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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21. 금요일

독투불패 아직은투아웃









모텔 한 곳 추천합니다


여수를 가끔 갑니다. 고향입니다. 비록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와 지금껏 40년 가까이 살고 있으니 별다른 추억이나 친구조차 없는 고향이지만 낙향하신 부모님들 때문에라도 명절을 포함하면 1년에 열 번 가까이는 여수를 찾습니다.


여수 가는 길, 많이 좋아졌습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이용한 뒤, 완주-순천 고속도로로 갈아타서 서순천*동광양 IC로 나가서 순천-여수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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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열렸던 세계엑스포가 계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새로 만들어진 완주-순천 고속도로(편집부 주 : 전주 바로 옆이 완주)는 서울-여수의 이동 소요 시간을 기존의 도로보다 한 시간 가까이 줄여주었습니다. 느긋하게 가도 다섯 시간이면 갑니다. 물론 그래도 멀기는 멉니다. 통행료도 무려 20,200원입니다.


아무튼 감지덕집니다. 예전에는 서둘러 밟아야 다섯 시간 언저리, 휴게소 한두 번 들르면 여섯 시간이 쉽게 걸렸던 길이었습니다.(톨게이트 기준이 아닌 서울집-시골집 기준입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겠지만 장거리에서 한 시간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적게 잡아도 백 번은 넘게 다녔을 이 길의 코스에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는 명절의 교통 체증을 피하려 탐색을 시작한 길이었으나 다니다 보니 의외로 만족도가 높아 이제는 평상시에도 늘 다니는 길이고 주변 분들에게도 자주 권하는 길입니다. 혹시 근처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이 있을지 몰라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쉽게 얘기해 천안-논산 구간을 국도로 이용하는 길입니다. 정말 쉽습니다. 천안IC에서 빠져나온 후 대전 이정표를 방향 삼아 지겨울 정도로 직진만 계속하는 길입니다. 1번과 23번 국도가 번갈아가며 함께 달리는 이 길 자체가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거의 같은 코스입니다. 공주와 논산 이정표를 따라 그냥 앞만 보고 달리면 됩니다.(반대 방향은 천안 이정표) 계속 달리다 보면 논산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논산에 다다르면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직진합니다. 얼마 후 그 유명한 논산 육군 훈련소 정문 앞을 지나게 됩니다. 옛날 생각 한 번 슬쩍 한 후 또 그냥 달리면 됩니다. 여기를 지날 때면 이제 6학년이 된 아들 녀석의 얼굴을 꼭 한 번씩 쳐다보게 되더군요. 슬픈 눈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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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고프다면 논산훈련소 주변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피자, 치킨, 불고기 등의 입대 장정들이 최후의 한 끼로 먹고 싶어 할 여러 음식들이 저마다의 간판에서 호객의 춤을 춥니다. 짜장면도 물론 있지요. 참고로 훈련소 정문 주변에는 두 개의 중국집이 찻길을 마주하고 서 있습니다. 얼마전 그 중 한 곳에서 우리 가족은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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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장정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정말 놀랍도록 맛이 없더군요. 단언컨대 짜파게티를 조금만 공들여 끓여도 그보다는 나을 겁니다. 제 말이 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중국집은 정말이지, 군대를 또 가야 하는 정도의 위기상황이라면 모를까 두 번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아무튼.


