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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언니 추천12 비추천-3

2014. 04. 02. 수요일

문화불패 후언니

 








공갈 혹은 협박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특히 장르소설을 출판하는 강아지들 잘 봐라. 그리고 생각해라. 너네가 살 길이 뭔지.


너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냐? 바로 텍본일꺼다. 텍스트본. 



텍스트본.jpg

극히 일부의 텍본들



텍본이 무서운 건, 스캔본은 용량이 존나 커서 어디 올리거나 그걸 다운받아서 여기저기에 넣어서 들고 다니기 존나 부담스러운데 비해 텍본은 존나 가벼워. 얼마 전에 TV보니까 쩜프했다가 착지하는 시간에 노래 한 곡을 다운 받는다고 몸개그를 하고 있던데 말야. 그 시간이면 텍본은 수십 권을 다운 받을 수 있지.

 

노래 열 곡 들어있는 앨범 한 장의 가격이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 5백 페이지 분량의 소설 한 권이 역시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

 

근데 노래는 1곡 다운 받을 수 있지만 책은 텍본의 경우 1초에 수십 권을 다운 받을 수 있다.

 

내가 얼마 전에 판타지소설 작가 홍정훈의 팬미팅에 다녀왔다. 당시 여자친구가 홍정훈빠라서. 물론 나도 좋아하는 작품 많고. 아무튼 피자랑 치킨이랑 먹으면서 한참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결국 수다의 방향은 불법 텍스트본을 씹는 쪽으로 가더군.

 

난 거기에서 데자뷰를 느꼈지.

 

소리바다를 기억해라. 당시 음반사와 뮤지션들이 얼마나 등산의 신같이 소리바다를 대했었는지, 그래서 그 후 얼마나 오랫동안 땅을 치고 후회했는지 그때 그들과 너네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는지.

 

홍정훈 팬미팅 때에도 참다가 한마디 했는데 말야. 너네들이 그렇게 제일 무서워하고 혐오하고 증오하고 미워하는 그, 바로 너네가 밥을 하루에 세 끼 먹을 걸 한두 끼만 먹게 만들고 있는 원흉 중에 원흉 텍본..

 

그거 누가 만드는지 아냐 모르냐 강아지들아.

 

텍본 다운 받아 봐라. 거기에 뭐라고 써 있냐? “봉사자 후언니님”이라고 쓰여 있을 꺼야. 그치? 뭔 봉사자? 텍본 찍는데 뭔 봉사자?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텍본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눈이 책을 못 읽을 정도로 나빠진 다음이었긴 하지만.

 

말했듯 난 책 보는 걸 좋아했다.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봤지.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거의 문장을 음미하면서 읽는 타입이라 하루 종일 붙잡고 사는 거였지그렇게 좋아하던 책 읽기를 내가 눈이 나빠져서 못하게 된 거다. 눈이 나빠지고 여러가지 아쉬운 게 있었지만 미녀를 못 보는 것 만큼이나 책을 못 본다는 아쉬움이 엄청 컸다.

 

그러고 좋나 빡돌아서 살다가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동사무소 장애인 담당하는 망아지들아 이런 거 있다고 진작에 말해줬으면 좀 좋냐? 컴퓨터를 십알, 3년을 그냥 썩혀놨잖아. 못하는 줄 알고.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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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에는 독서기라는 게 별도 프로그램으로 있었다. 난 그걸 보고 거의 전율했지. 


“이거... 서... 설마... 채... 책을... 읽게... 끔... 도와주는...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야?!?!!??”


그랬지. 그건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근데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텍스트파일만 읽을 수 있었다. 그럼 텍스트는 어디서 구해?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좋나 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수많은 노가다 끝에 블로그 등에서 불법 공유되는 텍스트 도서들을 다운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중 90퍼센트 이상에는 앞쪽에 “봉사자 OOO” 라고 적혀 있던 거였다.

 

내말 무슨말인지 알겠냐?

 

너네를 죽이고 있고 결국 죽이게 될 텍스트 도서의 90퍼센트 이상은 아니 99퍼센트는 바로 시각장애인들의 독서를 위해 시각장애인단체에서 봉사자들이 만든 거다.


