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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01. 화요일

멀더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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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일기 #14 -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시나리오 긴급 입수]










최근 <어벤져스2>의 일부가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하게 되면서, 그 전편인 <어벤져스1>과 <캡틴 아메리카>까지 봐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무슨 행사를 하든 기본으로 따라 나오는 '경제 효과 분석'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난 19일에 어벤져스2의 서울경기지역 로케이션 촬영의 경제 효과가 연간 1,234억 원이라는, 어쩌면 누구네집 현관 비밀번호일지도 모르는 그런 경제 효과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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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여기에 비해, "이투데이"에서는 마포대교 촬영으로 2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벤져스2 마포대교 촬영] 경제 효과 얼마인가 보니...> 링크


그것도 “...2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라며, 정부 관계자에 대한 취재 결과인 것처럼 표현하였다. 게다가 끝부분에서는 “어벤져스2 마포대교 촬영에 이날 일대 편의점과 카페에는 인파가 몰려들었다”라고 하여, 경제 효과가 당장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 표현도 있어, 보는 이들을 아니, 나를 졸라 혼란스럽게 즐겁게 만들었다.


"아니, 전체가 1,234억인데 마포대교에서만 2조라면, 앞으로의 촬영은 모두 경제 효과가 마이너스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어벤져스 이 새끼들을 당장 쫓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2010년 G20의 경우를 기억해 보자. 기껏 상위 20개국 정도에서나 관심이 있을 만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450조의 경제 효과에 취업유발효과가 242만 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미디어 오늘 : "경제 효과 450조에 취업유발 효과가 242만 명"> 링크


그런데, 무려 <어벤져스2>라면, 전 세계 228개 국가 전체가 이 영화를 보고 IT강국 대한민국을 부러워하며 한국 제품이라면 막 줄을 서서라도 사고 싶어지게 되는 그 정도의 홍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중국을 통해 북한의 암시장에서 유통된 <어벤져스2>에서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본 북한 주민들이 ‘아, 그동안 김정은에게 우리가 속았구나’ 하면서 북한 사회 내부에서 혁명이 일어나, 그 결과,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군은 애국보수 어르신들과 북진하여 태극기를 꽂아 통일대박‘’의 꿈을 이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면, 이번 어벤져스 촬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효과까지 감안한 경제 효과는 G20의 10배쯤인 5천조의 경제 효과에 2천 5백만 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이 마빡이 된다면, 어벤져스2의 경제 효과를 가장 크게 예상한 곳은 딴지일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뭐 어때 ㅆㅂ 뭐가 됐든 1등 한번 해보는 거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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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 효과는 아예 뺐다. 니들 천만다행인 줄 알아.



1. 마포대교


현재 한강에는 서울·경기 지역을 합쳐서 31개 정도의 교량이 있는데, 마포대교는 1970년에 다섯 번째로 한강에 건설된 교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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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야경, 출처



마포대교는 원래 왕복 6차선이었는데, 교통량 증가에 따라 하류 측에 신마포대교를 준공(2000년)한 후 70년도 준공된 교량을 철거하고 재설치해 2005년에 왕복 10차선으로 최종 개통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강에 설치된 교량은 그 위치에 따라 약450m~2.5km정도가 되는데, 절반 이상이 1km가 넘는 대형 교량이다. 외국을 좀 다녀본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세계지리 시간에 자주 들었던 유명한 하천들, 예컨대 프랑스의 센강, 독일의 라인강, 아프리카의 나일강 등에 비해 한강은 하천의 폭이 비교적 크다.(물론, 아마존강 하류 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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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인데, 별로 안쎄. 소리지르면 건너편에서 들릴 정도.



여기에, 매우 높은 인구밀도와 그로 인한 교통량 증가로 인해 한강의 교량들은 대부분 넓은 교량폭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Golden Gate Bridge)는 왕복 6차로,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는 왕복 8차로(열차 빼고) 정도니까. 나라별로 차선 폭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으나, 왕복 10차로인 마포대교는 비교적 폭이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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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게이트, 아니 골든 게이트 브릿지.(가카, 미안~쫄았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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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 브릿지



따라서, 이 정도 규모의 교량이라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교량 격투장면을 찍을 만한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교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규모 교통량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차단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촬영을 허가해주는 곳을 영화사측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을까?


