



진성당원제 정당이라면 당원 중심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진보계열의 정당들은 대부분 진성당원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머리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다. 프라이머리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투표 시스템은 좀 더 확실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단 투표인 명부가 작성되면 가급적 현장투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기는 하다. 아무래도 직접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모바일 투표나 전화투표는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현장 투표는 돈으로 사람들을 동원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다.


모바일 투표가 되려면 최소한 이 사람이 확실한 신원이 있는 사람인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소한 대포폰을 동원했다는 모욕적인 의혹 따위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시적으로라도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고 중앙선관위가 보유한 유권자 명부와 대조할 필요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모든 유권자 정보는 선관위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신당의 정체성이나 향후 당의 진로나 사상적 기반이나 정치적 스탠스나 이런 것들이 과연 핵심 인사 몇몇, 혹은 원내 의원 몇몇이 모여서 자의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원론적으로, 신당의 창당 과정에서 이러한 의사결정구조를 채택한다는 합의만 해도, 향후 그 의사결정 방식에 의해 대의원 대회를 열건 전당대회를 열건 해서 안건을 채택하고 결정해 나가는 것이 맞다.


즉, 신당 창당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 의사결정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게 제대로 구성되지 않는다면, 당은 여전히 콩가루 집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뭔가 선거만 했다 하면 불복하는 정파가 나오고, 누가 대표가 되거나 한 쪽 구석에서는 당대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흔들고 있고, 이런 콩가루 정당은 안 만드는 것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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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든 미숫가루든 어쨌든 가루 정당 안 돼!



그래도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큰 세력이 민주당, 아니 새정치민주연합이라면, 그래서 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의 흉내라도 내길 기대한다면, 관심있는 모든 유권자들은 과연 이 새로 만들어지는 새정치민주연합(타자하기도 힘들어 죽겄네.)이 과연 어떤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게 되는지 정도는 눈 여겨 보고 비판 할 것은 비판하고 제안할 것은 제안해야 하지 않을까?


안철수를 지지하건 문재인을 지지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이게 잘못되면 문재인이고 안철수고 모두가 다 미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개싸움이나 하다가 삐져서 비행기 타고 미국 가거나 남들 다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데 제주도로 휴가나 가겠지 뭐.


어찌되었거나 게임의 룰이 흔들리는 판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나올 수가 없는 법이다.




현실


대선에서의 패배 이후로 문재인은 조용히 물밑 행보만을 하고 있다. 당권은 김한길 대표가 가져갔고, 김한길 진영과 기타 비문 계열의 구성원들은 김한길에게 절대 모바일 만은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게 누구에게는 대포폰, 착신전환 정치에 대한 환멸일 수도 있겠고, 누구에게는 당 외부에 있는 유권자들을 외면하려는 꼴통 민주당의 진상짓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이 와중에 새로 합류하게 된 안철수 진영에서는 과거 민주당에서 벌어졌던 모바일 경선과정의 흑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어? 우리는 그래도 프라이머리가 좋은데?” 이러는 중이다. 당원을 확보할 시간도 자신도 없는 상태에서 여론의 지지율이 앞서는 집단이므로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겠다.


부산의 조경태는 친노종북은 안된다는 식의 과격한 발언을 하고 있고, 과거 혁통을 이끌고 들어와 모바일 경선을 주도했던 문성근, 최민희 등은 도대체 왜 모바일을 자꾸 빼려고 하냐고 주장하고 있다.


현 당권을 보유한 세력, 바로 전 대선에서 아깝게 패배한 세력, 그리고 새로 합류한 다크호스 같은 세력이 삼파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시점이 바로 딱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결정되는 게임의 룰은 이번 지방선거를 필두로, 다음 번 총선, 그리고 나아가 그 다음 번 대선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의 연속선 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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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룰에 의해 새정치민주연합(아, 씨바... 당 이름 좀 간단하게 지어라. 그냥 민주당, 그냥 공화당, 그냥 보수당, 그냥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해적당, 사회당 좋은 것도 많구만...)의 향후 당권의 향배도 결정될 것이고, 당의 정체성도 결정될 것이고, 이 당이 과연 대권을 장악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결정된다.


즉, 현실 속의 대한민국에서는 이 당이 제대로 되어야 대선개입 댓글질하고 증거 조작이나 하는 국정원을 거느리고, 구라나 치고 사람들에게 물총이나 쏘는 경찰을 거느리고, 자신들의 고유 권한인 기소도 정권 눈치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검찰이나 거느리고 청와대라는 꽤 널찍한 주거지를 얻어 숙식을 해결하고 계시는 저 여왕님을 심판하고 나라를 수익모델로 삼던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라도 한 번 세우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어찌 중요하지 않은 일이겠는가.