그래서 난 이런 게 인터넷에 있다면, 이걸 만드는 단체도 있다는 거고 거기를 찾아가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많은 걸 알게 됐지.


시각장애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여러 사이트들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는 장르별로 잘 분류된 그야말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 도서들이 공유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신간 도서들이 시각장애인과 봉사자들에 의해 텍스트화 되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근데 너네는 같잖은 장애인 차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야. 장애인은 착할 거라고 생각하는 출처를알 수 없는 사고방식이 바로 그거지.

 

확실히 말해주지. 장애인들은 너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감동을 주고 그러는 존재가아니라 너네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동물일 뿐이다.


내가 지금 니 눈을 안 보이게 만들어 주면(?) 너도 시각장애인이다. 그러면 너는 착해지냐? 미친 친구들ㅋㅋㅋ 오히려 빡이 돌아서 성질이 더 더러워지지 않겠냐?

 

거기에도 일정비율로 또라이들이 존재한다. 봐라. 인터넷의 힘을 모르냐? 모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근데 아직도 모르냐?


너네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장애인 단체에서 “우리 장애인들 책 좀 보게 이거 텍본으로 만들어서 우리 사이트에서만 공유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에 “응? 그래 뭐 까지껏 시각장애인들도 당연히 책 봐야지요. 아~ 네 그렇지요,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말 한마디로 너네는 장애인도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어느 정도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치? 등산의 신 같은 놈아? 그게 널 죽일 줄도 모르고?ㅋㅋ

 

인터넷에 파일이 있다는 거, 그건 언제든 어디까지라도 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시각장애인 사이트에서만? 송충이들... 시각장애인들은 그럼 시각장애인 사이트만 들어가냐?

 

법을 좀 보자. 법에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위해서 오디오나 점자를 포함한 시각장애인용 포맷은 된다고 말야. 거기에 텍스트는 안 들어가. 그런데 너네는 텍스트를 용인해 줬어. 텍스트가 제일 편하다고 하니까 말야. 생각해 봐, 이런 거야. 오디오 파일이면 그거 듣다가 읽은 곳 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는다거나 교과서인 경우 도대체 십알 어떻게 원하는 한 문장을 찾을 수 있냐?

 

그래서 텍스트로 하면 문자열 검색 기능으로 아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거다. 이게 여가생활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들의 교재로도 만들어 진다는 점을 잊지말아라. 좀.

 

아무튼 그래서 이런 얘기 들어봤는지 모르지만 데이지도서라는 게 있어.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어. 이건 합법이야. 근데 말했던 이유로 텍스트를 원하니까 출판사에서도 


흠 뭐, 그래 시각장애인들 책 본다는데 별 수 없지. 그냥 그렇게 해. 텍본 만들어서 너네만 봐. 그럼 불법이라지만 눈 감아줄께.


이렇게 된 거야. 근데 말했듯 시각장애인들이 다 착하고 말 잘 듣겠냐? 어디에나 또라이는 있는 법. 각종 피투피 사이트에 그 방대한 분량의 자료가 공유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단지 칭찬을 받고싶었던 건지 뭔지 돈이 되는 일이었던지 아무튼 판타지 소설 텍본 모음 텍스트 도서 5000권 모음 이런 거는 전부 시각장애인 사이트에서 자료 모아다가 뿌려버린 거라구.

 

자 아직 모르겠나? 너네가 살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한 가지 이야길 해 주지.

 

옛날에 어떤 판타지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 후언니라는 애가 있었어.


그런데 걔가 눈이 나빠져서 책을 못 보게 된 거야. 그래서 위에 설명한 것처럼 컴퓨터로 책을 보게 됐어. 근데 걔는 시각장애인용 사이트가 있는지 없는지 그걸 전혀 몰랐던 거야. 알려준 사람이 없었거든. 걔는 날 때부터 눈이나빴던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쪽 관련 정보를 얻을 길이 없었어. 동사무소에서도 진단서만 갖고 오라 지랄했지, 한 강아지도 그런 사이트가 있다는 걸 말해준 강아지가 없었거든.

 

그래서 구글링 졸라 해서 텍본이 공유되는 것을 그러모아 독서를 하게 돼. 그러던 중에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을 알게 돼. 진짜 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 재미있다는 거야.