육군 훈련소를 지나고 잠시 후 육군 부사관학교를 지나면 논산을 등지고 여산과 익산을 지나게 됩니다. 곧이어 전주 외곽을 지나는 자동차전용도로가 나옵니다. 계속 직진입니다. 그렇게 전주를 지나고 나면 임실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임실IC를 통해 완주-순천 고속도로를 올라타서 원래의 코스로 진입하면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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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천안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임실까지 약 150km 정도의 구간을 저는 국도를 이용해 다닙니다. 평상시에도 주로 그런 편입니다. 거리는 큰 차이가 없고 시간은 고속도로에 비해 30분 정도 더 걸리는 듯합니다. , 시간은 조금 더 걸립니다. 하지만 이 길에는 단점보다 더 큰 세 가지 정도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만 원 조금 넘는 통행료가 절약됩니다. 왕복이면 이만 천 원쯤? , 적은 돈은 아니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지루하지 않아 좋습니다. 쌩쌩거리는 냉정한 소음 가득한 고속도로를 눈 부릅뜨고 집중해 달리다가, 두어 시간 정도 평화롭고 널널한 국도를 지나면서, 마을도 보고 논밭도 보면 그래도 마음이 좀 풀어집니다. 서울 시내는 물론 고속도로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참 편안하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내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면허를 취득한 아내를 보면 이 나라의 자동차와 도로교통 관련 행정이 얼마나 대책 없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막가파 식인지 단번에 알게 됩니다. 도대체가 저런(?) 어설픈 사람들에게 운전면허증을 거침없이 내주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대범함과 무모한 용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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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운전 실력? 기가 막힙니다. 말 그대롭니다. 조수석에 앉아 쳐다보고 있자면 기가 턱 막힙니다. 아줌마 운전의 로망이라는 마트 장보기는커녕 슈퍼 가서 우유 한 통 사오기조차 꿈도 못 꾸는 실력입니다. 아내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가 무서워 오른쪽의 차나 벽을 들이받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답답해서 빵빵거리면 무서워서 차를 세워놓고 집에 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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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닙니다. 차선 변경을 하려면 뒤를 잘 보라고 했더니 달리는 차 안 운전석에서 상체를 아예 뒤로 돌려 우리 차가 지나온 길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방향을 잃은 우리 차는 반대 차선을 향해 달려가고요. , 제 아내가 그렇다는 얘깁니다. 죽을 고비 여러 번 넘겼습니다. 사고로 죽는 것보다 열 받아 죽을 고비가 더 많았겠지요. 서울에서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탈 때면 저도 아내도둘 다 몹시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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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에 얘기한 천안에서 임실까지의 구간은 아내의 운전을 위한 길입니다. 아내는 적어도 그 길에서만큼은 구박받고 주눅이 든 서울의 겁쟁이 초짜 운전사가 아닙니다. 시내 도로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시속 15km를 꾸준히 유지하며, 주변 차량들의 속 터지는 클랙슨을 유발하는 극단적 안전운전자가 결코 아닙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자리를 바꿔 운전석에 앉으면 긴장하고 떨면서 안전띠를 조여 매고 조심스레 액셀을 밟는 것도 잠시, 아내가 운전하는 차는 잠시 후면 80km를 훌쩍 넘어 달립니다. 놀랍습니다. 서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기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계기판을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드물게는 100km를 밟아 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앞의 차를 추월하는 간 복부 탈출증의 극단적 운전 신공을 선보이는 경우도 적잖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숨은 멎은 채 눈만 크게 떠질 뿐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추월을 하는 전후의 과정이 하도 어처구니없는 가관이라 말문이 막히지만 자기 딴에는 어땠냐는 듯 또 잘 봤냐는 듯 그때마다 어깨를 으쓱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격려 대신 뒤늦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주지만 제 입가에 절로 웃음이 머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아내가 운전을 잘해서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니지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아내의 모습이 저는 보기 좋아서 그렇습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거든요. 또 이유가 무엇이든 아내의 웃는 모습은 저처럼 얹혀사는 경처가 남편의 입장에서는 당분간의 안전과 평화와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마눌에게 혼나지 않고 넘어 가겠구나뭐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설마 웃다가 사람을 때리지는 않겠지요. 그쵸? 이래저래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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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울로 돌아가면 아내는 또다시 예전의 그 겁쟁이 왕초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아내가 그 구간을 다니는 약 두 시간 동안만큼은 운전을 퍽이나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듯 해 저도 즐겁습니다. 그렇게 아내에게 즐거운 운전의 시간을 주기 위해 또 저도 그날 하루만큼은 조금 편해지기에, 언젠가부터 엄마에게 갈 때면 늘 그 길을 지나서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그 길이 알고 싶다류의 길 안내 글도 아니고, ‘울 마누라 운전 쪼매 한다류의 같잖은 염장 글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글은 육두의 정신에 충실히 부합하는 글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짭니다. 눈 크게 뜨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께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모텔을 추천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길에 놓인, 즉 논산과 익산 사이에 위치한 곳입니다행정구역상의 주소는 전북 익산시 OO면 OO로 $$$$-$라고 하네요. 호남고속도로의 여산휴게소 근처라고 생각하시면 위치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겁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와 육군 부사관학교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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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의 주변 환경은 더할 수 없이 쾌적하고 조용하다 못해 괴기스러울 지경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주변의 논밭과 야산에서는 작은 인기척조차 느끼기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의 감시나 사진 촬영으로부터도 수도권 모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이 모텔의 큰 장점이라 하겠습니다.(서울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기름값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모텔 앞의 1번 국도가 갈라지는 삼거리 근처에는 유명한 왕궁저수지라는 곳이 있어 마치 호반의 휴양지에라도 온 듯한 착각마저도 불러일으키기 십상입니다. 새벽이면 피어오르는 저수지의 물안개는 열심히 노력해 가며 빠져들다 보면(그럴 수 있다면)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살짝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모텔을 찾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어떠한 형태의 육체적 부대낌과 거시기한 행위도 질펀하게 치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 댄 논에서 밤새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짝짓기송 합창. 건너편 산기슭에서 들려오는 호랑이의 울음과 이에 쫓기던 고라니가 숨어 있던 하이에나에게 잡아먹히는 비명소리에, 교미를 위해 밤새도록 부르는 방울뱀의 노랫소리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 외에 들려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간간이 모텔 앞의 국도를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뿐.


