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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부리 추천20 비추천0

2014. 06. 16. 월요일

편집장 너부리










1.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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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딴지가 광고로 먹고 살 때가 다 있네? 다른 매체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딴지에게는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신기한 일인 것 같아.


나꼼수 이후 각종 팟캐스트 방송들이 대안 매체로 부상하면서 생긴 현상일 거야. 처음에는 방송을 즐겨듣는 팬들이 일종의 후원 차원으로 하는 광고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정말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한 본격 광고들이 훨씬 많아. 그만큼 팟캐스트 광고의 실효성이 입증됐다는 얘기기도 할 거야.

 

바로 그래서.

바로 그점 때문에.

딴지는 광고를 잘 받지 않아. 


광고주를 상대로 사상검증을 한다거나, 광고계약이 밀려있거나 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야. 딴지라디오에 탑재되는 광고가 청취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 광고나 하지 않는다는 얘기야.

 

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겉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불량인 광고가 나가서 결국 소비자가 물심양면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그런 광고는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지.

 

좀 쉽게 얘기한다면, 당장 광고가 돈이 된다 할지라도, 그 돈 먹자고 딴지스를 후릴 생각은 없다는 의미기도 해.

 

바로 이 점 때문에 광고비를 싸들고 와도 광고를 거부당한 업체가 꽤 많아. 광고하려는 상품 자체가 신뢰가 안 가서 거부당한 경우도 많지만,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여서 반려된 업체도 많았어. 예를 들어 무슨 상조 광고니 중고차 매매 광고니 하는 것들이 그래. 상품을 검증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우리가 검증한 상품과 소비자가 받을 상품이 꼭 일치할 수 없는 그런 것들 말이야.

 

어때. 멋지지?

부정하기 힘들 거야.

매체 중에 광고 상품을 이렇게 사전 검열하는 데는 우리밖에 없을 거거든.

 

하지만 내가 칭찬받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야. 너무 당연한 거거든. 이건 마치 눈앞에 빵이 있지만 경기를 위해 손을 뻗을 수 없는 연아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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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곧 회사가 먹고살 길을 보전하는 가장 근본적 방법이잖아. 딴지가 살기 위해 딴지스를 보호하려는 건 무슨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합리의 귀결이라는 거지.

 

물론 바로 이점 때문에 딴지에 광고를 하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좀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미 미팅해본 업체들은 잘 알겠지만, 마치 경제사범에 대한 취조처럼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고, 사건 재현이라도 하듯 제조현장에서의 공정과정을 일일이 검수 받은 후에야, 그때서야 비로소 자기 돈을 내고 광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서운함을 넘어 기가 막힐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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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그런 귀찮고 험난한 광고면접의 과정이 결국에는 업체에게도 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런 과정이 있은 후라면 소비자가 광고하는 물건을 믿고 구입할 확률도 더욱 높아질 테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런 결과도 나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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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업체가 광고비를 쓰는 이유도 그렇잖아. 딴지가 이뻐서가 아니라 딴지를 방문하는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 물론 광고주의 돈은 딴지 통장에 꽂히는 거지만 말이야.

 

그래서 딴지가 소비자를 위한 고난이의 광고면접을 하는 거야. 광고비를 1/n로 나눠서 소비자에게 뿌릴 수는 없으니까 검증과 최저가로 보은을 하는 거지. 그럼 또 소비자는 딴지에 광고되는 상품을 더욱 믿고 흔쾌히 구입해줄 것 같아. 그럼 또 업체의 광고 문의는 더욱 늘어날 테고 말이야. 이래서 사랑이 필요한 거야. 사랑은 매출도 늘려주거든. 애만 늘려주는 게 아니라.


그래서 광고비가 대체 얼마냐?


싸기도 하고 비싸기도 해(가끔 광고제작을 직접 해야 하냐며 부담을 갖는 경우들이 있는데 걱정할 필요 없어. 딴지에서 광고까지 직접 만들어주거든. 물론 직접 만들어도 돼.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한테 의뢰를 하더라고. 싸니까).

 

<1994 로봇킹>



<바디뷰>


<컴스테이션>

 

일종의 고무줄인 셈이야.