 

얼음과 불의 노래.JPG



그래서 간신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1부와 2부를 텍본으로 구했어. 거기에도 역시 봉사자 누구누구라고 적혀있더군. 그때까지도 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 아무튼 그래서 책을 다 봤는데 진짜 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 재밌다더니만 까고, 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졸라 재밌는 거야. 그래서 얘는 3부를 구하기 위해 존나게 검색질을 해. 심지어는 그거 한국에서 출판한 출판사 은행나무 홈페이지에가서 


“나 이러저러해서 텍본이 필요한데 돈은 지금까지 내가 본 것까지 따불 혹은 따따불로라도 지불할 테니 제발 텍본을 좀 저에게 주세요. 맹세합니다. 저만 보겠습니다. 절대 공유 하지않겠습니다.”


나 원래 좋아하는 책은 돈 주고 사서 보는 거라 생각했고, 눈만 보이면 이런 텍본 내가 왜 찾냐. 난 그냥 이 재미난 책을 읽고 싶은 것뿐이다. 돈 문제가 아니다 부탁한다 이런 글까지 써올렸어.

 

그런데 돌아온 건 개무시였지. 그 게시판에 글 쓴 사람들한테 전부 답변을 친절히 해줬지만 걔가 쓴 부탁글에는 며칠을 기다려도 댓글이 달리지 않았어.  개소리 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어. 그냥 무시였어.


개무시.jpg



그래서 후언니라는 애는 빡이 많이 돌았어. 원래 좀 똘끼가 있어서 빡돌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야.


근데 후언니라는 애는 워낙에 인기가 많고 애가 착해. 의리도 좀 있어. 그래서 친구들이 많고 동생들도 많았어.


그래서 열이 받은 후언니는 동생들에게 그 책을 사다가 텍스트로 타이핑을 시키려고 했어.  그러면서 후언니가 동생들한테 이런 말을 해. 


야 보니까 스캔본은 엄청 떠돌던데 그 사진에서 어떻게 글씨를 인식해서 읽어주는 그런 꿈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말야.

 

그랬더니 며칠 뒤에 동생중 하나가 그 프로그램을 구해온 거야. OCR이라고 광학문자인식프로그램이라는 거야. 당시에 그 동생이 구해온 프로그램은 레드아이리스라는 그야말로 괴물같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어. 스캔본 이미지파일이 수백 페이지인데 그걸 한 장 한 장 변환하고 그래야지 안 그러면 중간에 오류가 생겨서 안돼. 그리고 한 장씩 해도 오류가 많이 생겨서 이미지 크기를 졸라 수동으로 바꿔가며 오류가 안 나는 싸이즈를 찾아가지고 그렇게 변환을 한 장 한 장 해줘야 하는 그런 개똘똘이, 베타버전 같은 프로그램이었어.

 

그런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생각했지 우와... 정말 이 그림에 있는 글씨를 읽어준다니, 이게 뭐냐 정말 꿈의프로그램이다 그랬지. 인식률은 그야말로 말할 필요가 없어. 한마디로 극악이었지. 궁금한 사람은 레드아이리스 구해서 오씨알 작업 한번 해 봐. 한 문장을 오씨알 한 다음 그게 뭔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추리를 해야 돼.


고대 상형문자 해독하는 거랑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어. 한글인데 여기저기 특수문자들이 나와. 그러면 그 특수문자랑 비슷한 한글모음, 자음을 생각해서 아. 이게 원래는 ''라는 글자인데 여기에서는 )} 라고 나온 거구나 아, 이렇게 해서 한 자 한 자 수정 작업을 하게 되는 거야.

 

칠백 페이지 짜리 책 한 권을 TTS로 읽었을 때 그래도 한국말처럼 들리게끔 작업하는 데에 밤낮으로 꼬박 3개월이 걸렸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건 눈이 보이는 애들한테 파일을 보내서 거기에 적혀있는 거를 타이핑 해달라고 해가면서 말야. 그렇게 개고생을 해서 얼음과 불의 노래 4부 텍본을 만들어 낸 거야.


