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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원전, Sad but True

2014-06-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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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19. 목요일
멀더요원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경험한 이후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서였는지 최근에 원전 사고 시 영향 범위를 나타내는 그림들이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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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자력의 위험성을 나타내기 위한 이런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최근 몇 년 간 많은 선거를 거치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 '프레임 효과'를 발견하게 된다.


즉, 원전 사고시 '영향범위'라는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그외의 지역은 '안전'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위험반경만을 위험지역으로 받아들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영향범위의 밖에 있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은 괜찮은 걸까? 매우 궁금해졌다.


이 글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30년 이상된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말도 안되는 상상이나 한 번 해볼까 한다.


언제나 음모론은 특별한 재미가 있는데, 여기서 하려는 얘기도 그런 얘기이므로,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기면 되겠다


1. 알려진 피해


2012년 12월 10일 발표된 환경운동연합의 <한국 월성, 고리 원전 1호기 사고피해 모의실험>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사고 규모, 바람의 방향, 피난조치 등에 따른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월성1호기 사고시 최악의 인명피해로는 50년 간 급성사망 2만 명, 급성장해 50만 명, 암사망 75만명을 포함한 만성장해 165만명인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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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또한, 사고 시 최대의 경제적 손실은 1000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피난을 가지 않는 경우는 인명피해가 최대로 되지만 경제적 손실은 오히려 더 적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얘기는 사람 목숨값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죽으면 오히려 경제적 손실이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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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리 1호기 사고 시 최악의 인명피해로는 50년 간 급성사망 약 900명, 급성장해 55만 명, 암사망 40만 명을 포함한 만성장해 98만 명인것으로 나타났으며, 최대의 경제적 손실은 875조 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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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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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겠지만, 어떤 보고서든 주장하는 쪽의 입장이 반영된다. 정부의 4대강 사업 관련 보고서들이 그랬고, 천안함 사건 관련 보고서들이 그랬다. 따라서, 모든 분석이 나름의 논리와 모순 그리고 병신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접해야 한다. 이것은, 관련업계에 비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민단체의 보고서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역시나, 이러한 분석결과를 두고 관련업계 측에서는 일정량 이하의 방사선과 암 발생의 관계에 관해 무리하게 가정했다는 등의 반박을 했다. 그럼, 시뮬레이션이든 뭐든 지들이 좀 계산해서 공개해보든가...(이순신 장군은 일기를 썼기 때문에 자기 변호가 가능했던 것이다. 니들도 뭔가를 내놓고 얘기해라)

보통, '비용-편익' 분석이나 어떤 위험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경우, 상황을 단순화하기 위해 실제로 발생 가능한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상수'로 취급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는 분석이 너무 복잡해져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도 많은 사건을 단순화하여 가정하였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관련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피폭량과 암 발생 건수'에 대해서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사항을 적용했다고 하니, 그건 관련업계가 그쪽이랑 실컷 싸우라고 놔두겠다. 그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본 요원도 잘 모르고, 이 글에서 하려는 얘기도 아니니까. 그냥, 단순하게 방사선이 증가하면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만 알아두자.


이 분석에서는, 사고현장 인근 주민들이 피난하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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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지점 주변 30Km 반경에 있는 인구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보고서에 나타나 있지 않으나, 울산과 부산의 인구 밀도를 생각해보면, 대충 수십 만~수백 만이 될 것이다.


사고를 접수한 후 대책본부가 마련되고, 피난 결정을 하고, 이동 수단을 마련하고, 수십 만의 인구가 피난을 하는데 딱 2일 걸린다는 가정.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가정이다. 아니, 그보다 잘 훈련된 군대라면 그런 규모의 이동이 그 시간 내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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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아스팔트 방사능도 시민들이 직접 방사능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했다. 대응? 잘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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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디까지나 사고 후 50년 동안 '국민건강보험'이 현재대로 운영되는 경우의 금액이다. 영리자회사니 뭐니 벌써 많이 진행되고 있는 의료민영화를 감안하면 적은 금액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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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에 참여한 잠수사들이 2개월 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어쩌면 사고수습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걸 타당한 가정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ㅆㅂ

그밖에도 대규모 인구이동에 따른 집값 폭등에 대해서는 생략되어 있는 등.


