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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22. 목요일

타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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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배를 구하라고 보냈더니 지들 목숨만 구하고 국민을 미개하다고 하는 으른들의 하는 짓이 하도 꼴 같잖아서, 세계 여러 곳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베를린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침묵시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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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봤다. 베를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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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리본을 하나씩 나눠달고 

손에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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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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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취재경쟁이 있었지만 늘 그렇듯 한국의 군소언론매체인 조중동을 비롯한 공중파는 없더라. 

취재비가 없는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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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사람이 많다며 인도로 가면 일반인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경찰.

시위대를 강제로(?) 차도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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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의 불편함 따위야.



5월 18일 광화문에서 시위하던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고 경찰에 의해 찢기고 뜯기며 손에 수갑까지 차고 차가운 철창 뒤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그때. 


독일의 교민들은 앞뒤로 경찰차의 보호와 양 옆의 차량을 통제해주는 경찰들 사이로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베를린 시내 중심가를 가로질렀다.


수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위로하고 기다리는 간절한 목소리와 몇 번의 신호에 더 대기해야 하는 일반 차량의 교통체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두 나라 경찰의 각기 다른 결정.


수만 명의 사람이 길 밖으로 밀려나야 길을 터 주는 경찰과 

70여 명의 사람을 위해 도로를 막는 경찰.

국가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경찰과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불편함을 관리해주는 경찰.


그 사이의 간극이 보이는 상황.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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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내 중심의 으리~ 으리~한 건물의 일층에

당당히 입주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에 도착.


단지 동포란 이유로 한국계 독일인 기자의 개인정보를 캐서 대뜸 전화해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했던 한국문화원장(윤종석)이 일하는 곳이다. <공무우원은 원래 다 신분까도 된다며? 일반인은 아니다!!>


조작을 조작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과 그들을 위한 충직한 인물들이 지배하는 사회.

벤츠 쯤은 타 줘야 국격이 올라간다고 믿는 재외공관 공무원들과 그들 밑에 줄 서는 교민이 있는 사회. 

음주운전 하다가 적발되자 고귀한 외교관 신분으로 빠져나가는 분덜이 교민 따위를 위해 일하는 사회.


참 이상한 공무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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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안은 참 평화롭다.


한국의 전통 문화보다는 ㅂㄱㅎ 정부의 새로운 <창조경제융합나노민간인사찰> 문화를 독일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시느라 수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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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대상은 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일본인 사진기자 츠카사 야지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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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추모하는 한국인들로 가득찬 거리.

이 사람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몇 년 전 친한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 몸이라도 가까우면 가서 마지막으로 가는 그 친구도 보고 필자의 마음도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그 고통은 생각보다 더 심했다.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많은 전통은 사실 산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국민적 트라우마가 짙게 깔렸다면 이는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해외에 있지만 서로서로 위로해 주는 것은 또 하나의 치유다.


“뭘 해외까지 나가서 나라 망신을 시키고 그래”라는 말은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도 참여해서 몇 킬로씩 같이 걸으며 서로를, 또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거기에 돌팔매는 던지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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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익히 보아온 바, 한국인들의 시위는 ㅂㄱㅎ 정권에 일말의 부담도 되지 않는다. 이미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효과적으로 여론을 차단하고 시위대를 고립시켜 그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에는 그 어떤 전문가도 해내지 못할 정도의 능력을 매일 매일 보여주고 계신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 왜 나왔을까?


일을 하지 않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비판을 하러 나온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같이 아파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서였단다.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찾아봤고 다 같이 모여 <잊지 않겠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희생자 가족에게 작은 목소리나마 전해주고 싶었단다.


언론은 이제 슬슬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진도에는 몇 사람 남아있지 않은 지금,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만이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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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관심이 집중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필자를 붙잡고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시위를 준비하며 자원 봉사자들이 만든 400여 장의 전단지는 순식간에 동이 나고, 근처에서 급하게 새로 프린트를 해야 하는 일까지 있었다.


'세월호'라는 이름까지는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라도 '한국의 선박사고'라는 말을 해주자 “아~”라는 작은 탄식을 보낸다. 많은 이들도 이미 다 끝난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던 듯 하다. 


아직 시작도 못한 사건이란 것을 알려주자 그들도 작게나마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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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를 읽는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격려와 위로의 말이 오간다.


시위대 주변을 감싼 공기는 무겁다. 조용하고 작은 시위대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크고 무겁다.


행진 중 저 멀리서 앰뷸런스가 다가온다. 급한 일이 있는지 시끄럽게 삐뽀삐뽀 거리며 다가오던 앰뷸런스는 시위대 근처에 가까이 오자 싸이렌을 끄고 조용히 지나간다.


그런 작은 배려, 사실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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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ㅂㄱㅎ 정부와 시민의 <소통장벽>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티비 나와서 엉뚱한 이름 불러가며 울었지만 오후엔 화사한 패션으로 활짝 웃으며 UAE로 원전 팔러 가신 분이다.


그 사이 경찰은 제복 벗고 유족 미행하는 아스트랄함을 선보이는 정부와 국민의 사이엔 20여 년 전 무너진 베를린 장벽보다 더 공고한 장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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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고한 ㅂㄱㅎ '벽' 앞에서 아무리 왈왈 짖어봐야 목만 아플지 몰라.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자리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사람들.


희망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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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쪽의 청년들에 비해 간격이 벌어지는 뒤 쪽, 손에 든 노란 종이도 내려간다.


하지만 끝까지 걷는다.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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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종착지는 베를린 관광의 중심지 박물관 섬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에 대한 한바탕 성토를 끝으로 시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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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h Fragen? [Any questions?] 

질문 있습니까? 


수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늘 그렇듯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종북 빨갱이라 하고 미행을 한다. 


같은 날 있었던 미국 한인동포 시위에서도 '국정원 블랙'인지 '맨 인 블랙'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체증(?)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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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시각 베를린의 다른 곳에서는 소마광산 사건의 희생자 추모와 정부규탄을 위한 터키인들의 시위도 벌어졌다.


많은 한국인들이 집회가 끝나고 누구네 정부가 더 병맛스러운지를 겨뤄보러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터키인들은 일찌감치 집회를 마치고 모두 돌아갔다.


이는 필히 ㅂㄱㅎ 정부의 명성에 겁을 먹을 터키인들이 무리해서 해산한 것이라 강력히 추정되는 바다. 


다음엔 머리 맞대고 한 번 100분 토론을 제안하고 싶다.


대놓고 국민을 때리는 터키 정부와 뒤에서 몰래 때리는 한국 정부.


아마도 우리가 이길듯.




<현장 스케치 영상> 









타데우스

트위터 : @tadeusinde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