타이핑.jpg



그런데 당시 얼음과 불의 노래 한글판은 그야말로 발번역의 아이콘이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4부는 영어 뿐만이 아니라 한국말도 잘 모르는 게 분명한 강아지가 번역을 한 거야. 그러다 보니 그때 후언니가 오씨알해서 텍본만 만든 게 아니었어.


거의 구글번역기로 돌린 것 같은 정체 불명의 문장을 ‘아, 이건 원래 무슨 의미일까, 원래 영어로 뭐였으면 한글로 이딴 개번역이 나올까’ 해서 원래 영어 문장을 유추해 내고, 다시 그걸 한글로 번역하는 재번역 작업까지 했던 거야. 그 때 인터넷 검색하니까 얼.불.노. 발번역 졸라 많다고 해서 그 자료들도 참고했지. 얼.불.노. 번역에 대해서는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나중에 따로 하고.

 

아무튼 그 초본을 만드는 데에 3개월, 다시 그걸 번역·수정하는 데에 2개월, 한 권의 책을 보고 싶어서 들어간 시간이 5개월이 걸렸어. 그래서 후언니는 정말 미치게 돼.

 

번역 오류를 수정하다 보니 4부 뿐만아니라 1부, 2부, 3부, 4부 모두 개미친 발번역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런 걸 다 수정해서 번역 오류를 최대한 수정한 <얼음과 불의 노래> 텍본을 만들자고 생각해. 그리고 만들었어. 그리고 후언니는 그걸 인터넷에 뿌려버렸어. 분명 자기같이 책을 못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뿌린 거지.


단지 돈이 아까워서 이렇게 인터넷 뒤져서 나한테 사정하고, 시각장애인인 척하고 제발 보여달라고 아부하고 이러는 이해할 수 없는 강아지들 또는 아니면 이렇게 퍼지고 퍼져서 이 텍본이 나와 같은 이유로 책을 못 보는 사람 한둘에게만이라도 전달될 수 있다면 난 좋다고 생각을 했던 거야.

 

그래서 지금도 얼음과 불의 노래를 검색하면 작가인 조지마틴의 이름보다 후언니라는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먼저 떠. 얼마 전 후언니는 컴퓨터하드가 날라가서 토렌트로 얼.불.노.를 다운 받았는데 파일을 보니 자기가 작업한 거더래. 후언니 얼.불.노.라고 써져있더래. 그래서 한참 웃었다는.

 

그런데 진짜 빡 도는 건 뭐냐면... OCR프로그램중 ABBYY파인리더라는 러시아 제품이 있는데, 그건 한글 인식률이 95퍼센트가 넘고 칠백 페이지 책 한 권을 텍스트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도 걸리지 않는 최강의 오씨알 프로그램이라는 거야.


abbyy.jpg



그때, 근데 후언니는 그걸 몰랐대.




재미난 얘기들을 하다 보니,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본론을 이야기한다.


처음에 시각장애인단체에서 너네들을 찾아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텍본 좀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할 때 너네는 그러세요라고 했지. 그런데 너네는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는 거였어. 니네가 그 대답을 한 것에 대해 얼마나 뿌듯해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그건 아주 멍청한 대답이었던 거야. 그때 너네들은 아니요. 그런 건 저희가 해야 할 일이지요. 저희가 보다 안전하게 시각장애인들도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자문을 구해도 되겠지요? 이렇게 현명한 대답을 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

 

간단히 말하겠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좋겠지만, 외국까지 갈 거 없이 너네에게는 아주 훌륭한 교훈거리가있다. 바로 이전에도 얘기했던 소리바다 사태다.


소리바다.gif



당시에 업계의 선지자들은 그래도 사람들은 씨디를 사서 들을 거라는둥, 저거 음질도 좋지 않고, 잠깐 저러다 말 거고, 엠피쓰리 퇴치 운동만 좀 하고 그러다 보면 사라질 거라고 이야길했다.

 

그리고... 멍때리다가 그야말로 싸그리 망하게 되었지.

 

기억해라. 너네가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가 얼마나 그때 그들과 똑같은지 봐라. 너네도 십알 종이책 어쩌구 하면서 책은 역시 종이책이지 이지롤 떨면서 그야말로 멍을 처때리고 있다.