전체적으로 이 분석에서 최대치로 산정한 인적, 경제적 피해는 최소한의 가정을 통해 산출한 최소한의 피해규모로써, 실제로는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2. 알려지지 않은 피해


이 분석에서는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 포항제철 등의 산업피해를 감안하였는데, 이것은 분석대상 지역에 국한된 것이다.


그러면, 이 지역을 벗어난 피해는 무엇일까? 분석에 반영되지 않은 피해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자.


물론, 여기서부터 하는 얘기들은 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본 요원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냥 그런 공상과학 소설에 불과하니 절대로 믿지 마라.


2-1. 석유


월성, 고리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는 울산항과 부산항을 비롯해 많은 항구들이 있다.


그 중 울산항은 국내 원유의 50% 이상을 처리하는 항구로써, 인근에 세계 2위이자 국내 최대규모의 정제시설인 SK의 정제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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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이든 고리든 사고가 발생한 상태에서 바람만 한 번 잘못 불어준다면 우리는 이 시설들을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시설에 대한 손실 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들어내던 상당량의 석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SK울산공장은 84만 배럴을 처리하여 그중 50만 배럴을 수출했는데,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하루에 246만 배럴을 사용였으므로, 하루 석유사용량의 약 14%를 공급하고 있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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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제공장이 폐쇄되는 경우, 다른 항구를 통해 다른 정제시설로 보내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울산에서 그동안 생산하던 양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다른 정제시설도 포화상태라면 새로운 정제시설을 만들기 전까지는 기름값이 매우 크게 오를 것이다. 그리고, 기름값에 따른 각종 비용은 상승하여 결과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할 것은 너무 뻔하다.

2-2. 전기


원자력 등을 포함한 국내 전체 발전설비는 2013년 현재 8,697만kW이다. 월성 1호기는 63만kW, 고리 1호기는 57만kW의 시설로서 전체의 약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말고도 울산에는 300만kW급의 국내 7번째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이것은 전체 화력발전소의 약 7% 정도를 차지하며,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약 3.45%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월성이든 고리든 사고가 발생한 상태에서 바람만 한 번 잘못 불어준다면 사고로 인해 원전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전기뿐만 아니라 추가로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던 3.45%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전기운영에서도 어느 정도의 예비량를 갖고 운영하게 되는데 이 경우 연간 최대 사용량이 발생하는 날은 2011년 9월 15일에 대한민국 정전사건을 다시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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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예비력 853만kW에서 사고 원전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던 
수백 만kW가 줄어든 상태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줄어든 전력공급량, 높아진 기름값, 줄지 않는 전력사용량을 감안하면 전기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게 뻔하다.

중요한 건, 전기가 없으면 물도 없다.


2-3. 부산항, 울산항


현재 한국의 제1수출항은 부산항이며, 제1수입항은 인천이다. 부산항은 철강, 플라스틱, 기계류 등을 수출하고 인천항은 원유, 철광석, 곡물 등을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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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울산항은 수출입량의 대부분이 원유를 수입해서 석유제품을 수출한다. 또한, 부산항은 국내 전체 항만 물동량의 23%, 울산항은 15%를 차지한다.

부산항과 울산항이 심각한 방사능 피해로 인해 폐쇄된다면 일시적으로 국내 항만 물동량의 38%를 다른 항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뭐 현재 국내 항만시설이 이미 과잉공급상태라 항구는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항구의 배후시설, 원거리 이동 물류량, 새로운 업체의 이주 등 꽤 오랜시간에 걸쳐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이러한 것들이 가격에 반영된다면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다.


게다가, 국제적인 선박유치경쟁에서 한 번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으면 회복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항구를 폐쇄하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2-4. 주식과 환율


이 부분은 특별히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쿄증시는 10% 폭락했던 걸 생각해보면, 한국의 상황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조선,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라는 이른바 '한국의 5대 산업'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분야다.