예를 들어 "영화를 찍어야 하니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차단해주시오"라든가, "하버브릿지를 반나절만 차단해주시오"라고 샌프란시스코나 시드니에 요청했을 때, "아이구야, 우리 동네까지 와서 영화를 다 찍어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게다가 우린 당신들이 쓰는 금액의 30%를 지원하는 제도도 있답니다. 시민들의 접근쯤이야 걱정하지 마시고."라고 나서는 도시가 과연 있었을까? (뭐, 꼭 서울시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ㅋ)



2. 퐁네프의 연인들


1991년도에 제작된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 / The Lovers on the Bridge)>이라는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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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내용은 그냥 그래. 난 재밌게 봤는데 남들은 별로였는지, 흥행은 잘 안 된, 그런 프랑스 영화다. (시간이 되면 한 번씩들 보시고.)


이 영화 감독이 레오스 꺄락스라고 당시에도 좀 유명했던, 나도 알 정도로 유명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레오 까락스, 레오스 까락스, 레오 까라, 까라면 까라. 아오 ㅆㅂ 됐고, 그냥 레오스 꺄락스로.)


어쨌거나, 이 영화를 파리의 센강에 있는 퐁네프 다리에서 찍겠다고 했는데, 파리시에서는 그 다리가 ‘파리에서 가장 번화한 다리’라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고 감독은 곧 죽어도 꼭 거기서 찍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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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선 정도의 '어마어마한 교통량'을 보이는 '번화한' 퐁네프 다리



그래서 그 동네 영화인들이 연대 서명도 하고 감독도 고집부리고 해서, 한시적으로나마 촬영 허가가 났는데 남자주인공이 부상을 당해 촬영이 연기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촬영 허가 기한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퐁네프에서 영화를 다 찍기는 틀렸고 결국, 센강과 비슷한 프랑스 남부 지역 어딘가를 찾아 퐁네프 다리 주변과 똑같이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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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처먹는 하마, 주변이 저게 다 그림이었다니.



원래, 레오스 꺄락스의 이전 영화들은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영화는 아니었고 이 영화도 출발은 그러했는데, 퐁네프 다리를 똑같이 만들고, 주변에 있는 백화점 등 모두를 세트로 만들어서 촬영하다 보니(그냥 딱 느낌상으로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걸.) 그 세트장 제작 비용과 촬영기간으로 인해 제작사는 파산했다.


그로 인해, 영화가 중단될 위기가 오자 영화를 꼭 완성시켜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정부가 나서서 제작자를 알아보고 다니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결국, 어떤 호구 같은 제작자의 도움으로 결국 영화는 완성이 되었는데 당시, 듣기로는 영화도 흥행 성적이 그냥 그래서 그냥 모두가 다 시원하게 망했던 걸로 기억한다.(하여간, 감독새끼 고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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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신난다. 우린 망했어. 우하하하 폭망했다구.우화하하.



아니, 예술을 사랑한다는 프랑스에서 예술 영화를 찍겠다는데, 그깟 왕복 2차로 밖에 안되는 다리 하나 촬영 허가를 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게다가,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그 다리에서 영화를 찍는 것만으로도 발생하게 될 수십 조의 유·무형의 경제 효과와 수백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날려버리다니.


이런 멍충이들은 우리같은 위대한 한국인들이 한불합방조약을 통해 한 35년쯤 식민통치를 한다면, 유럽 근대화의 기반을 다질 수도 있을 것만 같지만, 일단 좀 멀어서 참기로 하고...


어쨌든 이런 나라가 독일과 함께 유럽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3. 죽이는 이야기


어쨌거나, 한국은 어벤져스2의 촬영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그로 인해 촬영 이전부터 트위터에서는 한참동안 여러가지 패러디들이 나와 돌아다녔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인 3월 30일에 마포대교에서 첫 촬영이 있었던 모양이다. 현장에서는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백여 명의 경호원들이 구경나온 아이들에게 "이럴 시간에 집에 가서 예능프로그램이나 봐라"라며 접근을 통제했고, 마포대교 쪽으로 카메라를 들면 안된다는 수준의 통제를 했다고 한다.(그 카메라에는 아마도 교통 상황을 감시하는 CCTV도 포함이 됐었나보다.)


