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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21. 화요일

에너지전환










먼저 에너지에 꽂힌 넘이 왜 주제넘게 선거법 얘기를 하게 됐는지부터 얘기할게. 세상사 뭐 정치랑 연결되지 않는 게 어디 있겠어? 사회란 데가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살아가고, 대립 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를 타협하고 조정하는 게 정치이니, 모든 분야의 최종 과정에는 정치가 있기 마련이지. 에너지도 마찬가지고.


지극히 당위적인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아주 구체적인 사례가 이번 선거법 개정에 관심을 갖게 했어.




영국에는 왜 녹색당 의원이 드물지?


에너지 얘기를 하다 보면 독일과 덴마크 얘기를 자주 하게 돼. 에너지 정책의 선진국이랄까 뭐, 앞으로 전환할 에너지 체제의 선봉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보여주고 있거든. 그런데 같은 유럽연합 국가이면서도 에너지 전환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차이가 있더라고. 그리고 그 차이는 녹색당과 같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등에 관심이 많은 정치 세력이 의회(정치 체제)에 진출한 정도에 따라 다르더란 말이지.


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는 녹색당 출신 후보자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거 자체가 가뭄에 콩나듯 어렵더라구. ‘헐~ 이건 뭐지? 잉글리쉬랑 프렌치는 녹색을 싫어하는 종족인겨?’

 


캐롤라인루카스_영국녹색당의원_150709.jpg

 

잉글랜드 웨일스 녹색당 출신 하원의원 캐롤라인 루카스 언냐.

2010년에 이어 또다시 650 대 1의 외로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네.

 

 

근데 그게 선거제도 때문이더라구. 소선거구 다수제냐 비례대표제냐. (소선구는 선거구의 크기에 따라 나눈 거고,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는 당선결정방식 또는 의석 배분 규칙에 따른 분류임. 그런데 소선구제는 다수제만이 적용가능하므로 같이 붙어다니는 거임.)

 

아시다시피 영국식 의회민주주의는 소선거구 다수제 방식 토대 위에 세워진 거야. 전국의 인구에 따라 여러 개의 선거구로 나누고, 각 선거구에서 다수제 결정 방식으로 지역 대표를 뽑아 전국 의회를 구성하는 방식이지. 그러니까 몇 표를 받든 1등하는 넘을 동네 대표 선수로 정하는 거야.


소선거구 다수제 선거의 장점은 선거 관리 차원에서 단순 명료하고 유권자들이 인물을 평가하기 용이하다는 점이야. 걍 1등하는 넘 고르면 되니까 선거 관리가 편하다는 이야기고, 내 선거구에서 나온 넘 중에 한 넘 고르는 거니까 인물 평가가 쉽다는 거지.


다수제에도 두 가지가 있어. 상대다수제와 절대다수제.

상대다수제는 영국이나 우리나라 지역구 국회의원 같이 득표 비율에 관계 없이 무조건 1등만 하면 당선되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유효투표의 25%를 얻고도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재수 좋은 이도 있어. 그런데 솔까말 전체도 아니고 유효투표의 4분의 1의 지지를 받았다고 대표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잖아? 투표율이 40%라면 유권자 열 명 중 1명이 지지한 거야. 또한 여럿이 나온 게 아니라 둘이 나왔다면 이 양반이 떨어질 수도 있어. 즉, 대표성에 문제가 있지.


하여 절대다수제는 이런 문제를 벗어나려는 추가 옵션이지.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는 이가 있으면 그 이를 당선시키고, 그런 이가 없으면 1, 2등을 결선 투표에 올리는 거야. 무효표가 많이 나오지 않는 한 두 명이 붙는 결선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게 마련이지. 프랑스 하원 선거는 1차에서 절대다수자자 없을 경우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2차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을 갖고 2차에서는 상대다수로 당선자를 결정한대.




대선에서 결선투표는 필수!!!

 

암튼 이런 절대다수제는 과반 미달 당선자를 배제하여 대표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결선투표제를 두어 대표성을 확보하려고 해. 우리나라와 멕시코, 필리핀, 베네수엘라 정도가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과반에 미달하는 당선자의 경우 확고한 대표성을 갖추었다고 하기엔 미흡해.

 

올랑드1차투표_120423.jpg

 

2012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사회당의 올랑드는 좌파전선 장 뤽 멜랑숑과 민주운동 프랑수아 바이루, 녹색당 에바 졸리 등과 연합하여

2차에서 승리했대.