그 중에서 부산의 한진중공업(조선), 포항의 제철(철강), 울산의 SK정제공장(석유화학)과 현대공장(자동차)이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외국 투기꾼들의 정상적인 반응은 무엇일까? 당연히 자신들의 주식을 팔아치울 것이다.

2014년 5월,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외국인 비율은 약 33% 정도이다. 이들이 가진 주식의 30%만 팔아도 국내 주식시장은 산술적으로 10%가 폭락한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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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이 된다면 늘 그렇듯 '기관 투자자'라는 이름의 '국민연금'이 주식방어에 나설 것이며, 외국인들은 많이 내려가지 않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살 것이므로 달러의 가격인 환율은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늘 그래왔듯이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쏟아부을 것이고, 그러면 또 늘 그랬듯이 외국인들은 큰 손해를 보지 않고 달러를 가져나갈 것이다.

그동안이야 이게 가능했겠지만, 이 정도의 재난상황에서도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정부가 할 수 있는 환율방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와 외국과 '통화스왑'을 설정한 수준일텐데 괜히 그거 잘못 건드렸다가 외환이 바닥나면 수입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고,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축수산물을 수입하는 나라다.(우리는 겨울이 있는 나라다. 기름 수입 안 되면 꼬추가 될 거다)

상황이 이쯤되면 수출 대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법도 하지만 늘 그랬듯 그들은 외국에서 물건 팔고 받은 달러를 외국은행에 그대로 둘게 뻔하고. ㅆㅂ

결론적으로 주식은 대폭락을 할 것이고, 환율은 폭등할 것이며 이것으로 인해 물가는 크게 오를 게 뻔하다.


2-5. 그 밖의 피해


피해지역의 공장 등 산업 시설은 그냥 그 자체의 손실보다는 그곳에서 만들어 시장에 공급되던 상품의 공급 중단과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대규모 피난민이 발생할 것이고 그들의 주거를 위해 수백 만 호의 주택이 필요한데, 그것이 마련되기 전까지 집값과 월세는 폭등할 것이다.


수백 만 호의 주택을 일시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철근 등의 자재가 일시적으로 많이 필요하므로 자재가격도 폭등할 것이고, 건설 장비에 쓸 기름값도 올라있는 상태이므로 주택 건설비가 크게 오를 것이다.


결국, 집값은 크게 오를 것이며 빨리 짓기 위한 불량 자재 사용과 부실공사는 늘어날 것이다.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지만 이미 대중교통요금도 크게 올라 있을 것이다.

남의 아픔에 대해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피난민은 한 번 더 소외될 가능성이 많다.

수백 만의 피난민은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인근 지역보다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의 증가이고, 노동 시장에서 노동공급의 증가는 임금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지역에서 외국인들은 쫓겨날 것이고, 그 자리는 피난민으로 채워질 것이다. 임금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물가가 크게 올라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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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를 대비해 가입되어 있는 보험의 배상액이 500억 원, 배상책임이 5,000억 원이므로, 그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정부에서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예산은 대략 350조 정도인데, 여기서 국방비 빼고 뭐 빼고나면 얼마나 쓸 수 있을까?

결국, 그것이 발생시키는 피해는 모든 국민이 조금씩 나눠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자력발전소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3. 공상과학소설


정부나 관련업계의 얘기처럼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항상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어떠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겠지만, 그냥, 어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보자. 뭐 헐리우드 영화들은 그보다 훨씬 더 황당한 상상도 많이 하니까 그런 상상을 못할 것도 없잖어.

여기서 등장하는 어떤 사람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 단체이므로 자꾸 어떤 특정한 인물들이 떠오른다면, 그건 순전히 독자들의 미개한 정신상태의 문제이므로 시간날 때마다 '회개'하고 '구원'받기 바란다.



소설의 시작

20XX년 7월 어느날,

고리 원전 1호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한다.


한 시간 뒤, '고리 원전 1호기, 방사능 물질 일부 누출'이라는 속보가 뜨고, 이어서 원전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피훈련하던 화면과 함께 '고리 원전 1호기, 인근 주민 전원 대피'라는 방송 자막이 등장한다. 가끔씩 발생하는 그런 사고겠지.

