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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16. 목요일

워크홀릭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마스크 수요는 폭증했고, 심지어 증시에서도 마스크 관련 테마주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대한약사회에서는 관련업계에 마스크 공급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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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MBC


경제학 원론에서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마스크 품절사태처럼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이참에 마스크를 팔아 돈 좀 벌어보겠다고 급히 생산량을 늘린 상황에서 메르스가 진압되어 버리면 하루 아침에 수요처가 사라진 마스크 업계에서는 생산비용이라도 건지겠노라고 저가에 밀어내기를 해서 가격이 내려간다는 설명이죠. 


하지만 교과서의 이론과 달리 현실은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합니다.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기업들이 모여 속닥속닥 담합을 하기도 하고, 더 가격을 올리기 위해 유통업체에서는 창고에 물건을 계속 보관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교과서와 같은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려면 특정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공급업체의 수가 적고, 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제품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뭐, 이건 얼핏 생각나는 것이고 실은 더 많은 단서가 붙어야하겠지요.


그래서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서 가격결정을 설명할 때 완전경쟁시장이라는 단서를 붙이지요. 완전경쟁시장이란 경제학에서 꿈꾸는 유토피아의 개념입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모두 시장정보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있기에 정보불균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교과서에서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는 완전한 시장이 아닙니다. 대단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있기도 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싶은 마스크 업계는 약사회의 호소를 받아들여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오른 가격은 시간이 지난다 해도 쉽사리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 마켓의 발달로 가격경쟁은 치열해졌고, 모든 판매자가 가격인상의 기회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행운(?)은 자주 오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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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진단과 예측은 이만하기로 하고요. 오늘의 주제인 원가와 가격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누구든 밑지려고 사업하는 건 아닌데, 마음대로 잘 안되죠. 


'무지하게 물건은 많이 파는거 같은데 왜 남는 건 없지?'


'또는 내 제품 가격이 적절한 걸까?'


'새롭게 유통해 보려는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라는 고민을 사업하는 사람이면 모두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가격에 대한 정책을 세우려면 필수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 정확한 원가계산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을 컨설팅해보면 자기 제품의 원가가 얼마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업자가 사실 부지기수입니다. 


불황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오래가는 회사들은 적어도 이런 원가에 대하여 정확한 인식을 갖고 있기 마련이더군요. 어떤 방식의 원가 설정을 할 건지, 마진을 얼마를 둘 건지, 어떤 가격정책을 쓸 건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일이고 경제학자가 와도 잘했네 못했네 훈수를 둘 성격이 아니지만, 이런 중요한 결정을 위해서는 원가의 구성 요소는 정확하게 아셔야 합니다. 그래야 마진을 결정하고 사업의 이익을 제대로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귀사는 원가를 어떻게 산출하십니까?

 

 ① 제품의 단가 = 원가


우리는 유통업을 하는데 2,000만 원에 10,000개의 물건을 받아왔으니, 개당 2천원씩 사온 셈이니까 여기에 마진 5백원 붙여 팔고 있다?


이런 분들은 장사하시면 안됩니다.


 ② ① + 제품수급까지의 비용 = 원가


제품의 수급과 생산에 관련된 모든 비용 요소(포장 아르바이트생 월급, 운송비, 창고임대비 등)를 산정하는 경우 입니다. 적절한 원가 책정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방식이 제조원가명세서에 기반을 두어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죠.

 

 ③ ② +사무실 임대비 등의 판매관리비 포함 = 원가


사장님들 중에는 '물건 팔아서 직원들 월급 주고 사무실 임대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란 말들 하시죠. 상당히 엄살을 부리시는 분들인데요. 이런 분들은 쉽게 얘기해서 영업이익을 달성한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욕심이 과하다보면 원가에 적당한 마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원가를 과대하게 키우고 다시 마진을 붙이는 오류를 범할수 있습니다. (2012년 한국생산성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들이 평균 1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거뒀을 때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다 빼고 나면 500원의 영업이익이 난다고 합니다.) 


원가를 과대하는 책정한 경우에도 물건이 잘 팔렸다면, 독점적인 시장공급자이거나 블루오션에 일찍 터를 잡은 사업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높은 마진이 알려지면 곧 경쟁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겠지요. 많은 마진을 남긴다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애써 개척한 시장에 경쟁자들을 불러 모으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정책을 세우는 것이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원가의 산정 



 1) 손익의 관점


기업의 매출 원가는 제조원가명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죠? 하지만 제조원가명세서가 잘못 작성되어 있다면?


