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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13. 월요일

trexx






 




1.국가의 자국민 감찰


지난 7월 5일, 이탈리아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해킹 팀(Hacking Team)이 털렸다. 해킹한 이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윈도우즈 플래시의 보안 허점을 노린 전형적인 스파이웨어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된 자료를 통해 2010년부터 국가정보원(5163부대)이 ‘나나테크’를 경유하여 원격 감시 프로그램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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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나나테크를 통해 해킹 팀 감청프로그램을 우회하여 구매하였다

출처 - <뉴스타파>


물론 국정원이 스파이웨어를 구매한 것 자체를 두고 비판하긴 힘들다. 유출된 구매명단에 이탈리아 경찰, FBI, 호주연방경찰, 모르코 등도 포함되어 있었듯 정보기관이 감청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방부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현대전이 정보전이고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상대보다 더 뛰어난 도구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다만 따져봐야 할 것은 이 소프트웨어를 ‘누구에게 사용했느냐’이다. 만약 국정원이 적국을 감청하기 위하여 스파이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 사용했다면, 심각한 일이다. 안타깝지만 2013년 6월 5일 스노든이 폭로한 바와 같이 미국 CIA와 NSA가 자국민의 사생활 감찰을 위해 정보기술을 사용하였듯 전혀 불가능하거나 일어나지 않을 일도 아니다.



2.이미 와버린 현실, 사용자 빅 데이터


2008년, 2012년 오바마 대선의 승리는 ‘구글’ 덕분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고 할까. 구글 신을 달리 말하면, ‘빅 데이터’라 할 수 있다. 빅 데이터를 더 쉽게 말해 ‘모든 데이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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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12년 대선 구도, 우)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출처 - <AFP>


지금껏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정보’는 데이터 중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누군가가 재구성하여 편집한 것이다. 신문기사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기사는 특정 사건을 있는 그대로 다루지 않는다. 수많은 데이터 중 기자 혹은 편집자가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데이터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의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결국 독자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언론사의 관점이 묻어난 정보를 읽게 된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인류는 말하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지식, 정보를 당연하게 받아 들여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웹을 검색할 수 있는 구글 검색엔진과 거의 모든 사람이 참여하게 된 facebook, twitter 등 SNS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로 큰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일도 아니다. 데이터 접근이 쉬운 만큼 데이터 수집도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컴퓨터를 해킹할 필요 없이 구글 키워드와 SNS를 통하여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민심을 통해 권력을 향유하고자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 데이터는 매우 달콤한 꿀이다. 데이터를 이용하여 국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민심을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민심을 변화시키려 노력까지 할 수도 있다(특히 어느 나라에서 더 그렇다).



3. 온라인 자본주의, 사용자 정보시장


구글과 페이스북 등 업체의 수익 모델은 사용자의 온라인 추적이다. 혁신적인 기술로 포장되어 있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자 정보를 통하여 광고를 ‘정확하게’ 뿌리는 기술은 밥그릇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긴 힘들다(실험해 보시라. 아마존에서 특정 제품을 검색한 후 페이스북에 오면 특정제품이 오른쪽 Sponsored 항목에 떡하니 자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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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애드워즈는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은 모든 것을 추적하길 원한다. 지난 5월 무제한으로 풀린 구글 포토도 그렇다. 대용량 이메일을 지원한다는 소식 이후로 사용자들이 가장 반길만한 뉴스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좀 찜찜하다. 구글은 사용자들의 영상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추적을 넘어 배경 추적도 가능하게 되었다. 사진 찍을 때 사용자들이 의식하지 않았던 장소, 배경은 구글에게 좋은 빅데이터가 된다. 그리고 이는 수익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사진 배경에 코카콜라가 있다고 하면 관련 광고를 삽입하기 매우 쉽다. 사진을 통계화 하여 제조사에게 들이밀면 설득하기 더 편해질 것이다.


물론 이 기업들의 사용자 정보를 통한 수익 모델은 기업의 생존이 달려있으니 일면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 데이터들이 특정 권력을 위해 종사하게 된다면 심각해진다. 몇 개의 언론사에서 주관적으로 떠드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건 사실 왜곡을 넘어 조작하는 것이 된다. 그것을 국가에서 조종한다면?).


중국은 한술 더 떠, 사용자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여 소유하고자 한다. 최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사이버 보안 강화를 내세워 ‘국가안전법’을 심의,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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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가안전법’을 제정하여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7월 5일)

출처 - <연합뉴스tv>



4. 새로운 움직임, 대안들


오바마 대선의 아름다움도 잠시, 2013년 스노든의 폭로를 통하여 구글 등의 서비스 이용으로 개인인 ‘내’가 추적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검색 이력을 추적하는 구글이 아닌 대안이 필요했다. 2008년에 시작한 DuckDuckGo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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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추적하지 않는 검색엔진. 와닿지 않나?


2013년 이후 600% 성장을 하게 된 DuckDuckGo는 구글과 다른 행보를 택하여 사용자의 정보를 추적하지 않고 구글식 사용자 추적 수익모델을 포기했다(수익모델은 관련 키워드로 광고를 뿌려주는 그야말로 고전적인 광고 모델이다). 그렇지만 사용자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DuckDuckGo에 힘을 실어준 거대기업은 바로 ‘애플’이다. 구글의 사용자 추적을 강력히 비난한 애플은 사용자가 미미한 DuckDuckGo를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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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파리 기본 검색엔진으로 DuckDuckGo가 들어있다.(좌 OS X Safari, 우 iOS Safari)


최근 DDoS 공격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텔레그램 또한 카카오톡 등 사용자 추적이 열려있는 메신저의 대안이 되고 있다('정보는 권력' 3편 참조).



5. 열린 결론, 태도의 문제


(믿기 어렵겠지만)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국정원이 원격 감시 프로그램을 구매한 것도 그 목적이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이번 사안을 의심하는 건 그간 국정원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자국민 보호’가 아니라 ‘자국민 감찰’을 통한 ‘권력 유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쩌면 해킹 팀 소프트웨어 구매와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인과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밝혀지지 않는 이상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국정원이 신뢰를 잃은 조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이 사안을 두고 ‘국정원은 권력의 종이니 당연히 그렇게 썼겠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국정원 자초한 일이다.


그렇담 개인으로서 우리에게 대안은 없을까?


작게는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윈도우와 IE환경이 전부인 세상에 사는 우리는 ‘exe’파일로 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무엇인가를 실행하고 설치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조금 더 크게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간 언제 중국과 같이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를 정부에서 관리하는 세상이 올지 모를 일이다. 바로 ‘지금’이 문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국가가 감히 ‘민심’을 이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태도가 바뀔 때 국정원, 그리고 국가의 태도도 바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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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