그런데 과연, 김한길 패거리, 문재인 패거리, 안철수 패거리가 이 협상을 생산적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 진영 모두가 다 만족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서로 승복하고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비관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리 싸매고 어떤 꼼수를 부려야 우리 진영이 더 유리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저 패거리들 모두를 믿지 못하겠다. 그들이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그 판 안에 들어가면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은 살아 남아야 하고, 살아 남아야 한다면 미래를 보기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목을 매게 된다. 그들이 무슨 타고난 정치판 모사꾼의 피가 흐르는 인간 말종 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시스템이 원래 그렇고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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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 때려칠까?


아니다. 현실은 비관적이더라도 눈은 미래를 봐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은 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들뿐이다. 지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이해하고, 과연 어떤 식의 의사결정구조가 도입되어야 생산적인지, 별다른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관전자인 당신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서로를 문빠라고 욕하고, 안빠라고 욕하고, 입을 모아 무능한 당대표 김한길이는 물러가라고 욕하는 그런 사람들을 믿는 것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의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라 과연 어떤 시스템이 가장 합리적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유리한가가 아니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무척 많다고 믿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부탁이라면, 직접 참여하시라는 거다.


왜 대의원 투표는 몇천 표에 불과한데 모바일 투표는 몇만 표가 나오나? 왜 현장 투표는 천 단위인데 스마트폰으로 하는 투표는 몇만 표가 나오냐? 어떤 정당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투표를 왜 당원도 아닌 사람에게 물어야 할 정도로, 왜 현장에 오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물어야 할 정도로 참여가 저조한가 하는 점이 안타깝다.


한 달에 몇천 원 내는 당비가 아까워서 그러는 걸까? 정당에 입당하면 미친 놈 소리 들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정치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데, 그저 잘생긴 후보가 대통령 되면 좋을 거 같아서 모바일 투표만 하려고 그러는 걸까? 아니면 진짜 그 몇만 표는 다 몇 사람이 사서 만들어낸 대포폰 들인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이다. 어제를 살아간 누군가는 당신이 오늘 귀찮아 하는 바로 그 투표권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고 죽어갔었다. 20세기 초반에만 하더라도 여성들에게는 거의 투표권 자체가 주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전국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하는 것 만으로 민주 공화국의 시민의 의무를 다 했다고 맘 편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당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정당에 입당해서 당원 자격으로 각종 교육도 받고 행사에도 참여하고 결정적인 때가 왔을 때 중요한 의사결정구조에도 참여해 보고, 이러는 거 나름 재미도 있다.


그런데 가면 유명한 정치인들이 와서 굽신거리며 인사도 하고 술도 같이 먹고 그런다. 그들이 어떤 얘길 하는지,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당신의 희망을 가장 가깝게 얘기하는 사람을 골라 지지를 보낼 수도 있다. 맘에 안 들면 냉정하게 잘라 버릴 권한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 오천만, 그 중에 유권자가 사천만이다. 그 중에 10%만 정당에 입당하게 되면 사백만이다. 10%도 안 바란다. 그저 2.5% 백만 명만 해도 엄청나다. 당비 내는 당원 백만 명이면 막강한 조직이 된다. 한 달 당비 오천 원씩만 내면 한 달에 당비 수입만 50억이 된다. 이 정도면 국정원의 범죄 따위는 쉽게 징치할 수 있는 여론의 힘이 생긴다. 심지어 백만 명이 합의하에 참여하는 불매운동이 가능해 진다면 그 잘나신 삼성그룹도 한 순간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백만 명이라는 숫자의 힘은 그렇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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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원 수가 220만이 넘는다고 자랑하지만 그거 반 수 이상이 유령당원이다. 당비 내는 당원들 숫자를 따지면 훨씬 더 적다. 민주당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만약에 새정치민주연합에 당비 내는 진짜 살아있는 당원이 백만 명이 되면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거 전혀 필요도 없다. 그냥 당원들만 투표를 해도 충분하고 넘쳐나기 때문이다. 당원들 명부는 확실하게 검증이 되어 있을 터이니 의혹이 있을 수도 없다. 뭐 있어봐야 대리투표 문제나 있을까..


그러니 이 모든 고민과 흑역사들은 우리들이 정당에 관심이 없어서 벌어진 추태라는 얘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길 하고 있냐고? 그게 가능하냐고?


우리나라에 흔하디 흔한 대형교회 신도수와 매달 헌금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 번 찾아서 비교들 해 보시라. 그 사람들은 매주 모여서 전당대회를 열고 정치인들의 연설을 듣고 엄청난 당비를 내는 정당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 일을 왜 정당에서는 못하는 것일까?



끝.





정치부장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