일반적인 소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제조원가명세서와 손익계산서의 구분이 되지 않아 원가자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이익은 4단계로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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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매출총이익 : 제품을 판매한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는데 원가는 원자재와 제조비용을 포함합니다.


2단계, 영업이익 : 1단계에서 난 이익을 다시 사무실 임대비, 임직원 월급, 사무용품비와 같은 판매관리비용을 제하고 산출합니다. 여기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기업은 일단 경영상태를 좋게 볼 수 없습니다.


3단계, 법인세차감전이익(경상이익) : 영업이익에서 대출금 이자 비용 등을 감하고, 잡이익 등을 더해서 계산합니다.


4단계, 당기순이익 : 법인세차감전이익 - 법인세를 내고 난 순수한 이익을 말합니다. 단 1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더라도 당기순이익을 실현한 기업은 건실하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일련의 내역을 보여주는 것이 손익계산서이고, 매출원가는 중요한 요소이니 제조원가명세서라는 부속서를 따라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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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리회사 재무제표가 어디있지?' 라는 분이 반드시 계실텐데 

매년 5월쯤 기장대리를 하는 세무사무소에서 '세무조정계산서(稅務調整計算書)'라는 

얇게 제본된 책을 보내 주거든요.(이상하게 제목을 한자로 쓰는게 업계 관행) 

책꽂이 한구석이나 사무실 구석 어딘가에 있는지 찾아보시고 

없으면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통해 출력할 수 있습니다.


두 서류는 구조가 매우 유사한데, 그러다보니 손익계산서에 올라가야 할 비용이 제조원가명세서에 들어가기도 하고, 제조원가명세서에 계상되어야 할 비용이 손익계산서로 잘못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유지비를 보면요. 사장님이 영업활동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쓴 비용이라면 손익계산서의 판매관리비용으로 잡아야 하고요. 구매팀장이 트럭을 몰고 잡자재를 사러 다녔다면 제조원가명세서 상의 차량유지비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구역정리가 안되어 있으면, 기업의 외부평가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손익분석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죠.


재무제표의 작성 실수로 기업은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업은 매출원가가 90%나 되네? 이 정도 매출로는 판관비도 안나오겠는데? 제품 개발하면서 주먹구구식이었나보네. 미래가 없겠군.'



 2) 가격결정을 위한 개별 원가


이 부분은 예제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쉽겠습니다.


물건을 만들 때는 흔히 BOM(Bill Of Material)이라고 하는 부품구성표를 제품별로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조림컵퓨터를 판매하는 경우라면 CPU, RAM, HDD, VGA, Mainboard, Power Supply, Case 등의 구성 부품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상품을 구성하다 보면 학습용, 사무용, 게임용으로 3개의 구성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각각 부품구성표를 작성하고 가격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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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제는 특정 업체 PPL이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여기까지는 원재료비용이구요. 이제 제조원가명세서를 보고 제조원가에서 원재료비를 뺀 즉, 노무비와 경비등의 합계를 구합니다. 천팔백만 원이 나왔습니다. 1년간 3종류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이만큼의 인건비, 경비가 발생했다는 것이죠. 이때 만든 컴퓨터의 수량이 530대라면, 1개의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18,000,000원 / 530대 = 33,962원의 제조비용이 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원재료와 제조비용을 더하면 원가는 산출이 됩니다. 이렇게 구해진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판매 가격을 산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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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진을 얼마 붙일거냐라는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가격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2. 가격 정책의 수립


상품 가격을 정하는 건 기업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상황과 소비자의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얼마로 정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습니다. 비싼 가격에 파는 게 좋겠지만, 소비자가 그 가격에 상품을 사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제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제품 가격을 정함에 있어 제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선 가치이며 가격은 그 가치를 반영한 결과라는 걸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1) 가격과 가치


프레데릭 베스터라는 저명한 학자가 계셨어요. 이 분이 어느 날 유럽에서 흔히 볼수 있는 흰눈썹울새라는 작은 새의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생물의 살, 피, 뼈 등을 원가로 해서 210원이라는 가격을 내놨죠. 


그러자 사람들은 어떻게 소중한 생명에 이런 허접한 가격을 내놓냐고 화를 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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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150만원이라는 가격을 내놓습니다. 그 이유로, 새소리가 주는 심리적 안정이 우울증 치료비를 대체할 수 있고, 새가 먹어치우는 해충 덕분에 해충구제비를 줄일 수 있으며, 이 작은 새가 먹은 씨앗을 다시 퍼트리고 다니는 덕분에 숲이 울창해지기에 숲을 만들기 위해 인간이 들여야 할 비용을 절약해준다는 이유였죠. 


