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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17. 화요일

돌퐁 

 

 

 

 

 


리처드 스윈번이라는 신학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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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는 하나님이 유태민족에게 준 시련이며, 홀로코스트가 있었기에 유태민족은 진정한 용기와 숭고성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거 같다, 그치?


제정신을 가진 유태인이라면 저 발언을 듣고 참으로 미치고 팔짝 뛸 발언이었고, 행여나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유가족이 저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노할 발언이었을까.

 

왜 숭고성을 얻을 기회는 6백여 만의 잔혹한 죽음을 통해서만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하고 말야.


문참극, 혹은 문catastrophe(ㅆㅂ 본인 발언이랑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하네)의 발언에 대한 분석은, 종교의 자유에 기반한 종교적 역사관이고 엿이고 간에 닥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1. 신정론 (theodicy)


이미 하나님을 믿는 자나 혹은 이제 막 전도의 대상이 될 사람들에게 있어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발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궁극의 괴리감이 하나 존재하게 된다.

 

하나님이 그토록 전지전능하고, 또 인간이 선하기를 바라신다면 도대체 세상에 왜 악(evil)이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아니, 그냥 하나님의 전지전능 포텐을 폭발시키셔서 세상에서 악을 깡그리 없애버리고 모든 인간이 하나님을 믿고, 아주 도덕적으로 선하게 호호하하 살다가 죽어서 다시 에덴동산으로 가면... 에브리바디 해피 아닌가.

 

왜 세상에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끼치는 악이 존재하는가. 또 왜 세상에는 자연이 인간에게 행하는 악이 존재하는가. 이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신정론이다. 말은 거창한데, 사실, 정말, 아주, 존나, 간단, 하게 압축가능하다.



"다 깊은 뜻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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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다. 이게 정말 다다 신정론은, 세상의 악에는 신의 섭리가 다 있다는 이론이다. 너무도 간단, 명료, 명쾌, 호쾌, 한 이론이라 이를 "다뜻있"이론으로 명명하겠다.


우선 개개인의 인간에게 하나님은 자유의지(free will)라는 걸 주셔서 스스로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셨다.(라고 썼지만 신은 전지하므로 이미 인간이 어떤 선택지를 택할지 알고 계시다. 즉,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건데 그럼 도대체 무엇이 free하다는 것인지는 참으로 모르겠다만...)

 

이 경우에는 개인의 선함과 악함이 스트레이트하게 결과로 이어지므로 아직까진 큰 저항감이 들지 않는다. 하나님이 갑동이한테 자유의지를 줬는데 갑동이가 스스로 나쁜 짓을 했으므로 갑동이 넌 지옥행 ㄱㄱ.

 

하지만 개인대 개인, 혹은 개인의 힘을 능가하는, 정말 불가항력적인 큰 역사의 흐름이나 자연재해가 등장하면 논리는 매우 불쾌해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도덕적으로 선하고 또 신앙적으로 신실한 삶을 산 유태인이라고 할지라도 2차대전 시기 전유럽에 휘몰아치던 나치의 광풍을 피해갈 순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아무리 필리핀에서 착하게 살았어도(심지어는 크리스챤으로) 어느 날 난 우리동네에 몰아닥친 쓰나미에 사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유의지로는 나에게 닥친(혹은 민족에게 닥친) 불행이 설명이 될 수 없으므로 별개의 논리가 발동하게 된다.

 

그들이 보기에도, 어느 착한 유태인에게 닥친 불행이 신이 히틀러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도 병신같이 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catastrophe 후보자 님께서 주창하시고 계신 "다뜻있" 이론되시겠다.




2. "다 뜻이 있어서 그런 겨" 그 결과론의 오류


앞서 인용한 스윈번의 논리나, 문catastrophe님의 논리나, 혹은 기독교단체에서 입장 발표랍시고 낸 성명서나 다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참 새눌당 어떤 의원도 트윗 짓을 했다지. "나한테는 그냥 시련으로 강해진 걸로 읽히는디" 어쩌고.


모든 것은 다 신의 깊은 뜻이 있다. 이 논리의 오류는 말할 것도 없이 "결과론" 혹은 "인지부조화"라는 몇 개 글자로 설명이 될 수 있다. 저런 식의 결과론적인 논리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설명될 수 있다. 즉, 논리가 아닌 억지꿰어맞추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 딸이 수능을 또 잡쳐서 5수를 하게 된 것도, 펄펄하게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것도, 부정부패를 저지른 재벌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것도, 다 설명이 가능하다. 