하지만 지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그런 고무줄은 아니야.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 개인사업자가 광고를 할 때에는 최저가 광고비가 책정되고 보해처럼 매출규모가 상당한 업체는 딱 그만큼 높게 책정되는 정책이야. 그러니까 광고주의 허리둘레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정책인 거지.

 

이 점 때문에 광고면접이 필요한 거기도 한 거야. 소비자와 업체와 딴지가 모두 이익을 보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사전에 각자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가 필요한 거니까.

 

혹시라도 이 글을 보다가 바로 문의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메일로 문의주면 돼.

딴지그룹 최강의 미녀에게 제안서를 받게 될 거야.

 

ddanzi.master@gmail.com

 

덧붙여서, 팟캐스트 기반 매체의 광고창구를 통합해보려고 해. 그러더라고. 광고주 중에 팟캐스트 방송 자체는 별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거든. 그래서 딴지에 와서는 엉뚱한 방송에 대한 광고 문의를 하더라고. 처음엔 나도 좀 당황해서, 다른 방송 담당자의 연락처만 주고 돌려보냈었거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야. 무슨 거대 방송사들이 이념적, 상업적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따로 갈 필요가 있을까 하고 말이야. 컨텐츠를 통합할 필요는 없지만 먹고 사는 방식은 좀 통합해도 될 테니까. 업체 입장에서도 여러 군데 따로 갈 필요 없어서 편할 테고.

 

<국민TV>와 <전국구>는 이미 구두로 합의를 봤어. 그러니까 딴지에 광고문의를 했다고 해서 꼭 딴지라디오 광고만 해야될 것 같은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는 얘기야. 하나의 광고 컨텐츠로 수 개의 다른 방송에 같이 광고를 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광고제작은 딴지에서 하고 광고방송은 다른 팟캐스트에 하는 식도 가능할 거고.

 

아직은 초기 단계라 좀 혼란이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이 역시 본질적으로는 사랑에 입각한 마케팅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르는 거야. 본질에 문제가 없다면 각질은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거야. ~



2.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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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라디오에 광고가 나간 상품을 가장 빨리,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딴지마켓이야.

 

우리가 아무리 광고를 잘 만들어 내보낸다 해도 처음 들어보는 상품명을 청취자가 일일이 기억해서 검색하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서 광고상품을 딴지마켓에 연계하게 된 거지. 딴지라디오를 통해 광고를 들은 사람이 가장 빈번하게 접속하는 곳은 다름 아닌 딴지일 테니까 말이야.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광고면접 단계에서 상품을 이미 검증하기 때문에 딴지마켓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량 상품만이 판매되는 거지.

 

그래서 딴지마켓의 이념이 바로 '검증된 상품을 은하계 최저가로'가 되는 거야.

 

은하계 최저가는 대체 어떻게 맞추냐고?

 

그래. 최저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딴지가 무슨 위메프나 쿠팡같은 대자본의 소셜업체도 아닌데 어떻게 은하계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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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해. 판매 수수료를 덜 가져가면 돼.

 

받아 마땅한 적정 가격을 무조건 낮추려는 건 아냐. 전에 어떤 대리운전 업체에서 광고문의가 왔을 때는 오히려 가격을 높이자고 한 적도 있었거든. 대리운전자들에게 최소 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오히려 양심적 고가정책을 하자고 말이야. 물론 광고가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러니까 딴지마켓이 수수료를 양보하는 만큼, 본인들도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는 업체의 자발적 협조가 있을 때 은하계 최저가가 형성된다는 소리야. 뭐 이런 걸 박리다매라고 얘기할 테지. 하지만 장사 잘 할라고 이런 전략을 수립한 건 아니라는 걸 좀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동안 딴지를 성원해준 니들에게 보은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이거 같아서 이러는 거지. 다매가 아니어도 박리를 추구하는 그런 슬픈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

 

참고로 최근 옥션에 딴지분점을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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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옥션 보다 더 저렴한 은하계 최저가를 지향하는 마당에 굳이 옥션에 입점할 필요는 없었어.

