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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21. 금요일

Athom







                   


“그녀를 위한 식탁”은


알고나 먹자 <요리 편>의 부제입니다.



지난 기사


[그녀를 위한 식탁 <1> 크리스마스 파뤼]

[그녀를 위한 식탁 <2> 닭죽과 생치침채]

[그녀를 위한 식탁 <3> Prologue, 그녀를 만나다]

[그녀를 위한 식탁 <4> 조제의 밥상]

[그녀를 위한 식탁 <5> 오해는 오해로 남겨두기]


알고나 먹자 <식재료 편> 바로가기








24살이던 해에 6살 연상이었던 ‘포항누나’와 장거리 연애를 했었다. 누나를 만나기 전후로 인생은 꼬일 만큼 꼬였었는데, 사귀던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가 좋다며 떠나고, 철없이 3000만 원 보증 섰다가 덤터기 쓰고(보증설 당시 공익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증을 설 수 있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집안에도 위기가 닥쳐 다니던 대학도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자살충동 3박자를 두루 갖춘(사실 뭐, 자살까지 생각할 일도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하늘이 노랗고 막막하기만 했었다) 이 시기에 벼랑으로 뛰어들지 않고 여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분명 포항누나였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주에서 포항은 아뜩한 거리다. 지금은 대구 포항 간 고속도로가 뚫려 4시간쯤 걸릴 테지만 당시에는 경주를 경유해서 포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버스로 5시간이 걸렸다. 버스도 하루에 세 대밖에 없어서 아침에 출발하면 오후에 만날 수 있었고, 다음 날 이른 오후가 되면 막차를 타야만 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짧아 언제나 아쉽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나서는 것이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포항에 가고 누나가 전주로 오는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갈 때는 가는 길이 설레고 누나가 오는 날은 오기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이렇게 좋아서 그 먼 길 마다 않고 찾아갔었지만 공교롭게도 누나만 만나면 잠이 쏟아졌다. 바닷가를 걷다가도 졸렸고 영화를 보다가도 졸렸고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졸렸다. 정말 미친 듯이 잠이 쏟아졌다. 극장에서 코를 골며 자고, 공원벤치에서 누나의 무릎을 베고 한 시간도 넘게 잠이 들고, 바닷가에 앉아 어깨를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누나는 아무런 추궁도 타박도 서운해 함도 없었다. 그저 자게 내버려뒀고 일어나면 밥을 먹이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도록 배려해 주었다.


회자정리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누나와 헤어진 후 학교를 중퇴하고 3천만 원은 꼽새짐으로 올라앉아 식당과 노가다판을 전전했지만 누나와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버텨낼 수 있었다. 누나는 나와 헤어지며 이런 말을 전했었다.


“인생은 한 번의 좋았던 기억으로도 살아진다더라. 나는 살아질 것 같은데... 너도 살아내길 바란다.”


받아봐야 줄 수 있고 주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아야만 내 것을 내어줄 때 어떤 마음으로 주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포항누나에게 배려란 무엇이고 연애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배운 만큼 누나에게 돌려주지 못해 언제나 아쉽고 미안하지만, 누나에게 받은 만큼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연애는 축적된 경험의 긍정적 실현임이 분명하다.


그녀와 나는 밥을 먹고 자고, 영화를 보고 자고, 음악을 듣다 자고,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고, 섹스를 하다 잠이 든다. 그녀는 우리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일반적인 남녀가 만나서 데이트 하고 연애를 시작하는 방식으로는 당신과 엮이지 않았을 거에요. 사람을 탐색하고 합을 시도하고 관찰하고... 이런 거 할 기력도 없고, 의욕도 없고. 당신의 부엌이 있고, 편하게 뒹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당신이 내주는 밥상에서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지요. 수많은 말과 편지보다 당신은 밥상으로 더 많은 얘기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전 당신의 밥상 언어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이구요.”


쉼.


대부분의 연애질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이지만 그와 그녀를 만나는 시간이 휴식이 되고 에너지를 얻게 되는 연애도 불화산처럼 타오르는 연애질만큼이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번에 벙커에서 ‘지방남’과 ‘서울녀’의 미팅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었다. 매일 만나 이렇게 늘어지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가끔 만나는 장거리연애는 충전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는 바이다!!


