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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9. 월요일

수습 딱지는 뗀 거 같지만 여전히 기레기,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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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렇다. '발표'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된 이래 가카의 임기 초까지는 (지속적인 국민과의 요구에 따라 억지로) 진행하였던 그런 '국민과의 대화' 형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 상으로는 이런 것도 담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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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의미로 사용했구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 내용을 보자면,



1. 해경 해체 -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했고 구조 구난 등한시하였기 때문 

(그걸 알면 애초에 그 해경이 현장을 지휘하도록 놔뒀나? 우리나라에서 구조 구난 할 수 있는 데가 해경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2. 안전행정부 축소 - 안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인사 조직 기능을 총리실의 행정혁신처로 

(설마 그 인원 그대로 부서만 옮기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인사와 조직을 총리가 한다고?)


3. 해양수산부 축소 - VTS를 국가안전처로 

(같은 논리라면 이제 항공 관제, 철도 관제, 도로교통관제도 전부 국가안전처로 갈 것 같다. 함 지켜봐야지.)


4. 안전 감독, 인허가 업무 등을 하는 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을 것

(응? 이게 왜 좋은 거지? 임명 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공무원만 안 쓰겠다는 건데?)


5. 공직자 취업 제한 대상기관 및 기간 확대와 취업이력공시제도 도입

(대상 기관 수가 적었던 게 아니라 적용이 미약했다며? 그리고 이런 거 없어도 고위공직자 될 만한 사람들 이력은 다 알아볼 수 있으니까 이런 사태도 생기는 거임.)


6.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 끊을 수 있게 김영란법 국회에서 통과 바람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거가 그림으로 잘 정리했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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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문성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공직자 뽑을 것이며 중앙선발시험위원회 설치 

(공직자 선발 규제 완화인가? 중앙선발시험위원회에서 전부 선발하면 전문성은 어떻게 보려고?)


8. 청해진 해운과 선원들 비난

('살인행위'라는 워딩이 또 등장... 내 책임이라 그러지 않았나?)


9. 보상 및 구상권 행사 관련 특별법 제출할 것

(책임자 찾아서 그놈한테 보상하게 할 것... 그러니까 내 책임이라고 그러지 않았냐고...)


10. 처벌 관련 특별법 만들고 필요하다면 특검할 거며 처벌 강화할 것

(그것은 알기싫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 편을 들어보자. 처벌 강화하면 사람들은 안 걸리려고 보호막을 만들고 이것이 민관유착으로 이어지는 거다. 이 고리를 이해하고 있을까? 뭐, 마지막에 인센티브 얘길 하긴 했다.)


11. 안전 관련 조직 통합, 지휘체계 일원화 

(이게 언제 된 거더라? 일베에서 나라 팔아먹으려 했다고 욕 먹는 누군가가 이미 했던 거 같은데?)




이러하다. 일단 대국민 사과가 들어가긴 했다만 이게 과연 책임을 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걸 살펴보기 위해서는 애초에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던 심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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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던 바로 그 심리말이다.



인류의 과거로 돌아가서 질문해보자.


리더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인간이 무리를 이루다보니까 생겨났다. 


그럼 무리는 왜 이뤄야 했는가? 


'안전'을 위해서다. 


세상에 힘세고 강한 생물 많다. 다이다이로는 인간이 진다. 이럴 경우 일반적인 동물의 선택지는 대개 이렇다 



① 보호색을 띄는 등 혼자서 안전할 수 있는 길을 찾거나 


② 쪽수를 늘리거나 



①번을 택하면 귀찮은 일은 안 생긴다. 내가 누군가의 쫄병이 되어야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건 영원한 약자가 되는 선택이다. 풀이나 몰래 몰래 뜯어먹어야지, 사냥해서 포식하는 거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인간은 ②번을 택한다. 먹고 사는 문제(사냥)와 맹수들의 습격 예방(방어)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추구하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방에서 맹수가 쳐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제각각 움직이다 한 방향을 비우게 된다면? 괜히 뭉쳐서 맹수들에게 뷔페 차려준 꼴 된다. 사냥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목적 달성을 위해 좀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것이 지도자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놈은 여기 지키고 저 놈은 저기 지켜', 그런 걸 정해줄 사람이 필요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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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도자가 멍청해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잘 안 됐을 경우는 어떡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지도자를 갈 거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때의 지도자는 뽑히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었다. 싸워서 이기는 놈이 짱 먹는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굳이 물러나게 할 필요도 없었다. 맹수의 사냥이든 방어든 실패하면 그냥 다 죽었다. 그래서 리더든 리더가 아니든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모두가 필사적인 조직은 잘 돌아갔고 부족 국가로 성장했다. 이쯤 규모가 커지자 이제 인간에게 '맹수'는 힘 센 동물이 아닌 '또다른 인간 집단'이 되었다. 지도력의 척도는 1대 1 맞짱이 아니라 단합을 잘 이끌어내는지로 바뀌게 되었다. 배웠을 거다. 이 무렵 정치적 지도자들은 종교적 지도자이기도 했다는 걸. 그래서다.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수단. 초자연적일수록 좋았을 거다. 