몇 시간 뒤, '주민 전원 대피'는 오보인 것으로 밝혀진다.

이어지는 언론사 속보,

'전체 교류 전원 상실, 원자로 자체 이상은 없어', 'X대통령, 사고대책반 구성하여 신속 대응 지시', '대책본부, 반경 3km 피난, 3~10km 옥내 대피 지시', 'X대통령, 특공대 투입하여 주민 대피 지시', '동해안 50km 해역 지진파 감지', '고리 원전사고 대공용의점 수사', '일부 지역 심각한 오염 가능성, 추가오염 우려', '원전 인근, 일부 주민 사상자 발생', 'X대통령, 긴급사태 선언, 군병력 투입'


방송은 현장에 수용된 주민의 가족들을 인터뷰하며, 피폭되어 사망한 시신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어떤 언론사는 트위터를 통해 취재를 하려다가 발각되기도 한다.

트위터 상황,

'부산 사는데요. 대피 방송 없었는데요. 어째야 하죠?', '대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엄청 많아요', '군인들이 길을 통제하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수가 없네... ㅆㅂ', '출장왔는데 이게 뭔일이래... ㅆㅂ', '30분 째 전화가 안 터짐', '아, 배고프네. 오늘은 뭘 먹지'

일베 상황

'놈현이 고리 원전 1호기 수명연장했다', '종북좌빨들이 원전 터뜨린 거 아냐?', '방사능 오염된 것들아, 기어나오지 말고 거기서 죽어', '아,ㅆㅂ 주식 폭락하겠네. 방독면 회사 주식이나 살 껄...', '우리집은 안전함...ㅋㅋ'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다.

주식이 폭락한다. 싸이드카, 써킷브레이커. 다 소용없다. 외국 투기꾼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국민연금은 주식을 사들인다. 외국 투기꾼들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며,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만 환율은 급등한다.

사고 하루가 지나고 정부대책회의를 통해,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가 원전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구성된다. 물론, 반경 10km 이내의 주민은 아직 대피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대책본부는 언론사 브리핑을 통해 원자로 자체의 이상은 없으며 사고 원인과 인명피해를 아직 조사하고 있다는 공식발표를 한다.

방송에서는 지역주민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대피하는 장면과 함께 군 헬기 10대를 현장에 급파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투입된 군은 오염물질의 확산을 막겠다며, 길을 막고 방사능 피폭량을 체크하며 주민을 통제한다. 하늘에는 방송사 헬기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방사능에 피폭된 주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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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차를 이용해 피난 온 주민들은 체육관에 격리 수용되고, 원전 인근 주민 중 일부의 급성사망이 확인되기 시작한다. 대책본부와 언론의 사망자, 피난민 숫자가 수시로 바뀌지만 사실 그게 별 의미는 없다. 이미 사망자는 수백 명을 넘었고, 피난민 중에서도 중환자들이 많다. 사망한 시신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되었으므로, 방사성 폐기물과 함께 '처리'된다.


주민들의 피난을 위한 버스는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 정부, 발전소, 보험사간에 협의를 하느라 며칠이 지나서야 마련되었다. 그렇다고, 격리 수용된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치료나 상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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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일주일 후,

사고 당시에 있었던 상황일지, 본사와의 통화내역, 119 교신내용이 공개된다. 물론, 공개된 5분짜리 교신내용의 음질은 21세기 전화통화 품질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대책본부의 1차 조사결과가 발표되는데, 어느 지진연구소의 지진파 검출 자료를 근거로 동해안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지진해일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한다.


방송사는 그 원인이 지진인지, 북한의 미사일에 의한 충격인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한다는 보도를 한다.


생명보험, 손해보험사는 이 사고가 북한의 폭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나는 경우는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이므로 보험금 지급을 할 수가 없으니, 정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느 '털복숭이 음모론자'는 전세계의 지진연구소를 뒤지며, 그날 지진이 없었다는 것을 주장한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다.

사고 발생 한 달 후,

사고반경 3km 이내에는 이제 사람이 없다. 아니, 산 사람이 없다. 30km 이내에는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한 직장인들과 피난을 포기한 노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대피했다.