그녀와 난 ‘거나한’ 아침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함께 하고자 하는 일들을 머릿속에 리스트로 만들어도 보지만 알몸으로 꼭 껴안고 잠드는 것만큼 즐겁고 편안한 일은 없다. 매번 그렇지만 대부분의 계획은 보드라운 살결에 녹아 사라진다. 잠이 들면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고, 배가 고파 눈이 떠지면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고, 머리를 감으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 준다. 샤워를 하고 서로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고 손톱을 잘라주고 아픈 허리와 어깨를 주물러 준다. 배려란 그 정도다.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내 몸을 조금 더 움직여주는 정도가 배려라고 배웠다. 내가 배고프면 그녀도 배고프겠구나 생각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이러한 배려는 어렵지도 않지만 결코 쉽지도 않다.


늦은 아침을 먹고 잠이 들었다 깨어난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다. 그녀는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반 쯤 뜨고 그녀에게 말했다.



“잘 잤어요? 언제 일어났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웃어보였다.



“조금 전에 일어났어요. 잘 잤어요?”


“응. 배 안고파요?”


“ㅋㅋㅋ 아직요.”


“두부 좋아해요?”


“응. 두부... 좋아해요.”


“두부 만들어 줄까요?”


“큭, 두부도 만들어 먹어요??”


“ㅋㅋ, 평소에 만들어 먹고 살지는 않는데 콩이 있어서 만들어 줄까 하는 거에요.”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엄마가 만들어주던 두부였어요. 두부라면 만들어주세요.”


“그럼 새참으로 두부 만들어 먹읍시다.”






두부


불린콩 - 500g

물 - 불린콩의 3배

간수(두부응고제) - 6~7g 혹은 염초(소금 2T 식초 3T 물 1C)

들기름 - 1T(소포제)


불린 콩을 불량의 물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아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들기름을 넣고 휘휘 저어가며 거품을 제거한다. 불을 약하게 줄이고 15분간 더 끓여준다. 체에 면포를 대고 끓인 콩물을 부어준다. 콩비지만 남을 때까지 꾹꾹 눌러 국물을 짜낸다. 내려진 콩국에 간수를 넣고 한두 번만 휘 저어준 뒤 10분 정도 기다려 콩국이 순두부가 되기를 기다린다. 두부틀에 면포를 대고 순두부를 부어 물기를 빼낸다. 틀에 무거운 것을 올려 두부를 굳힌다. 굳은 두부를 깨끗한 물에 넣고 간수가 빠지길 기다린다.


두부만들기.jpg


뱀발


두부를 만드는 콩물은 반드시 생콩을 간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콩을 삶아 간 것으로 두부를 만들면? 응고가 되지 않는다. 다시 정리하자면 생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야지 삶아진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면 응고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 봐서 알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이유는 모른다. 그냥 짠 두유가 된다. 콩의 사용량을 줄이고 더 많은 두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잔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버리고 말았다.


두부를 만드는 콩을 갈 때는 믹서기보다 녹즙기나 맷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콩이 두부가 되기 위해서는 '으깨져야' 하는데 믹서기의 근본 원리는 '컷팅'이다. 아무리 곱게 갈리는 믹서기를 사용하더라도 으깨는 것이 아니라 컷팅이 되기 때문에 면포를 통과하지 못하는 알갱이가 생긴다. 따라서 믹서기로 갈아서 두부를 만들면 두부의 양은 적고 콩비지의 양은 많다. 우리집엔 녹즙기도 없고 맷돌도 없어서 믹서기를 사용했다. 실한 어처구니가 달린 맷돌 하나 장만해야 하려나... 글구, 믹서기에 콩을 갈면 끓이기 전부터 거품이 올라와 있다. 생콩상태에서 믹서기를 돌려 사포닌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믹서기는 여러모로 두부와 어울리지 않는 도구이다. 절구나 확독이 있었음에도 맷돌을 만들어 사용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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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생콩죽을 면포에 걸러 내린 콩물을 끓이고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드는 방법과 생콩죽을 끓여 면포에 걸러 내린 콩물에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드는 방법이다.


