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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28. 월요일

국제부 Samuel Seong











1. 인도당나라


얼마전 이 사진이 트위터에서 돌았었다. '인도군은 왜 이런 것을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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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 걔네 이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하는거다. 장난치지 말라고? 흠... 그럼 다음 사진 두 장을 보시기 바란다. 이 두 사진은 몇 년 전 중국과의 합동훈련 당시 인도군이 보여준 '무술시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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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을 보도하며 서양 매체들은 '서커스'라고 놀린 바 있다. 반면, 중국 측에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무술시범을 보여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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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범은 시범일 뿐. 실전 기록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분들을 위해 가장 최근에 이들이 맹활약(?)한 현장을 보여드리도록 한다.


2011년 11월 26일 저녁 9시 30분. 인도 최대의 상업도시 뭄바이의 Chhatrapati역에 AK-47을 든 괴한이 난입해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뭄바이의 상징 중 하나인 타즈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에 난입한 이들은 200명이 넘는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인도군은 신속대응군과 해병대, 경찰특수부대를 동원한다. 그리고 이들이 뭘 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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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래팰을 타고 전혀 생뚱맞은 건물에 내려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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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총질을 했다.


음. 권총탄을 써서 반동이 작은 대신 적에게 와창창 퍼부어줄 수 있어서 인기인 저 비싼 H&P SMG를 저렇게 쏘다뉘;;; 그런데 저 노무 래팰 강하는 며칠간 인도 TV에서 반복해서 틀어줬었다.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무엇보다 저 반짝거려서 눈에 잘 띄는 헬맷을 보시라. 뭐 어느 나라 군발스들은 적외선 탐지가 어렵게 만드는 물질을 군복에다 발라놓으니 그 군복을 다리미질 열심히 해서 반짝거리는 줄을 세우고 다녔다는 전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날 좀 보소~!'라고 하는 것 같은 빤짝이 헬맷이라니.


여튼, 대략 164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이 테러 공격이 정리된 후에 인도 경찰은 카쉬미르 지역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Lashkar-e-Taiba(줄여서 LeT)라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가 그 배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이질에 며칠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들 치고 이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못봤다(보통 2주 이상 체류하면 한 번은 걸리게 되어 있는 게 이질이다).


Lashkar-e-Taiba가 어떤 이들이냐면 2001년 12월 13일 인도의 수도 델리의 국회의사당에 다섯 명이 총을 들고 난입, 국회의원과 각 부처 장관들이 가득 있던 곳에서 중량급 인사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경호원들과 국회 경비대만 죽이고 모두 사살되었던 적이 있다. 그때 '파키스탄 진다밧!'(파키스탄이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죽어서 궁지에 몰려있던 당시 여당, 인도 인민당이 기사회생하는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날린 바 있다. (관련기사, 인도환타의 <노매드 기사>)


그랬던 띨띨이들이 불과 몇 년 만에 미궁에 빠진 테러를 일으킨다? 좀 아닌 것 같잖아. 그래서 실제로 이런 증언들도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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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 뭄바이 테러 현장에 제3의 집단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인도에서 벌어졌던 수 많은 테러들이 좀 비대칭적이긴 하다. 예를 들어 2006년에 본 기자를 포함한 일행이 다큐멘터리 찍는다고 며칠간 탔던 뭄바이의 통근 열차는 촬영이 끝난 다음날이었던 2006년 7월 11일 7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탄이 터져 209명이 목숨을 잃고 7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음에도 아직까지 누가 일을 벌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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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인도군의 대응은 상상초월이었다. 뭐 하긴 1962년 10월 20일 중국이 인도 국경을 넘어 밀고 들어왔던 국경분쟁 당시에 전장은 해발 4~5천을 넘나드는 곳인데 거기에 해발 90미터에서만 훈련한 해병대를 공수했다가 부대 전체가 포로가 된 역사도 있지만.


여튼, 본 기자 이때까지만 해도 인도군을 참 우습게 알았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이 있기 전까진.