 

 

그런데 이 소선거구 다수제는 거대 정당에 유리해. 지명도에 따라 1, 2등 하는 후보들은 대개 1, 2위 하는 정당의 후보들이기 십상이고, 따라서 당선자도 주로 1, 2위하는 정당에서 나오기 마련이지. 그래서 소선거구 다수제는 양당제를 부추기는 제도야. 2010년과 2015년 두 번의 영국 총선 결과를 보면 1, 2위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차지해. 반면 2015년에 3.8%를 득표한 녹색당은 단 1석을 얻는 데 그쳤어.



영국득표율과의석수_20102015_150709.jpg



또한 소선구 다수제는 특정 지역에서 응집표를 가진 정당에도 유리해. 북아일랜드 보수파 정당인 민주통일당은 0.6%의 낮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꾸준히 8명의 의원을 당선시키고 있어. 이번에 3위로 약진한 스코틀랜드 국민당도 대표적인 지역주의 정당이야. 소선거구 다수제가 지역주의를 강화시키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잘 드러나.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전술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야.




소수파의 정치권 진입을 보장한 비례대표제


그런데 정치 세력이 다양화 되면서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 소수파들이 정치 불안의 요인이 되자 19세기 말부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비례대표제로 갈아타기 시작해.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카톨릭 세력이, 아일랜드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세력이, 덴마크에서는 독일계 소수집단,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스웨덴계 소수집단이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이끌었대. 사회주의 정당들은 초기부터 이쪽 편이었고.


의석 결정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단일정당의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1, 2위의 정당 중에서 정책 성향에 따라 소수 정당과 손잡고 연립 정부를 구성해. 그것이 어려울 때는 1, 2위 정당이 대연정을 펼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정치 세력간의 연대 문화가 정착되고 제도화했어.


소수 정파의 의회 진출과 연립 정부 참여는 소수 정파의 정책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가 되고 구체적으로 반영되는 토대가 되었어. 덴마크에서 1980년대 초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한 거나 1990년대 독일의 적록연정(사민당+녹색당)이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하고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생태주의 정당들의 의회 진출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이렇게 소수파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비례대표제 덕분이었고.

 

헬레토르닝슈미트_덴마크사민당(2011-15).jpg

 

2011년 덴마크 최초 여성 총리가 된 헬레 토르닝 슈미트 사회민주당 당수.

24.8%를 득표하여 좌파연합정부를 이끌었으나 올 6월 선거에서 자유당이 주도한 우파연합에게 졌대.

 

 

비례대표제에서는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 때문에 차선을 택하는 울며겨자먹기를 하지 않아도 돼.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소신껏 투표하기만 하면 되거든. 정당간의 연대는 선거 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져.(물론 선거 전에 연합할 수도 있어.) 그런데 소선거구 다수제에서는 정치 세력 간에 협력을 하려면 투표 전에 선거연합을 해야만 해. 이런 선거연합은 우리 선거에서 몇 차례 보았듯이 정책연합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 나눠먹기로 귀결해. 그나마 이건 거대 정당이 유리한 협상 테이블이야. 거대 정당은 사표 방지라는 명분으로 소수정당 후보들의 양보를 밀어부쳐.

 

야권연대_120313.jpg

 

선거 전에 이렇게 모여서 손잡기가 어디 쉽나고요~ 에효~

 

 

그나마 상대다수제인 영국에서는 정당간 선거연합도 보기 어렵고, 절대다수제인 프랑스에서 더러 나타나. 지난 2012년 사회당 올랑드 대선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녹색당과 좌파전선을 끌어들여 대통령이 된 후 총선에서도 선거연합을 해서 과반을 획득해. 이때 좌파가 우세한 지역에 후보를 낼 수 있었던 녹색당이 17석을 차지함으로써 이전 선거의 3~4석에서 비해 약진했지.


하지만 선거연합이 없는 영국 총선에서 녹색당은 지난 번과 같이 단 1명의 당선자를 냈을 뿐이야. 보수당은 전체 득표율 36.9%를 얻었지만 의석수는 331석으로 과반을 넘었어. 3분의 1을 겨우 4% 넘긴 득표를 했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정책 결정을 독점할 수 있게 되었지.


그래서 영국에서도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함으로써 힘을 받기 어렵게 됐어. 지난번처럼 보수당이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선거법 개정도 탄력을 얻었을 거야. 본래 법이란 게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거나 별 이득이 없는 자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이해관계에 따라 법 조문 하나 고치는 것도 늘 힘겨루기를 해야 돼. 하물며 선거법은 법을 고치는 국회의원 자신들의 당락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제대로 고치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야.