그러는 중에 아이폰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전 세계의 E북을 하나의 계정으로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온라인 서점들이 생겼다. 바로 너네에게 내가 하라고 말한 그걸 벌써 했다. 그런데 너네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텍본 어쩌구 저쩌구 지랄병을 떨고 있다.


구글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은 책은 아이폰의 자체 스크린리더인 애플 보이스오버로 읽을 수 있다. 이 꽃씨잡곡을 팔 분들아. 그런데도 너네는 그렇게 멍을 때리지? 너네의 미래는 안봐도 비디오다. 다시 말한다. 소리바다를 기억해라.

 

날고 기던 음반사와 동네마다 상가마다 하나씩은 꼭 있던 레코드점들은 싸그리 망해 없어졌다. 그리고 멜론과 벅스와 합법소리바다가 생겼다.


그때 음반사나 뮤지션들이 땅을 치며 했던 자아비판 중에 이런 게 있다. “문제는 편리함이었다. 소리바다만큼 편리한 유료 사이트를 만들었어야 됐었었던 거였던 거다 쿠웩!!!!!!!!!” 하고 피를 토했지. 이정도로 "었었"이 많이들어가면 소용없다. 돌이킬 수 없지. 버스는 아까 왔었었었던 거지.

 

너네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냥 그렇게 종이책 쓰담쓰담하면서 종이 냄새 맡으면서 캬~ 이 냄새 책 냄새~크흑..!! 사랑해~ 하면서 구글이랑 애플이 다 잡아 잡숴주시기를 기다리는 것.


Carrie-Smelling.png

음... 스멜...



아니면 자발적으로 출판사들 모두 협동조합이라도 만들어서 멜론이나 벅스처럼 아주 손쉽게 편리하게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하나의 통장으로 국내에 출판되는 모든 책을 하나의 검색창에 검색하여 클릭 몇 번으로 다운 받아 컴이나 휴대용기기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물론 그러면서도 불 복제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 예를 들면 시리얼 인증이라던가, 등을 마련하고 거기에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하게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과 바로 가장 중요한 시각장애인들도 그 사이트의 가입과 구매절차 등을 혼자 스크린리더로 접근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구매한 이북은 전에 말한 텍스트의 편리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독서프로그램에서 읽을 수 있는 형식이어야 한다는 거. 그 부분은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업체와 상의를 하던지, 뭐 여러 방법이 있겠다.

 

하지만 서울로 가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것이지 서울로 가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너희가 내가 말한 선택지 중 두 번째 것을 택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너네가 갑자기 떼부자가될까? 글쎄, 그러진 않을 거야.

 

이렇게 되겠지. 일단 너네가 그렇게 증오하는 텍스트 도서가 애초에 만들어질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는 특히 너네가 힘주어 출판하는 책일수록 신속하게 텍스트로 만들어져서 공유되고 있지만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두세 달 걸린다. 시각장애인들이 보고 싶었던 책을 출판과 동시에 보는 방법은 이런 게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는다. 그럼 내가 전에 말한 오씨알프로그램을 스캐너에 연결, 스캔을 하여 텍스트를 만들어 읽는다. 그러면 역시 새로운 텍본이 만들어지게 된다. 


또 한 가지 방법, 내가 엄청 보고 싶은 책이있어서 씨리즈물로 얼마 전에 여덟 권을 교보에서 샀다. 교보 사이트도 시각장애인 스크린리더 접근성 졸라 안 좋아서 십알 여자친구한테 부탁해서 샀었다. 당시 여자친구...

 

그리고 그 책을 우리 동네 북스캔 업체에 배달시킨다. 그러면 북스캔 업체는 그 아까운 새책을 다 짤라가지고 한 장 한 장 PDF 이미지로 만들어 준다. 그러면 나는 그 PDF 이미지를 다운 받아 역시 오씨알프로그램으로 돌려서 텍스트로 만든다. 가격이 얼마나 플러스 알파가 되는 거냐 이게?


그리고 그 책은 스캔본과 텍본이 만들어지게 된다. 아주 유니크한 자료다. 왜냐하면 내가 인터넷에서 못 구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거거든. 그러니 이걸 내가 또 뿌리면 우리나라 인터넷 텍본은 더욱 풍성해지겠지 그치?

