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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04. 금요일

펜더








약에 취해 월간지 마감을 하고 있는데, 김창규가 연락 왔다. <글이 돈이 되는 기적>을 보며 분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글 내놔.”

 

라고 당당히(?) 연락이 왔다. 그것도 3시간 안에. 피식, 2시간 안으로 끊어주겠다!(2시간 안으로 끊었다. 이런 걸 ‘글밀레’라고 해야 하나 ‘작밀레’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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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1


이제 무인기 즉, UAV(Unmanned Ae-rial Vehicle)나 드론(Drone)은 일상이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F-35가 최후의 유인전투기가 될 거란 말이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이미 미국은 무인기를 7,000여 대 나 운용중이며 정찰기의 25%를 무인기로 대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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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2

 

무인기의 성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이미 1998년 에어로손데(Aerosonde)는 무인기로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다.(한국은 무인기로 독도를 왕복했다.)

 

전제 3

 

북한은 이미 군사용 목적의 무인기를 확보하고 있으며(중국의 D-4를 개조한 ‘방현 시리즈’, 러시아산 VR-3 등), 이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기에 언론에 공개되어 있는 정보들을 기초로 해서 최대한 우리가 ‘궁금한’ 것들을 유추해 보자.(필자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 보는 것이다. 이게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인 것 같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이 ‘괴비행체’는 무시무시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언론에 나와 있는 비행체의 제원을 살펴보자.

 

① 크기 : 몸체는 길이 1.43m, 날개 폭 1.92m

② 엔진 : 글로우 엔진(glow engine)

③ 카메라 : 캐논 550D

④ 착륙방식 : 낙하산(낙하산 수납확인)

⑤ 조종방식 : 자동조정방식(무인기에 자동프로그램으로 좌표입력이 된 것이 확인, 0.9㎓ 짜리 송ㆍ수신 장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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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보면 이 무인기의 ‘견적’이 나온다.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몸체 부분은 ‘왜 탐지되지 않았나’항목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니 넘어가자.


1) 엔진

 

주목할 것이 글로우 엔진(glow engine)이란 대목이다. 일반인에겐 낯선 단어지만, RC를 즐기는 취미가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이다. 탄천이나 분당 공원에 나가보면 주말마다 RC 비행기를 날리는 걸 볼 수 있다. 이때 RC 비행기에 쓰는 엔진 중 많이 쓰는 것이 가솔린 엔진과 글로우 엔진이다. 가솔린 엔진은 말 그대로 가솔린을 쓰는 엔진인데, 특유의 ‘타타타’하는 소리 때문에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글로우 엔진은? 메탄올을 쓴다. 가솔린 엔진보다는 연비가 떨어지지만 소음이 낮다.(즉, 은밀성에서 가솔린 엔진보다 좋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RC비행기 판매처를 가 보면 20만 원대부터 4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로우 엔진을 만나볼 수 있다.

 

2) 캐논 550D

 

광각렌즈가 장착된 캐논 550D가 기체 하부에 장착돼 있었다. 이 대목에서 뿜었다. 1800만 화소급의 풀HD급 DSLR이 북한(이라고 추정되는)의 최신 정보역량이라니.(무시하는 건 아니다. 항공촬영 할 때 자주 쓰긴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 때문에 오히려 믿기 어려웠다. 보통의 정찰 무인기, 아니 촬영을 위한 민간 무인기도 기본으로 달려있는 것이 팬 틸트 줌 카메라(Pan-tilt-zoom camera)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주변에 있는 CCTV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카메라가 돌고, 렌즈에 줌이 달려 있어서 땡겼다가 늘였다가를 한다. 이것이 팬 틸트 줌이다. 그리고 이걸 실시간으로 전송한다.(지휘소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이 괴비행체에는 그런 전송장치가 달려 있지 않았다. 0.9㎓ 짜리 송ㆍ수신 장치는 사진 전송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체 조종을 위한 것이었다. 결국 이 괴비행체는 100만 원짜리 캐논 카메라를 정보역량으로 장착하고 청와대 주변을 배회(?) 했던 것이다.

 

3) 낙하산

 

이는 기본적으로 이 ‘비행체’의 이착륙 방식이 어떤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 비행체는 발사대에서 발사한 다음 정찰(?)을 한 후 예정 착륙 지정에서 낙하산을 펴고 착륙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는 무인기나 표적기의 일반적인 이착륙 방식으로 한국군의 표적기나 무인기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매우 교과서적인 이착륙 방식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무인기란 거다.


4) 조종방식


일단 리모트 컨트롤러를 들고 지상에서 관제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직선으로 60 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그걸 사람이 육안으로 보고 조종한다? 봉화대 세울 일 있는가? 4 킬로미터마다 한 명씩 산에 올라가서 조종을 넘겨받아서 정찰을 할 순 없다. 즉, 출발 전에 사전에 입력된 좌표대로 움직이는 자동조정방식이다.(이미 군 조사 결과, 좌표가 입력된 게 확인 됐다.) 색다를 것도 없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자동차에 달고 있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원리로 날아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인공위성위치정보(GPS)를 이용해 사전해 입력된 좌표대로 날아온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과학고의 똑똑한 애들이나 대학교의 동아리, 혹은 공대생 몇 명 잡아다가 돈 쥐어주고는,

 

“뽑아내!”