객실 내부는 제가 뭐라 말하기가 힘드네요. 각자의 성적 취향(?)과 연륜의 정도에 따라 채찍이나 가죽옷, 양초와 딜도 등을 준비하셔서 직접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남녀가 뒤섞인 홀수 인원의 입장도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쓰리썸 류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당당히 입장하시라.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월풀 욕조랑 욕실 투명유리, 러브체어, 29인치 더블 PC, 전동의자, 50인치 TVVOD, 6시간 무한대실, 파워콘돔 호텔365 회원 할인, 컵라면과 간식바구니 등...


...은 기대하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거기 서울 아닙니다.

 



마지막 한 가지 당부의 말씀. 부부는 가지 마시라. 연인도 가지 마시라. 뭔가 쫌 특별한 분들이 가시라. 남북 이산가족이나 이혼한 부부나 암튼 뭔가를 극복해야 하고 넘어서야 하는 분들만 가시라. 그것만이 이 모텔의 설립 취지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것일 터. 갔다면 열심히 넘어보시라. 분명히 얘기하지만 산 넘어아닙니다. ‘선 너머도 아닙니다. 부지런히 넘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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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필자가 모텔서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딴지스들에게

전하고픈 마음, 십분 아니, 삼십분 동안 무릎꿇고

경건히 이해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싶은 심정이나


특정 업소의 홍보로 비춰질까 심히 염려되어

편집부는 주말에도 출근해 난상토론을 벌였습니다.


1박 2일의 토론 결과 눈물을 머금고 모텔의 위치나 이름을

명시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 하였습니다.


이에, 집을 떠나서도 명랑사회를 이룩코저 하는 모든 딴지스들에게

본지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정말 궁금하신 분덜께서는 글쓴이에게 직접 쪽지로

모텔의 위치를 알려달라 떼를 써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 입니다.


꾸벅.






독투불패 아직은투아웃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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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방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