 

아무튼 너네가 두 번째 선택지를 선택한다면 이런 지랄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개인적으로 만들어지는 텍본도 괭장히 줄어들 것이고, 시각장애인 사이트에서 그 수많은 대학생들, 자원봉사자들을 데려다가 텍본 만드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 그들은 또 다른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시각장애인들은 좋겠고, 너네는 텍본이 안 만들어지니 좋겠고, 그야말로 윈윈인 거다.


아마 그렇게 되어 그들이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오타수정까지 된 양질의 텍본이 인터넷에 왕창왕창 뿌려지는 일은 사라질 거다.


텍본공유2.JPG

이런 일이... 사라지겠지.



그냥 가끔가다가 그 책이 엄청 좋아서 받아적는 정신병자 같은 애들이 만든 텍본이나 존나 무거워서 한 번에 수백, 수천씩 공유되거나 블로그 등에서 공유될 수 없는 스캔본들이 돌겠지.



 

자 정리해 보자 다시.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출판을 할 때 무조건 이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북은 시각장애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이어야 한다.


aem4blog.jpg



이건 국회에서 할 일이고, 정부에서 할 일인데, 이 꽃씨잡곡을 팔,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중에 최동익이라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이 계시는데 정말 이분은 너무 훌륭해서 이런 중요한 일들에는 니미 좆도 관심이 없으시고 지 배때기 처불리는 데에만 비상한 재능이 있으신 데다가 애초에 종자가 애국보수종자인데 그냥 민주당서 불러 주니 들어간 케이스로 의심되는 것이 그 주위 것들은 하나같이 수구꼴통애국박정희빠인데 그 중 대장이라는 최의원은 민주당이셔?ㅋㅋㅋ 아무튼 이런 구질구질 더러운 얘긴 관두고.

 

어쨌든 이런 걸 국회에서 해줘야 하는데 슈렉들은 관심이 없는 거지. 몰라서 그러는 거라면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강아지는 지 배때지 불리는 데에만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이 혈안이 돼서 십알.. 슈레기.. 


아무튼. 그렇게 법으로 강제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너네는 알아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기 방어 차원에서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책 팔아서 먹고 살고 싶다면 말야.

 

마저 얘기하면, 너네는 모두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다. 거기에서 고객들은 하나의 아이디로 하나의 검색창에서 국내 모든 출판사의 책을 검색하여 손쉽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해서 읽을 수 있게 된다. 시각장애인이건 일반사용자건 마찬가지.

 

그리고 그 이북을 만들 때에 시리얼 인증을 이야기한 것은 온라인 시리얼의 경우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북도서관 활성화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단 이유에서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시각장애인들이 텍본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고, 그냥 돈이 아깝고 귀찮아서 텍본과 스캔본 찾는 사람들에게 텍본, 스캔본 검색하는 데에 쓰는 시간과 노력보다 훨씬 간편한 마우스 클릭 몇 번과 몇 푼의 합리적 가격으로 양질의 이북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공하고 홍보를 잘한다면, 너네는 그나마 연명하게 될 거다.


혹시 모르지, 정말 부자가 될지도 말야.



 

너네들은 시각장애인 단체들에게 텍본을 용인해 줌으로써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그것이 너희의 목을 조를 거라고 생각 못 했겠지.


그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따위인 좆 같은 나라에서 교육 받은 국민으로서 당연했다. 너네도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일정부분 말이다.

 

일부 출판사 중에는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요청하면 텍스트본을 그냥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알고 있다. 그러나 너희들의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하는 선의는 성의가 없었고, 말했듯 어리석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짖눌려 탄식은 하늘을 가리우고, 멸망의 공포가 지배하는 이 곳 희망은 이미 날개를 접었나...


나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평생 시각장애인과 같이 살았고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많은 경험과 봉사활동 등을 해왔기 때문에 장애인 인식이 남다른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지금 현재 시각장애인이 된 지금까지도 장애인을 대할 때 그냥 아무 편견없이 대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노력을 해도 그 노력을 한다는 자체가 뭔가 내가 이 사람을 다르게 보는 거 아닌가 말이다.