개미에게 텔레비전의 원리를 설명해보았자 이해할 수 있겠는가? 미천한 인간은 하나님의 원대한 섭리를 모르지만 짧게는 며칠 혹은 몇백 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머리를 치며 "앍 씨바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 거였던 것이었떤 거구나"하고 탄복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는 뭐 그런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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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인생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역사에 같은 논리를 들이밀면 존나 이길 수가 없다. 존나 호방하다. ㅆㅂ  거의 끝판왕 스킬 시전에 가깝다. 니는 이해 못할 깊은 뜻이 다 있다는데 도대체 뭔 말을 더하겠어.


하지만 더도 말고 딱 3초만 생각해 보면 다뜻있 이론이 얼마나 병신 같은 사고방식인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인지부조화의 전형인 이유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 그 사건으로 인하여 혹은 그 사건 속에서 발견되는 그 어떠한 긍정적인 측면이라도 바로 원사건 그 자체의 필연성 혹은 정당성으로 직빵 명랑하게 달려가 버리기 때문이다.(혹은 정 긍정적인 걸 못 찾겠다면 "곧 나타납니다"하고 믿어버리면 되고.)


사실 그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라도 그 안에서는 인간미가 발현되기 마련이다. 삼풍백화점 사고나 세월호 사건은 비극 중의 비극이지만, 구조인력들의 헌신이나 국민들의 염원 같은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측면들은 어쨌든 간에 참사 때문에(혹은 시간순으로 참사 후에) 생겨난 게 맞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 건 비극중의 비극이지만 어쨌든 간에 그 때문에 입원해 계신 아버지랑 좀 더 대화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근데 이 다뜻있 이론은 그런 긍정적인 걸 발견하자마자 "앍! 씨밝! 우리보고 이러라고 이 사건을 안겨주신 거구나" 하고 탄복하는 꼬라지다.


따라서 그 어떤 부조리하고 부당한 사건을 갖다대도


"다. 뜻. 있."

 

으로 자동흡수 및 자동반사하려는 정신구조가 병신인 몇몇 인간들에 대해서 정상적인 지능과 교양을 갖춘 국민은 이렇게 답한다.


이. 뭐.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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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의 문제를 떠나서 인지부조화 중증 환자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3. 다뜻있 이론, 그 잔인성


다뜻있 논리의 오류는 너무 싱겁도록 쉬워서,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간략하게 짚어봤다. 하지만 그 이론의 진짜 문제는 그 '잔인성'에 있다.


신정론은 어떠한 비극적인 참사에 대해서 "그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라는 시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다뜻있 이론은 비극을 필연으로 대체한다. 여기서 "필연"이라 함은 "구한말 집권세력의 부패와 무능이 불러온 필연" 따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이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쓴 약이었어" 류의 잔인한 필연을 말한다.


하나님이 너을 위해 마련한 쓰디쓴, 하지만 필수적이었던 일. 다른 방식과 형태, 규모로는 안됐고 반드시 그런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아 물론 넌 그 깊은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어쩌면 신정론이 가진 당연한 논리의 수순이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건, 다름 아닌 하나님이 행한 일이라는 소리다.

 

그 일은 신이 보시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기에(눈물을 머금고 하셨든 어쨌든) 하나님 본인이 인간에게 안겨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감히 하나님이 행한 일에  "없었어야 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사고방식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일 뿐이다. 개미의 우둔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는 피해자나 혹은 피해자의 주변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이를테면, 강도에게 처참한 살해를 당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가서 "참으로 안 된 일이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을 겁니다."하는 격이다.


아니면 문catasprohe님의 논리처럼 좀 더 구체적으로 "이번 아버님 살해 사건으로, 서로 불신하고 싸우기만 하던 콩가루 가족이 눈물의 화해를 해서 똘똘 뭉치게 되었으므로  더 볼 것도 없이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시련인 거 백퍼 확실함ㄷㄷㄷ. "라고 한 술 더 떠주실 수도 있겠고.

 

만약 하나님이 계시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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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뜻있 신봉자들의 비겁함


이들은 정말 비극적 참사가 신의 섭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예를 들면 세월호 사건이나 요양원 화재 사건 같은 것도 다 신의 깊은 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역겹고 더러운 점은 이들 역시 구체적인 특정 사건, 그것도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참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문catasrophe정도의 수재라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먼저 나서서 신의 섭리를 지껄일 정도로 병신은 아니다. 왜? 매장될 게 뻔하니까.(아, 물론 아주 골수적으로 해당 이론에 경도된 이들은 나불대다가 큰코 다치기도 한다.)