생콩죽 - 면포에 거르기 - 내린 콩물을 끓이기 - 간수 부어 응고시키기

생콩죽 - 끓이기 - 면포에 끓인 콩죽 거르기 - 내린 콩물에 간수 부어 응고시키기


맛은 생콩죽을 걸러 만드는 앞의 방법이 훨씬 좋지만 두부 양이 너무 적다. 콩죽을 끓여 걸러내는 뒤의 방법은 양은 월등히 많지만 맛은 앞의 방법으로 만든 두부보다 덜하다. 이유는 끓이는 시간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앞의 방법은 걸러진 콩물만 끓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끓여 두부를 만들 수 있지만 뒤의 방법은 비지까지 모두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끓이는 시간이 어떤 영향을 미쳐 맛을 변화시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맛의 차이는 분명하다. 우리가 만든 방법은 두 번째 방법이었다.


콩물을 솥에 올리고 끓일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깐 한 눈 팔면 사진처럼 콩물이 넘친다. 우린 잠깐 뽀뽀했을 뿐인데 음... 그랬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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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끓는다 싶으면 들기름을 넣는데 들기름은 거품을 제거하는 소포제역할을 한다. <알고나 먹자, 콩 편>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소포제로 장난치는 두부제조 업체들이 있다. 미강유도 소포제로 가능하지만 들기름을 이용하면 고소하고 건강에도 좋다.


두부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성분은 염화마그네슘이다. 염화마그네슘은 바닷물에도 들어 있고 지금 막 염전에서 건져 올린 소금에도 들어 있고 소금에서 빠져나온 간수에 가장 많이 들어있지만 간수가 빠진 소금에는 별로 없다. 따라서 간수가 빠진 묵은 소금으로는 두부를 만들 수 없다. 집에 묵은 소금만 있고 간수나 바닷물이 없을 때는 염초를 만들어 사용한다.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식초가 대신해 주는 것인데 염초로 만든 두부는 약간은 시큼한 맛을 낸다. 우리 집에는 간수도 없다. 그래서 소금과 식초, 레몬즙을 혼합해 염초를 만들어 사용했다. 사실 염초가 염화마그네슘 간수보다 건강에는 좋다. 염화마그네슘은 쓴 맛을 내고 간에도 좋지 않다. 두부를 만들어 깨끗한 물에 담가두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각 잡으려고 물에 담가두는 것이 아니라 염화마그네슘성분을 빼내기 위해 물에 담가두는 것이다. 염초나 바닷물로 만든 두부는 뜨끈뜨끈 할 때 바로 먹어도 좋지만 염화마그네슘이 들어간 응고제를 사용한 두부는 2~3시간 물에 담가뒀다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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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를 만들 때는 바닷물이 가장 좋다. 염분도 적당하고 염화마그네슘도 적당히 들어있어 부드러운 두부가 나온다. 염초로 만든 순두부라고 못 먹는 것은 아닌데 조금 시큼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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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간장 올려서 맛있게 먹었다. ㅎㅎㅎ



단단한 두부를 만들고자 한다면 간수나 염초의 양을 늘리는 방법이 있고 물을 짤 때 압력을 세게 가해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중에는 두부 만드는 도구와 재료를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나처럼 지지리 궁상을 떨며 플라스틱 소쿠리 위에 묵직한 간장게장통을 올려가며 난리 피우지 않아도 편리하게 모냥나는 두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나도 이거 하나 장만할 생각이다. 궁상도 궁상이지만 가다가 안 나와서 이거... 두부가 각이 잡혀야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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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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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았으니 치즈 만드는 방법도 알아보자.


두부와 치즈는 배다른 쌍둥이다. 도플갱어!! 러브러브러브레터. 오 갱끼 데스까~ 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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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우유 - 1.8L

식초 또는 레몬즙 - 3T

소금 - 1T


식초에 소금을 녹인다. 우유와 염초를 섞어 솥에 넣고 약한불에 10~15분가량 뭉근하게 끓인다. 우유가 적당히 응고된 것이 확인되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고 5분간 기다린다. 면포를 대고 부어 물기를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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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빨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 비하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식은 죽 먹기다. 치즈가 어려운 것은 숙성과정이지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치즈 정도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 무리가 없으니 시도해 보시라. 조금 짭짤한 치즈를 원하면 레시피보다 소금의 양을 늘리면 된다. 레시피대로 소금 한 스푼을 넣으면 심심한 치즈가 된다.