아무튼 결국 내가 얼마나 잘났건, 얼마나 훌륭한 강아지건 별수 없이 난 앞으로 남은 생을 기적이 없는 한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될 거다. 그리고 몇 년을 장애인으로 살아 보았는데 정말 정말 불편하다. 내가 눈이 안 보여서 불편하다는 것보다 눈이 안 보이는 걸 인정하고 그 다음에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 있어 이런 누군가 좀 생각을 해주기만 해도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 뭐만 하려고 하면 계속 내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어 컴퓨터 음악 작업을 할 때 가상 악기라는 걸 사용한다.

 

실제 악기는 비싸니까 실제 악기 같은 소릴 녹음하거나, 그렇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중 요즘 가상 악기계를 지배하다시피한 "네이티브인스트루먼츠"라는 회사가 있다.


거기에서 만든 건 악기도 물론 있지만 그러니까 뭐냐하면 샘플러라고 해서 악기 소리는 다른 데에서 구하고 그 샘플러, 그러니까 샘플 소리를 돌리는 프로그램을 만든 거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이 워낙 좋기 때문에 대박이 났고, 다른 많은 가상 악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그 샘플러에서 돌아가는 제품을 내놓게 되었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해서 네이티브인스트루먼츠는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었고, 수많은 회사에서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듯 그렇게 시장이 변해버렸다는 거다.

 

그런데 네이티브인스트루먼츠의 제품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으로는 접근이 완전히 불가하다. 그래서 어떻게 꼼수를 쓰고, 머릴 굴리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들과 머리를 싸매고 결국 아주 약간이지만 그 샘플러의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바로, 꽃잡곡을 ! 내가 알아냈다.

 

그리고 지금도 알아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네이티브인스트루먼츠 강아지들이 하루빨리 모두 눈이 멀어서 스크린리더 이용자가 되길 바란다고. 그러면 내가 스크린리더 사용법 강의는 해주겠다고. 응?

 

얘기가 길었지? 아무튼 난 현재 네이티브인스트루먼츠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모두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다.

 

난 전혀 조금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건 공짜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멍멍이들에게 돈을 낼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자, 출판사 너희는 나를 고객으로 생각했냐? 아니지. 너네는 나를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도와줘야 할 불쌍한 사람 혹은 좋은 일이나 선행, 그런 걸 베풀었다는 만족감을 약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겠지. 사람이라고는 생각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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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어떻게 생각하건 난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성의없는 선의가 아니다. 특별 대우가 아니다. 나를 고객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그러면 난 너희의 고객으로써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앞으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기적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나라를 장애인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너희가 나에게 허락한 것은 시각장애인 전용 쪽문이다. 시각장애인은 저 구석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쪽문을 이용하라는 거였지.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정문통행이다. 장애인이고 뭐고 상관없이 그냥 모두가 같이 통행하는 그 정문으로 나도 같이 특별대우없이 통행하고 싶다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나만을 위해 전자책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전자책은 현재 스마트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적 흐름이다.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거기에 나도 데려가라는 얘기를 하는 거다. 종이책을 보고 싶다고 땡깡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눈이 안 보이니 종이책을 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하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건데 그 조금의 생각을 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욕을 하고 화를 낸다. 몰라서 그런다면 알려 주려는 거다.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같이 살자는 얘기다.

 

아이폰을 봐라. 매킨토시를 봐라. 그것이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기인가? 그런데 난 아이폰을 아주 편하게 잘 사용한다. 그러나 삼성은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하지원이랑 안성기를 불러서 녹음했다고 하며 우리는 착한기업, 장애인들 생각도 하는 착한기업입니다 여러분 갤럭시를 사세요!라고 하지만 당시 시각장애인들은 갤럭시를 쓸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시각장애인이 잘 쓸 수 있는 폰은 아이폰이다. 갤럭시에서는 시각장애인용 갤럭시를 출시했고 엘쥐에서도 시각장애인 전용폰을 출시했지만 역시 XX다.

 

내가 원하는 건 시각장애인용 전용폰이 아니다. 시각장애인 전용 스마트폰이 사라지는 세상을 원한다. 시각장애인 장애인 전용이 최소한으로 되는 세상 그게 바로 장애인도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걸 만드는 데에 힘쓰는 것이 바로 너네가 살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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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불패 후언니


편집 : 꾸물, 너클볼러,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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