어떤 사람들은 이 가격에 동의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환경과 자연에 애정이 많은 학자에게 낚였다고 허탈하게 웃기도 했답니다. 이렇듯 원가 기반의 가격산정은 제품의 효용가치를 정확히 반영 못할 수도 있고, 그 가치가 소비자에게 심쿵하게 와닿지 않는한 공급자가 외치는 가치는 공허할 뿐입니다.



 2) 가격 정책의 3가지 방향


첫째 방향은 원가에 기반을 둔 가격정책입니다.


이 글 초반에 설명한 원가를 산정하고 거기에 판매관리비를 충당가능한 적정 마진을 붙이는 건데요. 창업 초기기업의 경우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을 때는 이렇게 정확한 가격정책이 잔술수(?)를 부리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두 번째 방향은 시장의 경쟁자를 의도한 전략적 가격입니다.


일반적인 소비재로 특히 한 시즌 유행이 왔다 싶은 제품에 이런 가격 정책을 씁니다. 경쟁자와 같은 기능과 품질 수준을 제시하며 가격은 더 싸게 하는 것이죠.


흔히 규모의 경제라 하는 대량 생산의 이익, 박리다매를 노리는 상품에 한합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제품의 가격을 정해 놓고 거기에 원가를 맞춰나가는 전략입니다. 과거에 이런 가격정책을 구사했던 제품군들은 발신번호표시 전화기, 삼선 슬리퍼, 디지털도어락, 차량용 블랙박스 등이 있죠.


그러나 수요가 적고 소비자의 수가 적은 상품군에 이런 가격정책을 썼다가는 요즘 말로 폭망하기 딱 좋습니다.


셋째, 상품의 가치를 부각하는 고가정책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명품 마케팅을 하는 제품들인데요. 소비자가 명품으로 인식하고 지갑을 활짝 여는 상품들은 그 만큼의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구찌, 샤넬 이런 상품들이 쓰는 가격정책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벤처기업이나 농수특산물을 상품화하는 향토기업에서도 쓸만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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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만드는 M社를 컨설팅할 때 얘기인데요. 전국적으로 비교해 봐도 명주로 꼽히는 자타공인의 술이 360ml 한병에 소비자가 2만 원으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술이었고, 술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이나 생산설비가 협소해서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 희소성까지 갖고 있었거든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다른 잘나가는 전통주처럼 멋들어지게 도자기 병에 든 것도 아니고, 술을 만드는 기업은 사단법인으로 무형문화재인 술을 보존하는 게 중점사업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회사의 패키지와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고 제품 가격을 인상하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적자상태에서 회원들이 재능기부만으로는 전통계승이 어려울 것이며, 도리어 술을 팔아 남는 돈으로 월급이라도 쥐어준다면 전업을 할 수 있는 회원이 나올테니 그게 더 이 술을 보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설득한 겁니다.


2년 후 다시 M社를 방문해 기업 대표께 요즘 판매량은 어떠시냐 물었더니 경기가 악화돼서 판매량이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그 때 뒤에 앉아 계시던 상무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그래도 가격을 올린 덕에 마진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이제 손해보지는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지방의 농수특산물 중에는 가히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상품들이 많습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상품이지만 그 빛나는 상품을 허접한 패키지와 낮은 가격으로 팔다보니 되려 판매가 부진한 상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컨설팅을 맡을 때 이런 상품들은 브랜드 개발 또는 리뉴얼 후 패키지 재개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는 직접판매, 가격인상을 통해 다시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도록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말이 쉽지 여러가지 분석과 전략이 수반되야 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연재에서도 계속 다뤄볼 중요한 주제입니다.


정확한 원가인식은 가격정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높은 자유도를 부여합니다. 또한 상품의 가치를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격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도 경쟁자를 앞설 수 있지요.


연재에서 나왔던 손익계산서와 제조원가명세서를 꼭 한 번 찾아서 읽어보시는 걸 숙제로 남기고 다음 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지난 기사


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7. 지적재산권 2

8. 우리회사 자산은 얼마일까

9. 니 사업을 알아라

10. 판매 예측과 적용: 패턴을 파악해라

11. 기업의 조사와 평가: 경남기업 협력사를 위로하며

12. 구매의 기술 (번외편 : 팬텍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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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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