2:1로 고치시오! – 도시 사는 헌재 영감님들 표의 등가성


지난해 10월30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서 인구편차 상하 50%(따라서 최고와 최저는 3:1)를 기준으로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그 전체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면서 인구편차기준을 상하 33.3%(최고와 최저 비율 2:1)로 제시했어. 아울러 ‘판단 이유로 보면 단순위헌결정이 원칙이나 법적 공백을 우려하여 2015년 12월31일까지 이 표의 효력을 연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고 밝혔어. 그래서 지난 7월 보궐 선거는 걍 옛 선거구로 치렀지만 내년 4월의 총선은 국회에서 개정하는 법에 따라 하게 될 거야.


헌재가 인구에 따른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선거구 조정을 요구한 건 1995년과 200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야. 1970~80년대 산업화에 따라 농촌 지역의 인구는 점점 도시로 집중했어.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면 도시는 의원 수가 늘어나고 농촌 지역의 의원 수는 줄어들게 되는데 지역 대표성 때문에 인구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지. 자연 농촌 선거구와 도시 선거구 사이에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졌어. 그러자 헌법재판소는 1995년에 기준선에서 상하 60%의 인구 상하한선을 적용하도록 판결해. 이렇게 되면 최대 인구와 최소 인구가 4:1이 돼. 이에 따라 1996년에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는 선거구당 인구가 7만5천~30만 명이 되도록 조정했어. 농촌 지역은 여러 군이 묶여서 한 선거구를 이루고 도시에서는 한 자치구에 갑을병 여러 명의 의원을 배출했지.


그러나 2001년 헌재는 상하 50%로 인구 격차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2:1을 지향하라고 재차 판결해. 그리고 13년이 지난 2014년 상하 33.3%로 조정하라는 판결을 내린 거야. 이 기준은 일본과 같아. 독일은 상하 15%(1.35:1) 이내에서 획정하되 상하 25%(1.67:1)를 초과하면 재획정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어. 미국은 상하 10%(1.22:1)가 기준이야.

 

조정대상선거구_141031.jpg

 

 


 

진일보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국회 밖 설치, 보다 중요한 건..


암튼 헌재의 판결에 따라 국회는 올 연말까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고,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어. 아직 표의 등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국회는 지난 5월 29일 그동안 국회에 두었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어. 6월 19일 이 법이 공포 시행됐고 7월19일 각계의 추천 인사 9명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됐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 밖에 설치한 것은 진일보했지만 위원 후보에 정당 추천 인사가 포함되고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위원을 선정함으로써 정치권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어. 다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한 선거구안을 국회가 임의로 수정할 수 없으며, 그러려면 국회가 이유를 밝혀 거부한 뒤 획정위원회가 수정하여 제안하도록 했어.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의 소지는 많이 줄어든 셈이지.


헌데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의원 정수와 의석 수 결정 방식이야. 헌재에서 요구한 인구상하한선 33.3%는 어떻게든 맞추겠지. 헌재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어.


첫째, 현재의 지역구(246)와 비례대표(54)의 비율 유지, 둘째, 인구 편차 조정에 따른 지역구 증가만큼 비례대표 감소, 셋째, 2:1 이상으로 비례대표를 확대.

 

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7월19일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11월13일까지 이 안을 확정해야 해. 획정위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3달밖에 안돼. 만약 국회가 획정 기준을 늦게 만들어주면 획정위의 활동은 부실해 질수밖에 없어.


비례대표의 확대를 요구하는 소수 정파의 힘이 크지 않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현재 국회의 상황으로 보건대 가장 가능성이 큰 경로는 두번째야. 기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현재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37개 선거구와 하한에 미달하는 25개 선거구를 인구 편차 기준 안으로 조정하다 보면 몇 개의 지역구 증가가 필요하고 여론에 밀려 정원 증가가 불가하니 비례대표를 줄이는 쪽으로 가게 되겠지.


이렇게 되면 인구 편차에 따른 표의 등가성은 높아지겠지만 소선구 다수제에 의한 사표는 더 늘어남으로써 표의 등가성이 훼손되는 모순이 생겨. 소선거구 다수제는 1등만을 의회에 진출시킴으로써 나머지 후보에 투표한 모든 표들은 잠재워 버리잖아. 매번 이렇게 정치적 대변자를 의회에 보내지 못한 사표가 절반에 육박해.

 

당선표사표_change2020.jpg

 

(출처: www.change2020.org)

 

이런 상황에서 소수이긴 하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결정한 비례대표의 존재는 사표의 가치를 되살리고 제도 정치권을 국민의 지지에 따라 구성하는 교두보가 되어 주었어. 특히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 이후 1인 2표제가 도입되어 비례대표는 유권자의 정당 지지도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되었지. 장기적으로 국회의 의석수 결정은 정당 득표율과 일치시켜 나가는 방향이 되어야 할 거야.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각자 발전시켜온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의회를 구성하고 있어. 그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방식이 독일식 인물본위 비례대표제야. 사실 독일식은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하므로 비례대표제이지만, 절반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로 채움으로써 소선거구제의 장점을 혼합한 방식이야. 비례대표제의 '정당 지지도 반영', 소선거구의 '인물 투표'라는 두 선거제도의 장점을 절묘하게 결합했지.