하지만 국가라는 단위가 돌아가려고 하면, 이런 막장 수준의 구멍들을 막아주는 뭔가 압도적인 영역들이 있기 마련이다. 높지 않고 계곡만 깊은 산은 없잖는가?



2. 비하르 리포트


'보이지 않는 전쟁, 비하르 리포트', 작년 12월에 세상을 뜬 이성규 감독이 인도에서 장장 1년여를 보내며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인도가 외부로 꺼내길 가장 싫어하는 주제, 마오이스트 게릴라 '낙샬라이트'들을 직접 취재하겠다고 1년간 외국인 둘이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인도 정부는 아니다.


여인숙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호텔에서 묵고 있는 두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인도 제식소총 INSAS를 든 인도군이 찾아와서 꺼지라고 협박하니 총구를 입에 물고 '쏴라, 나 미친놈이다'라고 해놓으니 살짝 기가 질렸던 이 양반들, 바로 다른 작전을 짜서 실행한다.


뭐 현지인들과 같이 구르는 것에 워낙 익숙한 이 양반들, 며칠 뒤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묘하게 바뀐 것을 깨닫는다. 현지에서 각종 협조를 해주던 언론인이 다음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주기 전까진 뭔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단다.



'한국의 학생운동권 출신 두 명이 기자로 위장한 채 비하르의 시골과 정글을 돌아다니며 빨치산 훈련을 맡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당혹스러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사에 따르면, 지방 경찰청은 한국인 기자들에게 한 사람당 20만 루피를 현상금을 걸었다는 것이다.



일인당 20만루피. 둘이니까 40만루피. 당시 한국 돈으로 약 1200만원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부처님이 깨닫음을 얻으셨다는 이 비하르주는 1억이 넘는 인구의 대부분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연명하는 곳이다. 성지순례를 갔던 한국 스님이 다리가 잘린 영감님을 보고 안스러워 500달러를 주고 다음 해에 다시 찾았더니 노인들의 대부분이 다리가 잘려 있었다는 곳이기도 하다. 50만원 조금 넘는 돈을 위해 노인의 다리가 잘리는 그런 곳에서 1200만원의 현상금은 인생역전이 가능한 로또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사가 인도 보안대의 협조요청으로 나간 기사라는 것. 애초에 1200만원의 현상금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문맹율 끔찍하게 높은 지역에서 정정보도 따위는 의미가 없는 법. 죽든 살리든 잡아가면 1200만원의 현상금을 준다는 이야기에 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포획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지역 경찰서에서 '오보로 인한 사고 발생을 우려해' 무장 경찰 두 명을 '경호'한다고 붙여준다.


낙샬라이트들과 꽤 많은 연락끝에 인터뷰를 따기 직전에 이 상황이 벌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두 사람은 한동안 '경호' 하는 무장경찰과 다니다가 지역에서 철수하고 만다. 물론 그럼에도 이들은 인도 정부가 외부로 노출되기 싫어하는 많은 것들을 이미 영상으로 담아 99년 인권영화제부터 시작해 꽤 많은 곳에서 이 다큐를 방영했다.



3. 네팔의 1차 제헌의회 내각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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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투표용지. 문맹율이 높아 정당명은 기호로 되어 있으며, '수개표'로만 개표된다.

 

 

2006년 4월 왕정타도 후, 무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네팔 임시과도정부는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투표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왕정타도과정에서 카트만두를 제외한 네팔 전역을 사실상 장악했던 네팔 마오주의자들의 세가 커지면 인도 자국내에서 활동하는 낙샬라이트들이 이들과 연계해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 우려한 인도 보안대는 네팔 내에서 다양한 공작을 벌이기 시작한다.