<오마이뉴스 : 배우도 안 보이고 사진도 못 찍고... "괜히 왔다"> 링크

<한국경제 : '어벤져스2' 마포대교 CCTV 생중계 당혹…결국 방향 돌려> 링크


그 전부터 현장을 찍어서 올리면 저작권 침해니 뭐니 하며, 시민입장에서 불쾌한 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긴 했지만 아마도 현장 풍경은 생각보다 더 지랄맞았을 것 같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어벤져스2가 트위터에서는 이미 시민들의 마음을 '블록'단위로 '버스트'해버린 느낌.


외국의 누군가가 여기까지 와서 영화를 찍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그걸로 경제 효과가 얼마나 생긴다거나 또는 실체도 불분명한 국격이 올라간다거나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다.(영화 촬영장소가 되는 걸로 몇 조씩 경제 효과가 생기고 국격도 막 올라가고 그런다면 그동안 북한을 배경으로 영화찍은 새끼들은 북한을 이롭게 했을 테니 죄다 종북이냐?)


그런데 호들갑질도 갑질인지, 그런 걸로 호들갑 떠는 유사언론들을 보면 '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으로 보여서, 난 문화시민으로서 너무 촌스럽고 좀 안쓰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걔네들한테 편의를 봐주는 정도는 그럴 수 있겠지만, 뭐가 그리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우리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는데 그들이 먼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것까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나.


그렇게 걔네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퍼주기'를 한다면 아마도, 그들이 회식한다고 술먹고 사고친 후에 미군부대로 도망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냥 놔둘 것 같은 느낌이다.



1997년에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라는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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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저렴해 보이지만 출연한 배우들이나 내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냥, 97년은 다 저랬다고 이해하자.



그 영화의 도입부 2분 정도가 지금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데.(사실, 여기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있다.)


어느 동네에서 영화를 촬영하는데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구경한다. 그런데 촬영 스태프가 주민들을 통제하면서 반말을 하고 기분 나쁘게 하다가 주민들과 싸우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죽이는 이야기 도입부 영상



이 부분은 직접 봐야 하는데, 굳이 요약하자면



어린이들 : 이야, 영화찍는다.


촬영스탭 : 애들은 가라.


주민들 : 와글와글...


촬영스탭 : 좀 조용히 좀 해주세요.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주민1 : 협조할 테니까 우리도 좀 보자.


촬영스탭 : 그래, 봐 임마.


주민2 : 여배우가 누구냐. 이 동네에서 영화 찍으면 어른들한테 인사를 올려야지. 허허.


촬영스탭 :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주세요.


주민1 : 우리 동네에도 영화감독 살어, 짜샤.


촬영스탭 : 야!! 너 어디가. 일루와 봐 임마. 여기서 쫌만 있다 가라. 어?


주민3 : 아, 거 남의 동네 와서 말 좆같이 하네 씨발, 오라마라 지랄이야, 씨발.


주민들 : 잘한다.



그러다 촬영스탭과 싸움이 붙고 영화 시작.





결론은 이거다.



좀 적당히 해라. 지나치면 재수 없다.









- 추가 -


물론, 퐁네프의 연인들과 관련해서, 아마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무리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라고 해도 영화 촬영한다고 몇 개월씩 비워달라고 하면 허가해 주긴 곤란했을 것이다. 한나절이면 몰라도.


그리고, 난 프랑스가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라서 어쩌구 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건설관련산업의 규모가 큰 것처럼, 프랑스에 예술분야 산업 규모가 크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돈을 쓰게 되어 있는 것이지, 그것이 꼭 그들이 우리에 비해 예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할 근거가 된다고는 보지 않기에.


남의 나라 예술품을 사랑해서 약탈하는거나, 땅을 사랑해서 투기하는거나 인간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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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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