여기에서 다뜻있 신봉자들의 비겁함이 발휘된다. 그들은 대개 특정 개인들이 아닌 민족이나 집단 전체에게 있었던, 비교적 먼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만 저런 소리를 씨부려댄다. 일제강점기나 이조시대 같은 경우가 정석 케이스 되겠다. 이제는 좀 짖어대도 매장되지 않으리라는 비겁함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것도 망설여진다면 다른 나라, 다른민족에게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평을 하면 된다. 동남아의 쓰나미나 홀로코스트 등등이 단골 케이스 되겠다. 한국사람들만 득시글거리는 메가처치에서 동남아인들이 교회 안나가서 쓰나미 라는 시련을 주신 거라고 짖어대봤자, 뭐 큰 비난을 받겠느냐 말이다.

 

혹은 교묘하게 익명의 신자의 일화를 인용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몇 년 전 제가 아는 어느 신자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는 울부짖었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게 맞냐고. 왜 착한 나에게 시련을 주셨냐고.

 

하지만 그는 지금 휠체어에 앉아 복음을 전파하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다리를 잃기 전에는 꿈도 못 꿀, 유명하고 존경받는 목사가 되었습니다.(이부분에서 "목사가 되었습니다"라는 부분은 라임을 타주면서 좀 발기된 거처럼 흥분으로 떨린다.)

 

그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모습에 감동받아 열심히 공부하여 유명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이쯤에서 객석에서 할렐루야! 터짐)

 

그는 그제서야 깨달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이 시련을 주신 것은 나에게 축복이었구나. 믿쑵니까. 믿쑵니다. 아멘 할렐루야 숭구리당당"




저걸 그냥 단어 몇 개 바꿔서 이번 문catastrophe의 일제강점기로 확대하면 붕어빵.

 

저 인지 부조화적 딸딸이는 논리 자체로도 병신이지만 사실상 검증도 불가능하고, 적당히 둘러치기도 좋다. 저 신자가 정말 기쁨의 눈물을 흘렸는지 아니 실존인물은 맞는 건지 검증같은 걸 누가 하자고 나설 건가. 그냥 그런가 보다 좋나 멋지다ㅠㅠ 하고 감동하면 끝인 거다.


메가처치 내에서 일부 목사들의 쓰나미 발언 같은 경우는 간혹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순 있지만, 결코 그에게 목사직을 내놓게 할 순 없다. 딱 그 정도다. 오히려 그런 야매 논리로 신도들 감동시켜서 얻는 이득이 컸으면 컸지. 그 정도야 기쁘게 감수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해당 교회의 목사가 쓰나미 피해를 겪은 지 얼마 안 되어 필리핀에 가서 저런 소리를 감히 지껄일 수 있겠는가?


물론, 아주 당연하게도, 세월호 사건 직후 한국의 교회에서 세월호가 신이 주신 시련이라는 소리를 지껄이는 목사는 참으로 찾기 힘들다. 딱 그 정도의 비겁함이다. 자신이 신봉하고 있는 생각이지만 대성통곡하고 있는 곁의 누군가에게 차마 지껄이지는 못하겠고 그냥 먼 옛날 얘기나, 김아무개 씨의 일화나, 타민족 미개인들 예를 들거나. 그정도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catastrophe는 수재이므로, 내가 예측하건대, 만약 문 catastrophe님이 미래의 예측 능력이 있었다면(즉, 그가 가까운 미래에 총리에 내정될 줄 알았더라면) 그의 비상한 머리쯤이면 절대, 네버, 결코, 해당 논란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해당 교회 내에서 존나 성령에 발기 돼서 그냥 평소 생각 무심코 뿜어냈다가 총리내정자쯤 되니까 피를 보고 있는 것일 뿐.


총리가 될 줄 알았더라면 그는 결코 그러지 않았을 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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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catastrophe가 만약 총리직을 제의 받을 줄 알았더라면 그는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분인거다. 문catastrophe가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비겁함은 아주 대놓고 면전에서 아작을 내줄 필요가 있다. 청문회를 하게 된다면, 그냥 문catastrophe에게 물어보면 된다. 병신같은 트윗 짓을 한 새눌당 의원한테도 물어보고. 

 

후보자 님은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요양병원 화재 사건에 대해서도, 신입생 수련회 화재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시는지 하고 말이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을 깨우쳐주기 위해 신이 행하신 섭리라고 생각하시냐고 말이다.


야당에게 요구한다. 보이콧이고 뭐고 다 좋은데 저 바보들의 우매함을, 그 우매함에서 오는 잔인함을 만천하에, 온국민에게 까발려 주는 게 야당 역할 아니냐?


스윈번이 "홀로코스트는 유태민족에게는 숭고함을 발휘할 기회를 선사했다"라는 개소리를 하자 패널로 참석한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피터 앳킨스는 말했다.






"지옥에서 썩길 바란다"  (May you rot in hell)

 

 

 

 



돌퐁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