심심하면 폭탄 터지던 와중에 2008년 4월 10일 네팔 전역에서 공화국 건설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가 치뤄진다. 총 의석수는 601석, 이중 301석을 확보해야 과반을 차지해 단독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는데 뜻밖에(?) 마오주의자들은 220석을, 맑스레닌주의 공산당은 103석을, 그리고 전통의 네팔 국민회의가 110석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소수 지역정당들이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301석의 확보가 만만찮았던 것. 8월 15일에야 당시 마오주의정당 CPN(M)의 대표였던 푸스마 카말 다할, 이 본명보다는 '맹렬한'이라는 뜻의 프라찬다라는 이름으로 더 잘알려졌던 이가 수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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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찬다 전 수상(그래, 나 수상 만나고 다니는 넘이다)

 

 

그런데 수상 취임 직전 네팔의 한 방송국에 전화 도청 파일 하나가 전달된다.


중국 영사와 CPN(M)의 사무국장의 대화로 그 내용은 수상 선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15명에게 일인당 한화로 15억원이 필요하다. 집행할 의사가 있는가를 묻는 사무국장에게 영사가 이를 어떻게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뭐 익히 상상할 수 있는 수순이지만 당연히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프라찬다는 수상이 된다. 다만 그 정통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을 뿐...


그 덕택에 네팔 마오주의 인민군 총사령관으로 총의 상징이었던, 공포의 상징이었던 프라찬다 꼴이 졸라 웃기게 된다. 만성적 에너지난으로 하루 다섯 시간 밖에 전기가 안들어온다고, 공부하기 위해 전기를 달라고 학생들이 수상행렬을 막고 오물과 돌까지 던졌던 것. 대중의 지지가 이렇게 된 것을 확인하게 되자 네팔 정전 당시 합의사항들 중 하나였던 네팔인민군의 네팔 정규군 편입 문제는 산으로 올라가게 되며, 결국 그의 사임 이유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거 누가 했을것 같은가? 참고로 인도의 정보기관들 중에는 미국의 NSA와 같은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Signals Intelligence Directorate가 있으며 최근에 방영되기 시작한 미드 Intelligence의 파일럿도 바로 이 기관 산하의 기지국을 터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고로 이건 인도 정보기관들 리스트 


링크 - List of Indian intelligence agencies




4. 그리고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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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하지 않은 문명국의 정보기관은 자국의 치부를 캐고 다니는 다큐멘터리 PD들을 잡아다가 코렁탕 먹이지 않는다. 철수할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자진해서 포기하게 만들지. 역시 '미-개'하지 않은 문명국의 정보기관은자국에서 활동중인 최대의 테러집단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옆 나라 정치세력의 합법적인 권력확보에 신묘한 겐세이를 날려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공구리마왕 전임 가카께서 촛불집회의 맛을 제대로 보신 이후 정보기관에 대해선 좆도 모르는 생뚱맞은 아저씨 하나를 원장으로 내려보내 댓글원을 창시하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정보 다루는 기관들 중에서 그래도 꽤 괜찮은 곳이 대한민국 국정원이었다. 사실 전세계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정보활동을 하는 나라는 셋 밖에 없다. CIA, NSA등이 돌아가는 미국, 007의 MI6가 대표적인 영국, 그리고 푸짜르의 FSB. 이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지역정보만 수집하는 국가들이다. 그러니까 성적이 꽤 괜찮았던 것.


자, 그런데 분당 900타로 악플다는 초딩들을 상대로 댓글을 달도록 한 이후로 많이 상태가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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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 [단독]국정원, '인터뷰 통제' 의혹…입 닫은 교수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포함한 300명의 목숨이 물 속에 있는데 대한민국 국정원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할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코렁탕 구경시켜드릴까라며 사고 원인 규명과정에 똥을 뿌려버렸다.


냉정하게 사고의 개별 과정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를 세세하게 밝혀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제도를 고치고, 범법사실이 있으면 그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고 다시금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사고의 원인규명을 덮는 것, 그거 인도당나라군대도 잘 한다. 그래서 항상 그 모양이다. 적당히 덮는다. 대한민국 국정원은 누가 되고 싶은 것일까? 심기 경호에 열과 성을 더했던 모 대통령 경호실장이 그 대통령의 몰락에 혁혁한 공헌을 세워버렸던 몇 십 년 전의 일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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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홀짝,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