 

라고 하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작정하고 공밀레를 할 생각이면, 엔진과 카메라 값만 주고 나머지는 어찌어찌 뜯어 오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생화학탄이나 박격포탄을 달아서 날린다는 말을 하는데, 못 달 건 없다.(근데 이 말이 왜 나온 거지?) 그만큼 만들기 쉽고, 돈만 있으면 인터넷을 검색해 이것보다 더 좋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다. 이미 무인기 기술은 다 알려졌고, 마음만 먹으면(공대생을 굴릴 ‘마음’)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수준이다.

 

(북한이 만들어서 날렸다면, 이게 본격적인 ‘정찰용 무인기’는 아닐 것이다. 제발 그러길 빈다. 우리랑 휴전선 맞대고 노려보는 적이 캐논 550을 들고 정찰을 하고 있다니 왠지 서글프다. 아마도 프로트타입이나 테스트타입으로 만든 작품일 것이다. 그렇게 위안을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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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떨어졌나?

 

청와대에 떨어진 건 모르겠지만, 백령도에 떨어진 건 아군 대공벌컨이 응사를 했다고 하고(물론, 이 괴비행체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에 대고 응사했지만), 너나 할 거 없이 이런 무인기는 탐지하기 어렵기에 저고도 레이더가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는데, 추락한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무인기는 유인기에 비해 사고 확률이 100배 높다.(실제 운영 결과 사건·사고가 참 많이 일어났다.) 떨어진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아군에 의한 격추가 아닌 경우이기에 아마 프로그램된 좌표대로 날다가 뭔가 오작동이 일어나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돌다가 떨어진 것 같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그러니 떨어진 게 이상한 건 아니다.


 

3. 왜 발견하지 못했는가?

 

이거 참 말이 많다. 덕분에 국내 방산주들 요동칠 거 같다.(저고도 레이더 개발사. 근데 어쩌나, 수입할 거 같은데) 육군에선 이미 88서울 올림픽을 대비해서 들여왔고,(네덜란드제 레포타) 이후에 LG에서 만든 TPS-830K란 물건으로 대체했다. 소위 말하는 갭필러 레이더(Gap Filler Radar)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구가 둥글고 우리나라에 산이 많아서 그렇다. 레이더로는 고고도나 중고도에서 날아오는 것들을 잡을 수는 있지만, 지표면에 바짝 붙거나 산 사이에 착 달라붙어서 날아오는 것들은 탐지하기 어렵다. 이런 ‘음영구역’ 즉, 주 감시레이더로 감시하기 어려운 구역을 보완하는 것이 갭필러 레이더. 바로 저고도 레이더다.

 

군 당국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오겠다.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이 0.5m×0.5m에 불과해 우리 레이더로 탐지 가능한 기준치(2m×2m)에 한참 못 미쳤다.”

 


저고도 레이더 사 달라는 소리다.(북한이 보냈다면, 덕분에 국방부와 새누리당은 신났다.)

 

 

4. 촬영한 게 청와대라서 무섭다?

 

이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한 후에 정당하게 들어간 우리의 ‘권력’이라면, 청와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며, 권력의 심장부다.(그러니 ‘가’급 보안시설로 분류됐지.) 북한에서 날아왔든(분위기는 그렇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날렸든(아니겠지만) 간에 이 청와대를 목표로 한 어떠한 사소한 행위도 묵과할 수 없다. 정찰위성이나 정찰기가 제공할 만한 수준의 사진이 아니라도(구글 위성사진보다 해상도가 낮다지만), 아니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 시도만으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물론, 새누리당은 신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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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공개한 북한 무인기 촬영 사진




5. 북한 건가?

 

국방부 분위기는,

 

① 리튬이온 배터리 뒷면에 ‘기용날자’라는 글자가 있다. 한글이지만,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② 한국에선 ‘날자’란 말 대신 ‘날짜’를 우리말 표기로 사용한다.

③ 일부 부품에선 중국 간자체 라벨이 확인됐다.

④ 300미터 고도를 유지하던 비행체가 청와대 인근에서는 고도를 낮춰 1미터 이내의 물체를 식별할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청와대 정찰을 목적했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북한에서 보낸 것이란 분위기다. 하긴 그 촌티 나는 도색을 보면, ‘보통 물건’은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북한이라면, 이건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그러나 역시 새누리당은 신나겠지만...)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다. 나머지는 알아서들 판단하기 바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방산주나 몇 개 사 놓을 걸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안철수가 뭘 하려고 하면 이렇게 딴지가 들어오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좀 복잡하다. 다행인 건 이 기사를 2시간 안에 끊었단 점이다. 김창규가 부편집장 되더니 원고 쪼는 솜씨가 늘었다. 일취월장이라고 해야 할까? 월간지 마감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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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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