우리나라와 일본도 소선거구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했어. 하지만 의석수를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누고 지지정당투표는 비례대표 결정에만 반영함으로써 비례대표의 장점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얼치기 혼합 방식이야. 우리나라의 경우 246석은 승자독식이 적용되고 54석에만 표의 등가성이 반영되니 걍 잡탕인 셈이지. 물론 비례대표가 없는 거보다는 낫지만...


하여 매번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 왔어. 1, 2위 당이 지배하는 국회의 협상테이블에서 늘 가장 먼저 뺀찌 먹거나 맨 뒤까지 남아 회기와 함께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겪지만 말야.


이번 국회도 예외는 아냐. 지난해 10월 헌재 판결로 선거법 개정이 예고된 뒤, 지난 2월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에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해. 여기까지는 현재의 방식에서 비례대표의 수가 조금 늘어나는 정도로 볼 수 있어. 그런데 중요한 건 권역별 의석 할당 방식이야. 선관위는 각 권역별 정당 의석수를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결정하도록 제안했어. 그렇게 전체 의석 배분을 결정한 뒤 지역구 당선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거지.

 

권역별비례대표제_중앙선관위_150224.jpg

 

권역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자는 게 중요해.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에 따라 결정하는 기준의 도입은 1인 2표의 도입만큼이나 중요한 전기가 될 거야. 사표를 방지하고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거지. 이런 방식에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1:1이 되면 그게 바로 독일식 인물본위 비례대표제야.


지난 4월7일 비례대표제포럼(공동대표 최병모)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소개로 공직선거법 개정 청원을 냈어. 이 청원은 선관위와 같이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지역구 국회의원 240인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120인으로 의원 정수를 늘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정의당은 이 안을 지지하는 걸로 보여.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당론은 정해진 바 없지만 지난 6월 25일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18명의 의원이 중앙선관위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반영한 법안을 제출했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3:1로 규정하여 현재보다는 비례대표의원 수가 늘어나지만 선관위 안보다는 25명 정도 적어. 하지만 제 2당의 의원들이 이런 안을 낸 거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야.


새누리당은 이조차 받고 싶지 않은 속내를 내비치고 있어. 새누리당으로서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든지, 자신들이 유리한 지역구를 늘리는 쪽을 원하고 있어. 원체 하는 일이 없는 정권이기도 하지만 ‘밍기적거리다 현상유지하기’ 스킬을 제대로 시전하고 있는 셈이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다음달(8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과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결론을 내 제출해 달라고 지난 16일 국회에 요청했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합의를 이뤄 기준안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전달하면 선거구획정위는 내년 총선 6개월 전인 10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러니 정개특위 활동시한인 8월 31일까지라도 합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야. 결국은 시한(10월13일)에 쫓긴 획정위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인구 편차만 조정함으로써 지역구는 늘어나고 비례대표는 줄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설령 그러하다 해도 너무들 실망하지마. 사드를 배치하자고 설치는 넘이 영웅놀이하는 데 빠져 정작 중요한 제도 개혁을 방치한 우리의 업보일 테니까 말야. ㅠㅠ


암튼, 대한민국의 소수파 정당 – 정의당, 겨레자유평화통일당, 경제민주당,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공화당, 국제녹색당, 그린불교연합당, 기독민주당, 노동당, 녹색당, 대한민국당, 민주당, 새마을당, 새정치국민의당, 한나라당 – 들은 들어라! 너거들은 좀더 목소리를 높여라! 세상에 제밥그릇 걍 나눠주는 세력은 없다는 거 너네들도 잘 알잖아. 니들 밥그릇은 니들이 싸우는 만큼 갖게 될 거야.

 

 



(너무 길어 본문을 건너뛰고 여기꺼정 내려온 딴지스들을 위한 친절한 석줄 요약)

 

독일식 인물본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하는 이유


  1. 소선거구 다수제에서 승자독식으로 사라지는 절반의 사표를 살릴 수 있다.

  2. 불알 두 쪽으로 갈려 죽기살기로 싸우는 정치에서 연대하고 연합하는 정치로 발전한다.

  3. 점점 악화하는 지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상! 졸라~







에너지전환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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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이토록 거침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 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