나머지 원전을 정상가동시키기 위해 근무자들은 목숨을 걸고 근무한다. 아니, 해고되어 쫒겨나느니 가족을 위해 그냥 근무한다.

화력발전소, 석유정제시설 등의 근무자는 직장의 해고압박과 각종 보너스를 위해 그대로 근무는 하고 있지만, 울산항으로 들어오는 유조선이 크게 줄어들어서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피난간 이들은 특별한 피난처를 마련하지 못해, 친척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시 '한 지붕 세 가족' 시대가 오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 친척도 없는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한 달 째 캠핑을 하며, 직장을 구하러 다닌다. 이제 힘든 공장이든 뭐든 돈을 벌 수 있다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산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줄어든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대대적으로 검거하러 다니는 것보다도, 원화가치가 너무 크게 하락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중국, 일본 등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피난민이 채운다.


전국적으로 기름값이 너무 올라 수도권 버스와 지하철은 항상 만 원이다. 출퇴근 시간은 훨씬 길어졌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은 크게 올랐다. 8월이지만 전력난으로 인해 대형건물의 에어컨 사용은 제한된다.

각종 식료품의 가격이 올랐다. 마트에서는 처음에 방사선 검출기를 마련해 두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치웠다. 이젠 유기농이고 지랄이고, 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국산' 식료품을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집값과 월세는 폭등했고 이제, 전세는 없다.

환율이 크게 올라 수출 대기업의 원화로 표시된 영업실적은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그들의 달러는 외국에 있고,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시행한다. 인력이 넘쳐난다.

군정보기관, 국정원, 경찰정보기관 등은 피난민들의 동향을 파악한다.

찜통더위를 겪던 어느 날, 전력수요가 최대가 되고 전국적인 제한 송전이 실시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 공장이 멈추고, 컴퓨터가 꺼진다.


사고 원인에 대한 오락가락하던 정부의 입장은 이제 사건 자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에 보도되지 않는다.


대신, 정전사태에 대한 보도와 함께 그래서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인간들이 종편에 마구 나온다.

대통령은 한 달 만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짜내고 '한국수력원자력'을 해체하고 '원자력처'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태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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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는 부산에서 유출되는 방사능이 동해로 빠져나가지 수도권으로 올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대전 인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발표를 한다.

수도권에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다. 정부는 사재기를 '엄정단속'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식료품 사재기 해봐야 이미 방사능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방송에서는 '일정 수준의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도를 하고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은 '국산 농산물 먹기 운동'을 벌인다.

이번 태풍은 부산, 울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으나, 다음 태풍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강원도 일대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두 달 후,

지난 한 달 간의 주식 방어,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고, 환율은 폭등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 환율에 손을 댈 수 없는 정도에 있는 것 같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일본과 미국의 통화스왑으로 버티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 요구, 살인적인 물가,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시위가 계속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조직되지 못하고 경찰력은 막강하다.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갔고 이제, 수도권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다.

이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하겠다고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부산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던 미군 항공모함은 이제 일본에 정박해있는데, 유사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려던 미군의 작전계획도 수정되었다.

이런 영향이었는지, 원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온갖 막말을 하던 정당이 크게 이기는 선거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사람들은 국제체육대회를 위한 거리응원을 하며, 졸라 좋아한다.


그렇게 몇 개월 후 겨울이 다가온다.


써놓고 보니 이게 다 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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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ㅂ. 소설도 좀 그럴 듯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 ㅎㅎ

요즘 자꾸 이 노래가 떠오르네.




"We Gotta Get Out Of This Place" - The Animals


In this dirty old part of the city

Where the sun refuse to shine

People tell me there ain't no use in trying

Now my girl you're so young and pretty

And one thing I know is true

You'll be dead before your time is due

I know

Watch my daddy in bed and tired

Watch his hair been turning gray

He's been working and slaving his life away

Oh yes, I know it

He's been working so hard

I've been working too babe

Every night and day

Yeah yeah yeah yeah


We gotta get out of this place

If its the last thing we ever do

We gotta get out of this place

'Cause girl, there's a better life

For me and you






멀더요원

트위터 : @anarchyrok


편집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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