 

근데 옥션에서 쌓인 적립금, 옥션에서 받은 쿠폰을 딴지마켓 상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낼름 하게 된 거야. 그러니까 옥션을 이용해왔던 딴지스라면 옥션의 혜택으로 딴지마켓 상품을 은하계 최저가에 쿠폰이나 적립금까지 보태서 구입할 수 있는 거지. G마켓 등 다른 쇼핑몰 이용자들에게는 아직 미안. 원래 좋은 건 빨리 안 되더라고. 아마 딴지 옥션분점이 잘 되면 다른 쇼핑몰들도 관심을 가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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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이런 식의 할인이나 쿠폰있잖냐.

 

조만간 딴지에도 누적 포인트 및 쿠폰 제도가 적용될 거야. 남들 다 하는 걸 똑같이 하려는 건 아니고. 딴지일보와 딴지라디오, 벙커1, 딴지마켓 등에 종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아마도 공익적 차원과 커뮤니티 활성화, 상업적 의도가 교묘하게 뒤엉킨 제도가 될 것 같아. 천하제일 농담자 478기 출신인 좌린님이 기획한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3.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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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도 속고만 살아와서, 잘 믿기지 않겠지만 결국 딴지는 사랑으로 먹고 살아. 


오해하지는 말아줘. 성인용품을 다시 판매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니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꼼수가 국민적 관심을 받을 때 보수언론에서는 남로당과 부르르를 언급하면서 딴지총수 김어준은 '성인사이트업자'다, '성인용품 판매업자다'라는 식으로 왜곡을 한 적이 있었어. 그래 그거 다 왜곡이야. 왜냐면 그거 다...

 

내가 만든 거거든.

 

왜 씨바 내가 만든 걸 엉뚱한 사람한테 공을 돌리는 거야 이 씹새끼들이.

내가 그거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 갑자기 그때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네?

 

그때 여성용 바이브레이터 이름을 두고 두 개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 바 있었어 하나는 제품의 움직임. 그러니까 바이브레이터가 부르르 떠는 모양을 형상화 했던 이름이 '부르르'였던 거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품의 역할, 그러니까 뭔가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효자손'이라는 후보도 있었고. 결국 채택된 건 부르르였지만 말이야.

 

그밖에도 남성의 아랫도리를 형상화한 딜도 중에는 체코의 민주화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였던 '프라하의 봉'도 있었어. 또 옥수수 모양의 딜도도 있었는데, 이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강원도의 힘'이라 명명했던 기억이 나네.

 

그거 다... 나라고, 이 씨바들아!!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딴지가 요즘 광고와 마켓으로 먹고 산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건 결국 표면에 보이는 비즈니스의 형태가 그렇다는 거야.

 

피부 밑에는 눈에 안 보이는 근육과 지방이 있듯 현재의 광고 및 마켓으로 딴지가 먹고 살 수 있게 된 데에는 전세계 딴지스들의 묻지마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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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아니야. 내가 십 수 년 딴지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거거든. 니들의 절묘한 사랑. 딱 굶어죽기 직전까지만 방치하는 그런 절묘한 사랑 말이야.

 

물론 그 묻지마 성원이 발생하는 이유도 또 있긴 할 거야. 피부 밑에 근육과 지방이 있고 그 밑에는 또 뼈가 있듯. 그래. 이건 씨바 자화자찬 같아서 민망하지만, 니들이 그냥 딴지를 사랑해주는 건 아닐 거잖아. 우리도 뭔가 사랑받을 짓을 했으니까 사랑해주는 거겠지. 딱 굶어죽기 직전에 절묘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딴지도 절묘한 뭔가를 해왔을 거라는 얘기야. 그게 권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든, 야한 얘기를 많이 해주는 거든.

 

어쩌면 혹자는 이런 가치관이 딴지가 기업으로서 전투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해. 그래서 살아있는 거지.

 

물론 사랑 안에는 워낙 많은 관념들(정의, 희망, 용기, 존중, 근면, 성실, 모험 등등등...)이 부분집합으로 모여 있어서 앞으로 딴지가 또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몰라. 사랑이란 큰 틀이 변할 리는 없겠지만, 때에 따라 그 부분 관념 중의 몇 개가 강조될 수는 있는 거거든.

 

분명한 건, 적어도 딴지의 광고 정책 및 마켓 운영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사랑은 신뢰일 거야. 그래야 니들의 사랑도 결제의 모습으로 변신해 돌아올 테고.

 

사랑한다. 딴지스.







편집장 너부리

트위터 : @newtoilet


편집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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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