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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3. 화요일

kuru









나는 베이비붐 세대다.


60년대 국민학교는 아이들이 넘쳐났고 보통 한 학년이 15개 반이 넘었다 그것도 모자라 저학년은 1, 2부로 나누어 오전반 오후반 수업을 해야했고 한 교실의 인원은 보통 80명이 넘었다. 그런 콩나물시루나 다름없던 국민학교 교실을 거의 매년 징발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여름 장마철이다. 서울 변두리 저지대 무허가 판자집들은 장마가 들면 물에 잠기기 일수였고 그때마다 학교는 이불보따리와 솥단지를 싸들고 몰려온 수해민들에게 교실을 내주어야 했다. 그랬던 국민학교와 피난민의 기억이 희미하게 잊혀져가던 70년대 중반 다시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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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베트남 보트피플이다. 1975년 5월 13일 월남 패망과 함께 대한민국까지 밀려온 베트남 난민 1341명은 당시 하단동 새 교사로 이전하고 비어있던 대신동 구 부산여고 건물의 1, 2층과 부속건물의 43개 교실을 개조해 25~30명이 수용되었고, 인원이 계속 불어나자 괴정동 옛 경찰학교 교실까지 분산하여 가구별 독방을 배정하고 열대지방 출신을 감안, 방마다 스팀난방장치를 하여 18도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군용 메트리스와 이불, 담요, 의복, 칫솔, 비누, 수건 등 생활필수품을 지급받고 교실을 개조한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받았다.


1983년 5월 5일 춘천의 미군헬기장에 승객 96명, 승무원 9명, 납치범 6명을 태운 중국민용항공총국 여객기가 불시착한다. 그들 승객과 승무원들은 우리정부의 안내로 국내 최고급 숙박시설인 워커힐호텔과 신라호텔에 투숙했고 연일 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八仙)'과 롯데호텔에서 식사와 만찬을 제공받았다. 국내 체류기간 내내 여의도와 자연농원을 관광했고 나중에 출국 시에는 칼라방송 초기라 호화 사치품이던 컬러TV를 비롯한 값비싼 선물을 한 보따리씩 받아 갔다.


'팔선'은 국내 최고의 중화요리점으로 특선 보양식 메뉴는 청새리꼬리, 상어지느러미찜, 황실불도장 등을 자랑한다. 요즘 팔선의 음식 가격을 한번 검색해봤다. '고객감사코스' 로 한 달 간 한정판매하는 가격이 점심 17만 원 저녁 20만 원이다.


당시 미(未)수교국이던 중국과 협상했던 대한민국 대표는 공로명 전 외무장관이었고 실무진은 당시 법무부 출입국 관리국장이던 박희태였다. 공로명 수석대표는 미수교 적대국 중공과의 역사적 최초 협상의 주역이었다는 감동에 목소리마저 떨렸다. 너무 지나치게 저자세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여론을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


"불행한 손님을 돕는게 동양의 미덕."


"승객과 승무원은 기본적으로 조난자다. 국적이 어디든 간에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한민족의 자랑이다. 어떤 이들은 '호텔이 너무 좋다', '상어지느러미가 뭐냐?' 등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경위야 어쨌든 손님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무슨 시비거리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일로 중공과 수교가 이루어진다면 이번 취재기자들에게 수교보국훈장이라도 주어야 한다"


이건 미덕도 아니고 한민족의 자랑도 아니고 그냥 비굴이고 굴종이다.




세월호 사건. 실종자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차량으로 30분 걸리는 진도체육관에 20일이 넘게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불과 15분 거리에 문체부 산하 남도국악원이 있다. 남도국악원에는 100여 명이 숙식할 수 있는 호텔식 숙박시설이 있다. 처음 사건 발생초기 남도국악원은 이 시설을 실종자 가족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단 한 명도 사용 못했다. 대신 진도에 내려온 정부부처 관계자(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전남도청, 해양수산부, 교육부)와 공무원 신분이 아닌 한국방송 KBS 취재진이 일주일 넘게 공짜로 사용했다.


국립남도국악원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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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서울 변두리 수재민의 모습이 2014년 대한민국에 다시 재현되었다. 아니. 그보다도 못하다 당시 수재민이나 70년대 세계의 천덕꾸러기 월남 난민은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았다. 각 교실 별로 가족들의 공간이 있었다.


이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하나?







편집부 주



'kuru'님하는 이미 필진이신데 이 누런 빡쓰를 달아드리지 못해 삼겹살 테러식을 비롯, 수뇌부에 삽겹살 쏠 기회를 놓치게 된 점, 매우 죄송스레 생각합니다. 


노란 빡쓰 달아주지 않았다고 불같이 화를 내고 적극 어필할 의무가 있던 kuru님의 잘못이 더욱 크지만 수뇌부는 대인배 인지라 저희가 사과드립니다. 


이미 필진으로 등극하신 'kuru' 님께는 가카의 귓구녕을 뚫어 드리기 위한 본지의 소수정예 이비인후과 블로그인 '300'의 개설권한이 '이미' 생성되었음을 알리며, 본지 대표 메일 ddanzi.master@gmail.com으로 연락처를 보내주신다면, 편집부의 진심어린 레이디가카식 사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두 줄 요약.

너님은 이미 필진!

미안해요 정말. 


 




kuru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