치즈도 두부와 마찬가지로 강도를 조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식초의 양을 늘리거나 물기를 빼 낼 때 압력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인데 압력을 덜 준다고 순두부처럼 크림치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크림치즈를 만들 때는 생크림을 함께 넣어주어야 한다. 크림치즈가 부드러운 이유는 지방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유 1.8L에 생크림 500ml를 함께 넣고 같은 방법으로 치즈를 만들면 크림치즈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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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걸러내고 남은 물은 매우 훌륭한 육수다. 말하자면 우유육수(?)라고 말할 수 있다. 스튜나 스프, 파스타의 맛을 살리기에 매우 좋고 진한 맛을 내는 고기요리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버리지 말고 이런 저런 요리에 사용해 보도록 하자.


이번에 만든 치즈는 매우 단단했다. 레몬쥬스를 이용했는데 산도가 상당히 높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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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완도여행을 갈 때 만든 샌드위치에도 넣어 먹고 그녀가 돌아간 후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모아 샐러드를 만들 때 함께 넣어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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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몸통과 치즈와 햄과 뭐 등등 샐러드



치즈까지 왔으니 ‘인셉션’을 시도해 볼까? 꿈에서 또 다른 꿈으로. 두부에서 치즈로, 치즈에서 다시 묵으로. 묵 만들기는 무척 쉽다. 묵이 될 수 있는 녹말가루와 소금과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도토리가루 1C

물 5C

소금 1t


물 5컵에 도토리가루 1컵을 넣고 잘 풀어준 뒤 약한 불에서 잘 저어준다. 10분정도 저어준 뒤 불을 끄고 틀에 담아 식힌다.


묵만들기.jpg



뱀빨


도토리가루와 물의 비율을 1:4로 하면 단단한 묵이 되고 평범한 강도의 묵을 원한다면 1:5의 비율로 만드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묵은 1:6 혹은 1:7의 비율로 만들지 않았을까 의심해 본다. 묵은 젓가락 위에서도 낭창낭창해야 하는데 가루의 비율이 낮은 묵은 젓가락 위에서 툭툭 부러진다.


먹고 남은 묵은 말려두었다가 다시 물에 불려 볶아먹어도 맛있고 밥을 지을 때 얹어 먹어도 맛있다. 예전에는 시장에 묵말랭이가 그리 흔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시장에 많이 나온다. 묵말랭이로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묵은 당면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딱딱한 묵을 물에 불려 데친 뒤 당면을 대신해 잡채로 만들어도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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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10월에 두부를 만들며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서 최근에 그녀가 왔을 때 함께 두부와 치즈를 만들어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음식을 미리 준비해 상에 차려주는 것보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간을 보고 상을 차리고 나눠먹는 과정이 더욱 즐겁게 느껴졌다. 두부에 염초를 너무 많이 넣어 조금 짜기도 했지만 짜면 짠대로 맛있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시중에 나가면 매우 훌륭하고 맛이 좋은 수제 두부들이 즐비하지만 둘이 함께 만들어 먹었던 두부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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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집에 찾아오는 그녀가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힘을 얻어 돌아가길 바란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삶을 살아내길 바라며 돌아가는 길을 배웅한다. 우린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헤어진 후에 좋았던 기억 하나가 더해지면 고단한 삶이 그만큼 수월해 질 거라 믿는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이다. 준비된 내일의 삶도 나름의 이유로 고단하기 마련일 테니 보험료 내느라 등골 빼지 말고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겁게 보내시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끝나갈 무렵 제니바의 집에 모인 쥐, 모기, 가오나시, 제니바가 힘을 모아 센에게 선물할 머리끈을 만든다. 그 휘황찬란한 마법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보화를 센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제니바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함께한 노력으로 만들어낸 작은머리끈만이 마법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로 돌아간 센을 지켜줄 수 있음을 제니바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진심과 즐거운 노력을 담아 함께 만들어 먹은 두부가 치히로의 머리끈처럼 ‘가난한 도시’에서 그녀를 지켜주길 바래본다.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