그리고 이 종교가 도덕의 문제-착하게 살아야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를 다루기 시작한 걸 보면 이 때부터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의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왜? 인간은 착하게 살아야 하니까? 


아니다. 부도덕이 조직을 와해시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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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말칸부터 읽어야 한다)


한 마디로 우리끼리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면 다른 잘 뭉치는 애들이 쳐들어왔을 때 음경되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은 그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단순명료함을 내세운다. 


"쟤가 너 강냉이 하나 털었으면 너도 쟤 강냉이 하나 털어."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똑같은 손해를 보게 해서 불만을 없애는 것에 주력한 거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법칙을 함무라비 왕이 정해줘야 했다는 점! 왜 그랬을까? 강냉이 털린 사람이 직접 털러 가면 될 일이었다면 함무라비가 나서지 않았을 거다. 따라서 누군가 고자질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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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나 때찌했어염. 옥수수 털게 해주세염." 


한 쪽이 일방적으로 털렸던 거다. 그래서 똑같이 강냉이 하나로 퉁칠 수 없었으며 이것을 자신의 리더에게 호소한 것이다. 당연히 리더는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했다. 


여기서 다른 해석을 내놓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손', '작은 정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강자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털도록 내버려두면 약자들이 알아서 길 테니 위계, 서열에 의해 사회가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야 말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회다. 권리를 강자가 독점하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힘을 키워서 도전하게 된다. 토마스 홉스가 사회 이전 조건에서 일어난다고 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맹수가 쳐들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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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정리해보자. 인간은 '맹수'와 싸워 이기기 위해 뭉쳐야 했고 리더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리더의 실패는 곧 모두의 죽음이었다. 때문에 리더의 책임은 점차 잘 뭉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집중이 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세를 거쳐 근대-현대로 오면서 왕이 직접 국민 생계를 책임지거나 외적과 싸우는 빈도가 줄어듦을 동서 모두의 역사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다 보니까 사람들은 '잘 할 수 있는 놈'인지를 여럿이 검증해 리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기원 전부터 했던 거고 이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다보니 지금의 민주국가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권이 다수의 국민에게 갔어도 우리는 여전히 리더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내 것을 떼어줘가며(세금내가며) 몇몇 사람들이 정치만 해도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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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고 있다. 이 분열은 누가 키운 걸까? 강냉이 털린, 혹은 앞으로 털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리더에게 똑바로 하라고 요구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제 역할 못한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 더러 선동꾼이니, 종북이니 호도한 사회의 리더들일까? 이렇게 자명한 문제에 대한민국 행정부 리더가 '내 책임'이라고 말하는 시간, 34일 걸렸다. 


대통령을 비호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당장 나라를 흔들면 어쩌냐고 말한다. 북한이라는 '맹수'가 쳐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런데 그들의 이유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자는 사람들의 이유와 같다. 정치가 없어지는 순간, 오게 될 맹수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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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실체조차 잡아내기 어려운 맹수에게 너무 크게 당해버렸다. 가장 지켜야할 존재였던 우리 새끼들을 300명 가까이 잃은 것이다. 과연 이 나라는 정치가 있는 것인가? 세금을 걷어서 먹여살려준 이들은 돈값을 하고 있었는가? 


이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심리를 알았으니 저 담화가 유효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예방책들은 과연,

 

얼만큼 '맹수'와 잘 싸울 수 있게 해줄 것인가? 


얼만큼 서로를 믿으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줄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정치에만 집중하라며 먹여 살리고 있던 리더들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담화 내용처럼 처벌과 감시만 강화하고 담당자 살짝 바꾸는 것이 과연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목숨보다 돈을 귀히 여기게 만드는 무언가가 우리 아이들이 죽게 내버려뒀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의 강냉이를 털어간 것은 '부도덕함'과 다르지 않다. 이것을 감추려는 자들의 싸움과 밝히려는 자들의 싸움은 대부분 전자의 승리로 끝이 난다. 비리를 감추려는 자들은 지면 죽고 밝히려는 자들은 져도 당장 죽지 않는다. 이렇게 동기부터가 차원이 다르기에 일방적으로 털리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이 힘의 불균형을 고자질하고 있다. 그 불균형을 리더가 해결해줘야 서로 믿고 뭉쳐서 '맹수'와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저 담화가 고자질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덮기 위한 것이라면 다음 '맹수'에게도, 이 사회는 골라 먹는 재미를 가진 뷔페일 따름이리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리더인 사람 또한 예외 없이 그 메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퍼그맨 

트위터 : @ddanzipugman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